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화.
오늘은 아니다.
“왜···.”
“다 돼도 오늘은 아니야.”
아무리 원했다 한들. 이런 식으로 너와 나의 처음을 갖는 건 아니었다.
“왜··· 아닌데?”
다경이 절망 어린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나직이 한숨을 삼킨 도하가 이내 단호한 어조로 다경을 향해 말했다.
“한번 잘 생각해 봐. 내가 왜 아니라고 하겠는지.”
단호한 말투와는 달리 하마터면 인내심이 바닥을 칠 뻔한 몸을 돌리며, 그가 부러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 아래 다녀올···.”
“다 들어줄 수 있다며.”
막 돌아선 등 뒤에서, 다경의 오기 어린 목소리가 넘어왔다.
“내 부탁이면 다 들어준다며. 말만 하라며.”
멀어지려는 그의 옷깃을 꽉 붙잡아 당기는 손에 절박함이 묻어났다.
“그랬으면서, 왜 오늘은 안 되는데?”
붙잡은 것만으로도 모자라 기어이 그의 앞까지 막아서며, 다경이 원망하듯 물었다.
그래. 네게 항상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 바로 그것이었다.
네 부탁이면 다 들어줄 수 있다고. 말만 하라고.
그때마다 넌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거라며 웃었지만, 그래도 난 줄곧 바라왔다.
네가 한 번쯤은 내게 도움을 요청하길. 내게 손을 뻗어오길.
내가 네게 뭐라도 해줄 수 있는 기회를 주기를.
하지만···.
“윤다경, 너 이러는 거 나한테 좋은 거 아니야.”
이런 식은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네 처음을 갖는 거, 하나도 달갑지 않다고. 나.”
어떤 마음으로 제게 이러는 것인지.
정말 저를 원해서인지, 아니면 제가 준 돈 때문에 생긴 부채감 때문인지.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었으나, 무엇이 됐건 간에 오늘은 다경의 이런 절박함이 전혀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다경은 도무지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럼 나한테 좋은 거라고 생각하고 해 줘, 도하야.”
원하면서도 망설이는 제 마음을 간파한 듯 간곡한 얼굴로 그의 손끝을 붙잡으며 되뇌었다.
“하고 싶어, 너랑.”
“···.”
“다른 생각 같은 거 하지 말고··· 제발 그냥 해줘.”
아직 열기가 다 돌아오지 않은 서늘한 손끝이 그의 더운 손을 유혹하듯 감싸 쥐었다.
제 것에 비해 턱없이 낮고 여린 체온이 자꾸만 이성을 흩뜨리고 야만적인 욕심을 부추겼다.
그래도.
“제발···.”
거기서 그만 끝냈어야 했다.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았으니까, 그쯤에서 멈추고 널 다그쳤어야 했다.
왜 이렇게 세상 다 끝난 얼굴로 내게 안기려 드는 거냐고.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한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냐고.
자꾸만 무너지듯 안기려 드는 너를 밀어내고, 뿌리쳐야 옳았다.
하지만.
“어떻게···.”
어린 날의 욕정은 기어이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고 미련한 선택을 하게 했다.
“내가 뭘, 어떻게 해주면 되는데.”
손끝에 감긴 여린 체온을 더는 거두어갈 수 없게 꽉 움켜쥐며, 그가 자제력이 무너진 목소리로 물었다.
“말해봐. 네가 하자는 대로 다 해줄 테니까.”
동시에, 다경이 그의 품으로 무너지듯 안겼다.
“안아줘.”
다경의 입에서 떨어진 주문을 따라, 도하가 몇 차례 밀어냈던 여린 몸을 포기하듯 끌어안았다.
온전히 감겨오는 체향에 깊게 탄식하자, 곧 다경의 입에서 두 번째 주문이 흘러나왔다.
“키스해 줘.”
그와 함께 도하는 지금껏 억눌러온 인내심을 뿌리치고 여린 뺨을 붙잡아 그대로 입술을 삼켰다.
발칙한 주문을 뱉은 주제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작은 혀를 뿌리까지 얽어매고 게걸스럽게 숨결을 갈취했다.
몇 차례 나누었던 장난스런 입맞춤과는 비할 수 없는 노골적인 접촉이었다.
다경이 주춤 물러서면서도, 그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절박하게 그의 목 뒤로 팔을 둘렀다.
도하가 부러질 것처럼 낭창한 허리를 꽉 끌어안고 목구멍 깊숙한 곳까지 혀를 비집어 넣었다. 어쩔 줄 모르는 뒤통수를 깊게 끌어당기며 한계까지 닿도록 점막을 빨았다.
“흡···, 으···.”
줄곧 흐느낌을 뱉어내던 말랑한 입술을 뚫고 달콤한 신음이 흩어졌다.
그 순간, 희미하게 이성이 돌아온 도하가 깜짝 놀라 입술을 떼어내었다.
하지만 잠시 다잡은 충동은 이윽고 이어진 다경의 부탁에 형체조차 남기지 않고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멈추지 마, 도하야.”
주저하는 그의 마음을 읽은 듯, 다경의 손이 순간 생각지 못한 곳으로 와 닿았다.
“윤다경.”
“이거 나한테 넣으면, 분명히 아파서 멈추라고 할 거야. 내가.”
다경이 비장하기까지 한 얼굴로, 호텔로 들어선 순간부터 잔뜩 발기해 있던 그의 바지춤을 가리켰다.
“그래도 멈추지 말고 끝까지 해줘.”
꼭 그래야 한다고.
그게 제가 네게 하는 마지막 부탁이라고.
그렇게 덧붙인 다경은 결국 그 밤, 그가 도무지 그녀를 밀어낼 수 없도록 과감하게 그를 이끌었다.
그때 도하는, 다경이 뱉은 그 마지막이라는 부사의 의미를 미처 알지 못했다.
그저 이 순간 네가 내게 하는 부탁 중 마지막이라고만 생각했다.
내일이 또 있을 거라고 믿었다.
이 밤이 지나, 또 네 부탁을 들어주고 너를 안고 탄식하는 날이 올 거라고. 끝없는 갈망이 기다리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고, 너의 서툰 유혹에 휩쓸려 못나게 아래를 세워 널 안고 말았다.
그런데, 그 밤이 우리의 마지막이 되고 말았다니.
내가 무심코 흘려보냈던 너의 반응들이, 너의 눈물이··· 10년이 지난 오늘 내게, 이런 식으로 돌아오고 말다니.
너의 불행의 시작이 바로 나였다니.
그 밤, 네가 날 붙잡고 안겨 왔던 이유가 결국 네 발로 직접 지옥으로 뛰어든 것과 다를 바 없는 행위였다니.
뚝, 뚝― 시린 바닥 위로, 핏방울을 떨구어 내는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도하는 피범벅이 된 손을 수습할 생각도 않은 채 곧장 현관을 빠져나와 차고지로 걸음을 옮겼다.
“권 도하!!”
막 차문을 열려던 순간, 급하게 다가온 그림자가 손목을 움켜쥐었다.
안에서 구급함을 챙겨 들고 쫓아 나온 삼촌 정운이 하얗게 질린 낯으로 그의 손을 들여다보았다.
“야, 인마! 너 이 꼴로 대체 어딜 가려는 거야, 지금!”
“이거 놔, 삼촌.”
걱정 어린 손길을 뿌리치고, 도하가 다시 차 손잡이로 손을 뻗었다.
“못 놔, 이 자식아!!”
뿌리치기 무섭게 손목을 잡아챈 정운이 오기 어린 목소리로 매섭게 다그쳤다.
“갈 때 가더라도 지혈은 하고 가! 어디 피범벅이 돼서 운전대를 잡으려고. 너 이 꼴 해서 가면 다경이가 퍽이나 감동하겠다!”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아픈 줄 모르고 가려는 곳이 어디인지, 안 들어도 뻔했다.
정운이 도하의 손에 들린 차 키를 빼앗아 들곤, 아직 파편이 박혀 있을지도 모르는 손을 다급히 붙잡아 살폈다.
다행히 이물질은 보이지 않았으나 상처가 깊어 치료가 필수적으로 보였다.
상태로 봐선 지혈을 한 뒤 바로 응급실로 가야 할 것 같았지만, 절대 제 말을 들을 조카 녀석이 아니었다.
미련한 놈.
나직이 욕설을 뱉은 그가 구급상자에서 소독약과 거즈, 붕대를 꺼내 서둘러 지혈에 나섰다.
피로 범벅이 된 손을 알콜 묻힌 거즈로 닦아내고 붕대로 압박하듯 꽉 눌렀다.
“삼촌은···.”
다경을 언급한 뒤로 별다른 저항 없이 손을 맡기고 있던 녀석에게서 불현듯 공허한 질문이 돌아왔다.
“언제부터 알았어?”
정수리쯤에서 울린 질문을 무시한 채, 정운이 아무 대꾸도 없이 지혈하는 것에만 집중했다.
“왜 나한테 먼저 말 안 했어?”
반복된 질문에 어린 목소리의 파동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왜 내 전화 안 받고 여기부터 왔어!”
거칠어지는 음성과 함께 그 안에 실린 원망 또한 같이 선명해졌다.
“나한테 제일 먼저 말했어야지! 대체 왜!!”
도하가 지혈하기 위해 꽉 눌러 잡고 있는 정운의 손을 확 뿌리치곤 날카롭게 외쳤다.
“왜, 어머니한테 먼저 와서 내 귀로 그런 말을 다 듣게 만들었어, 왜!!”
성대를 긁고 터져 나간 거친 포효가 널찍한 차고지 안에서 짐승의 울음처럼 메아리쳤다.
정운이 도하를 놓친 손을 꽉 움켜쥐며 안타까운 얼굴로 고개를 떨구었다.
지금 제가 원망할 사람이 삼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또한 어떤 점에선 이 상황의 감정적 피해자나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이 죄책감을 혼자 오롯이 감당하기에 도하는 너무나 벅찼다. 이렇게나마 삼촌을 탓하지 않고선,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 윤다경 인생 망친 건 내가 아니라 바로 너라고, 권도하.
정말 나였을 줄이야.
숨 쉬는 것조차 사치처럼 여겨지는 죄책감이 목구멍을 꽉 죄어왔다.
윤다경, 네 불행의 근원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였을 줄이야.
그런 주제에 널 몰아세우고, 원망하고, 협박이나 다름없는 말들을 지껄였다니.
내가··· 널 그렇게 만든 내가 감히 네게···.
“도하야.”
“씨발, 난 그런 줄도 모르고.”
눈앞이 스스로를 향한 분노와 죄책감으로 뒤엉켜 뿌옇게 일렁였다. 주체할 수 없는 자괴감에 심장이 송두리째 잡아 뜯기는 것만 같았다.
“내가 걔한테 무슨 짓을 했는데. 재회한 첫날부터 얼마나 못되게 굴었는데!!”
주제도 모르고 다경을 향해 내뱉었던 못된 말들이, 피할 수 없는 부메랑이 되어 심장 한가운데로 박혀 들었다.
‘씨발, 다경아. 개소리 좀 작작해.’
저로 인해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을 애한테.
‘회사 사람들이, 네가 10년 전 오백만 원에 하룻밤을 판 여잔 걸 알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화대라는 말 말고는 그날의 울분을 전할 수 없었던 애한테.
‘너 뭐야, 대체. 좋게 갈 수 있는 길 다 버리고 자꾸 삐딱선 타려는 이유, 대체 뭐냐고!’
이유가 뭐냐고, 대체 왜 이렇게 삐딱하게 구는 거냐고. 좋게 갈 수 있는 길을 운운하며 속 모르는 원망과 다그침만 뱉었다니.
미친 새끼, 병신. 머저리 같은 놈.
제가 아는 한심한 욕이란 욕은 다 돌려 뱉으며, 도하가 아직도 지혈이 덜 된 손을 꽉 움켜쥐었다.
좋아했다면서, 그렇게나 좋아한다면서.
사람들의 이유 없는 비난을 듣고 벌벌 떠는 애를 보고도, 얘가 왜 이러는 건지. 왜 이렇게까지 바뀐 건지 눈치조차 못 챘었다니.
“진정하자, 도하야.”
다시금 피가 새어 나오려는 손을 다급히 붙잡으며 정운이 달랬다.
“일단 손부터 좀 어떻게 하고···.”
“이깟 손 좀 찢어진 게 대수야?”
잡힌 손을 거세게 뿌리치며 도하가 절망 어린 목소리로 외쳤다.
“걘 지금 어디 틀어박혀서 혼자 벌벌 떨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10년 전 그날부터 매일매일이 지옥이었을 텐데, 이깟 손이 대수냐고 지금!”
정운도 알고 있었다. 지금 조카의 마음에 인 고통과 충격은 이런 상처 하나에 비할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다경이 어떨지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안 그래도 상처투성이였을 어린 마음에 제 누나가 낸 생채기는 아마 그 애의 지난 10년을 하루하루 아프게 좀먹어 갔겠지.
하지만 제3자인 제가 이 둘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이렇게, 피 흘리는 손이나마 붙잡아 막아주는 것밖에는.
“울고 있을 거야.”
불안한 음성으로 읊조린 도하가 지혈이 덜 된 손을 붕대로 대충 여며 묶었다.
“가야 돼, 당장.”
제가 이깟 상처 따위 때문에 지체하는 사이, 예전 그때를 생각하며 떨고 있을 다경을 생각하자 심장이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뛰었다.
“이 꼴로 가서 뭘 어쩌려고!”
“사과해야지.”
답답하다는 듯 다그치는 정운을 향해 도하가 말했다.
“빌어야지. 손이 발이 되도록.”
주제도 모르고 널 원망하고, 또 갈망했던 시간들을. 그리고 내 어머니가 너에게 저지른 그 추악한 짓들에 대해.
“갈게.”
더는 붙잡을 생각 말라는 듯, 도하가 단호한 눈으로 정운을 바라보며 그의 손에서 차 키를 낚아챘다.
망설임 없이 운전석으로 올라서는 그를, 정운은 더 이상 막을 수가 없었다.
* * *
“다경아. 혹시 자?”
똑똑, 조심스런 노크소리와 함께 엄마가 문밖에서 조용히 물었다.
잠들긴커녕 종일 눈물 바람인 눈을 훔치며, 다경은 소리 없이 이불을 꾹 당겨 쥐었다.
“많이 안 좋으면 병원이라도···.”
뭐라고 말을 하려다 소리를 삼킨 엄마가 문밖에서 나직이 한숨을 뱉었다.
일찍 퇴근한 저를 별다른 추궁 없이 들여 보내주긴 했으나, 30년 가까이 되는 세월을 키워온 딸의 기분 상태까지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다만, 물어도 답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군말 없이 넘어가 준 것일 뿐.
말은 못 하고 문 앞에서 연거푸 내쉬는 엄마의 한숨이 굳게 닫힌 문틈 새로 짙게 흘러든다.
다경이 두 귀를 차단하듯 눈을 감고, 머리까지 이불을 뒤집어썼다.
이대로 며칠 내리 잠이나 들어버렸으면.
오늘이 지나면 다시 다가올 끔찍한 내일을 떠올리며, 울컥이는 마음을 꾹 삼키고 있을 때였다.
삐― 식당으로 손님이 들어오면 울리는 안채 쪽 벨소리가 적막뿐인 공간을 날카롭게 가로질렀다.
“이 시간에 누구지.”
주로 근처 인부들이 이용하는 탓에 밥때가 아니면 울리는 법이 없는 벨소리를 듣고, 엄마가 의아하게 중얼대며 안채를 나섰다.
차라리 잘됐다. 누구라도 왔으니, 더는 엄마도 신경 쓰지 않겠지.
다경이 물먹은 솜처럼 무거운 눈꺼풀을 꾹 감아 내린 찰나였다.
“어서 오세요. 뭐 드릴···.”
“죄송합니다만.”
이 목소린.
홀 쪽에서 들려온, 뜻밖의 익숙한 음성과 함께 몸이 벌떡 일으켜 세워졌다.
설마, 하고 방 밖으로 나서는 사이. 예고 없이 찾아온 방문객이 엄마를 향해 용건을 말했다.
“윤다경 씨를 좀 찾아왔는데요.”
“우리 다경이를요?”
뛰듯이 홀로 나간 다경의 눈이 찢어질 것처럼 커졌다.
목소리를 듣고 이미 짐작했음에도, 막상 눈앞에 있는 얼굴을 보자 심장이 믿기 힘들 만큼 빠르게 뛰었다.
어떻게 네가, 네가 여길···.
“허락해 주시면.”
동요하는 그녀완 달리 도하가 차분히 말하며, 그 앞에 멍하니 서 있는 다경을 바라보았다.
“잠깐 나가서 따님과 이야길 좀 나누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어머니?”
오늘따라 간곡하게 허락을 구하는 목소리가, 다경의 가슴을 불길하게 흔들었다.
* * *
그가 집까지 찾아올 것이라곤 미처 생각질 못했다.
종일 연락이 없었기에, 더욱 당황스러운 것인지도 몰랐다.
다경은 집 앞에서 이야기를 했다간 혹시나 엄마의 귀에 들릴지도 몰라서, 할 말이 있다는 그를 데리고 집 근처에 있는 작은 놀이터로 왔다.
평일 낮 시간대라 그런지, 놀이터는 그 흔한 아이들의 웃음소리조차 없이 고요하기만 했다.
간혹 나뭇가지 위에 내려앉는 작은 새소리 정도나 들릴 뿐.
덕분에 무언가를 정리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와 분위기라고, 다경은 생각했다.
그것이 긍정적인 정리였다면 더욱 좋았을 테지만.
“회사는···.”
할 말이 있다며 집까지 찾아와 놓곤 선뜻 말이 없는 도하를 대신해, 다경이 먼저 운을 떼었다.
“당분간 좀 쉬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