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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게임에 중국산 성인모드 깔지마라-59화 (59/91)

〈 59화 〉 강해지고 싶어(02)

* * *

따아악!

목검이 부딪치면서 나무조각이 튀어오른다.

보통은 목검이 갈려나가기 전에 손바닥이 터지거나 놓쳐버리는 것이 정상이지만 이 세계는 판타지 세계관이었고 인간을 초월한 능력치를 발휘하는 초인들이 활동하는 세계였다.

목검과 목검이 부딪치면서 충격파를 만들거나, 중간에 부러지는 일은 그야말로 다반사였다.

따아악!

솔직히 목검이라기 보다는 나무배트에 가까운 물건이 일격에 부러지면서 바닥에 떨어지는데, 그 모습을 본 케이는 인상을 찌푸리며 새로운 목검을 꺼내들었다.

'이거 뭐... 대련이 안 되는구만'

고르돈과 케이가 서로 목검을 부딪치면 다섯합을 버티지 못하고 목검이 부러지고 만다.

이 정도라면 거의 진검을 사용해야 하지 않나 싶었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사일리안은 목검을 몇 자루나 부러뜨려도 상관없으니 그걸 쓰라고 했고 둘은 결국 누가 목검을 잘 부러뜨리나 경쟁하듯 대련을 하고 있었다.

'생긴 것만 봐서는 둘 다 엄청 느릴 것 같은데 말이지...'

민첩성 수치도 케이가 나랑 비슷하고 고르돈은 나보다 낮았지만 막상 실제 공격할 때의 속도를 보면 케이는 나보다 훨씬 빠르고 고르돈도 직접 상대한다면 나보다 먼저 공격을 가할 것 같았다.

'이것이 기술, 그리고 기량의 차이인가?'

확실히 검에 관심이 있다면 남의 대련을 보는 것만으로도 얻는 것이 있다고 하더니 이 둘의 검술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 머릿 속에 살짝 감이 잡혀가는 것 같았다.

"어때. 이제 좀 정신이 들어?"

"사일리안......"

사일리안에게 신나게 얻어터진 나는 마리안과 사일리안의 사이가 나빠지기 전에 결국 오늘 항복을 선언하고 휴식을 취하며 케이와 고르돈의 대련을 구경하고 있었고, 마리안은 사일리안에 대한 분노를 꾹꾹 눌러참으며 세리에게 몇 가지 호신용 검술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끝나고 한 잔 할래?"

"안 해."

"에이 훈련인데 왜 이렇게 삐졌어. 원래 대련하고 나면 쌓인 감정도 풀리는거 몰라?"

신나게 감정을 담아서 후려친 놈이 한 말치고는 너무나도 뻔뻔해서 기가막혔지만, 사일리안을 상대로 검술 기량을 키운다는 선택은 내가 한 것이기 때문에 원망할 수는 없었다.

사실 좀 몸이 아파서 짜증이 나있을 뿐이지 사일리안 말대로 감정은 전혀 없었고.

'옆에서 약올리고 있으니까 다시 감정이 쌓이는 것 같지만 말이야...'

"멍 들었을 때 술마시면 상처 오래간다."

"나는 금방 낫던데."

'너는 [빛의 왕자]잖아!'

그야말로 축복받은 신체, 만능의 특성 [빛의 왕자]는 부상회복도 빠르기 때문에 술을 이렇게 쳐먹어도 숙취가 없겠지.

나는 지금 특성도 애매한 상태에다가 [의무교미사]특성은 내가 정액을 주입한 상대를 회복시키는 것이지 나를 회복시키려면 베아체 여사제를 찾아가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원래 몸은 얻어맞고 부러지면서 강해지는 법이지."

그러다가 골병들면 골로 가버린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마법이 존재하는 이 세계에서... 게다가 오행무경심법의 효과로 인해 얻어맞은만큼 체력수치가 조금씩 올라가는 것으로 보았을 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오늘 술 안 마시면 나한테 삐진거다."

"그럼 그냥 삐졌다고 해."

"삐졌으면 한 잔 하기."

원래 한 번 거절하면 이렇게 엉겨붙지는 않았는데 오늘은 자기가 때린 것이 미안하긴 한 모양이다.

'사일리안도 아직 학생이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돼. 정말로 너에게 감정 없으니까."

"아니, 나는 감정이 아니라 순수하게..."

"오히려 고맙게 생각하지. 너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되는데 귀찮음을 감수하고 직접 검술을 보여준 셈이니까."

그렇게 터놓고 말하니 사일리안의 표정이 약간 미묘하게 부끄러워하는 표정으로 변했다.

­ 사일리안의 호감도가 '절친'단계가 되었습니다 ­

그 동안 술을 같이 마시고 꽤나 친근하게 지내서 그런가, 원래는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기는 하지만 막상 마음을 끝까지 열지는 않아서 절친단계로 올라가기 힘든 사일리안이 지금은 중간고사 정도에 절친 단계가 되었다.

'성인모드가 풀려서 같이 술을 마시면서 호감도가 많이 오른 덕분이겠지'

호감도가 높아서 나쁠 것은 없었다.

사일리안의 호감도가 낮아서 1회차 때 그 고생을 했으니까 2회차는 좀 왕국 지원도 받고 빵빵하게 진행하면 편하겠지.

"나 참. 별 수 없네. 그럼 내일도 열심히 두들겨 줄게."

'때리려고 하지 말고 대련을 하라고 임마...!'

따악!

결국 준비해둔 목검이 모두 부러지면서 케이와 고르돈은 아직 아쉽다는 표정으로 대련을 멈췄고 사일리안은 그쯤 하면 됐다고 두 사람을 대련장에서 내려오도록 시켰다.

마리안과 세리도 두 사람의 대련에 맞춰서 간단한 연습을 끝내고 돌아오고 있었고.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다들 오늘 푹 쉬고 내일도 열심히 하자. 그럼 해산!"

욱씬거리는 몸을 감싸쥐고 남자기숙사로 가서 푹 잠이라도 자려고 할 때, 마리안이 내 팔을 잡았다.

세리가 피곤한 표정을 지으면서 여자기숙사로 돌아가고, 체력에 여유가 남는 사일리안과 케이 고르돈은 남자기숙사로 향하면서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내일은 진검쓰면 안 되나?"

"안 돼. 어차피 반 대항전에서는 목검을 써야하니까 힘 조절에 익숙해지라고."

"하지만 아예 수련이 안 되는데..."

뭐... 저 두 사람 문제는 사일리안이 알아서 해결해주겠지 하면서 아려오는 허벅지를 붙잡고 몸을 일으키려 할 때였다.

"동생은 누나랑 같이 가."

갓 태어난 사슴마냥 다리를 후들거리며 비틀거리는 내 몸을 잡으면서 마리안이 나를 부축해 주었다.

"고마워 마리안... 으윽. 맞을 때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더 아프네..."

아까 전에 내 각오를 말했기 때문인지 마리안은 그에 대해 원망하거나 사일리안을 비난하지는 않았다.

물론 내가 사일리안에게 얻어터지고 바닥에 쓰러질 때마다 마리안이 있는 방향에서 노골적인 살기가 뿜어져 나왔지만, 직접 나서서 말리거나 자신이 대신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단 것이다.

"내일 훈련할 수 있겠어?"

"해야... 되겠지?"

일단 오늘 잠들기만 하면 오행무경심법으로 인해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되기는 하겠지만... 이 정도로 너덜너덜하면 내일 완치될 정도는 아닐 것이다.

마리안은 복잡한 표정으로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모양이었지만 그녀도 검사였기 때문에 더 이상 말을 하지는 않았다.

"힘내 우리 동생. 이번에 동생이 1등하면 누나가 소원 들어줄게."

'그건 내가 내건 조건이잖아...'

근데 오늘 사일리안을 상대해보니 알겠다.

지금 마리안은 사일리안을 못 이긴다.

철저하게 내가 달라붙어서 아카데미 파트가 끝날 때까지 능력치를 올려둔다면 모를까, 마리안의 기량도 굉장히 뛰어난 편이었지만 사일리안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마리안의 기량이 초인적인 천재 검사였다면 사일리안은 뭔가 인간을 넘어선 무언가가 느껴지고 있었으니까.

물론 마리안도 성장한다면 사일리안에 떨어지지 않겠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적어도 며칠만에 역전할 수준은 아니었다.

'원래 그 정도로 차이가 나지는 않았을 텐데'

턴제 SRPG였기 때문에 검술 기량에서 차이가 난다고 해도 실제로 데미지는 무기와 능력치로만 판정되었기 때문에 반격확률이나 치명타 확률 정도만 살짝 차이났는데, 그걸 현실적으로 판정하니 이렇게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마리안의 부축을 받아 남자기숙사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케이와 고르돈은 자기들끼리 돌을 깎아서 만든 역기를 들면서 수련하고 있었고 사일리안은 또 술 찾으러 나갔는지 보이지 않았으며 마법반은 늦게까지 수련하는 모양이었다.

"아이고 죽겠다..."

털썩.

대충 흙먼지에 젖어버린 머리와 얼굴, 손 발만 닦아내고 나는 침대에 누웠다.

몸이 너무 아파서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자면... 자면 좀 나을 거야... 오행무경심법 덕분에 잠을 자면 어느 정도 상태회복이 되니까...'

그런데 큰 문제가 있었다.

잠을 자면 몸이 회복되는데, 너무 아프니까 잠이 오지 않았다.

심지어 누워있으니까 목검에 얻어맞거나 바닥을 뒹굴면서 생긴 자잘한 멍들이 자극받아서 몸을 돌리니 이번에는 팔뚝이랑 허벅지가 눌려서 아파 죽겠고 엎드려 있으니 이번에는 배가 아프고 콧잔등이 아프다.

어떻게 해도 편안하게 누울 수가 없었다.

침대가 푹신푹신하다면 해결이 되지만 이 기숙사, 아직 1단계 업그레이드만 해서 시설에 구멍만 없을 뿐이지 침대는 나무 위에다가 지푸라기랑 천 몇 겹 갈아둔 수준이라 아플 수 밖에 없었다.

'이건 생각지도 못한 맹점인데'

게다가 상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아파지기 때문에 슬슬 눈물이 찔끔 흐를 정도로 아파오기 시작했고, 이렇게 밤을 지새면 회복은 커녕 내일은 골병이 든 상태로 골골대면서 훈련을 나갈 생각하니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으... 자야 돼... 어떻게 해서든 잠을 자야 회복이..."

똑똑똑.

"주군.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부르지도 않았는데 창문으로 찾아온 이노리는 내 허락없이 나무창문을 열고 안으로 폴짝 뛰어들어왔다.

지난번에 화재현장에서 있었던 사고 이후로 조금 거리를 두고 있던 이노리였지만 지금은 애정도를 나타내는 하트도 4칸에서 안정되어 있었으니 어느 정도 마음을 추스른 모양이었다.

"도와드리겠습니다. 주군."

"이노리... 나 오늘 좀 아파서... 안 되겠는데."

내가 평상시에 부탁하던 한 발 뽑아주는 일을 하러 왔나 했는데, 오늘은 진짜 아파서 발기도 안 된다.

그런 나를 보면서 이노리는 자신의 가슴골 사이, 그림자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나도 상점에서 몇 번 구경한 물건이었기 때문에 그 정체는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 레서 포션 ­

­ 약한 부상을 치료한다. 생명력 50을 회복 ­

'치료해주겠다는 얘기였구나......'

옷도 벗다 말아서 흐트러져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이노리는 포션을 들고 가까이 접근했는데 저걸 몸에 뿌려서 연고를 바르듯이 문질러 주던가 아니면 손수건에 적셔서 피부에 흡수되게 만들려나 고민하고 있는 동안.

벌컥.

그녀는 복면을 벗고 자신의 입으로 포션을 3분의 1정도 마셔버렸다.

"......잉?"

그리고는 내 옷을 손으로 벗기면서 사일리안이 만든 멍자국 위로 그녀의 입술을 가져가 조금씩 입에서 포션을 흘리더니 자신의 혀를 내밀어 상처를 핥기 시작했다.

'이렇게 할 필요가 있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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