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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나에게 최면어플을 사용한다-45화 (45/298)

〈 45화 〉 남다윤(6)

* * *

이상할 정도로 푹신 거리는 침대에서 눈을 떴다.

몸이 나른했다. 어제 도대체 몇 번을 싼 거지. 대충 생각나는 건 10번 이상이었는데, 그 뒤로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저번보다 기초 능력치가 증가하고 음양체의 효과로 회복력이 올라서 나름 괜찮았다. 나름 괜찮은 정도라는 게 문제지만.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저곳에 흑단으로 만들어진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목제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벽에는 한눈에 봐도 비싸 보이는 미술품들이 걸려 있었다.

나는 슬쩍 침대를 바라보았다. 옛날 백화점에서 부부용으로 킹사이즈의 침대를 파는 것을 봤었는데 이 침대는 그것보다 족히 2배는 더 컸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몸 상태를 점검했다.

나는 몸 상태를 점검하다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음양체의 뛰어난 회복력과 침대에 걸려있는 피로 회복 덕분인가.

"일어났니?"

흑단으로 만들어진 문이 열리며 남다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얀색 티셔츠 위에 머리카락 색과 어울리는 군청색의 앞치마를 입은 그녀가 국자를 들고 있었다.……왜 국자를 들고 온 거지?

"네, 조금 전에 일어났어요. 누나는 일어나시고 요리하시는 거예요? 저 깨우시지."

"시우가 곤히 자고 있길래."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헤헤거리며 웃었다.

"아, 그리고 여기 시우가 갈아입을 옷."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허공에서 손짓하더니 팬티와 반팔, 반바지가 같이 나왔다. 그리고 그 옆에 내가 어제 입고 온 옷가지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감사합니다."

"감사는 뭘, 우리 사이에."

남다윤이 입꼬리를 올리며 배시시 웃었다.

"요리 거의 다 끝났으니까, 옷 입고 거실로 와. 누나는 요리 마저 하고 있을 테니까."

그 말을 하며 남다윤이 문을 닫고 나갔다.

나는 그녀가 준 반팔과 반바지를 입고는 침대에 앉았다. 잠깐 실험해 볼 게 있어서였다.

가면을 썼다. 가면을 쓰자마자 재능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나는 팔찌로 형태변환을 해둔 천변으로 단검을 만들었다.

'이런 느낌인가.'

단검이 마나와 공명한다.

우우웅!

단검이 옅게 보랏빛을 띠기 시작하며, 이내 허공에 둥실거리며 허공으로 부상했다. 어검의 효능이었다. '검'이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물건들의 주도권을 가지는 이능. 그러나 어검의 능력은 이게 끝이 아니다.

나는 마나를 끌어올렸다.

단검에 조금 더 집중하자 보랏빛 마나가 발광하더니 두 자루의 검으로 분열하기 시작했다.

지이잉.

일종의 분신??능력. 분신 능력인지라 본체의 내구성이나 예리함, 물건이 가지는 고유의 능력은 떨어지지만

어검이 가지는 효능 중 하나였다.

'지금은 두 자루가 한계인가.'

천변이 아티팩트라서 현재는 두 자루가 한계지만 마법이 걸리지 않는 일반 단검 같은 경우에는 더 많은 단검으로 분열시킬 수 있겠지.

나는 천변을 다시 팔찌의 형태로 돌린 다음 거실로 나왔다. 거실로 나오자마자 음식 냄새가 풍겼다.

'냄새가 좋네.'

냄새가 좋으니 더 불안했다. 냄새가 좋으면 맛도 어지간하면 좋다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남다윤은 요리를 대충하는 줄 알았는데. 냄새를 따라 식탁으로 가니 화려한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었다.

내 팔뚝만 한 크기의 장어들이 노릇노릇하게 익은 장어 소금구이와 간장 소스와 양념 소스가 발라진 장어구이. 그 옆에 부추 무침과 생강 절임이 있었다. 국으로는 굴국이 놓여 있었고, 그 앞에는 하얀색 그릇 위에 생굴과 레몬이 놓여 있었다. 오미자 향기가 나는 오미자차와 구운 전복과 스테이크, 그리고 스테이크 옆에 아스파라거스랑 새우등이 당연히 옆에 같이 조리되어 나와 있었다.

"……."

이건 너무 노골적인데. 그래도 전부 맛있는 음식들이었다.

그녀가 기대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엄청 맛있겠네요."

"응, 우리 시우를 위해서 누나가 열심히 책 찾아가며 요리했어. 아차, 시우는 혹시 가리는 음식 있어?"

"어지간한 건 다 먹어요."

가리는 음식은 없다. 옛날에 어렸을 적에는 버섯이나 가지 등을 가리긴 했었는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중에는 다 먹게 되었으니까.

그런데.

그녀가 이렇게 요리를 잘했었나. 나는 눈을 굴려서 주방을 바라봤지만 남다윤이 음식점에 시킨 흔적 같은 것은 나오지 않았다.

그런 내 행동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다윤이 깻잎 위에 장어 두 점을 올리고, 생강구이랑 마늘 구운 것을 싼 다음에.

"시우야, 아."

남다윤이 쌈 한 점을 나에게 주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입을 열었다.

'오.'

맛은 정말 맛있었다. 재료 본연의 맛도 좋았지만, 조리가 잘 돼 있었다.

"근데 다른 사람들도 알아?"

"어떤 거요?"

쫀득거리는 장어구이를 씹으며 말했다.

"시우의 능력 말이야."

"제 능력이요? 손재주 좋은 거랑 잘 생긴 거요?"

"어머, 얘도 참."

남다윤이 입가를 손으로 가리며 웃었다. 그러나 부정하지 않는 것을 보면 맞는 얘기라는 거겠지.

"그거 말고……. 다른 사람에게 재능을 주는 거. 어제 세, 섻스하고 난 후에 일종의 재능 부여라고 해야 하나? 어제 살짝 긴가민가했는데, 오늘 요리해보니까 확신했어."

"……."

재능 부여.

짐작 가는 것이 없지는 않다. 아니 오히려 많다. 이 세계에 떨어져서 이지아와 섹스를 치른 다음에 이지아가 임나연과 대련을 하면서 내 천수를 이용한듯한 패링으로 승기를 잡았으니까.

다만 임나연은 짐작 가는 것이 없다. 딱히 이상한 움직임 같은 것도 없었고.

'……그렇다면 확률은 랜덤인가.'

그렇다 하더라도 남다윤은 이상했다. 요리와 관련된 재능이라니. 내 특성 중에는 요리와 관련된 게…….

'있네.'

있기는 했다.

천의 가면.

온갖 종류의 재능을 부여하는 능력이 존재했다.

무예가의 가면을 예시로 치자면 평생 운동을 안 하고 관심도 없는 사람이 헤비급 복서 챔피언과 겨룬다고 쳐보자. 그렇게 된다면 전자의 사람은 펀치 한 번에 패배할 것이다.

그러나 천의 가면을 이용해 무예가의 가면을 착용하게 되면 펀치 한 번에 패배할 것을 펀치 두 번은 날려야 패배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잘 모르겠어요."

"그래?"

아직도 잘 모르겠다. 관계도에 따라 바뀌는 능력인지, 내 특성중 어떤 것의 숨겨진 특성인지. 어쩌면 모두와 관계 없이 내가 가진 특전일지도 모른다.

"처음이었거든요."

"그래. 처음 이면 모를 수 있……처음?! 처음이라고!?

남다윤이 경악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거짓말은 아니다. 이지아와 임나연 모두 최면을 걸었으니까 나는 최면에 걸려서 기억을 잃은 설정이니까…….

"다, 다시할까? 이 이번엔 앞으로?"

"아뇨, 괜찮아요.밥 맛있네요."

"응, 오늘 열심히 준비했거든. 굴도 먹을래?"

"생굴이네요."

"생굴 싫어해?"

"아뇨, 좋아해요."

나는 굴을 레몬즙을 뿌리곤 입에 넣었다.

생굴 특유의 느낌이 혀에서 느껴졌다.

우웅.

핸드폰이 울렸다. 카톡이 왔다는 소리가 들려 핸드폰을 확인했다. 나는 톡을 확인해봤다. 임나연과 이지아, 김하린과 은수아에게서 온 톡만 적당히 답장을 적고, 나머지 여자들에게서 온 톡을 무시하며 단톡방을 확인했다.

[윤채린과 아이들]

[윤채린]­니들 뭐함?

[은수아]­방제 뭐임. 왜 저따위임?

[한종우]­방제 꼬라지 봐라.

[윤채린]­[뿅망치를 두들기며 노려보는 이모티콘]

[윤채린]­머. 꼬우면 뜨던가

[임나연]­머야? 웬 단톡방?

[윤채린]­심심해서. 놀 사람 없음?

[임나연]­놀려고? 어디서?

[윤채린]­몰?루

[윤채린]­아직 안정했어.

[임나연]­그럼 난 시우 가면 갈게

[한종우]­그럼 난 나연이 가면 간다.

[은수아]­그럼 나도 시우 가면 갈게

[윤채린]­시우 또 너야?

장어를 한 점 놓고, 생강 절임을 올리며 생각했다. 휴일은 수요일까지. 월요일은 통째로 그녀를 도와주기 위해서 사용해야 한다. 그러면 남은 시간은 오늘과 화요일 수요일인가. 나는 핸드폰으로 답장했다.

­이제 곧 중간고사인데 다들 공부 안해?

[윤채린]­시험은 평소 실력으로 보는거지.

[윤승하]­그래서 저번 쪽지 시험 다 틀렸음?

[윤채린]­아

[윤채린]­그래도 실기 만점 받을거라 다 커버됨^^

카톡을 대충 끝내고나니 남다윤이 나를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누나."

"응, 왜?"

"누나, 저랑 데이트할래요?"

남다윤이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북한.

대한민국에서 태어나면, 그것도 남자로 태어났으면 부정적인 인식밖에 없는 나라지만, 이 세계에서는 완전히 다르다.

게이트가 나타나며, 몬스터와 이종족이 등장하게 되었는데, 북한은 여러 가지 사건이 터지며, 초기 대응이 매우 늦어져서 무정부 사태에 돌입하게 되었다. 1년 가까이 무정부 사태에 돌입하게 되어 나라의 지위마저도 위태로워지자, 회귀자를 위시한 영웅들이 북한으로 향하게 되었다. 그 덕에 치안을 어느 정도 되찾고, 한국에 흡수되었다.

지금은 관광 명지로 유명한 곳이며, 북한 특유의 산악지대로 인해 미발견된 던전이나 유적, 희귀한 몬스터 등이 많아 새로운 던전이나 유적지, 희귀한 몬스터의 가죽 등을 찾기 위해 헌터나 영웅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향하는 곳은 당연하게도 숨겨진 던전이다.

검은 바위의 둥지.

사령四?, 영귀??가 있었던 던전.

워프 게이트를 이용해서 함경남도의 위치한 산맥으로 이동했다.

기린의 던전은 다른 사령의 던전들과 비교하자면 초반에 유효한 보상이 빈약했다.

수십억에 달하는 마정석과 중반부까지 유효하게 쓰이는 단검과 게임 내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보법이 들어간 무공서.

사실 전자의 두 개는 무공서에 비하면 가치가 없다고 봐도 좋다. 저것만 제대로 익혀도 어지간해서 상대에게 잡힐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기린의 던전이 철저하게 성장을 위해서 초반에 반드시 돌아야 하는 던전이라면, 영귀의 던전은 성장의 가속도를 높여주는 던전이었다.

보상은 체력을 급격하게 올려주며, 특성에 변강쇠를 붙여주는 영귀의 내단과 정령력을 증가시켜주거나, 정령을 강화하는 용도로 쓸 수 있는 정령석. 그리고 쌍검이다.

'쌍검은 솔직히 아직도 감이 안 잡히는데.'

천수를 이용하면서도 쌍검은 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다른 무기들은 대충 영웅들이나 빌런들이 싸우는 영상 같은 것만 보고 몇 번 대련하거나 휘두르면 감이 잡히는 편이었는데 쌍검은 아니었다.

"……데이트."

남다윤이 산맥을 걷다가 중얼거렸다. 나는 움찔했다. 미안했기 때문이다.

군청색의 반팔 롱 원피스를 입은 남다윤이 시무룩하게 있었다.

"미, 미안해요. 사실 누나가 아니면 여기에 올 수 없어서."

"아니야, 미안해할 필요 없어, 시우야. 시우에게 도움이 되는데 누나가 당연히 도와줘야지."

내 말에 남다윤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래도 시무룩한 게 보여서 남다윤에게 슬쩍 말했다.

"던전 깨주시면 원하는 거 해드릴게요?"

"뭐, 뭣? 뭐, 뭐, 뭐든지?"

"………네."

시무룩해졌던 표정이 환해졌다. 섹스하지 못해서 안달 난 아저씨같았……아니, 이건 아니지. 남다윤은 어지간한 배우들조차 빛바랠 외모에다가 아기 같은 피부를 유지하고 있다. 30대이면서도 아기 피부를 유지하고 세계적 단위로 러브콜을 받으며, 능력 있는 여자인 남다윤에게 아저씨라니.

그렇게 10분 즈음 이동하니, 동산이 보였다. 아파트 3층 높이의 동산. 그 앞에는 검은빛을 띄는 나무 밑둥이가 보였다.

찾았다.

"여기에요."

"여기에 던전이 있다는 거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남다윤이 아공간에서 검을 꺼냈다.

검은빛의 검신이 드러났다. 마검, 퍼니셔. 물질을 파괴하는데 특화된 마검이다. 닿기만 해도 상대의 마력까지 제거해서 상대하기 까다로운 마검이다.

우우우웅─!

남다윤의 주변이 은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녀의 마력에 감응하며 검은빛의 검신이 은빛으로 물들고, 검이 분열하기 시작한다. 한 자루, 두 자루, 네 자루, 여덟 자루, 열여섯 자루.

열여섯 자루로 늘어난 검들이 동산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은빛의 마력이 흙들을 삽시간에 깎아내며, 이내 검게 물든 석재 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걱.

석재 문을 자르고 남다윤이 아공간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시계였다.

"유물이야. 던전같은 걸, 파괴하기 전의 모습이나 위장시켜주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 혹시 빌런이나 다른 영웅들이 올 수 있으니까."

남다윤이 담담하게 말했다. …꽤 탐이 나는 물건이었다.

잘린 문틈을 통해 들어가자 꽤 널찍한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스산한데. 습기도 있고. 음속성과 수속성 복합 던전인가."

"그런 것 같아요."

"저번에 던전에서 발견한 무공서에서 그곳이 기린의 둥지라고 했었지?"

"네. 그리고 여기에 무기하고 내단이 있다고 적혀있었어요."

"음속성과 수속성 복합이면, 영귀일테고, 영귀와 관련된 내단인가. 영귀……거북이……정력……핫!"

갑자기 뭔가 이상한 단어들이 나오는데.

그러나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는지 남다윤의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는 결심을 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약 5분쯤 걸었을까. 통로 사이에 검은빛을 띠는 석상들이 있었다. 돌 하르방처럼 생긴 기묘한 석상들. 칼이나 몽둥이 등, 무기 따위를 든 석상들이 우리가 다가가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골렘인가?"

"네. 근데 좀 많이 쌔보이네요."

"걱정 마, 우리 시우 손에 먼지도 묻지 않게 해줄 테니까."

남다윤이 늠름하게 말했다. 반할뻔했다.

"슉. 슈슉. 슉. 커. 커플. 죽. 시. 여바럼라."

"슉. 슉시. 시바럼라. 슉. 시바. 슈슉."

칼을 든 손을 위로 올리고 단도를 든 손으로 우리를 향해 오면서 칼부림하는 돌 하르방들이.

서걱.

수십 자루의 칼들에 유린당하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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