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화 〉 진동하는 분홍색 알(01)
* * *
"왜... 왜 그래...?"
앨리스는 내가 평범하게 밖에서 잠깐 보자고 했을 뿐인데도 잔뜩 긴장한 채 움찔거리며 나를 경계하고 있었다.
나에게 호출될 때마다 이런저런 야한 일을 당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지금도 [망상가]성향이 빛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선물해줄 것이 있어서."
"서... 선물...?"
"응. 장신구라고 할 수 있는 물건인데."
다른 학생들이 주변에 없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바지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호두만한 알 두 개를 꺼내주었다.
분홍색으로 빛나는 분홍색 알을.
"가져가. 선물이야."
"이... 이거는..."
"흐음?"
몸에서 다시 야한 냄새가 풍겨나오는 그녀를 향해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면서, 늑대가 목덜미를 물어뜯는 것처럼 그녀의 귓볼을 살짝 물고 속삭여 주었다.
"이게 뭔지, 알고 있어?"
"모르... 겠어... 본 적도 없고,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모르는 물건이야......"
실제로 이노리나 마리안에게 보여주었을 때에도 그냥 색이 예쁜 구슬이라고 생각하면서 넘어갔는데 앨리스 정도면 알지 않을까 했더니.
"그럼 받아주지 않을래?"
"......"
"내일 우리 만나기로 했지? 그 전에 네가 이걸 꼭... 차고 왔으면 좋겠어."
"어떻게... 장착하는 거야...?"
그 말에 나는 손가락을 세워서 하나 하나, 그녀의 몸을 건드려 주었다.
"아앗...!"
살짝 고개를 드러내고 있는 함몰되어 있는 유두를 콕콕 눌러주고, 그리고 배꼽 바로 아래와 그녀의 속옷 안쪽에 있는 균열 사이, 그리고 통통한 엉덩이 사이에 있는 비밀의 동굴까지.
내가 몸을 건드릴 때마다 앨리스는 자신의 치마를 손으로 억누르면서 자신의 허벅지를 가리려 했지만 성인모드가 적용되어 치마가 엄청나게 짧은 그녀로써는 오히려 엉덩이 부분의 속옷을 드러내는 역효과를 보일 뿐이었다.
"이, 이건... 이거는......"
"왜 그래? 마음에 들지 않는 거야?"
내 질문에 앨리스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결국 포기하고 벌벌 떨리는 손을 내밀었다.
띠링
앨리스의 호감도가 [절친]단계가 되었습니다
절친이라.
이 관계를 과연 절친이라고 할 수 있을까 모르겠지만 적어도 선물을 주고받고 서로 대화를 많이하면서, 마음 속의 벽이 없다는 기준으로는 절친이라 볼 수 있겠지.
하지만 성인모드가 적용되면서 호감도 시스템이 보조로 격하된 지금으로는, 앨리스와 내 사이가 더 가까워지더라도 지금의 호감도... 즉, [절친]단계가 한계일 것이라 짐작할 수 있었다.
'연인이라고 하기에는 서로간의 관계가 꽤 불건전하니 말이야'
앨리스 특유의 새콤한 땀냄새를 잠시 즐기면서 그녀를 놓아주었지만, 그녀는 다리에 힘이 풀린 것처럼 교실에서 나가지 못한 채 주저앉아 내가 손에 쥐어준 분홍색 알을 들고 있었다.
"어디에 착용하는지는 기억하고 있지?"
그 말에 앨리스는 뭔가 대답하기 위해 입을 뻐끔거리려고 했지만, 차마 그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하고 있었다.
대답을 듣기 위해 던진 질문이 아니었기 때문에,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내일 끼고 와. 기대하고 있을 테니까."
* * *
오늘은 일부러 조금 일찍 등교해서 교실로 들어가는 복도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 일찍 등교하는 세리와 인사를 나누고 보내주고, 잠시 후 사일리안이 교실에 술병을 숨겨두러 가다가 나에게 걸리지 않나 마리안이 일찍 나와서 나를 잠시 껴안고는 이마에 키스마크가 남을 때까지 쪽쪽 빨다가 들어가는 등.
꽤나 귀찮은 일이 많았지만 어쨌거나 나는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오는 건가?'
여자기숙사 방향에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걸어오고 있는 한 소녀를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평상시에도 소심하고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듯한 자신없는 걸음걸이였지만, 오늘은 마치 발에 맞지 않는 하이힐이라도 신은 것처럼 약간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걸음걸이와 머리에 쓰고 있는 베레모만으로도 그녀임을 알아차린 나는, 마침 주변에 등교하는 다른 학생이 없다는 것을 파악하고는 걸음을 옮겨 그녀에게 먼저 접근했다.
"안녕 앨리스."
"히잇...!"
나를 보는 순간 깜짝 놀라면서 몸을 웅크리는 그녀를 보니까, 내가 그렇게 무섭나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뭘 입고 왔는지 알려주지 않을래?"
[절친]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에 그녀의 장착 장비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앨리스는 입술을 오물거리면서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있었다.
참고로 마리안에게 시험해본 결과 [명가의 검]과 [아카데미 여성용 여름 정복] [굽 높은 부츠]였다.
참고로 속옷은 장비로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분홍색 알]은 장신구로 적용이 되지.
"오늘 제대로 착용하고 왔지?"
"그, 그건..."
"절친한 친구인 나에게 오늘 착용한 장비를 알려주지 않을래?"
"[상급 마법사의 완드] [마법사의 간편 여성복], [가벼운 베레모], [검정 팬티 스타킹]..."
다시 한번 그녀에게 강요하자 앨리스는 시스템의 영향을 받아 자신이 착용한 장비를 더듬더듬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리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 된 앨리스는 나에게 그만해달라고 하는 것 같았지만 나는 일부러 모르는 척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장비 정보를 더 말해줄 것을 요구했다.
"더 있지?"
"......[분홍색 알]..."
"분홍색 알? 그건 어디에 착용하고 있는 거야?"
일단 겉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사실 가슴에다가 붙여놓을 줄 알았는데, 앨리스는 다른 곳에 붙여 놓은 모양이었다.
'굳이 선택지를 줬는데 그쪽에 붙인다... 역시 이런 일에 재능이 있다니까'
"우으읏......"
허리 옆으로 두른 팔을 움직이면서 앨리스의 도톰한 아랫배를 만져주고 있으니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처럼 나에게 기대고 있었는데, 어차피 내가 힘 스탯이 높으니 벗어나지도 못한 채 나에게 질질 끌려오다시피 강제로 등교당하고 있었다.
"뭐... 그것까지는 알려주지 않아도 되지만. 내가 선물한 장신구를 착용하고 오다니 그거 참 기쁜 걸."
이 기쁘다는 말은 진심이다.
그리고 걸음걸이가 살짝 비틀거린다거나, 다리 사이에 무언가를 끼워놓은 것처럼 엉거주춤한 자세로 걸어다니는 모습만 보아도 두 개의 알이 어디에 놓여있을지 대강 알 수 있었다.
'게다가 몸에 달라붙는 치마 위로 볼록한 형상이 보이기도 하고 말이지'
몸 안에 넣은 것은 아니고 일단은 겉에 붙여 놓은 상태로 보였다.
'정확히 자주 사용하는 그 위치에 붙여놨네'
역시나 앨리스가 이쪽 방면에서는 지식이 정말 많았다.
아니, 생각해보면 이 세계관에서 이런 성인아이템에 대한 지식이 있을 수가 없으니 그냥 본능적으로 자신의 기분이 좋아질 곳에 달았다 봐야하나?
"역시 우리 앨리스... 아니, 우리 양은 말을 잘 듣네. 그렇지?"
"그, 그러면... 다른 친구들에게 들키지 않게 이제 벗어도 돼...?"
"나름대로 신경써서 선물해줬는데 오늘 하루 정도는 입어주지 않을래?"
그 말에 앨리스는 다시 입을 뻐끔거리면서 안 된다고 거절하려 했지만, 내가 옆구리를 잡아당기면서 자궁이 있는 배 윗부분을 살짝 손가락으로 문질러주자 제대로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 몸에 좋은 아이템이니까."
살짝 엉덩이를 탁탁 두들겨주고 안으로 들여보내는데, 엉덩이 부근에도 이물질이 있는 것처럼 몸을 떨다가 겨우 추스르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이런 플레이도 나쁘지 않았다.
목표했던 것을 확인했으니 나도 늦지 않게 교실에 들어가서 수업을 받았다.
앨리스가 평소보다 조금 더 야한 냄새를 풍기고 조금 더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기는 했지만 성인모드가 해금되고 좀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면 이 변화를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다들 안녕~!"
활기차게 인사하며 들어오는 카렌 선생님과 오전 이론강의가 이어지는데, 검술반 학생들은 기본상식이라 억지로 배우고 있었고 마법사들은 대부분 아는 내용이라 자습을 하거나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차피 이론과는 관계없이 능력을 쓸 수 있는 나도 카렌 선생님의 이론을 한 귀로 흘리면서 책상 위에 조종기를 올려둔 뒤, 교과서로 모습을 가리고 리모콘의 버튼 표면을 조금씩 문질렀다.
내가 잘 몰랐는데, 앨리스에게 선물하기 전에 가지고 놀다가 알게된 사실이 이 버튼을 세게 누르면 진동이 강하게 울리고 약하게 누르면 진동이 약하게 울리는 방식으로 위력조절이 가능한 물건이었다.
그래서 지금처럼 버튼의 표면을 살짝 눌러주면.
웅.
아주 조그만한 진동이 울린다.
"......???"
앨리스는 자신의 아랫배에서 느껴지는 작은 진동을 느끼며 주변을 돌아 보았는데 너무 미세한 진동이라 실제로 울린 것인지 아니면 자기가 착각한 것인지 알아차리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나를 의심하는지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확인하는 그녀였지만 나는 일부러 눈도 마주치지 않고 교과서에 얼굴을 파묻은 채 집중하고 있었으니(실제로는 리모콘을 보고 있었지만)내가 한 일이라고 파악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그녀가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살짝 눌렀다가 떼고는 교과서를 보는 척 연기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여기 이론이... 응... 여기서... 어떻게 되더라?"
카렌 선생님이 설명하다가 막혀서 잠시 교과서를 찾아보고 있을 때 나는 버튼을 아주 살짝 눌러서 이번에는 아까와는 다르게 진동이 확실히 전해지도록 해주었다.
"아...!"
부웅
물론 아주 짧은 진동이었지만, 몸에 붙여놓은 분홍색 알이 진동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앨리스의 입에서 야릇한 신음소리를 내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나는 그제서야 교과서를 살짝 들어올려서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버튼을 보여주었고 앨리스는 자신의 몸에 붙여놓은 분홍색 알과 내가 책상 위에 올려둔 리모콘이 무언가 마법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잠까..."
앨리스가 무어라 말리기도 전에 나는 다시 한번 버튼을 눌러주었다.
"힛...!"
"그러니까 이 부분은... 그래, 앨리스가 설명해볼래?"
자신의 입을 황급히 틀어막기는 했지만 이미 자신을 대신해서 이론을 설명해줄 마법사를 찾고 있던 카렌 선생님에게 딱 걸려버리고 말았다.
"저, 저... 선... 생님..."
"괜찮아. 천천히 설명만 해주면 돼. 선생님이 옆에서 도와줄 테니까."
앨리스가 어떤 상태인지 모르는 카렌 선생님이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앨리스를 부르자, 소심한 그녀로써는 제대로 안 된다고 거절도 못한 채 몸을 일으켜야만 했다.
"흐읏..."
방금 전에 있던 진동으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땀이 많이 배어나와서 그런지 치마 겉으로 살짝 젖은 자국이 올라오기 시작했는데, 이노리는 무언가 이질감을 눈치채고 나를 슬쩍 돌아보았지만 다른 친구들은 성인모드가 없거나 앨리스와 좀 멀리 떨어져 있어서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그... 그러니... 까아..."
두 번이나 나에게 진동을 당했기 때문인지 생글생글 웃고있는 내가 언제 리모콘의 버튼을 누를지 걱정하는 그녀는 앞으로 불려나간 상황에서도 힐끔힐끔 나를 보며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괜찮아 앨리스! 천천히 하면 돼!"
"응, 부족한 부분은 선생님이 알려주실 거니까."
지금 앨리스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알지 못하는 미성년자 친구들이 앨리스를 응원하고, 성인모드가 해금된 홀리오는 무언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아서 갸우뚱하고 있었으며 사일리안의 표정도 평소의 웃는 얼굴 그대로 나를 대놓고 돌아보고 있었다.
'아니 이 교실에서 야한 일이 일어나면 나냐고'
어떻게 주변인물들이 다 나부터 의심하냐 그래.
물론 이번 사건의 범인은 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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