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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게임에 중국산 성인모드 깔지마라-80화 (80/91)

〈 80화 〉 그림자 일족을 위하여(01)

* * *

드디어 능력치가 올랐다.

이걸로 다음 날이 된 셈이다.

"점심입니다."

'아침이잖냐'

뻔뻔하게 연기하는 이노리의 친척오빠인지 친척동생인지 모를 사내를 보면서 밥알을 뒤집으며 수면가루를 찾으니, 녀석은 곤란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하얀 종이를 꺼내들었다.

"원래는 주군의 정신보호를 위해서 잠이라도 편히 잘 수 있도록 넣어드려야 하지만, 오늘은 일부러 빼놨습니다. 다만, 오히려 일어나계시는 것이 더 힘들겁니다만."

'누가 주군이야'

이제는 기정 사실처럼 얘기하는 모습을 무시하면서 식사를 마친다.

수면가루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것인지 이번에는 식사를 마쳐도 졸음이 쏟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사내를 내보내고 나는 벽에 바짝 붙었다.

'근처에는 아무도 없지?'

마음먹고 은신한다면 모르겠지만... 그것까지 계산하면 아예 움직일 수가 없으니 여기서는 운에 맡겨야 한다.

"이노리."

그래서 '목소리'를 사용해 이노리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소환해봐."

내 발 밑에 그림자가 아주 조금 솟아올랐다.

"지금 위치에서 조금만 더 위로."

이노리의 그림자가 조금씩 움직이면서 위치를 맞추고 나는 그 그림자에 손을 대고는 서서히 벽을 움직였다.

아주 조금, 벽이 열리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림자와 내 손이 어긋나는 순간 다시 그림자의 벽이 원래대로 닫혀버리는 바람에 이노리와 정확하게 타이밍을 맞추지 않으면 안 됐다.

"지금의 위치를 기억해 둬. 내가 말하면 바로 그림자를 소환해서, 이 속도로 움직이는 거야."

그림자로 알겠다는 듯이 위 아래로 움직이며 표시를 하는 것을 본 나는 다시 한번 연습을 하려다가, '이노리'라는 이름의 상태창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자리로 돌아갔다.

'이노리가 아니고 사오리 어머님이겠지'

이부자리에 대충 다리를 기울인 채로 발라당 누워있으니, 문 앞에 도착한 사오리 어머님이 잠시 무언가 망설이듯 기다리다가 그림자 벽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주군. 괜찮으십니까?"

"아... 이노리. 어디 있었어?"

"숨어있었습니다. 혹시라도 일족이 주군을 해할지 모르기 때문에 근처에서 대기 중이었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이노리... 를 연기하는 사오리 어머님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지난번에는 약한 소리를 해서 죄송합니다. 주군께서도 힘드실 텐데... 그림자로써 불찰을 보였습니다."

"아니야. 이노리도 가족들에게 잡혀와서 고생하고 있으니 마음이 약해질만 하지."

"예. 이제부터는 제가 직접 주군을 호위하면서 탈출할 길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희망고문을 하려는 것인가?'

내가 악에 받쳐서 이노리를 포기 못한다고 할까봐, 사오리 어머님은 아예 이노리가 나 때문에 고생하는 것이 미안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기다림으로 내가 포기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실제로, 나도 너무 어두운 공간에 익숙해지면서 조금씩 신경질이 나고 감각이 날카로워지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씩 정신이 무너지려는 것을 느꼈다.

시간으로 따지자면 이제 겨우 20시간인데, 빛 한점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갇혀있다는 사실이 나를 피곤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것도 끝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막막한 탈출방법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러니까 기다려 주시지요 주군. 반드시 제가......"

"이노리."

"예. 주군."

"나. 포기하기로 했다."

"......"

그 말에 사오리 어머님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그리고 동시에, 아주 조금이지만 실망한 듯이 그녀의 눈썹이 찌푸려지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

"그렇군요... 좋은 선택입니다."

"미안. 내가 너무 약하구나."

"아닙니다. 주군을 뫼시지 못한다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옳은 선택이십니다."

"그래. 언제까지고 이곳에 묶여있을 수는 없으니까."

"......"

"이노리?"

"주군께서는 바쁘시니... 말이지요."

"그래. 그러니까 이해해줄 수 있지?"

"물론입니다. 주군의 원대한 계획을 위해서라면 그림자는 언제고......"

사오리 어머님은 그렇게 말하다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렇다면 저는... 투항하겠습니다."

"부탁할게."

웃는 얼굴로 이노리에게 이별을 고하니 그녀는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않은 채 방을 떠났다.

그리고 일순간 이 방을 지키고 있던 회색의 [???]로 도배된 상태창들이 멀어지는 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다시 한번 '목소리'를 사용했다.

"이노리. 지금이야."

아까 전에 연습한 것처럼 다시 벽을 열려고 했지만, 이노리의 그림자는 정속으로 움직이는데 나는 익숙하지 않아서 처음에는 느리고 나중에는 가속이 붙어 빨라져버리고 말았다.

"다시. 이노리는 그대로 속도를 유지."

다시 한번 그림자가 내 손을 덮자 그 위를 이번엔 내가 맞춰서 움직였지만 끝부분에 아슬아슬하게 속도가 늦어지는 바람에 놓쳐버렸다.

"조금만 느리게."

세 번째 시도가 되어서야 그림자와 완벽히 합을 맞춰서 문을 열고, 내 몸이 빠져나갈 구멍이 열리는 순간 나는 바로 밖으로 몸을 던졌다.

데구르.

아직, 알아차리지 못했다.

'거리, 복도에서 전방으로 25걸음. 그리고 그곳에서 우회전'

내 보폭과 사오리 어머님의 보폭을 기반으로 계산해 대략적인 위치를 잡는다.

눈 앞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가까이 다가가니 이노리의 상태창이 흐릿하게 보였다가 사라졌기 때문에 사오리 어머님의 상태창이 사라졌던 곳을 기억해서 걸음을 옮기니, 그곳에는 내가 생각하던 계단이 없고 그냥 방문이 있었다.

'여기는 아니다. 수직으로 내려갔던가?'

복도에 손을 얹고 더듬어서 무언가를 찾는다.

나무로 만들어진 복도에서 다른 곳은 틈이 벌어져 있는데 매끈하게 꽉 막힌 부분이 있길래 그 위치를 따라서 손가락을 움직여보니 손잡이 하나 없어서 물리적으로 열 수가 없는 비밀문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노리. 수직위치로 그림자를 올려보내봐."

그림자가 내 뒤쪽으로 와서 좌표를 수정하라고 한 뒤, 잠시 후.

달칵.

살짝 비밀문이 열리는 순간 나는 손가락을 끼워넣어 비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노리!"

호롱불이 아니라 사방에서 눈이 부셔서 잠도 못 잘 정도로 밝은 곳에 가둬버린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이노리가 어떻게 [그림자 인법]을 사용했는지 보며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공중에 밧줄로 묶여있는 상태에서 자신의 허리를 새우를 뒤로 꺾는 것처럼 뒤로 꺾어서 발로 그림자를 만들고 보냈던 것이다.

"으아... 진짜 고생했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주군은 괜찮으십니까?"

"수면가루를 좀 많이 먹긴 했지만 괜찮아."

이노리의 몸을 결박하고 있는 끈을 풀어주려는데, 이게 밧줄이 뭘로 만들었는지 엄청나게 질겨서 쉽게 풀어줄 수가 없었다.

"미안하지만 이노리랑 합류까지는 생각했는데 그 이후는 계획하지 못했는데. 방법을 알아?"

"계속 구상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일족들을 상대로 주군만 보호하며 탈출한다면 가능하겠지만..."

이노리는 평상시 그녀답지 않게 자신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만, 안주인의 [그림자 인법]과는 상하관계가 적용되기 때문에 제가 공격할 수 없습니다."

"그만큼 능력에 차이가 나는 건가?"

"능력 차이이라기 보다는 가주와 안주인에게는 [그림자 인법]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금제 같은 것이기 때문에... 주군!"

이노리의 날카로운 비명소리와 함께, 나는 회색의 상태창이 빨갛게 변하면서 이곳으로 날아오는 것을 느꼈다.

"주군. 어째서 이곳에 계시는 건지 물어봐도 되겠사옵니까."

이미 연기를 포기한 것인지 말투조차 달라져 있는, 소름끼치도록 냉막한 표정의 이노리... 아니, 키타자와 사오리 어머님이었다.

"분명히 방금 전에 저와 만났는데 어째서 이런 곳에..."

"누구세요?"

"이러지 마시지요. 남자로써 한 번 내뱉은 말은 지켜야 하는 법이옵니다."

"누구, 저요?"

"방금 전에 분명히 저를 포기하고 다른 그림자를 받아가기로 약조하시지 않으셨사옵니까."

그 말에 이노리가 배신감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본다.

"안 했는데? 저 분이 거짓말 하는 거야."

"......"

저쪽 이노리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어, 어떻게 그렇게 뻔뻔한 거짓말을 하시는 것이옵니까!"

"누구세요? 저 아세요?"

"아니 방금 전까지... 그리고 지난번에도 분명히 착각하고...!"

나는 밧줄에 꽁꽁 묶여서 매달려 있는 이노리를 소중하게 안아주었다.

"제가 이노리를요? 왜요?"

"......"

뭔가 뿌듯해하고 있는 이노리를 보면서 어머님은 이마에 핏줄이 솟아오르고 있었는데, 그걸 손으로 누르다가 화장이 지워지면서 눈물점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아니 이제보니 어머님이셨네."

"어머님이 아니라 안주인이옵니다!"

"어머님 옷 잘 어울리십니다. 아직 현역이십니다."

뭔가 할 말은 매우 많지만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 주변의 어둠의 일족들이 들어오려다가 그녀의 지시로 못 들어오고 있었다.

"이노리."

마침 품에 안은 채로 얼굴을 붙이고 있으니 이노리만이 들릴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어머님을 상대로... 공격이 가능하다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하지?"

"전력을 다한다면 최소한... 몸을 묶을 수는 있습니다."

"그거면 충분해."

어머님의 그림자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이노리가 자신의 몸으로 억지 그림자를 만들지 않으면 이 상태에서는 [그림자 인법]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오리 어머님은 마음대로 그림자를 뿜어내고 있었는데, 확실히 수준에 차이가 난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내가 안아주고 있는 공간에 그림자가 생겼지? 그걸 사용해서..."

나는 이 말은 '목소리'를 사용해 이노리에게 말했다.

"이노리. 키타자와 사오리를 그림자 인법으로 묶어서 가까이 끌어들여."

본래 이노리는 [그림자 인법]으로 가주와 안주인을 공격할 수 없지만 내가 '목소리'로 명령을 내린다면 가능했다.

아무리 [그림자 일족]의 가주와 안주인이라 할지라도, '주군'이 공식적으로 그림자를 버리지 않는 이상 그 명령권과 관계를 해제할 수는 없으니까.

그렇기에 이들은 내가 직접 이노리를 포기하도록 '설득'하며 이런저런 일을 벌이고 있었다는 것을 파악해서 나는 이노리와의 주종관계와 '목소리'를 사용해 금제를 뚫고 강제로 그녀를 묶은 것이다.

"안으로 끌어들여, 가까이 붙여!"

"흐읏?!"

자신의 몸 곳곳에 이노리가 뻗어낸 [그림자 인법]이 파고들자 사오리 어머님은 당황하며 가시처럼 날카로운 [그림자 인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차마 자신의 딸을, 그녀를 안고 있는 나를 구멍투성이로 만들 수가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 공격을 풀 수밖에 없었고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이노리에게 잡아당겨져서 이노리와 몸을 겹친 채 결박되어 버렸다.

"안주인!"

팟!

내부에서 비명소리가 들리자 이노리를 닮은 사내가 문을 열고 착지하며 안으로 들어왔지만, 녀석이 보고 있는 광경은 다음과 같았다.

"이 무슨......"

몸을 겹친 채로 에로틱한 모습으로 서로 몸이 얽혀 있는 이노리와 사오리 어머님.

그리고 내가 그녀들을 동시에 품에 안은 채로 음흉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림자를 제공하여 안주인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고.

이걸 가지고 일본에서는 오야코동, 굳이 번역하자면 모녀덮밥이라고 하던가?

"주군! 이건 선을 넘었습니다!"

"내가 왜 니 주군이야. 아, 이노... 아니 리타가 내꺼니까 너도 같이 들어오는 건가?"

"그런 일은 없습니다! 그보다 이 부도덕적인 광경은..."

확실히 모녀를 공중에 매달아두고 만지작거리고 있는 모습은 부도덕적인 광경이기는 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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