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게임에 중국산 성인모드 깔지마라-32화 (32/91)

〈 32화 〉 양호실은 그런 곳이 아니야(03)

* * *

그녀의 병명은 '차가운 혈관'이라 불리는 병이며 선천적인 체질과 신체구조가 그렇게 생겨먹은 것이다.

무협으로 치자면 구음절맥과 비슷하게 다른 능력과 미모를 갖추게 만들어주지만 대신 짧은 수명을 가지게 된다.

'사실 컨셉을 보면 그냥 구음절맥이 맞아 보이지만...'

그녀도 나름대로 명문 골렘제조사 가문의 장녀로써 여러가지 의약품을 사용하고 치료를 받았기에 이렇게 살아있는 것이고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후반부에 수명이 다해서 사망한다.

멜리사의 호감도를 올려둘 경우 그녀가 마지막에 골렘 2호에게 자신의 이름과 호감도를 물려주면서 계승된다.

최고 난이도 임무에서 등장하게 되는 천사의 알을 구해서 아예 다시 태어나게 하지 않으면 무조건 사망하게 되어있는 비운의 캐릭터라고 할까.

"반가워 멜리사."

미래를 알고 있는 나로써는 씁쓸한 표정으로 멜리사에게 손을 내밀었는데, 그녀는 내 표정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기쁜 표정으로 내 손을 잡았다.

'차갑다'

체질 자체가 그렇기 때문에 손을 잡는 순간 소름끼치도록 차가운 감촉이 전해져왔다.

'다른 캐릭터들도 전투결과나 임무실패로 사망하는 경우가 생기지만... 그래도 아예 시나리오상 죽으라고 밀어넣는 캐릭터를 보고 있으니 내가 다 마음이 심란해지는 것만 같은데...'

­ 멜리사와의 호감도가 '친구'단계가 되었습니다 ­

이렇게 병문안을 와준 것만으로도 나를 친구라고 여겨주는 착한 캐릭터였으니 더욱 입맛이 쓸 수밖에 없었다.

­ 오행무경심법이 음기를 흡수합니다 ­

­ 고순도의 음기와 최초 접촉입니다 ­

­ 아렌의 모든 능력치가 2 상승하였습니다 ­

나는 깜짝 놀라서 굳어버린 채로 멜리사의 손을 내려다 보았다.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차가운 냉기가 내 몸으로 파고들고, 반대로 내 몸에서 흐르던 오행무경심법이 그녀의 팔을 타고 흘러 들어간다.

"어라...?"

멜리사도 놀랐는지 서로 맞잡은 손을 보면서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는데 파랗게 보일 정도로 새파란 피부에 아주 약간이지만 혈색이 돌았다.

'구음절맥 같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정말로 무공심법과 반응이 있어?'

모드 제작자가 캐릭터 성격에 맞춰서 잘 녹여냈다고 들었는데, 솔직히 중국산 모드 아니랄까봐 갑자기 비급나오고 그래서 어이가 없었는데 이런 식으로 연결이 될 줄은 몰랐다.

"이상하게 아렌과 손을 잡고 있으니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만 같아..."

"그래? 나는..."

방금 전까지 손이 조금 얼얼하게 차갑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역으로 냉기가 심장까지 파고들어서 손 끝이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하아아..."

입을 여니까 한 겨울에 숨을 내쉬는 것처럼 입김이 흘러나오는데, 몸이 시리도록 차갑기는 하지만 오행무경심법이 이 냉기를 녹여내면서 조금씩 내 능력치를 올리고 있었다.

서로간의 냉기와 온기가 더 이상 교환되지 않을 정도가 되어서야 우리는 손을 놓았는데, 거울에 비춰지는 내 입술은 새파랗게 질려있었고 멜리사의 얼굴은 처음 봤을 때보다 확연하게 온기가 돌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그 변화가 보이지 않는지 나와 멜리사가 이상한 반응을 보이자 의아해하고 있었고.

"아렌... 너는 정체가 뭐야...?"

­ 멜리사의 호감도가 '절친'단계가 되었습니다 ­

­ 당신의 몸은 음기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

"큽...!"

몸 안에서 오행무경심법이 미친 듯이 폭주하는 기분이 들었다.

손이 얼어 붙으면서 얼음이 몸을 감싸고 갑자기 내 몸을 급속냉동이라도 시킨 것처럼 몸이 굳어갔다.

"주군!"

"동생!"

"아렌!"

그림자 인법으로 숨어있던 이노리가 내 몸을 감싸안는 것과 함께 마리안, 오필리아의 비명섞인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의식을 잃었다.

'차가워. 아파'

갑자기 몸이 이렇게 얼어붙을 줄은 몰랐다.

빙한계 마법공격을 맞은 것도 아니고 전신이 완전히 얼어붙을 줄은 몰랐는데, 심지어 이 빙결상태는 겉으로 맞은 것도 아니고 내 몸에 흐르는 오행무경심법이 전신을 얼리고 있었기 때문에 겉에서 몸을 녹여준다고 해서 해결될만한 것이 아니었다.

'설마... 이렇게 게임 오버?'

얼어붙은 내 몸을 감싸는 여성들의 손길을 느끼면서 어딘가로 옮겨지고 있었는데 의식은 또렷한데 전신이 얼어붙는 것처럼 굳어있는 상태라서 불편하기 그지 없었다.

­ 따스한 치유의 물길이 당신의 몸을 사로잡습니다 ­

차갑게 얼어가던 피부에 조금씩 따스한 온기가 전해져오고 있었다.

피부에 단단하게 덮여가던 얼음이 점점 흩어지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피부에 감각이 돌아오는 것과 함께 냉동된 것처럼 멈췄던 숨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허어억..."

목구멍에서 얼음을 토하면서 겨우 숨을 내쉴 수 있었지만 마치 목구멍에 얼음조각을 쑤셔넣은 것처럼 숨을 쉴 때마다 입에서 피맛이 배어나왔다.

"돌아왔어?"

"아니. 이런 체질은 들어본 적도 없어."

아까 전에 인사를 나누었던 베아체와 레베카의 목소리가 귀에 울려퍼지는데 두 사람이 나를 치료하기 위해 뭔가 조치를 취하는 것만 같았다.

"전신을 얼리는 멜리사의 체질만 해도 꽤나 까다로운 불치의 몸이라고 느꼈는데 그걸 몇 배나 증폭시켜서 받아들이다니 이런 건..."

"치료는 먹혀?"

"먹히기는 해. 하지만 계속해서 몸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 이대로 가면 회복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없어."

"치료의 기적을 시행할게."

"괜찮겠어?"

"신전에서 사람을 죽게 할 수는 없으니까. 이럴 때 쓰기 위해서 아껴왔던 힘이야..."

띠링­

아득해지는 의식 속에서 시스템 메시지가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전신에 따뜻한 기운이 퍼져나가면서 나는 고통에서 벗어나 의식을 잃어버렸다.

­ 오행무경심법이 음기를 흡수하여 자신의 능력치로 만듭니다 ­

­ 동반수련공의 효과로 [의무교미사]특성을 얻습니다(13%) ­

* * *

......

머리가 웅웅거린다.

얼음 밖에서 누군가 웅얼거리는 것처럼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퍼졌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그건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시스템 메시지였다.

"콜록!"

숨을 깊게 들이쉬는 순간 목구멍에 살얼음이 붙어있다가 떨어져 나가면서 나는 겨우 정신을 차렸다.

"콜록콜록...! 이게 무슨 일이야...!"

목구멍에서 얼음조각을 뱉으며 정신을 차려보니 내 주변에는 눈보라가 칠 때 창문을 열어두기라도 한 것처럼 서리가 끼어 있었다.

마치 감기라도 걸린 것처럼 전신에 오한이 돌고 으슬으슬한 느낌을 받았지만, 이상하게 몸이 차갑다고 느끼면서도 괴롭다거나 추운 느낌이 아니라 몸이 잘 냉각되어 움직이기 편하다는 기분이 먼저 들었다.

"콜록!"

목에 무언가 걸린 것 같아서 기침을 해보니 까끌까끌한 얼음조각이 튀어나왔는데 이게 빠져나가니 몸이 다시 정상 체온으로 돌아오면서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

"후우우... 하아아..."

입김이 따뜻하다. 음기의 영향은 없는 듯하다.

'여기는... 어디지?'

현재 내 몸은 커튼으로 가려져 있는 침대 위에 눕혀져 있었는데 평소 입는 아카데미 정복은 세탁이라도 한 것처럼 깔끔하게 옷걸이에 걸려있었고 내 옷은 입고 벗기 편안한 얇은 천옷으로 바뀌어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현재 내 몸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아카데미 정복 안주머니에 챙겨둔 손거울을 꺼낸다.

내 자신의 상태창은 거울로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손거울을 꺼내들어 스스로의 모습을 살펴보니 뭔가 피부톤이 차갑게 가라앉아서 평소보다 조금 차갑고 연약해 보이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내 얼굴에서 살짝 냉기가 흐르는 듯이 매끈매끈한 것이 뭔가 더 병약미소년 같은 느낌이 된 것 같기도 하고...

'마리안이 이 얼굴 보면 아주 환장하고 덤벼들겠는데'

왜 잘생겨졌는데 더 걱정이 될까.

하지만 그런 외모의 변화보다 눈에 띄는 것이 이전과는 다르게 수치가 크게 높아진 상태창의 변화였다.

'능력치가... 올랐어?'

오행무경심법으로 인해 잠을 자거나 수련을 하면 능력치가 조금씩 오르게 되어 있었는데 이번에는 거의 50이 넘는 능력치가 전체적으로 증가되어 있었다.

자고 일어났더니 능력치가 거의 2배 이상 올라있어서 놀라고 있는데, 동시에 내 특성에 흐릿하게 뭔가가 추가되어 있었다.

[검의 명가(4%)] [의무교미사(13%)]

"......응?"

왜 내가 모르는 특성이 추가되어 있는 거지?

게다가 의무교미사라는 특성... 아니, 직책을 어디선가 보았는데 가만히 의무교미사 특성을 노려보고 있으니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정보가 보였다.

­ [의무교미사(13%)] : 이성과 성 관계를 수행시 상대의 생명력과 마나, 정력을 계속해서 회복시킨다 ­

이 설명문을 보고 혹시나 싶어서 살짝 옷을 걷고 내 고간을 음란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 성기레벨 : Lv.1(­1) ­

= 자위횟수 : 13회 =

= 경험인수 : 2명 =

= 잔여 사정량 : 1cc =

= 누적 사정량 : 80cc =

"......뭐... 뭐지 이건?"

성기레벨이 1인데 괄호치고 ­1이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니 임시로 디버프를 받아서 성기레벨이 0과 같은 취급인 모양이었다.

거기다가 경험인수가 1명 증가되어 있었고 나에게 [의무교미사]특성이 들어와 있었다.

NPC의 직책을 내가 물려받을 수 있는가도 놀라웠는데 경험인수가 한 명이 늘어있다는 것은 내가 의식을 잃은 동안 누군가와... 했다는 건데.

'의무교미사라면 그 때 보았던 검푸른 머리의 얌전해 보이는 여사제 아닌가?'

드르륵­

"일어났어?"

내가 의문을 가진 채 고간을 확인하고 있는 동안 갑자기 커튼이 열리면서 의사 가운을 입고 있는 레베카가 모습을 드러냈다.

"......으아아악!"

"이제 와서 가려봐야. 어차피 아까 치료하면서 실컷 봤는데."

아니 그렇다고 여자가 들어오는데 당당하게 고추를 내밀고 있는 사람이 어디에 있어?!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우리도 몰라. 갑자기 멜리사와 접촉하더니 멜리사의 몸이 건강해지고 반대로 아렌 네 몸이 얼어붙기 시작했다는 것 밖에."

또 뭔가 버그가 터졌구나 이 망할 모드.

"그래서 다른 여학생들이 울고불고 난리를 피우면서 나를 불러서 당장 치유실로 데려가서 회복을 시작했는데, 일반적인 회복마법으로는 얼어붙는 몸을 치료할 수가 없어서..."

레베카 선생님이 볼록하게 솟아난 내 고간을 가리키며 말했다.

"치유의 기적을 사용했어."

"그게... 뭡니까?"

"고결한 여사제가 자신의 순결을 바쳐서 강제로 치유의 기운을 주입시키는 방식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까?"

"......"

"다행히 남자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 본능적으로 발딱... 하게 되니까 말이야. 네가 동정이었다면 내가 치료해줄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말하며 레베카 선생님은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새삼스럽게 옷으로 고간을 가리고 이불까지 덮어두었다.

'동정이 아니라서 다행이야...!'

"감사합니다. 생명을 구해주셔서."

정신은 멀쩡한 상태로 전신이 얼어붙는 그 감촉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다.

몸 안쪽으로부터 얼어붙어서 굳어가는 그 감촉은 다시 생각만 해도 소름이...

"정말로 감사해?"

"예? 당연히 감사하지요."

"그렇다면 베아체를 조금 도와주지 않을래?"

"가능하다면야 도와드리고 싶은데......"

그 말에 레베카 선생님은 방긋 웃음을 지었다.

"가능하지. 너에게도 [의무교미사]의 재능이 있잖아?"

......이 13%짜리 말하는 건가?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