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화 〉 몬스터라고 성인모드 예외가 아니다(03)
* * *
철퍽.
기분이 나쁘다.
특히 이 액체에서 풍겨나오는 미묘한 비린내가 기분이 나빠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당장 질척질척한 진흙에 발을 넣는 것만으로도 불쾌감이 가득가득 차오르는데 이 액에 닿는 순간 성인모드가 강제로 발동되어서 감각이 예민해진 상태에서 진행하려니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발목까지 파묻히는 이 액체는 신기하게도 흙을 붙이지는 않고 끈적하고 투명하지만 약간 누런 색의 점액을 발목에 적시고 있었는데, 이게 닿는 것만으로도 자꾸 하반신이 발기하고 있어서 최음효과 같은 것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확실해. 성인모드의 몬스터다'
질척.
이미 진흙처럼 젖어버린 길은 방금 내가 지나온 발자국조차 묻힐 정도로 빠르게 지형이 회복되고 있었기 때문에 마리안이 끌려간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대신 이 미묘한 체액 비린내가 강하게 느껴지는 곳을 찾아서 움직이는 것으로 어떻게 거리를 좁힐 수 있었다.
'보인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황금색 글씨가 아주 작게 보이는데, 길이나 비율로 보았을 때에는 [검의 명가]특성을 나타내는 글씨처럼 느껴졌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니 확실하게 [검의 명가], 즉 마리안의 특성이 보였기 때문에 나는 발걸음을 빠르게 하면서 이제는 정강이까지 푹푹 젖어들게 만드는 점액의 강을 지나가고 있었다.
"으윽... 움직일 때마다 자꾸 자극받아..."
바지 안에서 발기된 물건이 움직일 때마다 자극을 받는데, 왼쪽 오른쪽으로 번갈아가면서 위치를 바꿔도 자꾸 발기되어서 속옷 안쪽이 땀과 다른 액체로 끈적하게 젖어버릴 지경이었다.
'대체 뭐하는 몬스터길래 이런 거지 같은 환경에 사는 거지...!'
앤이 들어오지 못하는 이유도 이해가 갔다.
성인모드에 적용받지 않는 캐릭터들은 이 지형이 그냥 진흙탕으로 보일텐데, 지금 이곳처럼 강처럼 점액이 흐르는 곳은 아예 지형을 이해하지 못해서 들어올 생각도 하지 못할 것이다.
호위들은 성인일 테니 들어올 수 있겠지만 반대로 그들은 발정나서 당황하는 바람에 움직이지 못할 것이고.
지금 나도 처음에는 성큼성큼 움직이다가 지금은 허벅지를 최대한 움직이지 않으려 하고 있었으니까.
'이제 보인다......'
무릎 바로 아래까지 차오른 점액의 강을 거슬러 올라가니 보이는 것은...
뭔가 인터넷에서 많이 봤던 광경이었다.
왜 '대자연의 음란한 보지'같은 제목으로 올라오는, 나무 사이에 옹이구멍이 벌려져 있어서 여성의 다리와 음부를 연상시키는 그런 모습 말이다.
지금 내 앞에도 M자 자세로 다리를 벌리고 있는 듯이 갈라진 나무줄기와 그 사이에 열려있는 구멍에서 수액이 줄줄 새어나오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순간적으로 진짜 여성의 몸인가 착각할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제... 젠장... 가뜩이나 버티기 힘든데..."
평범한 상황에서 보게 된다면 그냥 웃으면서 확실히 비슷하네, 하고 넘어가겠지만 지금 이렇게 발기되어서 계속해서 최음효과가 있는 점액에 발목을 담근 상태로 마주치게 되니 고추가 터질 듯이 조여오는 기분이었다.
'저건 나무야! 나무구멍일 뿐이라고!'
자꾸 고개를 드는 귀두를 탁탁 때려서 예의를 가르치면서 나는 필사적으로 흘러내리는 점액이 피부에 닿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앞으로 기어나갔다.
'그냥 밟고 지나가자'
수액이 흘러나오는 보지나무를 밟는 순간 나는 화들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꾸물텅.
"으아아아!"
내가 밟아버리는 순간 부드럽게 발이 파고들면서 실제 살아있는 사람처럼 꾹 눌리지 않나, 그 안에서 수액이 콸콸 흘러넘치지 않나.
순간적으로 이 보지나무가 정말 살아있는 보지처럼 느껴져서 경악했지만 다행히 옹이구멍이 조금 벌어지고 그 안에서 수액이 새어나올 뿐, 갑자기 살아 움직이지는 않았다.
"후욱... 후욱..."
일부러 입 안쪽을 어금니로 살짝 물어서 정신을 차리고 나는 이제 가까워진 마리안의 상태창을 따라서 보지나무를 넘어갔다.
철퍽.
"하아... 이제 좀 살겠네."
저 최음효과가 있는 점액에서 벗어나 단단한 땅을 밟으니 발기된 자지가 조금이나마 가라앉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발기는 유지되어 있었지만.
중간에 넝쿨 같은 것이 잘려져 있었는데 깔끔하게 베여있는 모습으로 보았을 때 마리안이 반항하면서 베어낸 나무촉수 같이도 보였다.
'근처에 있어... 설마 이건가?'
눈 앞에 보이는 죽은 나무를 건드려 보았다.
혹시라도 몬스터일까 생각했는데 그랬다면 적대적인 빨간 창이 떠야하지만 이 나무는 창이 보이지 않았다.
다만 뿌리가 드러나 있었고 뭔가 미묘하게... 요염한 굴곡을 하고 있어서 의심이 가기는 했지만.
'마리안의 상태창 위치로 봐서......'
나는 일단 목검을 꺼내들어 나무를 후려쳤다.
퍼어억!!
그러자 나무 윗부분이 모조리 파쇄되어 날아가버리고 그 안쪽이 드러났는데, 부서진 나무를 넘어가서 보니 여성의 하반신을 나무에 조각해놓은 것처럼 생긴 부분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식물형 몬스터... 트랜트인가?'
그런데 트랜트에게 여성의 하반신과 성기가 달려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원래는 그냥 나무에 입이 벌어지고 가지를 팔처럼 움직이며 뿌리를 다리처럼 움직이는 괴물이었는데 지금 모습은 마치 여성을 나무에 융합시켜서 포박해놓은 것처럼 보였다.
'성인모드니까......'
설마 몬스터도... 으음... 인간형 적들 상대로는 성인모드를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설마 이런 인외의 존재들에게도 먹히나 생각을 했지만.
상태창이 뜨지 않는 것으로 봐서 트랜트는 이미 죽었기에 아쉽게도 능력검증은 해볼 수가 없었다.
"마리안!"
안쪽에는 가슴에 검이 박힌 채 쓰러진 여성형 트랜트가 가동을 멈춰있었고 마리안이 축축하게 젖은 모습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내가 도와주러 오기 전에도 그녀가 자신의 검술로 트랜트 두 마리를 사냥하고 기절한 모양이었다.
"휴우... 다행이야. 괜찮아 마리안?"
생명력은 60%정도 줄어들어 있었기는 했지만 큰 부상은 없어보였다.
군데군데 옷가지가 찢어져서 가슴이라던가 치마가 벗겨져서 속옷만 입은 채로 싸웠던 모양이지만 별 문제는 없어보였고.
'다른 호위가 들어오기 전에 내가 찾아내기를 다행이야. 아무리 구조를 위해서라지만 마리안의 이런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는 않으니'
입고있던 아카데미 정복을 벗어서 마리안의 하반신을 두르고 그녀를 데리고 나가려고 할 때였다.
"누... 구?"
고개를 숙인 채 더듬거리는 말투로 묻는 마리안을 보면서 나는 그녀를 안심시켜주기 위해 하반신을 가려주며 대답했다.
"나야 누나. 아렌."
"......"
평소라면 호들갑을 떨면서 동생이 구하러 와줬다 뭐 이런 말이라도 해야하는데 지금은 정신이 없어서 그런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띠링
마리안의 머리 위에 적대적 캐릭터를 나타내는 붉은색 상태창이 떠올랐다.
"마리안?"
그녀의 얼굴 옆에 있던 하트 게이지가 모조리 봉인되고 마리안의 상태창에 '의식불명'이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옷이 찢어지며 드러난 그녀의 아랫배에 딱 봐도 용도를 알 수 있는 음란한 모양이 꽃무늬처럼 새겨지고 있었다.
"동생..."
하트 게이지가 봉인된 상태였기 때문인지 마리안의 눈동자에는 하트가 드러나고 있지 않았다.
"우리에게 씨앗 줘..."
딱 봐도 평소 마리안의 표정이 아니라 무언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살짝 침을 흘리고, 자신의 옷을 벗으려고 하지만 손이 말을 듣지 않아서 제대로 벗지도 못하고 있었다.
얼굴 옆에서는 마리안의 상태창이 변하고 있었다.
현재 상태 : 의식불명, 탈진, 세뇌당함
그리고 그녀의 멈춰버린 상태창을 대신해서 그녀의 왼쪽 머리에 조그만한 꽃봉오리가 생겨나더니, 그대로 꽃을 피우면서 생명력 수치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번식을 요구하는 기생꽃
생명력 : 150/150
침식율 45%
'기생꽃?'
"수술에서... 씨앗을 받아... 숫자를 늘려..."
동시에 마리안의 속옷에서 아까 전에 내가 밟으면서 지나온 최음효과를 가지고 있는 체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사람이라면 금방 수분부족으로 탈진해서 쓰러질 정도로 많은 체액이 고로쇠 수액처럼 뚝뚝 떨어지면서.
"뭐... 이런 패턴이라는 거지."
전투 하나 없이 구출할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철검을 들려고 했다가, 아무리 검사라고 해도 여자 피부에 상처를 내면 안 되다는 생각에 목검을 뽑아들었다.
'제압 시스템이 있으니까 휘둘러도 죽지는 않을 거다'
마리안의 몸을 제대로 제압하지 못해서 비틀거리고 있는 지금이 기회였기에 나는 가볍게 머리를 콩 하고 때려줄 생각으로 목검을 꺼내들었다.
지금 공격은 상대를 죽일 수 있습니다. 공격을 가하시겠습니까? Y/N
"우와아악!!"
하지만 머리에 닿기 직전 들려오는 경고음에 나는 기겁하면서 목검을 멈췄다.
'뭐, 뭐야? 조종당하는 상태에서 공격하면 제압이 적용되지 않는 건가?'
당황해서 일단 낡은 철검을 꺼내들어 머리에 있는 꽃만 베어내려고 했지만, 이미 마리안의 침식율이 50%를 넘어가는 순간 기생꽃은 마리안의 몸을 움직여 내 무기를 잡으려 했다.
"이러지 마! 몸 베인...!"
검날을 잡아채서 빼앗으려고 하는데 오히려 내가 마리안의 손이 너덜너덜 해질까봐 당황해서 검을 다시 검집에 집어넣을 수 밖에 없었다.
도와줄 호위가 올 때까지 도망도 칠 수가 없었다.
이미 마리안의 몸에서 흘러나온 최음효과가 있는 수액 냄새를 맡아버리는 순간, 하반신의 모든 피가 고간으로 들어가서 다리에 힘이 풀리고 있었으니까.
"수술......"
'어떻게 해야 하지?'
마리안의 전력이 귀하기는 하지만 내 목숨보다는 아니었기 때문에 눈 딱 감고 공격을 가할까 생각했지만, 같은 F반의 친구를 사망시킬 경우 그 사망자와 관계있는 모든 캐릭터의 호감도가 엄청나게 내려간다.
반장인 마리안 같은 경우 대부분의 캐릭터들과 호감도가 높은 상태인데다가 호감도 보정을 받는 학창시절에 죽여버린다면 F반 전체와 '원수'단계가 되어버릴 것이고 솔플은 물론이고 나를 죽이겠다고 난입까지 할 것 같다.
'어떻게 제압할 방법이......'
이렇게 기생꽃에게 한 번 당했다고 캐릭터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황당한 상황은 없을 것이다.
그랬으면 모드 만든 새끼가 미친 놈이지!
무언가 풀어줄 방법이 있을 텐데 성인모드에서 있다면...
"씨앗 줘......"
"씨앗을 주면 마리안을 돌려주는 거냐?"
그 말에 마리안, 아니 기생꽃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럼... 좋다. 줄게. 그러면... 만족하고 떨어지는 거지?"
끄덕끄덕.
아 그래 성인모드 해결법은 결국 이거겠지 젠장!
지이익!
바지를 열고 기생꽃이 가장 원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기생꽃아, 기생꽃아! 수술을 줄게 암술을 다오!"
그렇게 나는 기생꽃과 극적인 협상을 타결시켰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