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화 〉 앨리스 안 되겠어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01)
* * *
살기라는 개념이 있다.
일상적으로 느끼기에는 어려운 기분이지만 생명이 경각에 달하면 누군가가 나를 해치려고 하는 기척을 느끼고 반응하게 되는데, 현실에서는 느끼기 어렵지만 이렇게 전투가 가득하고 투기의 마법이 날아다니는 세계에서는 살기는 아주 기본적인 개념이었다.
전투의욕을 가지고 상대를 쓰러뜨리겠다는 생각으로 가득차면 투기가 뿜어져 나오고 그것이 살의가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면 살기가 되는 것이다.
'그럼 이런 경우는 뭐라고 해야 하지?'
딸기? 아니면... 성기? 색기?
누군가 나를 딸감으로 쓰면서 열정적으로 의욕을 불태우고 있었으며, 그녀는 아예 대놓고 만년필을 사용해서 시끄러울 정도로 필기를 하고 있었다.
역사를 가르치는 대머리 선생님은 열정적으로 필기하는 학생이구나 감격하고 있었지만 나는 진실을 알고 있었다.
'너 또 나 가지고 야설쓰는구나!'
평상시에는 오필리아가 옆 자리에 있고 이런 시선에 예민하기 때문에 미리미리 파악해서 차단해 주었지만 지금은 오필리아가 부재중인 상황이라 앨리스는 노골적으로 나를 보면서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예전의 진행도로 보았을 때 아마 지금쯤 애 다섯은 낳게 만들지 않았을까 불안해지고 있는데, 나한테 그렇게 경고를 먹고도 아직도 저렇게 쓰고 있다니...!
'뭐지? 진짜... 따먹어 달라는 신호인가? 지난번에 그렇게 경고를 했는데 잡아먹어 주세요라고 일부러 도발하는 건가?'
노골적으로 내 목덜미와 입술, 혹은 내 팔뚝까지 샅샅이 훑어보는 시선에 도저히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어서 쉬는시간이 되자마자 옆 자리에 있던 앨리스의 손목을 탁 잡아챘다.
"따라와."
"어? 어? 왜에..."
"몰라서 물어?"
앨리스는 우물쭈물하면서 자신이 쓰고 있던 공책을 빠르게 덮었는데, 마법적인 처리가 되어있었는지 자물쇠가 없어도 표지가 꽉 다물어져서 쉽게 열리지 않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나에게 두 번이나 책을 빼앗기면서 벌어진 사건을 경계하는 것인가? 그래봐야......
"무슨 일이야?"
이런 일에 관심이 많은 세리가 쪼르르 따라와서 물어보기 전에 나는 그녀를 데리고 도서실로 향했다.
일단 우리 F반 건물이 개조가 되었다고는 해도 큰 구조는 변하지 않았고 단지 깨진 창문이나 무너진 복도가 다듬어진 수준이라 원래 구조는 같았기 때문에 헤매지 않고 안으로 들어간 뒤, 도서실로 들어오는 문에 밀대걸레를 세워놓으면서 남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다.
움찔. 움찔!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앨리스는 자신의 가슴을 감싸안은 채로 움찔거리면서 내 시선을 즐기고 있었다.
"내가 왜 불렀는지는 알겠지?"
"으, 으응...? 잘...모르겠어..."
"뭘 잘못했는지도 알고 있을 테고."
"그것도 잘... 모르... 겠어..."
일부러 반항하는 걸까?
예전 같았으면 이미 팔을 잡아서 제압하고는 책을 빼앗아 확인했을 것인데 내가 나서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얼마 전에 그녀를 의심하면서 가슴을 주물러 괴롭힌 일을 생각하니 아무리 99%의 의심을 가지고 있어도 완벽하지 않으면 죄인으로 몰면 안 된다는 교훈이었다.
"그 책 내놔."
"이, 이거는... 그냥......"
"또 직접 네 입으로 읽게 해줄까?"
그 말에 앨리스는 또 다시 얼굴에서 식은 땀을 뻘뻘 흘리고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는데, 안 그래도 시간이 부족한데 이렇게 시간을 끌면 곤란해진다.
'조금 거칠지만 내용만 확인하면 되니까'
홱!
그래서 나는 강해진 피지컬로 앨리스의 손에 들려있던 책을 낚아채고, 내 손에 쥐었다.
파직!
주인의 허가 없이 개봉할 수 없습니다(주인 : 앨리스)
'칫, 결계인가'
손가락으로 표지를 들추려고 하니까 파직하는 소리와 함께 책을 펼치는 것이 거부당했는데, 앨리스는 당황하면서 나한테 달려들어 책을 빼앗으려 했지만 마법사인 그녀와 오행무경심법으로 모든 능력치가 균등하게 올라가는 나는 이제 압도적인 차이가 있었다.
"이거 어떻게 열어."
"도... 돌려줘어... 그건... 열면 안 돼..."
"순순히 열어주면 많이 혼내지는 않을게. 하지만 이렇게 나온다면 나도..."
"돌려... 줘... 그것만은 안......"
"이렇게 나오시겠다..."
나는 내 입술을 살짝 가리며 앨리스에게 직접 '목소리'를 사용했다.
"앨리스. 열어."
"......!"
자신의 머리에 파고드는 내 '목소리'를 듣자 그녀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서 책을 열려고 했으나, 이내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
"이것... 이것만은 정말 안 돼..."
얼마나 심하게 쓴 걸까.
이곳이 기숙사 근처였다면 조교실에 집어넣어 굴복시키는 방법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꽤 중량감이 묵직한 앨리스를 남들에게 들키지 않고 남자 기숙사까지 들어갈 수가 없으니 이곳에서 승부를 봐야만 했다.
"뭐 좋아. 본인이 열도록 만드는 수 밖에."
절대로 열지 않겠다는 듯이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가슴을 가리고 다리를 오므리는 모습을 본다.
내가 자신의 성감대를 노려서 굴복시키려 한다는 사실은 아는 모양이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성감대가 몸통에만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나는 앨리스의 손을 홱 낚아챈 다음 그녀의 손가락을 내 입에 넣었다.
"아...?"
약간 잉크 냄새가 남아있는 오른쪽 손가락 중에서 검지와 중지를 내 입술에 넣은 뒤, 지금까지 이노리와 함께 쌓아온 기술을 사용해 그녀의 손가락 두 개를 강하게 조이며 그 사이를 혓바닥으로 자극하기 시작했다.
"아... 히잇...!"
처음 느껴보는 감촉일 것이다.
키스를 억지로 당하거나 지난번처럼 가슴이 주물러지는 것까지는 대비했겠지만 자신의 손가락이 이렇게 쪽쪽 빨리면서 혀로 자극받는 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겠지.
게다가 손가락을 단순히 빠는 것이 아니라 손등에 있는 부드러운 살결을 혓바닥의 거친 부분으로 훑으면서, 마치 맹수가 먹이를 먹기 전에 침을 발라 놓는 것처럼 그녀의 팔을 하나하나 맛보기 시작했다.
'짜다'
살집이 좀 있어서 땀이 많아서 그런가 앨리스의 피부는 꽤 짭짤한 편이었다.
그런데 그래서 더 몸에서 감칠맛이 돋았다.
'사람 몸을 가지고 감칠맛이 돈다고 하는 것이 이상하기는 하지만... 사실이 그런 걸 어떻게 하나'
마리안이나 이노리의 살결도 꽤 빨아보기는 했지만 맛 자체만 따지자면 앨리스가 최고로 맛있는 느낌이었다.
혓바닥으로 그 피부를 훑을 때마다 부드러운 살결이 살짝 밀려나면서 뭉치는 모습이, 그리고 내 혀에 닿는 잔털 하나 없이 부드러운 살결과 그 모습에 당황하면서도 벗어나지 못해 하반신을 움찔거리면서 최대한 참으려는 모습이.
오른쪽 손등과 팔뚝까지 모두 침으로 핥아버리고 난 다음에 팔꿈치를 향해 혀를 핥으려고 할 때, 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렸다.
"주군."
"흥..."
이노리가 수업에 늦지 않도록 시간을 계산해서 찾아온 모양인데, 아직 제대로 들어가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부족한 모양이었다.
"다음 쉬는 시간에 계속하지."
뭐 별 문제야 있겠냐고 생각하며 먼저 도서실을 나서서 이노리를 옆에 끼고 교실로 복귀했다.
앨리스가 그대로 도망가버리면 곤란하지만 뭐... 내가 직접 찾으러 다녀도 되는 일이고, 안 그래도 출석이 부족해서 더 이상 수업을 재끼면 문제가 될 수 있는 앨리스가 쉽사리 수업을 빠질 수도 없었고.
다행히 내 예상대로 쉬는시간을 살짝 지났을 때 앨리스도 자리로 돌아왔는데, 수업을 담당하는 카렌 선생님이 조금 더 늦게 오면서 지각이 걸리지 않고 있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뭐 하고 있는 거야?'
바로 옆 자리라서 알아볼 수 있었는데, 지금 앨리스는 자신의 오른손을 보면서 멍하니 있었다.
아까처럼 야설을 쓰는 것도 아니고 그냥 멍하니, 자신의 오른손을 보면서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잠시 고민하고 있던 앨리스는 자신의 검지와 중지를 살짝 벌리더니, 그대로 검지손가락을 자기 입에 넣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나에게 손을 빨리고서... 씻기는 했나...?'
아까 나한테 쪽쪽 빨린 상태로 입에 넣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소름이 돋았다.
그런 내 예상이 맞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것처럼, 앨리스는 자신의 검지손가락을 맛보고는 다시 멍한 눈으로 중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근데 이것도 똑같이 빨아먹을까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조심스럽게 허리를 숙이더니 자신의 다리 사이로 살짝 손가락을 밀어넣는...
'설마? 여기서... 진짜?'
"앨리스!"
내가 '목소리'를 사용해서 이름을 부르자 앨리스는 치마 속으로 집어넣던 손을 번쩍하고 꺼내면서 내쪽을 돌아보았다.
나쁜 짓을 하다가 들킨 것처럼 앨리스의 얼굴도 붉게 달아오른 상태에서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미... 미쳤나봐...! 진짜... 시도한 거라고?'
거의 맨 뒷자리에다가 오른쪽 가장자리, 그리고 바로 옆자리의 짝꿍이 없어서, 그리고 근처의 다른 학생들은 이노리를 제외하면 성인모드가 해금되지 않아 가능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얼마나 대범한건지 감도 잡히지 않을 지경이었다.
'안 그래도 자위횟수가 너무 높아서 어떻게 좀... 멈추게 해야 한다고 생각은 했는데'
저 정도면 그냥 자위중독이었다.
적당한 자위는 몸에 좋다고 하지만 저 정도로, 몇 달도 지나지 않아서 수백번을 할 정도라면 어른들 말대로 뼈 삭는다!
남자는 많이 치면 뼈가 삭는다고 들었는데 여자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자위에 열중하고 너무 성적인 상황에만 빠져있으면 안 된다.
지금도 수업에는 집중도 못하고 남들이 모르는 사이에 치마 속으로 손가락을 넣어서 슥슥 문지르면서 부르르 떠는 모습까지 보여주다니 미친거 아닌가?
'아니 물론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발딱 세우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까지야 성인모드가 해금된 친구들이 별로 없지만 이제부터는 하나 둘 해금되기 시작할텐데 지금부터 습관을 저렇게 들여놓으면 나중에 문제가 생긴다.
'어떻게든 해야 한다'
"그럼 이번 수업은 여기까지. 다들 점심 맛있게 먹고, 다들 궁금한게 있으면..."
나는 움찔거리는 앨리스를 거의 납치하다 시피 들쳐 업고 교실을 빠져나왔다.
남들이 쫓아오기 전에 다시 한번 도서실로 앨리스를 밀어넣고, 문을 닫으면서 손가락이 끈적끈적하게 적셔져 있는 앨리스의 손을 잡아챘다.
"자... 잘못했어... 미안... 히익...!"
앨리스가 뭐라 변명하기 전에 나는 그녀의 팔을 들어올리고 아까보다 부드러운 팔뚝 안쪽을 혀로 핥기 시작했다.
수업시간 동안에 못된 짓을 하려고 준비하면서 땀을 흘렸기 때문인지 아까보다 조금 더 짭쪼롬한 피부를 맛보면서 나는 일부러 상처를 내듯이 그녀의 부드러운 속살을 살짝 빨았다.
"아...!"
팔뚝을 물고 있는 입에 힘을 주면서 약간의 고통을 주자 앨리스의 눈망울에 다시 눈물이 맺히면서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파... 그 이상 깨물면 흔적이 남아버려요... 보여줄 테니까, 열어줄 테니까 이제 그만... 그만해줘요..."
책에서 나오는 별의 소녀와 하얀 늑대의 얘기를 할 때처럼 존대를 시작하는걸 보니까 이번에는 진짜로 항복한 모양이었다.
'결국 항복선언을 할거면서 왜 이렇게 귀찮게 하는 걸까'
어차피 너도 내 앞에서 책 읽어주는거 좋아하면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