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6화 〉 양호실은 무서운 곳이야(02)
* * *
"온 김에 몸 상태를 점검해줄게. 어디 아프지 않니?"
"지금은 매우 건강하니 굳이 양호선생님께 치료받을 필요 없이 건강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손바닥에 자상을 입었지?"
이제 자국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전문가는 속일 수가 없었다.
"움직이는데 불편함은 없습니다만."
"아까 전에 유리병을 들 때도 그렇고 손바닥을 움직일 때 미세하게 불편한 티를 내고 있잖아."
그거야 다친 손바닥이 회복되면서 굳은 살이 박힌 느낌으로 그런가 했는데 레베카 선생님 입장에서는 이 정도 상처도 용납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예 예... 여기요."
소매 안으로 가려놓고 있던 손바닥을 내밀어주니 레베카 선생님은 상처의 상태를 확인해보고는 치료용 포션을 꺼내서 솜에 적시고 톡톡 건드려 주었다.
"깔끔하게 베였었구나. 상처는 거의 나았지만 흉터관리를 안 하고 있었네?"
"남자 몸에 흉터 하나 둘 생긴다고 문제 없지 않습니까."
"내 의무는 양호선생님으로써 아이들의 몸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이거든?"
손바닥에 보글보글 거품이 올라오더니 약간 남아있던 흉터가 점점 흐릿하게 지워지고 있었다.
피부가 간지러워서 손톱으로 살짝 긁으려고 하니까 레베카 선생님이 손바닥으로 탁 쳐서 막아버리는데,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포션이 증발되면서 흉터가 모두 지워졌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몸을 험하게 쓰지 말렴. 베아체 여사제는 이제 치유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이제 중상을 입으면 나한테 치료받아야 한단다?"
"지금 같은 치료라면 뭐......"
"다음번에는 선생님의 방식대로 치료할 거니까 기대해도 좋아. 선생님이 어떤 취향인지 잘 알지?"
절대 다치면 안 되겠다. 나는 에릭 같이 암컷타락 당하기 싫다고.
손바닥의 소독을 마친 레베카 선생님은 나에게 소독용 포션을 건네주면서 이틀 정도는 하루에 한 번 붕대를 감아주면서 치료하면 흉터도 지워질 것이라 말씀해주셨다.
'이렇게 보니까 정말 양호선생님 같네......'
뭐 조금 섹드립이 심할 뿐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이니까.
치료도구를 정리하고 있던 레베카 선생님은 내 손에 붕대를 감아주면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의무교미사]수업은 잘 되어가고 있니?"
"뭐... 그럭저럭 오릅니다..."
최근들어서 [의무교미사]의 특성이 덜 오르는 문제가 있었지만 그거야 내 성기레벨이 올라가면 괜찮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에 하루만에 이노리에게 [그림자 인법]을 35%나 얻으면서 느낀 것인데, 내가 상대를 만족시키고 상호간의 교감이 강해질수록 한 번에 특성을 많이 받아오는 것이다.
마리안에게 처음에 정신없이 당하고 서로 첫 경험을 했을 때에는 검의 명가가 4%밖에 오르지 않았지만 나중에 시간을 두고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했을 때에는 꽤 많이 오른 것처럼, 베아체 여사제와 내가 조금 더 공감하면서 서로간의 쾌락을 즐기게 된다면 특성이 더 많이 들어오겠지만.
'힘들겠지'
애초에 성기레벨에서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나고, 또한 베아체 여사제는 [무감각]성향이 있었기 때문에 쾌락에 빠뜨려서 특성을 받아가기 어렵다.
"무뚝뚝한 베아체랑 맞추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해주길 바래. 오랜만에 나온 남자 [의무교미사]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해줄 일이 많다고?"
"그런 의무가 있습니까?"
"[의무]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잖아? 그만한 재능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신전에서 키워줬으면 써야하는 법이니까."
그렇다면 내가 아픈 사람들에게 열심히... 해줘야 한다는 건가?
"걱정하지 마. 어지간한 환자는 신전에서 자체적으로 처리 가능하니까. 베아체도 지금 나이까지 자신의 능력을 쓰지 못했잖아?"
생각해보니 어지간한 치료는 대부분 포션이나 신전에서의 치료로 회복이 가능하니 굳이 [의무교미사]를 필요로 할만한 일이 별로 없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는 했다.
"그리고......"
"?"
"아니... 일단 지금은 신경쓰지 않아도 돼. 베아체한테 잘 배우고나면 얘기해볼 거니까."
뭔가 나에게 숨기는 것이 있는 것 같은데.
"선생님은 바빠서 다시 돌아가봐야 하니까 아렌도 이만 가보렴. 그리고 에릭은 이곳에 손님 오면 간단한 치료는 포션을 줘서 보내고."
"내가 왜 그런 일을..."
"후후... 이번처럼 손님에게 시비걸면 알지?"
레베카 선생님이 품 안으로 손을 집어넣자 에릭은 자기 엉덩이를 붙잡으며 대답했다.
"네, 네! 친절! 봉사! 하겠습니다!"
"응.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봉사시킬 줄 알고 있으렴?"
저 성격 더러운 놈을 어떻게 이렇게 꽉 잡는 건지 놀라울 지경이었다.
그리고 레베카 선생님이 나간 이후로도 잔뜩 겁에 질려서 자신의 엉덩이를 붙잡는 에릭을 보면서 나는 절대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다짐했다.
"수고해라."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이 새끼...!"
"레베카 선생님~"
"안녕히가세요! 건강한 하루 되시길!"
얼굴에 핏줄을 세워가면서도 애써 착한 말투로 교정되는 모습을 보니 레베카 선생님의 능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다.
어떤 방법을 썼는지는 별로 알고 싶지 않은 분야였지만.
'생각보다 좋은 보상이었어'
레베카 선생님의 우유는 꽤 맛있어서 아직도 입맛에 고소한 향이 감돌고 있었는데, 사람에게서 짜낸 것이라는 걸 억지로 잊고 본다면 꽤나 고품질의 맛있는 우유라고 할까...
물론 그 질병과 저주 저항력을 올려주는 효능도 좋은 것이었고. 수치로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 걸리면 치명적인 질병과 저주를 일정 확률로 막아준다는 것만으로도 내 몸이 꽤나 안전해진 셈이었다.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신전을 떠나려고 할 때 반 대항전에서 토너먼트를 승리하면서 선물받은 잡템들을 팔아서 주머니에 포인트가 꽤 남아있다는 것과 이틀 뒤에 있을 앨리스 공략을 위해 나름대로 도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온 김에 쇼핑이나 할까'
신전 내부에 설치되어 있는 도구상점으로 향했다.
조교실에서도 이런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기는 하지만, 조교실의 아이템은 절대적인 위력을 가진 대신 값이 비싸고 또한 조교실 외부로 반출이 불가능하니까.
"으응... 어서... 오세요..."
의자의 등받이를 앞으로 하고 다리를 쩍 벌리고 앉은 상태로 손님을 맞이하는 직원이 보였다.
저 가려진 등받이 사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그리고 성향 [도구선호]가 빛나고 있는 모습으로 보았을 때 대강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그냥 무시하기로 결정했다.
'이런거 신경쓰면 이 신전에 다닐 수가 없지...'
"도구를 몇 가지 보고 싶습니다만."
"잠... 시만... 기다려 주시겠... 어요...?"
직원은 몇 번이고 다리에 힘이 풀리는지 비틀거리면서 겨우 의자에서 몸을 일으킨 뒤, 갓 태어난 아기사슴마냥 비틀거리는 움직임으로 도구상점 뒤쪽의 커튼 안으로 들어갔다.
"하아아앙...!"
그리고는 밖에까지 다 들릴 정도로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무언가를 꺼내는 소리를 내다가, 잠시 후 부들부들 떠는 손에 쟁반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처... 천천히 살펴보세요..."
쟁반 위에는 여러가지 도구가 놓여 있었는데 기본적인 성유나 성수, 포션등과 함께 지난번에 보았던 정력제가 보였다.
뭔가 남성용이라고 적혀있던 무언가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끈적끈적한 암컷액으로 더럽혀져 있는 동그란 메추리알 같은 것이 눈에 보였다.
"이건 뭡니까?"
"하아... 그거는...... 잠시만... 기다려 주실래요...?"
잠시 당황한 도구점 아가씨는 자신의 허벅지 스타킹 사이에서 네모난 리모콘을 꺼내주었다.
"뭉친 근육을 풀어주기 위한 마법도구에요..."
아니 누가 봐도 이거 진동할 것 같은데.
게다가 색깔도 분홍색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이 누가 봐도 현실세계에 있는 도구를 모티브로 삼아서 만들어진 아이템이었다.
"이걸 누르면......"
나에게 리모콘을 건네주는데 땀이 묻은 것인지 아니면 다른 액체가 묻은 것인지 손가락에 진득한 점액이 묻어나왔다.
이 정도는 익숙한지라 별다른 망설임 없이 손가락으로 가운데에 튀어나온 버튼을 꾹 눌러주었다.
부르르르!
"흐으으응!"
쟁반 위에 올려져 있는 메추리알 같은 도구가 파르르르 떨리고 커튼 안쪽에서도 뭔가 드르르륵하는 진동음이 나고, 갑자기 그 자리에 주저앉는 도구점 아가씨를 보면서, 이 리모콘이 주변의 모든 도구를 울리게 만드는 효과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얼맙니까?"
"사, 사용한 건......"
"새 걸로."
아무리 싸더라도 누가 쓰던 걸 앨리스한테 넣을 수는 없지 않나.
"개당... 500포인트에요..."
꽤 비싸기는 하다.
"사용한건 100포인트..."
"일단은 두 개만 주시고. 새 물건으로."
그 말에 약간 실망하기는 했지만 도구상점 아가씨는 안으로 들어가서 아직 포장지도 뜯지 않은 분홍색 알을 꺼내주었다.
진동하는 분홍색 알
특수한 장치를 사용하면 떨린다. 몸에 대고 있으면 근육이 풀리는 느낌이 든다
그쪽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사용하는 거니까 틀린 말은 아니군.
"좋군요. 구매하겠습니다."
1000포인트를 꺼내서 넘겨주려고 하니, 도구상점 아가씨가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으로 나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 조종기는 따로 돈을 내셔야 하는데... 그게 제일 비싸서..."
여유 포인트가 별로 없는데.
이건 몸에 직접 닿는게 아니니까 그냥 중고로 사야 되겠다.
"중고니까 싸게 됩니까?"
부르르르!
"하으으읏! 그, 그거... 제일 비싼..."
부르르르르!
"하아아아앙...!"
"싸게."
"그냥... 그냥 드릴게요...!"
무료나눔 감사하고.
끈적한 조종기
가운데 버튼을 누를 경우 주변에 있는 어떤 물체를 진동하게 만드는 마법이 걸려있다. 무언가 묻어서 조금 끈적끈적하고 좋은 냄새가 난다
그렇게 도구상점 아가씨에게서 끈적한 조종기를 구매해서 도구상점을 떠날 때 잔뜩 화를 내면서 도구상점 아가씨에게 따지러 가는 에릭을 볼 수 있었다.
'저 놈은 또 왜 저래?'
시험삼아 분홍색 알을 손에 쥐고 다시 한번 리모콘을 눌러보았다.
부우우웅!
"하으으응!"
"으그그극!!"
꽤 진동이 강하다고 느끼면서 놀랄 때, 도구상점에서 에릭과 도구상점 아가씨의 비명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뭐... 그건 내가 신경 쓸 바는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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