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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게임에 중국산 성인모드 깔지마라-22화 (22/91)

〈 22화 〉 그럴 때는 문을 잘 잠갔어야지(02)

* * *

아카데미의 마차를 타고 복귀하는 것을 끝으로 첫 번째 임무가 성공적으로 완료되었다.

토요일 저녁, 정산의 시간에 3학년의 대소사를 총괄하는 안데르 교수님이 직접 찾아와서 각 파티의 전공을 평가해주고 있었는데, E반 같은 경우는 대부분 중간 정도의 평가를 받았고 F반은 컨셉에 맞게 대부분 불만족 평가를 받았다.

'뭐 이 결과는 정해져 있는 거니까...'

"아렌 파티. 이번 임무를 맞이해 훌륭하게 의뢰를 완수하였다는 평가입니다. 의뢰주께서 추가 보수를 지불하였습니다."

우리의 전투평가는 SSS. 숲에 있는 우두머리 늑대를 날려버리고 그 늑대 무리도 전부 소탕하였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짤랑.

포인트라고 불리는 아카데미의 자체 화폐 주머니가 손에 얹혀진다.

돈주머니 위에는 [늑대퇴치 임무 보상]이라는 글씨가 띄워져 있었다.

이게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양손에 꽉 잡힐 정도로 꽤나 묵직했는데, 시선을 고정하니 떠오르는 수치를 보고 1000포인트 의뢰비에 다시 500포인트가 보너스로 붙은 1500포인트임을 알 수 있었다.

'1회차에서는 이번 임무를 수행하고 포인트 딱 300 받았는데...'

생명력을 15회복하는 약초가 30포인트 한다. 생명력을 50 채워주는 일반 포션이 100포인트 정도 하고.

그리고 호감도 작업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했을 경우 1주일에 200포인트 정도 준다.

당연히 포인트 벌겠다고 아르바이트하면 나중에 호감도 관리가 안 되어서 게임진행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포인트가 쪼들리더라도 그냥 호감도 작업하는게 낫다.

"아렌 파티. 이번 임무를 맞이해 훌륭하게 의뢰를 완수하였다는 평가입니다. 의뢰주께서 추가 보수를 지불하였습니다."

짤랑.

곧바로 이어서 똑같은 대사를 반복하면서 보수를 주는데, 이번에는 [산적 토벌 임무 보상]이라고 적혀 있었다.

대신 포인트는 늑대 토벌보다 더 높아서 2000포인트에 보너스 500해서 2500정도 들어있었다.

'뭐야... 노예화해도 토벌한 것과 같은 보상을 주는 건가?'

시나리오에 따라서 윌리엄을 등용하면 임무실패로 취급되어 보상이 날아가는데 이건 오히려 토벌을 끝낸 수준으로 보상이 들어왔다.

'역시 성인모드가 사기긴 사기야...'

순식간에 양손이 묵직해졌는데, 이 포인트 주머니만 하더라도 총 4000포인트였다.

이전에는 300을 오필리아랑 둘이서 나눴는데, 1인당 1000포인트라면 그것만으로도 든든한 금액이었다.

'그런데 이걸 넷이 나눠야 한단 말이지......'

사실 여기서 배분을 내가 하기 때문에 약간 수작을 부릴 수도 있었다.

정해진 분량보다 많이주면 호감도가 늘어나고 정해진 분량보다 후려치면 호감도가 수직하락한다.

많이준다고 호감도가 팍팍 오르지도 않기 때문에 그냥 정산은 균등하게 n분의 1로 주고 차라리 그 돈으로 선물을 사서 호감도를 올리는 편이 더 효율적이었다.

아, 포인트를 빼돌리고 선물로 무마하는 생각은 하지 말자.

덜 준만큼 낮아지는 호감도는 정말 어떠한 선물로도 커버하기 힘들 정도로 떨어져버리니까.

'그래도 1000포인트면 충분하지'

처음 기숙사 응급수리에 드는 비용이 500포인트니까.

나중에는 엄청나게 올라가서 50만 포인트씩 쳐먹지만 아직까지는 싼 값에 수리할 수 있었다.

"수고했어 아렌!"

이전에 작전회의를 개별로 했기 때문에 오필리아가 먼저 다가와서 수고했다 인사를 건네고, 나는 포인트 주머니를 나누어 1000의 포인트를 오필리아에게 건네었다.

"흐응... 꽤 두둑하구나. 이런 일인데도 포인트를 많이 주네?"

1회차에서는 150포인트씩 나누고 '유명한 아카데미 치고는 보수가 너무 적다'라고 투덜거렸는데 이번에는 그것의 몇 배나 되니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뭐... 지금은 버그성으로 2개의 임무를 한 번에 수행해서 이 정도지만'

"그럼 먼저 들어가볼게. 아렌도 푹 쉬고 내일 봐."

"수고하셨습니다 주군."

다른 학생들 사이에 숨어서 기다리고 있던 이노리가 불쑥 모습을 드러내자 나는 그녀 몫으로도 1000포인트를 꺼내주었다.

"주군께서 필요하시면 제 몫까지 쓰셔도 됩니다."

"오..."

원래 포인트를 나눠주지 않으면 호감도가 나락으로 떨어지지만 이노리는... 크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노리가 앨리스도 지켜주고 꽤 고생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는 것은 양심에 걸렸다.

"그래도 받아둬."

짤랑.

천 포인트라고 해봐야 이노리에게는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녀는 내가 준 포인트 주머니를 소중하게 품 속에 넣어두었다.

'인벤토리가 가슴골 사이인 것이 굉장히 신경쓰이지만 말이야'

가슴도 별로 안 크면서 어떻게 저런 물건들을 넣는 걸까... 라고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이노리도 푹 쉬어둬. 오늘 피곤했을 테니까."

"예. 주군."

확실히 이노리도 피곤했는지 오늘은 별다른 말 없이 기숙사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한 명 분량이 남았는데 말이지..."

어차피 앨리스의 호감도 작업을 망친 김에 무시하고 1000포인트를 챙길 수도 있었지만 나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해볼 것이 있었다.

'오늘 같이 실습이 끝난 날에는 기숙사 안에서 작은 파티를 열기 때문에 시끄러운 걸 싫어하는 앨리스는 여자기숙사에서 빠져나올 것이고...'

그렇다면 그녀가 갈 곳은 한 군데 밖에 없었다.

짤랑.

미리 나눠둔 1000포인트 주머니를 한손에 들고 나는 F반 건물 옥상으로 향했다.

원래 셀레스티얼 아카데미에서 수업이 끝난 이후로는 교실에 들어갈 수 없어서 자주 놓치는 것인데, 교실은 들어갈 수 없지만 건물까지는 들어갈 수 있었다.

상호작용이 없다고 생각해서 다시 돌아갈 뿐이지 정보를 구하거나 우연히 돌아다니는 소문을 들으면 옥상에 방문할 수 있었다.

'그 소문이라는 것도 앨리스가 흘린 것이지만 말이야... 자물쇠를 들고다니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 두고 다니는 이유도 그렇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마음 속 한켠으로는 외로워서 그 소문을 듣고 찾아올 낭만적인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인데 다들 헛소문 취급하면서 찾아오질 않을 뿐.

옥상으로 향하는 문에 도착하니 자물쇠는 잠겨있었고, 창문을 살짝 들어올리며 열쇠를 찾았다.

"......없어?"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원래 이 자리에는 앨리스가 남겨둔 열쇠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없는 것이다.

'설마, 내 호감도가 공포단계에 들어서면서 꼼수로라도 공략하지 못하도록 내가 접근하지 못하게 차단해버린 건가?'

앨리스가 열쇠를 들고 다닌다면 자신의 마음을 열고 공유할 대상을 찾지 않는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 이상 그녀를 영입할 방법이 없었다.

그나마 애정도가 남아있어서 그걸로 호감도를 개선해보려고 했더니 이렇게 될 줄이야......

'앨리스는... 있나?'

벽 너머에서 흐릿하게 상태창이 보이기는 한다.

살짝 살짝 흔들리는 상태창과 출렁거리면서 두 번째 하트를 절반 이상 채워놓은 하트 게이지를 보면서 나는 마음을 굳혔다.

"후우......"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목검을 꺼내들었다.

빠직!

목검으로 살짝 자물쇠를 내려치자 버티지 못하고 분쇄되어 바닥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허리춤에 목검을 다시 걸고 옥상으로 진입했다.

'찾았다'

현재 앨리스는 천막 안에 들어가 있는 모양이었다.

내부의 상황을 제대로 확인할 수는 없었는데 [별의 마법사]라는 특성이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어깨춤이라도 추고 있는지 아니면 뭐라도 놀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그녀가 밤마다 하늘의 별을 볼 때 사용하는 천체망원경의 겉포장도 벗겨지지 않은 상태로 보았을 때 천체관측도 하지 않는 듯 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생활이자 별의 마법을 다루는 근본까지 제쳐둘 정도로 뭔가에 열중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만약, 수틀리면...'

솔직히 말해서 고민중이다.

학교 안에서는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이상 친구들에게 불사보정이 붙기 때문에 목검으로 머리를 한 대 때려서 제압하고 노예화의 환약을 먹일까 고민하고 있는 중이었다.

심지어 오늘 날린 별의 마법 때문인지 성장해서 벌써 레벨이 15를 찍는 모습을 보니 내일만 지나도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것 같았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굳이 그렇게까지 앨리스를 탐내야 할 이유도 없었다.

마리안만 잘 키워도 엔딩은 볼 수 있었고 데이츠도 나중에 기상을 다루는 빙결의 마법사가 되어서 앨리스보다는 못하지만 유용한 광역기를 날려대니까.

'결정은 나중에 내리도록 하고 일단은... 뭐하고 놀고 있는지 볼까'

발소리를 죽이고 천막으로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한다.

알람마법이 펼쳐져 있는 천막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다가가 한쪽 신발을 벗어서 마법진 가장자리에 조금씩 밀어넣는다.

'알람마법이 인지하지 못하게 아주 조금씩...'

그렇게 마법진의 선 하나를 완전히 가린다.

원래 별빛을 받아 마나를 충전하여 알람마법을 구성해야 하는 마법진의 일부를 차단하는 것으로 무력화시킨 것이다.

정상 상태에서는 은은하게 빛을 뿜어내야 하는데 지금은 탁하게 죽어있었으니까 비활성화 상태인 거겠지.

그러는 동안에도 [별의 마법사]라는 특성은 여전히 들썩거리고 있었다.

천막으로 접근하면서 성인모드로 인해 감각이 예민해지기 시작하는지, 미묘하게 시큼한 땀냄새 같은 향기가 흘러나오는데 그것이 불쾌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약간 코를 자극하면서 기분 좋게 여겨진다 해야 할까.

'앨리스 특유의 체취인가'

살짝 중독될 것 같은 콤콤한 냄새를 맡으면서 나는 천막으로 다가갔다.

"끄응..."

천막 안에서 흘러나오는, 억지로 숨을 참는 듯한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다.

점차 짙어지는 앨리스의 체취, 그리고 자꾸 숨을 죽인 이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내 몸에 반응이 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들썩거리는 [별의 마법사]라는 칭호와 그 아래쪽에 성인모드로 적용되는 성향, [망상가]와 함께 두 번째 [???]가 빛나고 있었는데...

'저게 빛난다는 것은......?'

지금 상황이 저 성향을 만족시키고 있다는 얘기였다.

"......"

순식간에 상황을 이해한 나는 지금 이곳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하필이면 그 순간 앨리스의 천체망원경에 부딪치고 말았다.

"어어어!"

이거 망가지면 앨리스가 엄청나게 화내기 때문에 다급하게 천체망원경을 붙잡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그 대신 내 허리춤에 대충 걸어둔 목검이 떨어지면서 천막을 고정하고 있는 지주핀 중 하나를 두들겼다.

퍼엉!

순식간에 지주핀이 터져나가면서 안정적으로 고정되어 있던 천막의 입구가 흩날리고, 그 순간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입구가 열렸다.

펄­럭.

그곳에는 자신의 가슴을 반쯤 드러낸 채 허벅지에 속옷을 걸쳐두고 오른손을 자신의 고간에 걸쳐두고 있는 앨리스의 모습이 보였다.

봉긋하게 솟아오른 오른쪽 가슴 아래에 점이 눈에 띄고, 그리고 그녀의 손길을 따라서 치마 안으로 시선이 내려가는 순간......

띠링­

앨리스의 두 번째 성향이 드러나고 있었다.

[야외선호]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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