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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나에게 최면어플을 사용한다-78화 (78/298)

〈 78화 〉 비틀림

* * *

“1,800만 원 되겠습니다.”

친절한 미소를 띠는 상아탑의 직원을 보고 나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1,800만 원.

어느 정도 상상은 했었지만, 생각 이상으로 어마어마한 거금이었다.

나는 손을 부들부들 떨며 카드를 넘겼다. 직원이 친절한 미소를 띠며 결제했다.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다. 결제되었다는 알람과 함께 통장의 잔액이 5억가량 남았다는 것이었다. 전당에 등록해둔 정보가 생각보다 잘 팔려서 다행이었다.

‘그러고 보니 슬슬 주식도 손대야 하는데…’

한종우의 아버지인 광성자가 이끄는 길드가 약 한 달 후, 던전 공략을 하는데 거기서 어마어마한 대박이 터진다.

6억 정도 꼬라박으면 돈이 복사되지 않을까.

도핑 포션을 팔까, 고민해봤지만 도핑 포션은 위험했다. 비싼 값을 받을 수 있겠지만, 만약 마인한테 흘러가서 마인이 영웅들을 죽이면 굉장히 위험하니까.

“여기 준비되었습니다, 고객님.”

직원이 고급스러운 봉투를 건넸다. 나는 그것을 적당히 받으며 고개를 숙이고 건물을 나섰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고객님~.”

그럼 어떻게 할까.

나는 잠깐 고급스러워 보이는 봉투를 바라보았다. 여기에는 정령과 계약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재료들이 있다. 윤승하의 노출 섹스 이후에 다행히도 그녀의 재능을 얻을 수 있었다.

한 번 시험 삼아 가면을 써봤는데, 상상 이상으로 정령력이 올랐었다.

‘그리고 페널티도 있었지.’

페널티는 간단했다. 내 특성을 노출하지 말 것. 노출된 사람의 수에 따라 재능 상승치가 낮아진다.

수명마저 깎이는 윤승하보다 훨씬 양호했다.

‘그만큼 상승 폭은 적지만.’

거기까지 바랄 만큼 양심이 없지는 않다.

나는 근처 모텔로 들어갔다.

“여기 학생 출입 금지입니다.”

나는 말 없이 학생증을 꺼냈다. 히어로 아카데미생은 기본적으로 아카데미에 입학하면서 성인의 자격을 획득한다. 그러니 별 문제 없었다.

“아, 죄송합니다! 히어로 아카데미의 학생이셨군요.”

“4시간 정도 잠깐 있으려고 하는데 얼마인가요?”

“남은 방이 2인실 밖에 없는데…”

“괜찮아요, 그걸로 주세요.”

“대실은 다섯 시간에 2만 원 입니다!”

계산하고 키를 받은 다음 방으로 들어갔다.

바로 앞에 보이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정령을 부르는 방법은 꽤 복잡하다. 히어로 아카데미에 있으면, 세계수가 근처에 있어 정령과 계약하기 쉽지만.

‘윤승하한테 들킬 확률이 매우 높아서.’

그뿐만 아니라 근처에 있는 요정족이 관심을 가질지도 모른다. 내가 남의 재능을 배낄 수 있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윤승하는 아직 나와 계약을 맺지 않았다.

어떻게 하는지도 잘 모르고. 그러니까 의심을 피하고자 나는 밖으로 나왔다.

나는 아까 전 상아탑에서 사 온 것들을 봉투에서 꺼냈다. 고급스러운 포장지를 뜯고, 안에 있는 내용물들을 꺼냈다. 마정석하고 노란색의 가루, 펜을 꺼냈다. 이게 고작 1,800만 원이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 가루에 탔다. 물이 노랗게 변했다. 도화지를 펴고 펜을 꺼내 그것을 물에다가 넣었다. 그러자 펜이 물을 흡수했다.

그것을 허공에다가 마법진을 그렸다. 특수한 작용이 일어나는 가루로 인해서 펜으로 선을 긋자, 허공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천수로 출력을 최대로 올리고 그리기를 10분. 그럴듯한 정령 소환진이 그려졌다.

나는 몸속에서 마나를 끌어올렸다. 보랏빛의 뇌광光이 피어올랐다. 뇌광이 소환진으로 빨려들더니 이내 소환진이 빛을 발하며 발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었다.

나는 조용히 두 손을 꽉 쥔 채 눈을 감았다.

‘제발 번개의 정령.’

윤승하의 재능을 빌린 것이라 기본적으로 많은 정령을 수용할 수는 있지만, 역시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것은 번개의 정령이었다.

보라 같은 중력의 정령도 좋다. 원거리 공격에 뛰어난 방어 능력을 자랑하는 꽃의 정령 역시 괜찮았다. 내게 부족한 방어력을 보충할 수 있는 땅의 정령 역시 나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정령은 일단 계약만 할 수 있다면 이득이었다.

소환진에서 하얀색의 빛이 발광하며, 정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

화르륵.

허공에 불꽃이 피어올랐다. 불의 정령이었다.

[으하하! 얼마만의 중간계야!]

머릿속에 음성이 울렸다.

내 마나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보랏빛의 불꽃이었다. 오, 이건 좀 멋있는데.

[계약자는 너인가? 호, 마나가 엄청 깨끗하네, 내 색을 바꾸다니. 얼굴도 맘에 들고…….]

“……?”

정령이 얼굴도 본다고?

[좋아, 계약하자.

정령이 계약하자고 말했다. 보통 이것저것 따지는 게 많았는데 내 마나가 마음에 들었나 보다.

[아니, 얼굴이 완전 내 취향이라서…]

“?”

[뭐, 나 정도 되는 정령의 입장에선 계약자를 거의 선택하는 거거든. 정령에 계약하면 마나는 자신 있다는 거고, 그렇다면 얼굴이라도 좋은 편이 좋잖아. 뭐, 너 정도의 마나쯤 되면, 그런건 상관 없을 정도기는 한데. 아무튼 계약을 진행하지. 나는 위대한 불꽃의 정령왕, 아그니의 맹약에 따라 그대와 계약하겠다. 그대의 이름은?]

“이시우.”

[나의 이름은 비염. 이시우, 그대가 나를 먼저 해하지 않는 이상, 나 또한 그대를 해하지 않고, 그대의 적을 물리치리라.]

“이제 계약은 끝난 건가?”

[그렇지]

나는 슬쩍 비염을 바라보았다. 보랏빛으로 활활 타오르는 요정의 형태.

‘마나를 생각보다 많이 잡아먹네.’

아마도 당첨에 걸린 모양이다. 정령은 윤승하를 제외하곤 랜덤성이 강했는데. 아마 당분간 다른 정령들과 계약하는 건…생각도 하지 말아야겠다.

“그럼

나는 비염을 정령계로 돌려보냈다.

[잠ㄲ……!]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컴퓨터를 이용해서 전당으로 들어갔다. 정령에 대해서 혹시 모르는 게 있을까 봐서였다.

‘있을 리가 없겠지만…혹시 모르니까.’

정령으로 검색했다.

상단에 인기가 많은 글이 보였다.

[정령 바꾸는 법 알려준다]

[정령과 친해지는 법]

[정령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

나는 맨 위의 글을 바라보았다. 정령을 바꾸는 법. 이런 게 있었나.

있었으면 내가 모를 수가 없을 텐데…….

‘그러고 보니.’

이따금 어떤 ‘루트’를 가면 이벤트 같은 것이 생긴다. 그것은 완전히 베일에 감춰져 있다. 고인물들이 보통 정보를 풀지만 진짜 고인놈들은 자기들만 알거나 자기만 알기 때문이다.

설마 내가 발견한 건가.

나는 게시글에 들어가 봤다.

[정령 바꾸는 법 알려준다]

그런 건 없다 게이야.

네가 선택한 정령!

네가 선택한 계약!

그거 바꾸는 법은 요정 여왕밖에 모른다 게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바꿔줄 수 없다. 게이야!

ㄴ(대충 나만 아니면 돼 짤)

ㄴ네가 선택한 정령이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ㄴ드리프트 추ㅋㅋㅋㅋㅋ

“…….”

다행히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정령에 대해 이것저것 검색해봤지만, 내가 아는 내용하고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몇 군데는 더 안 좋은 게 있었다.

나는 지식 열람하고 자료들하고 내 머릿속 정보들을 대조해보다가 여기 있는 정보들 대부분이 별 쓸모 없던 것을 깨달았다.

***

모텔 밖으로 나갔다.

‘뭐하지.’

뭐처럼만의 휴일이라 나오긴 했지만, 별로 할게 없었다.

맛집 탐방도 별로 할게 안된다. 히어로 아카데미 근처 음식점은 대부분 맛집이라고 알려진 곳보다 훨씬 맛있었으니까.

피시방에서 시간이나 때울까. 그러면 모자나 마스크는 필수인데. 뭐, 사면 되니까 문제는 없다.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어?”

어깨를 드러낸 분홍색의 오프숄더와 청바지를 입은 이지아가 보였다. 크롭티가 아님에도 가슴이 워낙 거대해서 배가 살짝 보일까 말까 했다.

무심코 가슴으로 향할뻔한 눈을 멈추고 이지아를 바라보았다.

“……어, 시우야?”

순간적으로.

모텔에서 나온 내 모습에 이지아의 표정이 매우 흉악하게 바뀌었다.

그러나 아주 찰나였다. 잘못 봤나, 싶었을 정도로 빠르게 포근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왜?”

“아, 아니야. 모, 모텔에서 나와서. 혹시 친구들이랑 왔어?”

“아니, 잠깐 일 때문에 혼자 갔다 왔어. 뭐야, 지아 설마 이상한 상상 했어?”

“아, 아냐 아냐. 나는 시우 믿었지~.”

이지아가 안도해 하며 손을 저었다.

그런데 말이 의미심장했다.

“그런데 지아는 여기 웬일이야?”

“아, 잠깐 본가에 일이 있어서…그보다 시우는 밖에 있는 거별로 본적이 없네. 항상 아카데미에서 훈련하잖아.”

노골적으로 화제를 돌렸다. 나는 슬며시 웃으며 얘기했다.

“잠깐 기분전환 좀 하러 밖에 나왔지. 근데 할 게 없네.”

“…그래? 그럼 나랑 같이 좀 돌아다닐래? 나도 방금 본가에서 와서 마침 할 일이 없었거든. 이대로 아카데미에 가기 좀 아쉬운데 같이 돌아다니자.”

이지아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나는 잠깐 이지아를 바라보았다. 굉장히 기대감이 섞인 표정에 나는 거절 할 수 없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이지아는 거의 우량주나 다름없었다. 성장 가치가 굉장히 높았다. 물론 가슴도.

이지아에게는 내 시간을 쪼갤 가치가 있었다.

“그럴까.”

“진짜지? 그럼 어디부터 갈까? 아, 시우는 점심 먹었어?”

내 말에 이지아가 생글거리며 웃었다.

“점심은 안 먹었는데. 지아는 먹었어?”

“아니, 아직 안 먹었어. 집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여기 근처에 파스타 맛있게 하는 데 있거든. 거기 생각나서 거기 갈려고 했는데…시우는 파스타 좋아해?”

“난 가리는 거 별로 없어.”

나랑 이지아는 파스타 집으로 향했다.

“파스타 집 아니었어?”

“응, 여기 파스타 잘해.”

나는 레스토랑을 바라봤다.

애가 은근 털털해서 그렇지, 이지아도 엄청나게 잘 사는 집이었다.

마도 명가의 딸 중 한 명이니까.

“예약하신 이름을…아, 아가씨셨군요. 바로 자리에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양복을 입은 40대로 보이는 중년인이 깍듯하게 이지아에게 인사하며 우리를 안으로 안내했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창문 틈으로 보이는 좋은 풍경. 딱 봐도 여자들이 좋아할 법한 레스토랑이었다.

우리는 안내해준 곳으로 앉았다. 풍경이 좋은 곳이었다.

“주문하시겠습니까?”

“항상 먹던 걸로 주세요.”

이지아가 도도하게 말했다.

“네. 그럼 남성분은…?”

“저도 똑같은 거로 주세요.”

뭔진 모르겠지만, 이지아가 많이 먹는 거니 같은 것으로 시켰다. 맛있으니까, 많이 시켰겠지.

“히히, 이렇게 있으니까 좋다.”

이지아가 탁자 위의 가슴을 올리고, 나를 보며 말했다.

탁자 위의 올려진 가슴으로 시선이 향할뻔한 걸 참고,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곧 기말고사인데, 시우는 준비했어? 이론은 당연히 만점일 테고, 실기가 문제인가…?”

“실기는 모르겠네……. 그래도 적당히 상위권엔 들어가지 않을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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