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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게임에 중국산 성인모드 깔지마라-7화 (7/91)

〈 7화 〉 3학년 F반에는 닌자가 있다(01)

* * *

셀레스티얼 아카데미는 쿼터뷰 시점의 SRPG 게임이었다.

주인공으로써 내 의사를 대행하는 캐릭터가 있고 여러 캐릭터들을 머리 위에서 살펴보며 체스판처럼 조종하는 방식이라 보면 맞겠지.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RPG게임과 같았지만 지금은 내가 직접 주인공이 되어버렸으니 주인공이 없는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벤트는 알 수가 없었다.

'덕분에 튜토리얼 점수를 못 봤네'

본래 주인공으로 튜토리얼 7일차 탐색을 끝마치고 잠들게 되면 오필리아의 시점으로 아카데미 학장실로 불려가 따로 제안을 받게 되는데, 첫 번째 전투에서 겨우 깼으면 그대로 F반, 어느 정도 활약했으면 E반 등 전투결과를 A~F까지 차등해서 알려주게 된다.

1회차 같은 경우는 시스템을 잘 몰라서 꽤나 고생해서 깼기 때문에 E반 편입 제안이 왔지만, 어차피 오필리아는 자신만 반이 승급되고 내가 F반에 고정되어 있다는 이유로 편입을 거절하면서 F반으로 오기 때문에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피부에 잔상처 하나 없고 붕대를 두른 팔도 멀쩡해진 오필리아는 평상시와 같은 웃는 얼굴로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거야?"

"으응~ 글쎄에?"

'뭔가 좋은 일이 있는 모양이구만'

하지만 스탠딩 캐릭터 표정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미묘하게 입꼬리가 올라가 있는 점이나 무언가 자랑하고 싶지만 애써 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튜토리얼 전투의 결과가 어지간히 좋았음을 알 수 있었다.

'최소 C반 이상인가?'

잘하면 A반일 수도 있겠다.

A반은 정상적인 플레이 방법으로는 띄울 수 없을 정도로 극악의 난이도였지만.

'즉, 내 시야가 아닌 곳에서 펼쳐지는 대화나 이벤트는 지금의 나로써는 알아낼 방법이 없다는 거구만'

게이머의 편의와 세계관의 설명을 위해 알려주는 이벤트였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내가 직접 알아보지 않는 이상은 모를 테니.

'그래도 아카데미 루트는 1회차 때 깨봐서 어느 정도 진행과정이나 스토리를 알고 있으니까 큰 문제는 없겠지'

안전한게 제일이다. 암.

F반이 수업받는 건물로 들어서는데 3급 지역에서도 제일 낡고 오래된 건물이라 그런가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끼익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어서와. 표정을 보니 긴장한 모양이구나?"

복도에서 우리를 맞이해주는 카렌 선생님을 보면서 턱 막히는 기분에 순간적으로 말을 잊었다.

'옷이... 좀 심하지 않나?'

오는 길에 하트 모양이 뜨는 몇몇 여학생을 마주치기는 했지만 사복을 입었을 때 몸이 도드라지거나 노출이 되는 것과는 다르게 아카데미 정복을 입은 상태에서는 별다른 노출이 없었다.

'아마 성인모드는 학교에서 발동하는 것이 아니라 사적으로 만나는 휴식모드에서 발동하는 모양이야'

안 그래도 건강한 나이인데 학교에서 시시때때로 발딱할 일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카렌 선생님의 교사용 정복을 보고 있으니...

멀리에서 볼 때에는 살색이 별로 없어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가슴골이 있는 곳에서는 단추가 열려있었고 그 사이에서 살짝 땀에 젖은 가슴계곡이 눈에 들어오는 위치에 있었다.

게다가 원래는 정숙하게 발목까지 내려오는 치마가 누가 치마를 앞면/뒷면으로 분해해놓은 것처럼 가운데 부분이 없었는데 덕분에 카렌 선생님이 움직일 때마다 그녀의 육덕진 허벅지와 골반라인이 그대로 보여서...

슬쩍 자세를 구부리면서 내 몸의 변화를 가려주었다.

'성인모드가 발동되지 않도록 생일 늦게 설정할 걸 그랬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1년 다니냐.

여선생님들 지나다닐 때마다 발딱발딱 일어나겠네.

"별로 긴장하지는 않았... 는데 아렌은 한 것 같네요?"

"예... 전학은 처음이라."

"일반 교육과정과는 다르니까. 따라올 수 있겠니?"

"예... 어떻게든."

원래는 못 따라가지만 오행무경심법과 목검이 있으니 어찌어찌 전투에 참전할 수는 있겠지.

그래도 가능하면 친구들의 호감도를 올려서 처리하고 싶지만.

"다른 친구들에게 소개해줄테니 잠시 기다리고 있어줘?"

하반신을 괴롭게 만드는 카렌 선생님이 교실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겨우 허리를 필 수 있었다.

'하... 이걸 보니 한숨부터 나오는구만'

카렌 선생님의 음란한 복장이 눈에서 치워지니 이제서야 F반 시설 상태가 눈에 들어왔다.

1회차에서 엔딩을 보기 전에는 수리와 개조가 완료되어 화려하게 증축되어 있는 건물만 봤는데 초창기의 처참한 모습을 보니 힘이 빠질 수 밖에.

게다가 단순히 그림이나 배경으로만 봤을 때와는 다르게 직접 내 눈으로 군데군데 구멍이 나 있거나 벽이 무너지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이걸 언제 다 수리하나...'

셀레스티얼 아카데미의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학생들을 파견해서 간단한 의뢰를 처리하여 돈을 벌어오고 그 돈을 모아서 시설을 수리하고 교재를 구매한다.

주인공이 친구들을 늘려서 파티를 늘릴수록 받을 수 있는 퀘스트의 수준이 올라가기 때문에 호감도 관리가 중요하고 고난이도의 퀘스트를 수행할수록 명성이 빠르게 올라가 좋은 퀘스트가 나오기 때문에 초반 스노우볼을 굴리는 것이 중요했다.

본격적인 게임의 시작인 세 번째 전투, 그러니까 첫 학년과정에서는 마리안 같이 호감도를 빨리 올릴 수 있는 캐릭터를 미리 공략해두지 않으면 오필리아와 둘이서만 가게 되어있지만.

'일단 마리안은 위험한 상태인데다가 호감도 자체만으로 본다면 지인 단계로 떨어졌으니 바로 데려갈 수는 없겠지. 한 동안 나랑 오필리아의 2인 체제인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나는 복잡한 심경으로 반의 입구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는 오필리아를 툭 쳐줬다.

F반의 실제 몰골을 보니 한숨부터 나오겠지만 뭐 어쩌겠는가. 진행상 무조건 F반에 들어올 운명인데.

"그럼 새로운 친구들을 소개할게. 아렌, 오필리아!"

시설을 보면서 한탄하는 동안 카렌 선생님이 안에서 우리를 부르고 있었다.

당당하게 내가 문을 열려고 하는데...

덜컹.

하지만 이놈의 F반은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제대로 열리지 않고 있었다.

"끄으으응...!"

한 동안 문을 잡고 씨름을 하고 나서야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셀레스티얼 아카데미 3학년 F반.

담임 카렌 폰 헬리안.

총 인원 24명.

남학생12명, 여학생 12명으로 황금비율로 맞춰져 있었다.

각자의 사정으로 오늘 교실에 없는 인원이 남학생 하나, 여학생 하나 이렇게 두 명이 비어있어서 총 22명만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정확히는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은 21명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22명이지'

하도 버그가 많기로 유명한 게임인지라 교실 인원 22명으로 뜨는데 세어보면 21명이라서 버그 아니냐고 하는데, 자세한 내막은 조금 나중에 설명하겠다.

'다들 오랜만에 보는 기분이야'

원래는 1회차로 게임을 종결하고 2회차로 바로 진입할 생각이었지만, 내가 이 망할 셀레스티얼 아카데미의 세계로 들어오고 나서는 턴 종료로 하루를 넘기는 것이 아니라 실제 하루를 보내야 턴이 지나갔기 때문에 엄청나게 오래 걸린 기분이었다.

게다가 1회차 후반부에서는 내가 오필리아를 상대하기 위해 희생작전을 펼친 덕분에 호감도 관리가 엉망으로 떨어져서 사망하거나 탈주했으니 극후반에는 마리안만 가지고 게임을 깬 셈이라 더욱 오랜만이었다.

'이번에는... 최대한 살려볼 예정이지만 말이야'

다들 전학생인 우리를 보면서 흥미가 있는지 각자 옆에 있는 친구들과 한 마디를 하거나 우리에게 직접 말을 걸고 있었다.

그 소란 속에서도 눈에 띄는 학생들이 보였다.

기본적으로는 성능이 좋아서 무조건 필수로 데려가야 하는 인원들이었지만.

"저 두 사람이 카렌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전학생인가?"

누가 보더라도 주인공 같이 생긴 금발 청년의 이름은 사일리안.

특성 [빛의 왕자]를 가지고 있는데 언데드 상대로 2배의 데미지를 주는 사기 특성이었기 때문에 '나는 남캐는 절대로 데려가지 않는다'라는 컨셉이 아니라면 무조건 데려가야 하는 캐릭터다.

"......"

묵묵히 우리를 돌아보고는 관심없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며 다시 잠에 빠져드는 덩치 좋은 붉은기운이 섞인 검은 머리의 청년.

드래곤 슬레이어의 피를 물려받은 용검사 케이.

용족 계열 적에게 방어력을 무시하고 데미지를 주기 때문에 중립세력인 드래곤의 계곡과 적대하게 된다면 필수로 데려가야 캐릭터였다.

드래곤은 기본적으로 물리데미지와 마법데미지를 50%씩 경감하는 사기 종족특성인 [용의 비늘]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용족의 개념이 비룡인 와이번에서부터 후반부 난이도를 올리는 드래고니안까지 포함이라 범용성도 좋았고.

우적우적...

맨 뒷자리에서 책을 펼치고 몰래 과자를 먹고 있는 하늘색 머리카락의 통통한 캐릭터가 데이츠, 2학기 때 이벤트로 살을 빼고 나타나는데 고지혈증으로 인해 막혀있던 마나회로가 뚫리며 능력치가 폭풍 성장하는 F반 마법사 캐릭터의 2인자였다.

'지인'단계에 들어선 홀리오가 처음 보는 친구들에 비해서 나름 풀린 표정이었지만 대부분은 우리를 보면서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여성캐릭터쪽은......'

원래는 첫 만남으로 인해 친근함이 섞인 표정으로 맞이해줘야 하는 마리안은 굳은 표정을 하고 있었고 그 옆자리의 세리는 손을 흔들면서 아는 척을 하고 있었다.

마리안은 국밥처럼 든든하고 능력치 좋은 [검의 명가] 특성을 가지고 있는 강캐였고, 옆에 있는 세리의 경우 특성이 [재빠른 몸놀림]이었기 때문에 전투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공격을 포기하고 2회 이동이 가능해서 맵의 숨겨진 아이템을 획득할 때에는 도움이 된다.

맨 뒷자리에서는 오늘 출석하지 않아서 공석으로 남겨져 있었는데 저 자리의 주인이 필수 캐릭터로 손꼽히는 오늘 출석하지 않은 인원이 왕국 최강의 마법사인 [별의 마법사]특성의 앨리스였다.

앨리스의 빈 자리 옆에 앉아있는 창백한 표정의 미인은 숨도 안 쉬는지 몸에 작은 미동도 없었고 나와 오필리아가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움직이지 않았다.

'뭐, 골렘이니까'

인간형 시험제작 마이크로 골렘 2호. 통칭 쇳덩어리나 골렘으로 불리는 캐릭터였다.

'하...... 일단 마리안은 거르자'

호감도 작업하겠다고 가까이에서 말을 걸면 잡혀가서 게임오버다.

마침 마리안도 일정거리 이상으로 접근해서 성인모드가 발동되지 않으면 나에게서 거리를 두려고 하니 내가 능력치를 올려서 마리안에게 잡혀가지 않을 정도가 될 때까지는 거리를 두도록 하자.

"두 사람은 비어있는 자리에 앉으렴. 그리고 1교시와 2교시는 자습이란다. 3교시부터는... 상황 봐서 알려주실테니 일단 자습하고 있으렴."

그 말을 끝으로 카렌 선생님이 퇴장하였다.

이틀 전에 있었던 신전에서의 암살시도 사건으로 인해 비상회의가 이어지고 있을 테니 교무실도 한창 바쁠 것이다.

근데 퇴장하는 동안 펄럭이는 치마를 보고 있으니 속옷자국이나 속옷의 흔적이 없어 보이는데.

'설마... 안 입은건 아니겠지?'

아니 털 같은거 보였으니 털 팬티 정도는 입었겠지.

"......"

하반신이 불편해져서 일단 다리를 꼬아서 편안하게 만들었다.

아니 그래 섰다. 뭐 어쩌라고. 나도 성인모드 적용되는 성인인데 저런걸 보고 안 서는게 더 위험한거 아니냐?

'그나저나 아렌 이 자식 능력치는 오행무경심법을 쓰고서도 10을 겨우 넘기는 주제에 이쪽은 잘 서네 젠장'

일단은 공작가의 심복이 오필리아의 흔적을 지워두었기 때문에 의문의 습격자가 신전의 시설을 파괴했다고 여겨지겠지만 일단 회의는 오늘 끝까지 진행된다.

전학 첫 날은 제대로 된 교육과정이 아니라 교실에서 다른 친구들을 만나면서 인연을 쌓으라는 뜻인데, 자습은 커녕 전학생에 대해 궁금한 학생들이 바로 우리에게 모여들고 있었다.

"어디서 왔어?"

"오필리아라고 했지? 특기가 뭐니?"

"하나씩 물어주지 않을래? 지금 정신이 없어서..."

오필리아도 삼삼오오 모여든 여학생들에게 붙잡혀서 강제로 대화 이벤트를 벌이고 있어서 말을 걸 수가 없었다.

남학생들은 여학생들처럼 몰려들지는 않았고 흥미로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특히 사일리안은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것으로 보아 나와 대화를 나누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의 기대를 배신하고 손을 뻗어서 내 책상 앞에 있는 무언가를 붙잡았다.

찌이익.

그러자 앞자리로 보이는 배경이 찢겨나가며 뒷배경을 비추는 투명한 망토 안에 숨어있던 복면 쓴 검은머리 여학생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가 바로 [투명화]스킬을 가지고 있는 리타였다.

복장이나 컨셉을 보면 누가봐도 여닌자 캐릭터였지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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