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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나에게 최면어플을 사용한다-55화 (55/298)

〈 55화 〉 빼앗는자, 빼앗기는 자(7)

* * *

이시우는 대체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는 걸까.

학생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화젯거리인 이야기였다.

“일단 이시우의 장점들을 나열해 봐야지.”

“머리가 엄청 좋은 거. 그 머리보다 더 좋은 기교. 관계자들 말에 의하면 기교가 상격이랑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다던데.”

“……같은 나이인데 상격에 비견된다고? 또라이 같긴 하네.”

“사실 이시우가 각성 못 했다고 하긴 했는데, 난 그게 기교 쪽인 줄 알았는데.”

“나는 지식이나 두뇌 강화 쪽.”

이시우를 떠올려보았다. 상격에 이르는 기교.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두뇌가 될 수 있다는 두뇌.

솔직하게 말하자면 말이 되지 않는다. 기교라는 것은 쓰면 쓸수록 느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과 동년배인 소년이 상격에 이르는 기교를 가졌다니.

그래서 이시우는 사실 자기가 각성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그가 각성한 능력이 기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시우가 갑자기 달라졌었다.

척 봐도 물오른 외모. 신체와 관련된 능력을 얻었을 것이다.

“…그것보다는 신체 쪽 아니었나.”

“솔직히 말해서 걔 신체능력 입학할 때보다 몇 배는 더 강해졌는데.”

“영약을 먹었나.”

“그 정도로 달라질 영약이라면 수천억은 족히 잡아 먹을걸. 애초에 그 정도의 영약이면 전쟁이라도 났을 것 같은데.”

“그건 그래.……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정신과 관련된 계열은 절대 아니라는 거.”

누군가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난 신체와 관련된 능력인 줄 알았지. 어제까지는.”

“진짜 완전 날아다니더라. 어검에다가 마법까지 써?”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기교와 관련된 능력인 줄 알았는데.”

“나도.”

“그거 염동력 아니냐?”

“너 그 결투 못 봤냐? 그건 염동력 따위가 아니지.”

검의 분신을 만들고 조종하는 것은 어검 뿐이었다.

“즉, 정리하자면 이시우는 기교는 상격과 비견되고, 두뇌는 그것보다 더 뛰어나고, 마법까지 쓰며, 어검까지 쓴다는 거지.”

“…그거 아니냐, 고유 능력을 카피하는 능력.”

누군가가 말했다. 그 말에 교실이 조용해졌다.

그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들이 많았다.

고유 능력을 카피하는 능력이 있다.

영웅이라 불리는 인물 중 하나였다. 회귀자와 함께 세상을 구한 13명의 영웅 중 하나.

여론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이시우의 능력은 고유 능력을 카피 하는 능력이라고.

신체 능력 역시 누군가의 고유 능력을 빌려왔을 거다.

유명한 능력인 만큼, 그 능력이 가지는 단점 역시 모두가 알고 있다.

“그리고 삼라만상은 정신 쪽 계통에 엄청 취약하지.”

“고유 능력을 복제한 숫자만큼 정신력이 깎인다……였나?”

“정확하게는 복제가 아니라 빌리는거야. 능력의 개수와 질에 따라 정신력과 마나를 담보로 잡고 그것을 상대에게 동의를 구한 다음 빌려서 쓰는거지. 상대는 정신력과 마력을 얻고.”

“악! 나 정신쪽으로는 완전 젬병인데!”

"걱정마라. 걘 이미 천상계에서 놀고있다."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수긍이 갔다. 그런 능력이니까 저렇게 승승장구하지.

드르륵.

문이 열렸다. 뒷문 쪽으로 학생들의 시선이 옮겨졌다. 광채가 이는 듯한 피부. 요염해 보이는 머리카락. 어지간한 배우들조차 근처에 있으면 오징어로 만들어버리는 말도 안 되는 미모. 이시우가 등장했다.

여학생들의 눈이 풀린 채 이시우를 바라보았다.

“……사실 쟤는 외모나 사람 홀리는 쪽의 능력도 갖고 있지 않을까.”

누군가의 중얼거림에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

교실에 들어가려는 순간이었다. 애들이 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슬쩍 귀를 기울이니 예상대로 내 능력을 착각하고 있었다.

‘사실은 정신계와 관련된 능력이지만.’

굳이 말할 필요는 없었다. 노린 것이기도 했고. 그게 아니었으면 어제 그렇게 화려하게 한종우를 이기지도 않았다. 내 특성을 최대한 공개했다. 헷갈리지 말라고 마법을 쓰고, 어검을 사용했다.

그래야 앞으로 활동하기가 편해지니까.

시나리오가 계속해서 진행될수록, 정신계통의 능력을 갖춘 마인들은 귀찮기 그지없어진다. 정치계에 그들에게 세뇌되거나, 그들이 주는 쾌락에 넘어가는 인류의 배신자들이 있다.

그들 모두 족치는 것이 가장 편한 방법일지도 모르나 가장 확실한 건, 그들이 세뇌 능력을 펼치기 전에 정신계통의 마인들을 조지는 것.

‘최대 세 놈.’

세 놈만 조진다면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일 거다.

드르륵.

문을 열었다. 한순간 집중된 시선이 느껴졌다. 그것들을 무시하며 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쉴 거야?”

옆자리에서 임나연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힘없는 목소리로 임나연의 물음에 답했다.

“응. 어제 좀 무리를 해서.”

내 말에 다른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아직 시합이 다 끝난 것도 아니잖아. 내일 괴수들과 대결한다는데, 컨디션을 좀 회복해야지.”

“그렇지. 역시 시우구나.”

임나연이 손뼉을 치며 맞장구를 쳤다.

아니, 이건 당연한 말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주변의 여자애들도 맞장구를 쳤다. 뭐라, 말하려다가 참았다. 안 그래도 내가 뭐라 말만 하면 다 맞장구쳐주기 바빴는데, 음양체를 각성하고 나서 물오른 외모 덕분에 그게 더 심해졌다.

살짝 과장을 좀 하자면 여자애들이 내 말을 받아들이는 게 거의 성경을 받아들이는 신도들과 같은 모습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오늘은 쉬는 날이다.

오늘 하루는 푹 쉴 거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학교에는 왔다지만 오늘은 가볍게 고등학교 때 방학식처럼 1시간 정도만 브리핑하고 나머지 행사를 진행한다. 그리고 학생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가장 불리한 괴수를 소환하여 싸우는 것은 내일 일정이니까.

“그리고 다들 아카데미 밖에 나가면 품행을 단정히, 자신감 있게 나서주십시오. 여러분은 고등학생이기 이전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래의 영웅들이니까요.”

강한남 대신 나온 송라희가 교탁 위에서 이야기했다.

송라희의 말이 끝나고 바로 하교 시간이 되었다.

나는 점심을 뭐로 먹을지 고민했다. 평소에는 3만 원 내외로 주문했지만, 오늘은 다르다.

바로 근처 레스토랑에서 15만 원어치의 식사를 주문했다. 오늘은 뭘 할까. 그동안 밀린 게임이나 할까. 소설도 좋고, 만화도 좋았다. 이 세계는 게임 속 세계였지만, 현실 세계를 반영해서 읽을거리가 많았다.

완결이 난 탑매. 유혁이 여자인 전시 등, 읽을거리들로 넘쳐났다.

섹스가 뭐 별거 있나. 이게 섹스지.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밖으로 나가 기숙사로 향하려고 했었다.

“그러고 보니 나연아…그 소문 사실이야?”

“그 소문?”

얼굴만 아는 여자애가 임나연에게 말을 걸었다. 임나연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또 그 화법이었다.

“응. 요즘 학생들에게 떠도는 소문 있잖아…시우가 나연이랑 사귄다는 소문.”

“지아 아니었어?”

“나도 지아라고 들었는데.”

여자애들이 나에게 답을 원한다는 듯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가 둘 다 아닌데…….라고 말하기도 전에.

임나연의 얼굴이 빨개졌다.

“아, 아냐. 나, 나랑 시, 시우가 사, 사사, 귀다니…….”

임나연이 부정했지만 누가 봐도 사랑에 빠진 소녀의 얼굴이었다.

그리고 약 세시간 뒤.

어느새 나는 임나연과 약혼하였고, 곧 결혼식을 진행할 예정이라는 소문까지 났다.

……뭐야.

***

분홍빛의 머리가 찰랑거렸다.

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한쪽을 바라보았다.

김하린은 저 멀리 시선을 옮겼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꿀이 떨어지는 시선으로 한 소년을 바라보고 있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임나연.

김하린은 임나연이 싫었다.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듣고 자란 그녀가 싫었다. 그냥 추한 질투였다. 그것을 깨달았지만 김하린은 자신을 혐오하지 않는다. 그 혐오감을 임나연에게 비친다.

‘재밌네.’

시선을 돌려. 이시우를 바라보았다. 미모만을 따지자면 세계에서도 가장 잘난 소년.

그리고 임나연이 좋아하는 소년. 그게 저 소년의 가치를 더 올려주었다.

‘너는 이시우가 나를 좋아해도 그렇게 웃을 수 있을까.’

상상이 일었다. 자신을 좋아하며 쫓아다니는 이시우.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임나연. 상상만으로도 몸이 쾌감으로 부르르 떨렸다. 그렇게 되면 필요치 않게 주목받게 되겠지만……슬슬 상관없어지고 있다.

어제 그들의 결투를 보며 확신했다.

자신을 막을 사람은 1학년을 통틀어서도 몇 없다는 것을.

그녀는 핸드폰을 켰다.

가짜 최면 어플.

안 그래도 보통 상태에서도 이시우에게 효과가 있었다. 원래, 김하린은 이것을 사용하는 것을 주저했다. 이시우의 성장치가 너무 가팔랐기 때문이다. 신체가 성장하면 정신은 따라서 성장한다.

‘하지만 어제 결투에서 능력이 밝혀졌지.’

온갖 고유 능력을 빌려오는 특성.

너무나도 널리 알려진 특성이었다. 그리고 단점 역시 널리 알려져 있다.

‘능력을 빌려올 때마다 사용자의 최대 정신력과 마력을 담보로 잡는다.’

탐욕스러운 거래.

그것은 일종의 거래와 관련된 능력이었다.

그것을 가진 사용자는 정신력과 마력을 지불하여 능력을 빌려오는 능력이다. 빌려준 능력에 따라 정신력과 마력을 지불하고, 그 능력을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능력.

해제한다면 다시 정신력과 마력을 돌려받는다. 그 외의 자잘한 제약 등이 있지만 리턴에 비하면 정말 사소한 수준이었다.

‘그리고 조만간 보완할 거야.’

이시우는 그런 존재였다.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이시우라는 소년은 아는 것이 이상하리만치 많았다.

김하린은 가면을 썼다.

히어로 아카데미에서 소심한 성격을 연기하는 가면을 버리고 다른 가면을 작성한다.

소심하지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활발한 소녀를 연기한다.

립스틱을 꺼냈다. 핑크빛 눈동자와 머리카락에 맞는 색깔. 자신이 특별히 좋아하는 색이었다.

그리고 힘없게 걷는 이시우의 앞에 섰다. 입가에 미소를 띠고, 촉촉한 눈빛을 띠었다.

“안녕, 시우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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