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화 〉 나를 딸감으로 쓰면...(04)
* * *
내 손이 앨리스의 뺨에 살짝 닿으려고만 하면 앨리스는 움찔하면서 벽에 몸을 기댄 채로 내 손을 기다리고 있는 등, 내가 손을 직접 대지 않아도 이미 애무를 당하는 것처럼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앨리스는 성기레벨은 높지만 임시 성기레벨... 즉, 애무기술이나 테크닉은 전무한 상태지'
자위횟수가 300회에 근접하는데 레벨이 고작 8이라는 것부터 알 수 있었다.
내가 자위를 저 정도로 했으면 온갖 테크닉이나 이노리, 마리안의 도움을 받아서 레벨 16은 찍겠는데 앨리스는 제대로 된 자위방법조차 몰라서 스스로의 손가락으로 자신의 고간을 문지르는 것 밖에 할 줄 몰랐고 덕분에 횟수는 미친 듯이 많지만 임시레벨은 전혀 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노리를 상대로 다져진 내 실력이라면......'
일부러 살살 앨리스를 약올리는 것처럼 손가락을 그녀의 얼굴에 가까이 가져갔던 나는, 앨리스가 슬슬 '안 오나...?'라고 생각해서 방심했을 때 그녀의 입술 위로 손가락을 가져다 대었다.
"흐읏...!"
단순이 입술에 검지손가락 끝을 대었을 뿐이다.
내 손가락이 자신의 촉촉해진 입술을 훑기 시작하자 앨리스의 눈동자가 크게 뜨이면서 입술로 손가락을 살짝 물었는데 나는 그녀가 내 손맛을 볼 수 있도록 살짝 입 안으로 밀어넣어 주었다.
가까이 붙은 김에 앨리스의 얼굴 옆에 내 얼굴을 가까이 붙이고 그녀의 귀에 속삭여 주었다.
"벌려."
"흐읏..."
이노리가 주군인 나의 명령을 따르듯이 지금 상황에 한정해서 앨리스는 내 명령을 들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꽉 다물어져 있던 앞니가 열리면서 나는 손가락을 밀어넣어 그녀의 숨어있는 혀를 살짝 건드렸다.
촉촉하게 침이 고여있는 혓바닥을 손가락으로 톡하고 건드리고 그 입술 안쪽의 점막을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면서 문질러주니 앨리스는 내 손가락이 닿는 곳바다 입을 벌리면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아..."
입에 살짝 물려두고 있던 손가락을 다시 빼내자 앨리스는 약간 아쉬운 듯이 한숨소리를 흘렸고 나는 앨리스의 침이 묻어서 투명한 실이 늘어지고 있는 내 손가락을 내 입으로 집어넣었다.
'약간 혀 끝에 톡 쏘는 느낌이 나는데?'
확실히 사람마다 식습관이 달라서 그런지 아니면 체질이 달라서 그런지 마리안이나 이노리도 키스할 때 느낌이 다른데 앨리스의 침은 둘과 비교해도 꽤나 독특한 느낌이었다.
탄산 같이 쏘는 느낌이 아니라 뭔가 혀에 아린 음식을 먹었을 때 같은 미묘한 톡 쏘는 기분을 느끼면서 앨리스의 입에 들어갔던 손가락을 빨고 있으니, 앨리스는 자신의 침이 나에게 먹혔다는 생각에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입을 벌린 채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흐으으음......"
일부러 앨리스의 목덜미에 얼굴을 가져다대고 숨을 빨아들이니 앨리스는 육식동물에게 잡아먹히는 초식동물처럼 몸을 움츠리길래 일부러 살이 닿지 않도록 살짝 내 숨결이 느껴지는 거리만 유지하면서 입에서 빼낸 손가락을 그녀의 허벅지를 타고 훑어올렸다.
스타킹으로 눌려있는 매끈한 허벅지를 따라 올라가면서 치마를 살짝 건드리자 앨리스는 이제 완전히 잡아먹힐 준비가 되었는지 입술을 오물거리면서 '잡아먹힐거야'라는 말도 하지 못한 채 눈을 질끈 감았는데 치마 안으로 손이 살짝 들어가 있는 것만으로도 손등에 화상을 입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진한 열기가 느껴졌다.
'이 암컷은 나에게 잡아먹힐 준비가 되었다'라고 그녀의 냄새가, 그녀의 열기가, 그녀의 숨결이, 그리고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에 반응해서 나도 성인모드가 적용되어 하반신이 아플 정도로 발기하고 있었지만.
'아... 정말......'
눈 앞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두고도 참아야 한다니. 미칠 것 같았지만...
"이노리."
내가 '목소리'를 사용해서 이름을 부르자 그것을 신호로 도서실로 통하는 문이 열렀다.
끼이익!
일부러 큰 소리를 내기 위해 거칠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노리 덕분에 앨리스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나를 살짝 밀어냈고, 나도 내 입술을 살짝 앨리스의 목덜미를 스쳐 지나가면서 뒤로 물러났다.
"누.구.있.어?"
책을 읽는 듯한 어색한 모습으로 연기하는 이노리를 보면서 앨리스는 자신의 외투를 챙기고 살짝 밀려올라간 자신의 치마를 손으로 꾹 눌러서 내려갔고 나는 뒷걸음질을 하면서 일기장을 들어올려 보여주고는 다시 품에 넣었다.
그리고는 '목소리'를 사용해 앨리스의 귀에 속삭여 주었다.
"나중에 이어서 하자고."
* * *
"자, 여기서 힘을 주고 한번 지팡이를 가볍게 휘둘러 봐."
피슈욱...
내가 휘두른 지팡이에서 뿜어져 나간 불꽃은 중간에 비실비실하면서 꺼지고 말았다.
'특성이 없어서 그런가?'
지능이나 마나량은 그럭저럭 못 써먹을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막상 실제로 마법을 사용하면 제대로 힘이 나지 않았다.
그 반면 오필리아는 충전형 지팡이가 아니라 증폭형 지팡이를 들고서 자신의 100m앞에 있는 과녁을 향해 불화살을 날리는데 하나하나가 과녁 정중앙에 들이맞으면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올리비에가 불편한 혓소리를 낼 정도였다.
"와아, 오필리아 역시 대단해!"
'역시 사기 특성......'
나는 아직 [검의 명가]도 제대로 익히지 못했고 [의무교미사]는 전투에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마법을 익히려면 순수하게 실력만으로 익혀야만 했다.
'이게 감이 잡힐 것 같은데 또 안 잡히다가도......'
아예 재능이 없다면 그냥 조언만 하고 다니겠는데 막상 이게 될 듯 안 될듯 애매한 상황이란 말이지.
'속성을 바꿔볼까?'
간단한 불화살을 발사하는 것도 힘들어서 이번에는 다른 속성의 지팡이를 들어보이는데, 돌 화살을 발사하는 바위 슬링이나 바람의 칼날을 발사하는 바람속성 부채, 물총처럼 가운데에 촉매용 액체가 가득 차있는 지팡이도 휘둘러보고 마지막으로 얼음송곳처럼 생긴 지팡이를 들어올릴 때였다.
쩌적...
"아오..."
멜리사에게서 음기를 흡수했기 때문인지 오행무경심법은 얼음지팡이에 있는 미약한 음기를 흡수하며 손에 달라붙었는데, 팔이 얼얼할 정도로 차가워지기는 했지만 왠지 감이 좋아서 이대로 지팡이를 공중에 휘둘러 보았다.
촤악!
아까와는 다르게 또렷한 눈송이가 흩날리는 모습을 보면서 얼음속성 지팡이를 살펴보니 충전량은 그대로였고 내 마나가 줄어있었다.
'오행무경심법이 멜리사에게서 극음절맥의 음기를 흡수한 덕분인가?'
촤악, 촤악!
하지만 마법이 뿜어져 나오는 것과 잘 발사하는 것은 별개의 일인지라 내가 얼음 지팡이를 휘두를 때마다 눈가루와 얼음조각이 흩뿌려질 뿐 다른 친구들처럼 날카로운 얼음의 투사체를 날려보내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으어어어! 차가워 죽겠네!"
얼음 지팡이를 잡는 순간부터 뼛 속까지 얼얼한 냉기가 울려퍼지니 오랫동안 잡기가 싫었다.
다른 친구들은 속성 지팡이를 잡는다고 문제가 생기는 일은 없던데 왜 나만 이러는 건지.
오행무경심법 때문이라고 친다면 다른 속성 지팡이를 잡았을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이 되어야 하는데 유난히 냉기에만 민감한 것을 보면 멜리사와 있었던 사고 때문인 것 같기도 한데.
띠링
"......?"
혼자서 열심히 마법을 연습하고 있는데 갑자기 시스템 메시지가 들려와서 손에 달라붙은 얼음지팡이에 침을 발라서 서서히 떼어내면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뭐지?'
혹시라도 내가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서 다른 마법반 친구의 호감도가 올라갔나, 하면서 돌아보았지만 다들 자기 수련하느라 바빠서 나에게 신경쓰는 친구는 보이지 않았다.
'하기야 호감도가 올랐다면 친절하게 누구의 호감도가 어떻게 되었는지 설명해줬겠지?'
그렇다면 이건......
"아 씨 더러운 모드 같으니. 또 버그 터졌나보네."
이제는 어지간한 버그는 일상이라는 생각이 들어선가 신경쓰지 않고 넘어가려고 할 때였다.
'뭔가 분홍색이 슬쩍 움직이는거 같은데'
혼자 연습하고 있느라 주변의 상태창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고, 어차피 이곳 마법반에서 성인모드가 해금된 대상은 홀리오 밖에 없는데다가 사내놈이라 호감도는 몰라도 애정도 시스템은 적용되지 않았다.
즉, 이 장소에서 분홍색 하트 게이지가 눈에 보일 일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아, 한 명 있었지'
하트 게이지의 모양으로 보았을 때 3.2칸 정도.
어차피 마법연습 하기에는 손가락도 얼얼하겠다, 가벼운 동상을 입은 오른손이 제대로 녹아내리기 전까지 시간을 때울 겸 하트 게이지가 숨어있는 장소로 찾아가 보았다.
마법반 내부에서도 으슥한 곳, 마나수련실과 그 옆에 놓여있는 비품창고 사이에 있는 공간에 하트 게이지와 앨리스의 상태창이 또렷하게 떠있었기 때문에 나는 잠시 이곳의 벽을 만져보았다.
'벽이 아니네'
내가 양손에 힘을 줘서 벽을 누르는 순간 눈 앞의 화면이 일러이는 효과와 함께 내부에 들어있던 앨리스의 상태창이 크게 흔들렸고, 그녀의 표정이 당혹감으로 물들어 갈 때 내 몸은 결계를 뚫고 내부로 들어와 있었다.
"아......"
마법반 수련장 안쪽에서 마나수련실과 비품창고 사이에는 빈 공간이 있었지만 앨리스는 그곳에 환상결계를 걸어서 벽처럼 보이게 만들어서 중간에 공간이 없도록 만든 것이다.
비품창고는 내부정리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엉망이었기 때문에 비품창고와 마나수련실의 정확한 용적을 알고 있는 학생도 없었고 어차피 관리도 홀리오가 하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동안 이런 비밀공간을 만든 셈인데......
"앨리스. 지금 뭐 해?"
그녀의 손에는 새로운 책이 들려있었고, 한창 만년필을 사용해서 무언가를 적어내려가고 있었다.
"아, 저... 그... 이건..."
앨리스가 반응하기 전에 민첩성을 내세워서 그녀의 손에 들려있던 책을 낚아챘다.
나름대로 손에 힘을 줘서 버티려고 했지만 이노리조차 한 손으로 들어버릴 수 있는 내 완력이었기 때문에 마법사라서 일반적인 사람 수준의 완력밖에 없던 앨리스는 손에서 책을 빼앗길 수 밖에 없었다.
"흐응."
흥미로운 내용이 적혀있는 것을 확인한 나는 환상결계 안으로 몸을 우겨넣으면서 앨리스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번에는 아예 아렌이라고 적혀있는데'
별의 소녀는 그대로 유지되었지만 이제 하얀 늑대니 뭐니하는 비유도 아니었고 대놓고 내 이름이 적혀있었다.
중간중간에 하얀 늑대로 표시되기도 했지만 이미 표기가 혼용된다는 점에서 하얀 늑대조차 나를 표현하는 단어임음을 드러내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다.
심증이 아니라 확실한 증거를 잡은 셈이다.
그것도 어제 도서관에서 내가 시킨 일을 기초로 삼아 여러가지 내가 하지도 않은 일들을 적어두었는데 그 수위가 이번에도 장난이 아니었다.
"실존인물을 대상으로 잘도 이런 글을 쓰는구나."
"미, 미안... 해... 이거는..."
"내 앞에서 읽어봐."
이런 망상글을 쓰는 사람에게 가장 효과적인 벌칙은 장본인 앞에서 직접 글을 낭독하게 하는 것이었다.
"지금. 여기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