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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나에게 최면어플을 사용한다-34화 (34/298)

〈 34화 〉 개화(2)

* * *

단은 입에 넣자마자 녹아버렸다. 아무런 냄새도, 맛도 없었다. 음양단은 자연스럽게 녹아내려 단전으로 내려갔다.

우우웅─

고요하고도 심상치 않은 기세가 일었다. 반사적으로 마력을 일으켰다. 거대한 기가 전신에 돌기 시작했다. 음과 양. 그것이 가장 조화된 상태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음양단.

덧없이 깨끗한 기가 몸속을 해일처럼 몰아쳤다.

쿠르르르릉!

단전의 뇌령이 음양단과 공명하기 시작했다. 처음 받아들여지는 마나에 놀라더니 이내 그 마나를 받아먹기 시작했다.

음양단의 기는 뇌령의 덩치를 불리면서 신체 쪽으로 돌기 시작했다. 흔히 말하는 탁한 기운을 태우며, 신체에 곳곳을 질주했다.

'이거 생각보다.'

음양단의 기는 생각보다 컸다.

식은땀이 흘렀다. 뇌령은 이미 음양단의 기를 일부 먹었음에도 버거워했다. 약효는 아직 한참 남았는데.

상정 밖의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내가 노렸던 것은 음양단을 먹음으로서 신체의 잠재력을 상승시키는 것과 내 고유 능력을 개화시키기 위함이었으니까. 음양단의 기가 넘칠 수록 좋은 능력을 얻을 확률이 증가한다.

쿠르릉!

천둥이 울린다. 몸속에서 천둥이 쳤다. 뇌령이 한계까지 음양단의 기를 흡수했다는 증거였다.

그 순간 음양단의 기가 뇌령과 공명하더니 뇌령이 분열했다. 열 개로 분열한 뇌령이 음양단의 기를 먹으며 신체 곳곳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공간이 뒤바뀌는 감각이 일어나며 내 주변이 바뀌었다.

중앙에 검은빛이 길게 늘어진 황금빛의 하늘이 보였다. 딛고 있는 땅은 시커먼 먹물처럼 까맣고, 여기저기 1m 크기의 검은색의 기둥들이 보였다.

'…….'

각성의 전조였다. 고유 능력을 각성할 때의 심상.

앞을 보았다. 왕좌가 보였다. 어둠빛이 너울거리는 왕좌.

그 위의 왕관이 있었다.

내가 가장 원했던 고유 능력의 전조.

나는 왕관을 들었다.

그리고.

"후우."

가볍게 숨을 내쉬자 몸이 가볍단 것을 깨달았다. 활력이 넘치고, 주변의 마나가 보다 선명하게 느껴졌다. 몸뚱이 자체가 진화한 느낌.

눈을 부릅떴다. 일어나다가 몸 주위의 팬티 조각과 오물 일부, 피부 조각이 널브러져 있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몸을 쭉 뻗어 신체를 점검했다. 근육 자체가 유연성하고 탄성이 크게 증가했다. 있다 훈련장에 가서 확인해볼 일이지만 민첩성과 근력 역시 상승했겠지.

일종의 환골탈태였다. 영약으로 인한 환골탈태라 진짜 환골탈태 만큼의 효과는 없지만, 이게 어딘가. 거기다가 한 번 환골탈태를 했으니 진짜 환골탈태를 하게 되면 효과는 더욱 뛰어날 것이다.

'상태창.'

나는 오랜만에 내 상태창을 열었다.

이름 : 이시우

근력 : 15

민첩 : 15

체력 : 15

마력 : 15

고유능력 : 유아독존

특성 : 천의 가면(S), 지식열람(S), 천수(S), 음양체(S­)

신체 능력치가 15까지 껑충 뛰었다. 음양단의 효과였다. 모든 능력치를 15까지 이끌어주는 힘을 지녔다.

특성을 바라보았다. 음양체라 불리는 특성이 생겨났다.

음양체.

음과 양의 기가 공존하는 특성을 가지는 신체다. 몸 안의 음양의 기가 순환하여 숨을 쉴 때마다 마력을 올려주는 신체였다.

신체 특성상 단점이 있어서 등급이 S­라지만 마력을 올려주는 것 하나만 본다면, 모든 S급을 통틀어서도 상위권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신체였다.

'단점이 몇 가지 약재를 꾸준히 복용해야 되고, 여자가 많이 필요하단 건데.'

신체의 음기와 양기를 조정해야 되기 때문이다. 사실 여자 없이 음기를 영약으로 보충할 수 있지만, 굳이 그래야 할 이유는 없었다. 양기와 관련된 영약이 더 많기도 했고, 관계도를 올려야 하기도 했으니까.

시선을 올려, 고유 능력 쪽을 바라보았다.

고유 능력 유아독존.

원했던 고유 능력을 획득했다.

환희하며 유아독존의 능력을 떠올렸다.

항시 최고의 컨디션으로 만들어주는 특성이다.

얼핏 보면 별 볼 일 없어 보이나 전투에 들어가면 강력하기 그지없는 특성 중 하나다. 대부분의 저주나, 디버프 계열 능력이 통하지 않게 되고 체력을 무한에 가깝게 공급해준다. 잔상처쯤은 시간을 되돌리는 듯, 회복한다.

'김시연.'

내가 김호동에게 조사해달라고 부탁한 사람을 떠올렸다.

몇 가지 조치를 취해 그녀를 도와주면 죽을 때까지 충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특징이었다.

그래서 별명이 사냥개.

일각에서는 광신도라고까지 불리는 인물.

'원래 음양단을 보통 김시연에게 쓰지만.'

김시연의 조건이 너무 알맞았기 때문이다. 20세이면서 고유 특성을 개화하지 못했고, 모든 능력이 15가 넘지 않으며 모든 스텟이 8을 넘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플레이를 배신하지 않는다.

'오히려 숭배하기까지 하지.'

그 과정에서 사건 몇 개가 터지기도 했다.

머릿속으로 영약 몇 개를 떠올렸다. 음양단을 먹이는 게 가장 효율적이지만 아예 대체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최소 2개 이상 먹여야 된다는 것이 흠이지만.

파직.

마나를 돌리자 뇌령이 번개를 토해냈다.

보랏빛의 번개가 손에 머물렀다.

보랏빛의 번개.

음양단이 몸속에 잘 받아들여졌단 증거이다. 음양체를 얻게 되면 나오는 변화 중 하나였다. 가장 큰 특징을 꼽자면 마나 자체가 파괴력을 머금게된다. 번개를 다시 지우고머릿속으로 생각해둔 것을 실행해 보았다. 단기 결전인 뇌령신공과의 시너지도 우수했지만, 그것 하나로 유아독존을 고르지는 않았다.

나는 유아독존의 능력을 이용하며 생각해 두었던 능력을 사용했다.

눈을 잠시 감았다. 환희였다.

실험은 대성공이었다.

***

발걸음을 옮겨, 훈련장으로 향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달라진 내 힘을 체감하기 위해서이다. 나는 멈칫했다. 훈련장에 지금쯤 사람이 많을 텐데. 시계를 보았다. 오후 4시 30분. 한창 다들 훈련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핸드폰을 켜고 임나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를 난 사랑하게 됐나봐~

달콤한 사랑 노래가 들렸다. 듀오 곡으로 유명했던 노래. 노래의 하이라이트가 끊기기 전에 전화를 받았다.

­누구십니까?

냉정한 목소리. 최유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라, 내 이름이 저장되지 않았나. 나는 당황해하며 말했다.

­저 시우인데요, 지금 나연이 있나요?

­시우 씨라고요?

드물게 당황한 목소리였다. 마치 상상도 못 한 이름이 나왔을 때 같은 목소리였다. 핸드폰에 내 이름을 저장해두었으면 이런 일은 없을 텐데. 임나연의 성격에 나를 저장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내 이름을 바꿔서 저장했다는 건데.

…뭐로 저장한 거지?

의문이 들었지만, 접어두고 용건을 말했다.

­혹시 지금 나연이 훈련 중인가요?

­네, 지금 훈련 중이십니다.. 혹시 훈련 때문에 전화를 거신 건가요?

­네, 제가 확인 좀 하고 싶은데 있어서요.

­음……시우씨라면 괜찮겠죠. 7시까지 훈련하니 앞으로 두시간 정도 도와드리겠습니다.

전화기를 껐다.

임나연하고 최유나면 믿을 수 있다. 내 힘을 어느 정도 드러내도 상관없겠지.

그러다가 문득 주변에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시선들 때문에 얼굴이 따가웠다. 주변에 나를 쳐다보는 아이들의 표정에 당황이라는 감정이 떠올라 있었다.

­외모, 뭐야…….

­미친, 존나 섹시해.

애들의 반응이 평소보다 이상했다. 눈에 힘이 풀리고 얼굴에 홍조가 깃든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들이 유독 심했는데, 침을 흘리는 애들까지 보였다.

나는 잠깐 핸드폰을 켰다. 거울 앱을 빠르게 눌렀다. 거울 앱이 켜지자 평소보다 더 잘생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분위기라고 해야 하나. 얼굴에 좀 더 요염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피부는 물기를 머금은 듯 촉촉했으며, 희미한 광채가 이는 것 같았다.

꾹 하고 만져보니 탄력도 뛰어났다. 살짝 곱슬한 머릿결은 찰랑거렸다. 여기서 더 올라갈 외모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시선이 집중됨에 묘한 기분을 느끼며 빠르게 훈련장으로 향했다.

***

훈련장에는 임나연이 바닥에 축 늘어진 채 있었고, 최유나가 노트에 무언가를 적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인기척을 내자 최유나가 내 쪽을 바라보다 흠칫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최유나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나는 최유나의 칭찬에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외모에서부터 티가 나니까 내게 무언가 일어났음을 알았으리라.

그리고 단시간에 이렇게 변할만한 것은 몇 없다. 고유 능력의 각성을 못한것으로 유명한 나니까 능력을 각성했다 짐작하고 축하해 주는것이겠지.

임나연을 슬쩍 보았다. 임나연이 멍한 표정으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조금 민망해질 정도로. 최유나가 옆에서 슬쩍 건드리니까 그제야 숨을 헛삼키며 반응했다.

"헛. 아, 아, 안녕, 시, 시우야."

"어, 안녕, 나연아. 잠깐 훈련장 좀 써도 될까?"

"으, 응. 써. 마음껏 써. 얼마든지 써도 돼. 평생 써도 돼."

임나연이 고개를 격렬하게 끄덕였다. 나는 허락을 받자마자 허수아비로 향했다. 허수아비처럼 보이나 온갖 마법적 특성이 걸려 있다. 강체 마법, 강화 마법, 복원 마법, 저항 마법 등 16가지의 마법이 복합적으로 걸려있는 허수아비. 왜 저 정도의 물건을 허수아비로 만드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다.

스릉.

검을 꺼냈다. 몸속의 기를 활성화했다. 몸속에 깃든 뇌령들이 동조하며 뇌기를 끄집어서 검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칼날을 의식한다. 보랏빛의 뇌기가 휘몰아치며 검신을 휘감는다.

검기??.

는 아니다. 그저 뇌령에서 뇌기를 뽑아 검에 엮은 것. 그러나 깃든 힘은 그에 못지않다. 음양의 마나를 받아들여 자색의 기로 만들어진 뇌기의 파괴력을 생각하면 힘 자체는 우위에 점할 수 있겠지.

검을 휘둘렀다. 서걱, 하는 소리와 함께 허수아비의 팔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깨끗하게 베어지지는 않네.'

가진바 힘은 같으나 힘만 같을 뿐이었다. 하지만 검기에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은 좋았다. 상위권 애들하고 한번 겨뤄볼 기회를 가짐과 동시에 하위권 애들에게 절대적인 무력을 뽐낼 수 있으니까.

"검기를 쓸 수 있게 된 거야?"

"아니요."

임나연의 말에 최유나가 답했다. 최유나의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아직 그건 아니고. 그냥 힘만 뭉쳐놓은 거야."

그렇기에 검기를 방어할 수 있는 기갑?? 역시 만들지 못한다.

"번개와 관련된 능력입니까?"

최유나가 물었다. 답할지 말지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신체와 관련된 특성이군요."

최유나가 슬쩍 내 몸을 바라보며 말했다.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틀린 답이었지만, 굳이 내색하지 않았다.

"아마도 보랏빛의 마나와 관련된 신체겠군요. 보는 것만으로도 느낄 수 있습니다. 마나 자체가 파괴적인 성질을 띄고 있어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시우 씨에게 가장 부족한 공격력이 보충되었군요."

"네, 운이 좋았어요."

"거기다가 신체가 월등하게 강해졌어요. 보는 것만으로도 성능 자체가 달라진것이 느껴집니다."

최유나가 슬쩍 팔뚝을 어루만졌다. 꼬집기도 해보고, 슬쩍 눌러보기도 했다.

"근육 자체가 가진 탄성이 뛰어납니다. 아마도 봐야 알겠지만, 유연성도 상승했겠군요. 처음 봤을 때부터 짐작했지만, 능력을 얻으시면서 일종의 환골탈태를 하셨네요."

"그것 때문에 왔어요. 아무래도 이 상태에서 어떻게 운동해야 될지 감이 안 와서."

내 말에 최유나가 슬쩍 웃으며 말했다.

"당연한 말입니다. 현역을 뛰는 영웅들이라도 이렇게 갑자기 신체의 능력치가 오르게 되면, 몇 달은 전선에서 물러나 훈련에만 매진합니다. 본래 싸우던 감각과 육체의 성능이 달라 괴리감은 겪은 사람만 알 수 있습니다. 심하면 년 단위를 훈련에 매진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리고."

최유나가 잠시 말을 끊었다.

"신체 자체가 달라진 경우는 더 심합니다. 보이는 능력치보다 육체가 낼 수 있는 출력 자체가 달라지거든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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