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화 〉 몬스터라고 성인모드 예외가 아니다(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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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선생님에게 듣게 된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내 몸이 멜리사와 접촉하고 난 이후 오행무경심법이 폭주하면서 전신을 얼어붙게 만들었고, 그것을 치료하기 위해 다른 친구들이 급하게 양호선생님인 레베카 선생님을 불러서 치료를 맡겼다.
멜리사의 경우도 그녀의 몸을 잠식하는 음기에 대항하는 방법은 없었지만 온수에 몸을 담근 채로 치료마법을 걸어주면서 자연스럽게 그녀의 체질인 구음절맥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만이 답이었다.
그녀는 곧바로 내 상태를 파악하고 몸이 손상되어 가는 것을 보면서 전문 사제들과 치료를 시작했는데 회복마법으로 몸이 회복되면서 빙결상태가 풀릴 때까지 버티려고 했지만 점점 음기가 강해지면서 들어오는 데미지가 점점 강해졌다나.
심지어 원래 그 체질에 익숙한 멜리사는 냉기에 대한 저항력이 어느 정도 있는 편이었으며 여성의 신체에는 나처럼 지독한 냉기가 뿜어지지 않았지만 나는 익숙하지도 않은데다가 남성의 몸에 강제로 음기가 들이부어져서 문제가 생긴 것 같다... 고 한다.
'그런 요소도 있겠지만 내 몸에 흐르는 오행무경심법이 음기를 받아들이고는 폭주하는 바람에 그런거겠지만...'
모드로 추가된 무공심법이라 그런가 NPC들은 무공심법에 대한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당장 오필리아가 동반수련공을 보고서 아무런 반응이 없고 무슨 책인지 읽지를 못하는 것을 보면 NPC들이 무공심법에 대해 이해를 못 할 것이라는 건 예정된 수순이었다.
어쨌거나 신전의 사제들은 대안치료라 할 수 있는 생명력을 회복시키면서 음기가 가라앉을 때까지 버텨야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는 음기가 몸을 파괴하고 있으니 결국에는 회복마법을 쏟아부어도 회복량이 따라가지를 못하게 되었다고.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잖아?'
최후의 수단으로 [의무교미사] 직책을 가지고 있는 베아체 사제가 자신의 순결을 바치면서 치유의 기적을 사용했다고 한다.
성교하는 대상을 회복시키는 [의무교미사]의 능력과 치유의 기적이 섞인 덕분에 몸이 손상되지 않도록 버티면서 오행무경심법이 안정을 되찾아 능력치를 올리기는 했지만... 내 몸이 얼어붙어 있으니 당연히 베아체 사제는 자신의 몸 안에 실시간으로 얼어붙는 내 물건을 넣고 있어서 몸 안이 크게 다쳤다고 한다.
'의무교미(義???)가 그 의무교미(????)였구만...'
덕분에 레베카 선생님이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 이유도 나를 치료해주다가 너덜너덜해진 상황이라서 그녀의 빠른 복귀를 위해 의무교미사의 능력을 동반수련공으로 배워온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끄으응......"
얼마 뒤에는 실습을 나가야 하기 때문에 거절할까 고민하기는 했지만, 내가 기억을 못하고 있다 할지라도 얼떨결에 같이 몸을 겹친 상대이기도 하고 그 결과 하반신에 동상을 입어서 지금은 거동조차 힘든 상황인데다가 몇 개월 정도는 요양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하니 남자로써, 아니 사람으로써 책임감이 솟아날 수 밖에는 없었다.
이제 곧 파티를 모집해서 실습을 나가야 하니까 일단 필수적인 치료만 받은 뒤 기숙사로 돌아가고, 어차피 의무교미사 베아체 본인을 설득하지 않으면 치료를 수행할 수가 없으니까 실습을 다녀와서 다시 방문해달라나.
"이 정도가 한계인가..."
일단 이번 임무는 산적퇴치로 지난번의 늑대 토벌보다는 한 단계 높은 임무였다.
원래는 윌리엄 관련된 임무가 떠올라야 하지만 지난번에 단 한 번에 토벌한 것으로 취급이 되어서 임무가 사라져 있었고 이번에는 꽤 먼 지역까지 출정가서 산적소굴을 퇴치하는 방식의 반복형 임무였다.
'어차피 보스 몬스터도 없고 양산형 도적 정도만 보이겠지만'
내 늘어난 능력치에 4%라고 할지라도 [검의 명가]특성이 있는데다가 목검을 챙겨간다면 별다른 문제 없이 단독토벌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실질적으로 오필리아 하나만 있어도 단독토벌이 가능한 임무였으니까 내 실력을 확인해 보기에도 적당해 보여서 일부러 오필리아를 세리와 같이 아카데미 내부에서 실시하는 사무보조 임무에 투입하고 이노리도 특별히 추가 포인트를 받는 정보수집 임무에 투입하였다.
어차피 오필리아는 나중에 떨어져 나갈테니 호감도를 올려야 할 필요가 없었고 이노리는 따로 호감도 관리를 해주지 않아도 되니까 이렇게 처리한 것이다.
가능하면 마리안의 호감도를 올려서 둘이서만 임무를 수행하며 호감도 작업을 시행하려 했는데 이미 마리안이 출정계획서를 제출한 것을 보니 나와 파티를 맺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고.
'애정도는 높지만 파티 합류 기준은 호감도를 기준으로 잡혀있으니까. 이렇게 된 김에 내 실력을 확인해볼 생각이니까'
산적 정도면 그리 위험하지도 않고 패배하더라도 몸값을 지불했다는 명목으로 포인트를 잃는 것이 끝이었다.
애초에 셀레스티얼 아카데미는 내부의 학생들이 실습에서 사망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최소한의 호위를 붙여놓기 때문에 산적들에게 잡혀도 금방 구출될 테니까.
스릉.
오필리아가 나에게 선물하고 지난번에는 앨리스를 속이기 위해 사용한 낡은 철검을 확인해본다.
목검을 사용한다면 내 능력치가 어느 정도인지, 내 전투력이 과연 실전에 통할 정도인지 확인할 방도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가능한 낡은 철검을 사용해서 전투하고 비상시에만 목검을 사용할 예정이었다.
"후우...... 주인공 캐릭터로 클리어 도전하는 미친 놈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내가 그런 미친 도전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런고로, 일단은 고간의 쓰라린 동상을 따뜻한 주머니를 끼우고 자는 것으로 치료하면서 나는 눈을 감았다.
* * *
"지금이라도 같이 갈래? 사정을 설명하면 약간 포인트를 차감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꿀 수 있을 거야."
역시나 오필리아는 내가 걱정되는지 동행하고 싶어하는 모양이었다.
'어지간하면 인공지능이 자기 포인트에 손해보는 일은 하지 않는데 말이지...'
그만큼 내가 걱정된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데, 일반적인 셀레스티얼 아카데미의 캐릭터 반응이라면 아무리 절친하다 못해 연인단계가 되더라도 포인트에 손해보는 일을 요구하면 기분이 팍 상하면서 호감도가 내려가는데 이번에는 오필리아가 먼저 나에게 자기에게 손해되는 일을 제안할 줄이야.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누구와 동행할 생각이 없었다.
"걱정하지 마. 이제 멀쩡하니까."
"그래도, 아렌은 내가 없으면 안 되는데..."
원래는 이 정도 임무까지는 오필리아를 필수적으로 참가시키고 나중에 배신할 것을 알거나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경우 파티에서 배제시키고 자신이 데려갈 캐릭터들로 일행을 꾸리게 된다.
나 같은 경우는 2회차이다보니 오필리아가 배신하고 반역 루트로 진행할 것을 알기도 했고, 나 자신을 중점적으로 키워보기 위해서 이렇게 솔로 플레이를 선택한 것이라서 오필리아의 제안이 놀랍기는 했지만 받아들일 생각은 없었고.
"세리와 약속한거잖아. 선약을 지켜야지."
"......흐응..."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콧김을 내쉬는 오필리아였지만 내 결단이 확고해 보이니 더 이상 따지지는 않았다.
"너무 무리하지는 마. 위험하다 싶으면 그냥 비상신호를 보내고. 어떻게 쓰는지 알지?"
"응. 알았어. 저기 세리 기다리니까 빨리 가봐."
서로 붙임성이 좋은 세리와 오필리아였기 때문에 금방 친해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내 호감도가 더 높은 모양이었다.
'아, 이걸로 으쓱하면 안 되는데'
오필리아는 세리와 나름 '친구'단계나 '절친'단계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나한테는 안 되는 모양이다.
"몸 조심해야 돼!"
오필리아는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옮겨서 나에게서 벗어나 필기구 세트를 챙기고 세리와 함께 서류정리 임무에 투입되었다.
'비전투계 NPC 전문 임무였던가'
포인트는 낮지만 안전하고 오늘 오후에 끝나는 일이었다.
'그나저나... 뭐 오필리아 호감도가 내 생각보다 높은 것 같은데'
나름대로 신경을 안 쓴다고 생각하는데 이런저런 사건을 겪다보니 의외로 1회차 때와 비슷하게 호감도가 높아져 있었다.
'이러지 말자. 어차피 배신할 캐릭터고... 내 실력도 한 번 확인해보고 싶으니까'
지난번에는 늑대를 상대로 목검을 휘두르며, 즉 치트 무기를 사용해서 벌인 전투라서 통쾌하기는 했지만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중에 다른 친구들이 요양하거나 중간에 일이 꼬여서 내가 스스로 대응해야 할 상황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노리는 아침부터 일찍 출발한 모양이고'
어디에 잠입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능력이라면 잡힐 일은 없겠지.
"아렌은 혼자 가는거냐?"
"뭐 그렇게 됐다."
사일리안이 홀리오와 데이츠를 데리고 난이도가 낮은 고블린 퇴치를 맡아 진행하기로 했는데 실질적으로 사일리안 혼자서 임무를 수행하고 홀리오는 권총으로 견제, 데이츠는 아이스 미사일을 사용해서 원거리 공격을 맡겠지.
'이제 저 녀석들과도 꽤 친해져서 다음 임무부터는 같이 다닐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만'
"다음번에도 갈 사람 없으면 우리랑 가자고."
"상황 봐서. 가시죠."
단독 임무였기 때문에 나 혼자서 마차에 올라타자 마부는 곧바로 마차를 몰아 출발하기 시작했다.
도적단이라고 불리지만 윌리엄네 도적단처럼 이벤트가 적용된 이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양산형 도적들을 7~10마리 정도 잡으면 끝나는 임무로써 초반에 몇 번이고 수행할 수 있는 반복 퀘스트 중 하나였다.
포인트 보상은 짜지만 초반에 쓸만한 예비 장비들을 얻을 수 있어서 나름대로 유용한 퀘스트지만, 반대로 상대가 그 무기를 들고나오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해서 운용하지 않으면 죽기 딱 좋은 상황이라고 할까.
촤라락.
나처럼 도적단 퇴치를 맡던가 아니면 사냥을 나서는 일행들은 각각 다른 마차를 탔음에도 중간까지는 같이 움직였는데, 호위들의 효율적인 배치를 위해서 셀레스티얼 아카데미로 들어오는 임무들 중에서 비슷한 위치에서 발생한 임무들만 학생들에게 내려주기 때문이었다.
3학년 2학기 후반에 들어서면 아예 산맥을 넘어서 출정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최소한 중반 이후가 지나서 명성이 드높아져야 할 수 있는 일이고.
'아직까지는 우리가 맡는 임무들이 다 병아리라는 거지'
상태창을 살펴보니 마침 내 마차 오른편에 '앤'이라는 이름이 보였다.
'앤이라면... 보통 마리안과 같이 움직이는 E반의 여학생이던가?'
혹시나 싶어서 마차의 창문을 열고 마리안의 얼굴을 떠올리며 목소리를 사용했다.
"마리안. 왼쪽 창문 열어봐."
잠시 후 마리안이 그쪽 마차의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서로간의 대화가 통하기에는 꽤나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나는 그녀의 애정도가 네 번째 하트를 가득 채우고 다섯번째 하트는 텅 비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섯번째 하트는 아무래도 성인모드로 좀... 박아줘야 채워지는 모양이야'
꽤나 애정도 관리가 귀찮아지겠다 생각하고 있는 동안 마리안은 조심해서 다녀오라는 듯이 손을 흔들어 주었고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마리안을 보내주었다.
서로의 마차가 갈라지고 마리안의 마차는 숲의 사이로 난 길을 통해 안으로 진출하였으며 내 마차는 숲을 돌아서 으슥한 산이 있는 곳으로 향하다가 급하게 마차를 정거시켰다.
'기습 이벤트인가?'
원래는 이렇게 되면 초반에 캐릭터들의 진형을 배치할 기회가 없이 랜덤으로 배치되게 되는데 어차피 지금 우리 파티원은 나 한 명 밖에 없었다.
"우후후훗! 멈춰라!"
띠링 띠링띠링띠링!
그리고 삽시간에 주변에 적대적인 캐릭터를 나타내는 붉은색 상태창이 떠오르는 모습을 보며 나는 마차 안에서 낡은 철검을 꺼내들었다.
'이런 잡몹들도 여도적으로 변경되어 있다니. 원래는 도적길드에서 가끔 등장하는 희귀 NPC였는데 말이지'
하지만 여도적이고 수염난 아저씨 도적이고 어차피 내 적이었기 때문에, 나는 바로 마차의 문을 걷어차면서 마차로 다가오는 도적들을 기습했다.
터엉!
"꺄아아악!"
내가 걷어찬 마차 문에 얻어맞은 여도적 하나가 바닥을 구르는 동안 나는 그 뒤를 따르는 도적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뭐야? 이 쬐끄만......"
그리고는 90에 달하는 힘 능력치를 시험해보기 위해 정면에 보이는 만만해 보이는 여도적의 멱살을 잡고 그대로 바닥에 내려꽂았다.
쿠우우웅!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