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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게임에 중국산 성인모드 깔지마라-68화 (68/91)

〈 68화 〉 나이가 몇인데 누나랑 씻어(01)

* * *

3급 지역 전체에 난리가 났다.

E반과 F반의 대항전에서 11 : 4로 F반이 압승을 거두면서 순번이 뒤집혔기 때문이었다.

물론 표기상의 문제나 여러가지 현실적인 한계로 인하여 건물이나 기숙사는 그대로 사용하고 E반이 되는 것이 아니라 F반이라는 호칭이 유지되지만, 그 내용물을 보면 이제 유지보수 비용이 추가로 들어오고 식단 납품업체가 바뀌면서 아카데미 사무직원들의 골치가 썩을 정도로 복잡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낮은 반이 높은 반에게 이긴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직원들은 갑작스러운 변화에 혼란스러워 했지만, 앞으로 D반, C반도 이렇게 바뀔 것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익숙해져야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번 이변의 주역인 나와 엔트리 멤버들은 다른 학생들에게 자잘한 선물을 받고 있었고.

­ [새콤한 사탕]을 선물받았습니다 ­

­ [약초]를 선물받았습니다 ­

­ [잡초]를 선물받았습니다 ­

"잡초 누구냐 잡초!"

누가 잡템을 주머니에 몰래 넣는거야!

사방에서 손이 쏟아지면서 선물을 억지로 넣어두라고 하고 있으니 거를 틈도 없이 주머니가 꽉꽉 들어차고, 넣을 곳이 없으니까 이제는 상의 속이나 바지 속에다 넣으려는 미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만해 미친 것들아!!"

"왜 화를 내고 그래? 다 아렌 좋다고 하는 건데."

생글생글 웃으면서 [달콤한 사탕]을 들고 나에게 선물하려던 오필리아의 손에서 사탕을 빼앗아 입에 넣었다.

"줄거면 좀 비싼 걸 주던가."

"그건 힘들 걸? 이번에 리타한테 우리 반 포인트가 싹 털렸거든."

그러게 나한테 걸지 왜 사일리안한테 걸었대. 사실 나라도 나한테 안 걸고 사일리안에게 걸었겠지만.

검술반과 마법반 엔트리에 포함된 멤버들은 대기실에 있어서 따로 내기에 돈을 걸지 못했는데 만약 참가했으면 마찬가지로 이노리에게 싹 털렸겠지.

'뭐... 내가 우승할 것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반 대항전은 반드시 이길거라고 생각했지'

사실 이 멤버를 가지고 지금까지, 1학년과 2학년에 다 진 것이 이상한 수준이었다.

그 때에는 다들 의욕도 없고 카렌 선생님이 출전순서를 이상하게 잡은데다가 각자 자기 실력 발휘할 생각도 없어서 벌어진 일이었지만.

이번 반 대항전의 승리로 인하여 E반에게 주어지던 아카데미 파견인력과 직원들, 그리고 혜택이 F반으로 옮겨지면서 기본시설에 추가로 보수 및 개조가 들어가게 되었고 덕분에 우리는 기숙사와 교실을 수리하는 3일 동안 임시 방학을 받게 되었다.

허나 F반 학생들은 대부분 집이 멀리 있었기 때문에 아카데미 근방 마을에 들어가서 시간을 보내고 놀러 가는 느낌이겠지만.

"아렌은 숙소 구했어?"

"일단은. 오필리아는?"

"흐응... 잠깐 약속이 있어서 어디 다녀와야 할 것 같아."

'마지막 반 대항전.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난 이후로 오필리아는......'

4분의 1이 지났다고 기뻐하고 있던 나는 동시에 오필리아와 같이 있는 시간이 4분의 1이나 지나갔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분이 가라앉았다.

특히 살짝 말려올라간 소매를 통해 오필리아의 팔뚝에 칼자국이 남아있는 모습이 오늘따라 선명하게 눈에 띄었지만 그걸 캐묻지는 않았다.

"왜 그래?"

내 표정이 변한 것을 눈치챘는지 오필리아가 물었지만, 나는 그녀의 시선을 피하면서 억지로 내 머리에 떠오른 광경을 지웠다.

"아니야. 잠깐 어지러워서... 잘 다녀와."

"마지막 날에는 그래도 놀 수 있을지도 몰라."

마지막 날에 그녀가 오지 못할 것을 알기에 이 약속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내 예상대로라면 5일 정도 시간이 걸리겠지. 몸을 가르고, 그 안에 이식하고, 부작용을 확인하는 것이 아무리 빠르더라도...

"오필리아."

"응?"

"아프지 마."

그 말에 오필리아는 잠시 움찔하며 놀랐다가, 애써 밝게 웃었다.

"그런 걱정은 안해도 돼. 난 언제나 건강한 걸?"

건강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아픈 일을 겪어야 하는 상황을 알고 있기에 나는 씁쓸한 웃음과 함께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어차피 나중에는 같이 가지 못할 것임을 아니까. 지금이라도 정을 떼어놔야 하기에.

* * *

기숙사에 공사를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내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아카데미에서 포인트 지원은 해주지만 기본적으로 2인 1실을 사용하고 정해진 숙소에서 지내야만 했다.

남학생과 여학생은 건물을 나눴지만 그래도 맞은편이기도 하고, 비성수기라 그런지 시설에 여유가 있어서 식사를 먹는 정도는 같이 모여서 하게 되었다.

잠을 잘 때만 여학생들이 저쪽으로 건너가서 자고, 아침이 되면 각자 씻고 이곳으로 모여서 밥을 먹는 느낌?

"적당하네."

조금 낡았지만 시설은 멀쩡한 건물을 보면서 이 정도면 지낼만한데? 라고 생각하는 걸 보니... 이 몸은 이미 F반의 열악한 환경에 찌든 것만 같았다.

반장인 마리안이 밖에 나와서 신난 친구들을 어떻게 제어하려고 했지만 다들 말을 쉽게 듣지 않는다.

집이 아카데미 근처에 있는 세리는 자택으로 들어가서 부모님과 지내고 있었고 멜리사는 양호실, 그리고 에릭은 실종상태인데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고 나머지는 적당히 흥분한 상태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사일리안은 여관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술부터 시켰지만 아카데미 학생들에게 절대로 술을 제공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은 여관주인이 거부하면서 사일리안은 숙소를 뛰쳐나가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왕자라는 놈이 모범을 보여야지......'

안 좋은 쪽으로는 모범을 잘 보이지만... 뭐 왕자라고 해도 이제 갓 성인이 된 녀석이니 별 수 없나 싶었다.

원래는 혈통이나 실력상 사일리안이 반장이어야 하지만 마리안이 반장인 이유도 이런 성실성의 차이가 아닐까.

"짐 챙기고 나와서 각자 방 배정받는 것만으로도 저녁이 되어버렸네."

"우리 이제 뭐 해?"

"우리는 놀러온게 아니야. 우리는 기숙사 공사를 하는 동안 잠시 머무르기 위해서 온 거니까 숙소에서 대기하거나 밖에서 산책하는 정도만 하면 돼. 민간인들에게 위험할 수 있으니 검술이나 마법수련은 자제해줘. 알겠지?"

마리안의 조곤조곤한 말에 다들 실망한 듯하지만 지금이 축제기간이라고 내보내준 것도 아니고 주기적으로 교사들이 순찰을 도는데다가 여관 주인들이 아카데미와 계약을 하고 우리 인원을 확인해주기로 했으니, 사일리안처럼 걸려도 퇴학 안 당하는 빽(왕실)이 있지 않으면 함부로 비행을 벌일 수가 없었다.

'애초에 여기서 비행을 벌일만한 인원이 얼마나 되겠냐만은'

다들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해서 사고구조 자체가 순진한데 뭘. 낮에 쇼핑하고 마을구경할 생각 밖에 없는 것을 보니 사고칠 걱정은 없었다.

그렇게 저녁식사가 끝나고 마리안이 여학생들을 인솔해서 맞은 편에 있는 건물로 돌아간다.

"이래서야 기숙사에 있을 때랑 차이가 없잖아."

"기숙사 대신 여기에서 재우는 셈이니까 차이가 없겠지."

"재밌는 일도 없고."

아카데미 내부에야 검사와 마법사가 돌아다니고 온갖 판타지적인 시설이 넘쳐나게 있으니 흥미롭겠지만 밖에 나오면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

오히려 아카데미 내부가 더 재밌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것도 숙소에 갇혀 있어야만 한다면 더더욱.

"기숙사 수리는 내가 돕고 싶었는데."

목수인 갈렌은 아쉽다는 눈빛으로 아카데미 방향을 아련하게 바라보고는 다들 자기 방에 들어가 책을 읽거나 잠이나 자겠다면서 배정된 방으로 들어갔다.

나도 배정된 방에 들어갔는데, 원래는 사일리안과 2인 1실을 써야하지만 사일리안이 중간에 탈주했으니 나 혼자서 2인실을 사용해야만 했다.

'물론... 그냥 쓸 생각은 없지만'

슬쩍 벽에 손을 대고 인기척을 느낀다.

옆 방의 데이츠가 부스럭거리면서 몰래 숨겨온 간식을 [마탄사수] 올리비에와 같이 나눠먹는 소리가 들리고 복도에서는 여관 주인이 방문이 제대로 닫혀있는지 살펴보는 소리가 들렸다.

밖에는 아카데미 소속의 호위들이 시간이 날 때마다 한번씩 들리면서 탈선을 벌이는 학생이 없나 체크하고 있었는데, 나는 호위의 상태창이 멀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창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내렸다.

사뿐.

일부러 신발을 신지 않고 맨발로 푹신한 풀밭에 뛰어내렸기 때문에 소리는 나지 않았다.

'이럴 땐 몸 작고 가벼운게 최고라니까'

아카데미는 밤에도 라이트 마법이 걸린 야간등을 켜고 있어서 밤에도 시야가 확보되었지만 이 마을은 평범한 민가인지라 동물기름을 사용한 랜턴이 광장에서 최소한의 빛을 내고 있을 뿐이었다.

특히나 오늘처럼 달이 뜨지 않는 그믐에는 너무 어두워서 발 밑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살금살금 자세를 낮추고 움직이면서 누군가의 상태창이 모습을 드러내면 몸을 숨기는, 나 혼자 잠입을 하면서 여학생들이 머무는 여관에 도착한 나는 입을 가리고 '목소리'를 사용했다.

"누나. 나 왔어~"

잠시 후.

얇은 잠옷 드레스를 입고 있는 마리안이 문을 열어주었다.

"어떻게 온 거야? 밖에 호위분들이 돌아다니고 있던데..."

"누나 보고 싶어서."

방법은 설명할 수 없으니 대충 듣기 좋은 말을 해주니, 마리안은 흐뭇함을 겨우 참는 표정으로 내 등을 살짝 안아주었다.

'누나라고만 불러주면 참 쉬운 여자야......'

"동생 말대로 정말 마을로 나와서 지낼 줄은 몰랐어."

그거야 게임에서 반 대항전에 승리하면 3일 정도 민가에 나와서 휴식시간을 가지게 되는 걸 봤기 때문이지만 사실대로 대답할 수는 없었다.

"E반처럼 대우해주려면 기숙사를 수리해야 하는데, 수리하면 우리가 잘 곳이 없으니까 이렇게 외부 시설에 보낼거라고 예측한 것뿐이야."

"그래?"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이면서 나와 마리안이 2층으로 올라간다.

남학생들처럼 2인 1실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마리안의 파트너는 세리였고, 세리는 자택에 가서 자고 있으니 마리안은 혼자서 2인실을 사용하는 셈이었다.

'모든 일에 모범이 되어야 하는 반장인 마리안이 자기 방에 남자를 끌어들인다니...'

왠지 모를 배덕감이 든다.

이곳 여관에는 각각 개인 욕실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래봐야 배수시설과 함께 커다란 나무로 만들어진 욕조가 설치된 수준이지만 이게 어디냐.

'여자기숙사나 남자기숙사에 목숨 걸고 침입하는 것보다는 낫지'

"누나?"

내가 부르자 마리안은 아까 입고 있던 얇은 드레스를 벗고 몸만 겨우 가릴 커다란 타월 하나만 입은 채 욕실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럼 우리 동생이 정말로 우승했으니까... 누나가 깨끗하게 씻겨줄게...?"

왠지 눈빛이 무섭지만 이번에는 마리안에게 맞춰주기로 했으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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