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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게임에 중국산 성인모드 깔지마라-18화 (18/91)

〈 18화 〉 조촐한 전투에서 크나큰 사고로(02)

* * *

우리가 마차를 타고 가는 곳은 아카데미에서 1시간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숲이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늑대사냥이야. 해가 지기 전까지 늑대를 잡은 다음에 송곳니를 뽑아서 증표를 가져가면 돼."

"아렌 용돈을 위해서라면 열심히 잡아야 되겠네."

"그래. 그러니까 힘내줘."

이번 임무를 통해서 받은 보상금은 셀레스티얼 아카데미에서 일정 수수료를 떼고 포인트로 전환해 주는데, 그 포인트를 기숙사와 시설 업그레이드에 쏟아붓느냐 아니면 개인이 도구와 무기를 구매하는데 사용하는지는 자유였다.

아카데미의 학생들 중에서는 귀족가 출신이라 돈이 많은 캐릭터들도 많지만 기부입학을 방지한다면서 아카데미 시설에 관해서는 본인이 의뢰로 벌어들인 포인트로만 수리 및 개조, 개선이 가능하다.

'개소리지'

오필리아랑 나도 기부입학 방식으로 들어왔는데 말이다. 나야 오필리아에게 꼽사리로 끼워준 거지만.

세 번째 전투이자 튜토리얼을 제외한 본격적인 첫 번째 전투.

정해진 턴 안에 얼마나 많은 늑대를 잡느냐에 따라서 평가가 갈리게 되어있는데, 늑대 자체는 오필리아 혼자서도 수월하게 때려잡을 수 있지만 초반에 잡다한 늑대들을 무시하고 숲에 깊이 들어가서 우두머리를 잡아야 많은 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다.

'초보적인 사냥 의뢰지'

실제 마을에서의 평가도 늑대의 숫자를 줄여주기를 바라고 의뢰했지만 우두머리 늑대를 잡아가면 놀랍다면서 명성이 더 많이 오르게 된다.

참, 이곳 바로 옆 맵에 산적소굴도 있는데 초반 선택 임무 중 하나로 토벌가능한 대상이었다.

해당 임무를 수행할 때 지금 잡지 못한 늑대들이 재등장하게 되는데, 그 때에는 늑대에게 현상금이 없다는 이유로 포인트를 안 줘서 그냥 순수한 방해만 될 뿐이었다.

나야 1회차에서는 오필리아랑 같이 고생하하며 6마리 정도 잡아서 후퇴했다가 초반에 산적토벌 임무 들어가는 순간 늑대만 20마리 넘게 나오고 산적도 5명이 넘어서 게임오버 당한 적이 있었다.

'망할 늑대 놈들 왜 우리만 공격하냐고'

뭐 게임 시스템상 그런거지만. 어쨌거나 이번에 늑대를 많이 털어둘수록 나중에 산적토벌시에 편안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그래봐야 산적토벌도 초반 의뢰라서 보상이 짜기 때문에 수행하지 않고 다른 의뢰를 받아도 되지만.

끼이익­

아카데미에서 운용하는 마차가 멈추는 것을 보니 제대로 의뢰지역까지 도착한 모양이었다.

"이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을 테니 일이 끝나면 돌아오면 됩니다."

직원으로 고용된 마부가 안전한 위치에 설치된 역참에 마차를 세우고 말들을 풀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나와 오필리아는 장비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흐음... 1인칭 시점으로 보면 이렇구나'

나는 맨날 지휘하는 입장이라 머리 위에서만 봤으니 말이지.

"잠깐 장비 갈아입고 올게."

마차에서부터 갑옷을 입을 수는 없으니 역참에 설치된 탈의실로 들어가는 오필리아.

"훔쳐보지 마라?"

"안 봐."

생일도 안 지난 오필리아를 훔쳐봐야 어차피 밋밋한 수영복 차림만 나올텐데 뭘...

그것도 몸매가 제대로 고증되지 않아서 통짜로 뭉개져 있는 걸.

"이노리."

스윽.

오필리아가 자리를 비운 동안 나는 이노리를 불러들였다.

현재 오필리아는 이번 임무에서 나랑 단 둘이서 사냥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이노리와... 아마 지금쯤 앨리스도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따라오고 있을테니 결과적으로는 4명이었다.

"이노리. 불청객이 따라오고 있지 않나?"

내 질문에 쿠노이치 복장에 전투용으로 턱과 코를 가리는 복면을 쓰고 있는 이노리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뭐 이제는 눈만 봐도 무슨 생각하는지 맞출 수 있으니까'

"맞습니다. 기회가 되면 알려드리려 했는데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따라오는 마차를 확인했습니다."

"앨리스군."

"그걸 어떻게... 역시 주군이십니다."

"덕분에 원래 계획을 수정해야 되겠는데."

"아카데미 학생을 제거하시는 건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시키신다면 수행은 하겠지만 별의 마법사들을 적으로 돌리면..."

"아니, 친구를 죽일 리 없잖아."

앨리스가 얼마나 유용한데 죽여버리겠는가. 게다가 아무리 첫 단추가 꼬였다고는 해도 같은 반의 친구이기도 하고.

"약간 놀려주는 정도면 충분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노리, 내 모습으로 변장할 수 있나?"

그 말에 이노리는 바닥에 주저앉더니 자신의 그림자 안에서 여러가지 도구를 꺼내들었다.

남성용 아카데미 정복과 비슷한 복장을 걸치고 지금 신고 있는 굽이 높은 신발을 낮은 것으로 갈아신으며 그 안에 깔창을 깔아서 나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그물망으로 묶은 뒤 은색의 가발을 착용하고 몇 가지 화장을 하니까 금방 나와 비슷한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우와......"

거울을 볼 정도로 완벽하지는 않지만 얼핏 본다면 구별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리고 앨리스는 내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고, 시선조차 제대로 마주한 적이 없었으니 이 정도면 속을 것이고.

"진짜 비슷하네. 그림자 인법이 아니고 분장인거지?"

"예."

몸에서 훨씬 좋은 나무향기 같은게 나기는 하지만, 앨리스가 그것까지 구별할 것 같지는 않았고.

"이걸 허리춤에 걸고 가."

어제 오필리아에게 받은 낡은 철검을 이노리에게 양도했다. 허리춤에 검 하나 없이 돌아다니면 의심받을 수 있으니.

"그럼 그 모습으로 앨리스를 유인해. 위치는..."

가물가물한 기억을 떠올리며 이 맵을 기억하려 하다가, 이 근방의 지형도를 그려놓은 임무지도를 받았다는 것을 떠올렸다.

내가 생각하는 미니맵보다 비율도 조금 이상하고 실제로 봤을 때에는 틀린 곳도 있지만 그거야 내 기억으로 보정하면 되니까.

"여기 바위산 인근으로. 이곳에 늑대들이 많으니까 주의하고."

"예. 차도살인지계를 수행하고 오겠습니다. 늑대에게 죽으면 별의 마법사들도 함부로 주군께 혐의를 씌우지 못하겠지요."

"아니 아니 죽으면 안 된다니까. 만약 위험해지면 네가 지켜 줘."

이노리 누나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무서운 소리를 하네.

"주군, 그림자는 주군을 지키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간접적으로 지키는 것도 지키는 거야. 게다가..."

나는 허리춤에 걸쳐놓고 있는 목검을 흔들어 보였다.

"오늘의 나는 엄청 강하거든."

* * *

실습의 날.

다른 3학년 F반 학생들은 어느 정도 명성과 실력을 인정받아서 다른 임무를 실습삼아 수행하고 있었다.

실제로 실력을 인정받은 사일리안과 마리안은 몬스터 토벌 보조로 참가하고 있었으니 다들 바쁘게 사냥하는 날이라 볼 수 있겠다.

사일리안은 조종하는 자가 없이 공동묘지 땅에 사기(死氣)가 스며들어서 생겨난 언데드를 토벌하러 갔고 마리안은 조인족의 범죄자를 추격하는 임무에 투입되어 있었다.

그런 화려한 임무에 비해 우리가 하는 임무는 그냥 늑대나 잡는 임무로써, 비명이라도 나온다면 근방에 대기중인 레인져들이 도와주러 오기 때문에 목숨이 위험할 일은 없었다.

'늑대한테 물려서 일격에 갈 정도로 약한 몸이 아니라면 말이지'

주인공 캐릭터는 능력치가 전부 5라서 늑대에게 물리면 한 방에 사경을 헤매기 때문에 게임오버되기는 하는데, 원칙적으로 이곳에서는 캐릭터가 패배하더라도 부상을 입었을 뿐 사망처리 되지는 않는다.

나와 오필리아는 명성이 없으니 1학년이나 할 법한 이런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해당 전투에 참가한 인원들이 의뢰로 받은 포인트를 수수료를 제하고 균등하게 분배하여 개인용돈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니 나름대로 자신들이 받는 임무의 보상에 굉장히 민감했다.

그래서 아카데미 활동시기에 F반 학생들이 주인공과 같이 참전하는 조건이 더 보상 높은 자신들의 임무를 포기하면서까지 '내가 친구를 돕겠다'수준으로 친밀감이 있어야 자신에게 들어온 임무를 포기하고 참전하는 것이다.

참, 그리고 셀레스티얼 아카데미에는 용돈이라는 개념이 있었는데 각 캐릭터마다 임무를 수행하면 그에 알맞은 포인트를 벌어오고, 그 포인트로 개인물품을 구매한다.

친구 이상의 단계에서는 기념일이나 특별한 날에 주인공에게 자기 돈으로 구매한 선물을 주기도 하고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주는 능력치 키워주는 포션이나 마법서적, 무기 등을 구매하는데 AI특성상 자기 좋아하는 물건만 줄창 사기 때문에 효율적인 육성을 위해서라면 주인공이 적절히 개입을 해야만 한다.

절친의 중간단계를 넘어서거나 애인단계가 된다면 그 용돈을 어디에 쓸지 지정해주거나 내가 받아갈 수도 있지만 선물을 교환하는 방식이 아니라면 호감도가 깎이게 된다.

실제로 극악의 난이도로 공략에 들어설 때에는 일단 호감도를 두루두루 올리고 필수 캐릭터들을 제외하고 나머지에게 전부 용돈을 탈탈 털어서 삥을 뜯은 다음 그대로 버리는 플레이를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삥 뜯는 거지 뭐...'

그런 의미에서 반역의 날 이전에 오필리아에게서 뜯을 수 있을만큼 뜯어놔야 할까를 고민하게 된다.

어차피 공작가로 돌아가면 순식간에 독립하고 여왕테크를 타게 되는데 이런 푼 돈 정도는 받아가도 되지 않을까?

"흐응?"

아카데미에서 제공하는 기본 보호구를 착용한 오필리아가 내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렸지만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웃음을 지어주었다.

'효율에 미친 것도 아니고... 그 정도까지 안해도 깰 수 있으니 그냥 살자'

그렇게 주머니를 싹싹 털어가려면 일단 오필리아와 절친 단계까지 가야한다.

잡아먹기 위해 키우는 가축도 아니고 주머니를 싹 털기 위해서 호감도를 올린다니. 그건 너무 쓰레기잖아.

"아렌."

오필리아가 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허리춤에 채워진 장검을 꺼내드는 것과 함께, 주변에서 시끄러운 울음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아우우우우~!"

숲의 안쪽에서 늑대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많다... 2회차라서 난이도가 올라간 건가?'

내가 기억하기로 초반에 등장하는 늑대는 8마리였는데 지금은 눈에 보이는 것만 10마리는 넘어보였다.

"뒤에 숨어있어. 이 정도 숫자는 내가 처리할게."

"아니."

나는 걸음을 옮겨 오필리아와 등을 마주했다.

빙글.

그리고는 체중을 실어 몸을 틀어주는 것으로, 전방을 주시하던 오필리아를 돌려서 후방으로 보내버렸다.

"내가 먼저 들어간다."

"아렌에게는 위험해. 게다가 내가 준 검도 아니고 연습용 목검이잖아."

그래서 나서는 거다.

"아우우우우­!!"

다시 오필리아가 나를 잡아당기면서 위치를 바꾸기 전에 시끄럽게 울부짖으며 경계하는 늑대를 향해 내가 먼저 돌입하였다.

쁘각!

목검을 휘두르는 순간 정면에 있던 사람만한 크기 늑대의 머리가 사라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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