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화 〉 흥 누나 삐졌어(01)
* * *
'어우 써'
어차피 나에게 흡수되거나 효과가 들어올 일은 없었다. 나도 레벨 18이라서 노예화의 환단 효과가 없거든.
그리고 앨리스에게도 없을 것이지만, 나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살짝 내밀어서 맞이하려고 하는 그녀의 얼굴을 붙잡고 입에 물고 있던 환단을 밀어넣었다.
경고. 현재 아이템으로는 노예화 효과를 볼 수 없는 대상니다. 초급 노예화의 환단을(를)사용하겠나?
"우읏..."
원래 초급 노예화의 환단이 제대로 사용된다면 복잡하게 먹일 필요도 없이 입에서 사르르 녹아내려 흡수되지만 지금은 사용효과가 없어서 일일이 내가 혀를 움직여서 환단을 부수고 앨리스에게 먹여야만 했다.
그러는 동안 앨리스의 하트는 세 번째 칸의 절반까지 근접하고 있었다.
'더럽게 뻑뻑하네'
시스템으로 먹여지는게 아니니까 입맛은 더럽게 쓰고 연필심이라도 씹어먹는 것처럼 뻑뻑하기는 더럽게 뻑뻑했기 때문에 앨리스에게 먹이기 위해서는 침을 잔뜩 끌어모아 그녀의 입에 넣어줘야만 했다.
"흐으응...!"
자신이 이미 키스를 즐기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앨리스는 눈을 질끈 감고 내가 입에 밀어넣는 환단을 받아서 꼴깍꼴깍 삼키고 있었다.
'아예 저항할 생각 자체가 없네'
레벨 제한으로 효과가 아예 없는 물건이라 그렇지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었으면 앨리스가 약효를 끌어 올렸더라도 내 노예가 되었을 것이다.
입술을 떼어내면서 나는 앨리스의 얼굴을 놓아주었다.
"잘 삼키도록 해."
"안... 돼..."
잔뜩 기대하고 있었으면서 안 되기는 뭐가 안 돼. 게다가 지금 입술에서 떨어지려는 가루까지 손등으로 닦으면서 혀로 핥아먹는 모습이 보인다.
"이것의 효과는 알고 있지? 앞으로 내가 야한 짓을 시키면 무조건 복종해야 할 거야. 알겠어?"
당연한 얘기지만 앨리스는 적용대상이 아니었다. 레벨이 훨씬 높았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겁에 질린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아무런 효과가 없는 환약이 적용되기라도 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여기서. 속옷을 보여봐."
"안 돼..."
울먹이는 목소리로 앨리스는 고개를 숙였다.
"정말 안 되지만... 이미 나는 늑대에게 물려버렸으니까..."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하면서도 앨리스는 자신의 치마를 들어올리고 스스로의 스타킹을 내리고 있었다.
후끈한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앨리스의 속살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속옷을 보여달라고 했지 스타킹을 벗고 완전히 보여달라고는 안 했는데...'
부끄러움을 참고서 부들부들 떨면서 자신의 속옷을 노출하고 있는 앨리스는 거의 애정도 하트의 네 번째 칸을 반 이상 채워가고 있었다.
"보여지고 있어... 보여지고 있어... 어떻게 해..."
'어떻게 하기는. 이미 본인도 즐기고 있구만'
진짜 마리안은 버그가 터져서 그렇지 성적으로 야한 캐릭터는 아니었다.
그러니까 내가 죽고 못 살 정도로 좋아서 못 견디는 타입인지라 일단 나를 손에 넣기 위해서 탐냈던 것이지 성적으로 위험하지는 않았다.
물론 귀여운 소년이나 남동생을 탐하는 것도 굉장히 변태이기는 하지만 남자취향이 좀 위험할 뿐이지 성적으로는 오히려 나를 리드하려고 했다가 역으로 리드당할 정도로 순수한게 마리안이었으니까.
그에 비하면 입으로는 안 된다고 하면서 이런 변태적인 행위를 즐기고 나에게 강요당하는 것을 즐기고 있는 앨리스가 따져보면 더 변태였다.
하지만 마음에 들었다.
솔직히 나도 좀 많이 변태였으니까.
자신의 치마를 들어올린 채 내 눈치를 보며 숨을 헐떡이고 있는 앨리스의 드러난 팔뚝을 살짝 주무르면서 손을 끌어당겼다.
띠링
앨리스의 호감도가 '절친'단계가 되었습니다
애정도는 몸을 허락하는 기준점이 되는 네 번째 칸을 넘지는 못했지만 이거야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나의... 별의 소녀야."
"아... 아앗..."
내가 살짝 송곳니를 드러내서 자신의 귀를 깨물자 앨리스는 약간 분하다는 연기를 하려는 것 같았지만 눈동자에 하트가 그대로 떠올라 있었기 때문에 앨리스의 취향에는 이쪽이 걸맞다는 걸 들켜버리고 말았다.
'간단한 상황극 같은 거지'
나는 그녀를 협박하며 내 딸감으로 삼고, 그녀는 내 딸감이 되어주면서 나를 딸감으로 사용한다.
상호딸감조약, 좋지 않은가.
* * *
"이노리. 이거 먹어볼래?"
이노리는 내가 주는 환단을 받아들고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왜 그래? 맛 없을 것 같아서?"
"아닙니다. 요즘 주군의 행동패턴을 보았을 때 이 안에 정액이 들어있을 것이라 판단해서 잠깐 확인을."
"먹일거면 그냥 먹이지 왜 속여서 먹이겠어."
안 먹인다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사실 정액을 뿜어내면 뒷처리를 하기가 귀찮은데, 현대처럼 휴지로 닦아낸 다음에 휴지통에 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불이나 시트에 문질러서 닦아낸 다음 그걸 다시 직접 세탁해야 한다.
E반까지는 세탁물을 모아서 처리해주는 직원들도 있는데 우리는 F반이라 각자도생이어서 생기는 일인데 어쨌거나 가능하면 정액을 다른 곳에 흘리지 않는 편이 정리하기에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노리는 애정도를 적당량 유지해놓기 위해서 일부러 건드리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하반신으로 정액을 주입받을 수 없으니 대부분은 입으로 받아내고 있었으니 결과적으로 요 며칠간 이노리가 먹은 정액만 한 컵은 넘을 것이다.
'뭐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지만'
내가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으니 이노리는 자신의 복면을 벗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서 환단의 표면을 살짝 핥았다.
"쓰지?"
"......"
대답하지는 않았는데 잔뜩 찌푸려진 이노리의 굵은 눈썹만 봐도 대략적인 맛은 알 수 있었다. 아까 나도 씹어봤으니까 알지.
안전하다는 것을 깨달은 이노리는 작게 한 입 환단을 베어물었는데 퍼석퍼석한 식감과 쓰디쓴 맛에 이노리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는 것을 보면서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컵을 내밀었다.
"조금만 먹어봐."
내가 준 물을 받아마시면서 이노리는 환약의 절반을 단숨에 삼키고는 눈을 질끈 감고 약을 삼켰다.
꿀꺽.
노예화의 환단은 효과가 즉시 나타난다. 이전에 윌리엄을 상대로 사용했을 때에도 먹이자마자 녹아내리고 그 다음에 바로 노예가 되어서 내 명령에 복종하게 되었으니까.
"어때? 무슨 변화 없어?"
"없습니다."
"흐음......"
이노리가 입고 있는 망사를 들어올려 노예화의 문신이 새겨졌나 확인해 보았지만 날씬한 몸이라서 세로로 길게 늘어진 이노리의 예쁜 배꼽만 보일 뿐이었다.
"역시 효과가 없네."
"주군."
"응. 말해."
"시중에서 판매하는 미약이나 음약은 대부분 효과가 없는 가짜입니다."
"그런거 아니...가 아니라 맞구나."
사람을 노예로 만드는 환약이니까 미약이나 음약이 맞기는 했다. 돈을 쓰지 않고 딱 3번만 쓸 수 있는 물건이었지만.
'지금은 어차피 잡몹들도 레벨 20이라 소용없으니 시험해본거지만'
레벨 22인 이노리도 환약을 먹고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렇다면 더 높은 레벨인 앨리스는 노예화의 환약 효과를 받지 않는 것이 확실했다.
만약 효과가 먹혔다면 입에서 사르르 녹아 없어지면서 그렇게 힘들게 일일이 씹어먹을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그냥 취향이 나에게 협박당하고 자신의 몸을 노출하면서 즐기는 건가'
이쪽 입장에서야 앨리스를 공략하기 위한 길에 한 걸음 다가간 셈이라 나쁘지 않았지만 새삼스럽게 참 변태 같은 캐릭터도 있구나 감탄하게 된다.
"주군. 이번 실습에 대해서 결정해주셔야 합니다."
"이노리는 별개의 임무 없나?"
"없습니다. 설령 있다 할지라도 주군의 호위가 우선입니다."
'1학기 임무 수준에 이노리만한 호위까지 필요할까 싶기는 한데'
그래도 이노리는 지난번에 자기를 빼놓고 다녀왔다는 사실에 약간 토라진 상태였기 때문에 이번에는 꼭 같이 동행시켜야 할 모양이다.
수치로는 떨어지지 않았지만 한 번 더 만나주지 않으면 잔뜩 실망하는데, 원래 호감도만 존재할 때에는 이노리는 주종관계라서 호감도 관리를 안 해도 되니 신경쓰지 않아도 되지만 지금은 애정도가 뚝 떨어져버릴 테니까 말이지.
"좋아... 이번 임무에 대해서 아는 정보 있어?"
"예. 미리 정리해 두었습니다."
이노리가 건네준 서류를 천천히 살펴보았다.
이전에는 늑대사냥, 산적퇴치, 열매채취 등의 기본적인 임무만 있었다면 지금은 본격적으로 몬스터 퇴치 임무가 늘어나 있었다.
'지난번에 마리안을 구해주고 이번 실습부터는 나와 합류하기로 약속해서 그렇겠지?'
이제 마리안도 같이 실습에 따라가니까 어지간한 중급 임무까지는 수월하게 수행할 수 있어서 점점 포인트와 명성도 쌓기에 탄력이 붙을 것이고.
마리안, 오필리아, 이노리 이렇게 세 명만 동행해도 완벽한데 앨리스는 별의 마법을 쓸만한 공간이 나오지 않아서 애매하기는 한데, 동행시킨다면 2학기 기준 임무도 널널하게 수행할 정도가 아닐까.
"흠... 지난번에 간단한 임무를 수행했으니 이번에는 조금 어려운 임무로 신청해볼까?"
세 번째 실습에서는 지난번과는 다르게 내가 손을 쓰지 않고 다른 친구들의 능력을 시험해볼 생각으로 움직일 예정이었다.
내 목검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전쟁이나 전세를 뒤집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친구들이 활약해주면서 나를 지켜줘야 안전하고 확실한 승리를 거둘 수 있으니까.
"마리안, 오필리아도 같이 데리고 가자."
"예."
오필리아는 무기를 평소 사용하던 대검이 아니라 마법지팡이로 들게 해줘서 원거리 공격수로 쓰고 마리안과 내가 전위로 나서면 된다.
우리가 원거리 공격을 당하면 이노리가 [그림자 인법]으로 접근해서 암살해버리면 그만이고.
"그럼 이대로 신청서 보내자."
파티 리더의 칸에다가 내 이름을 적어넣고 그 다음 이노리에게 건네주니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바로 옆에 적는다.
사인은 약간 흘겨쓴 느낌으로 Rita라고 적는데...
'아, 이노리의 대외적인 이름이 리타였지'
맨날 이노리 이노리 속삭이니까 까먹게 된다.
다른 친구들 앞에서는 이노리라고 부르면 안 되는데 말이지.
"마리안과 오필리아한테는 이노리가 사인 받아다 줘."
"예."
"그러고 보니 내가 뭔가를 잊고 있는 기분인데 말이야."
"......"
그렇게 말하니 이노리는 한숨을 내쉬면서 내 지퍼를 열려고 했는데, 아니 그쪽이 아니라.
"뭔가... 누군가 약속한 걸 잊은 것 같은데?"
"저는 아닙니다."
그렇겠지.
실습날 마차에 타고 나서야 생각났다.
'아'
마리안의 애정도가 비활성화된 것처럼 네 번째 칸이 회색으로 비활성화되어 있었고 세 번째 칸이 절반으로 내려가있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뭐를 잊고 있었는지 기억할 수 있었다.
'휴식기간 동안 마리안이랑 데이트하기로 약속하고 안 했네'
마법반에 돌아다닌다고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