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게임에 중국산 성인모드 깔지마라-1화 (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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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2회차는 성인모드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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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축파일은 풀 때마다 글자가 깨져서 궭겍긹굑갹 같은 글자로 나오지 않나.

폴더 그대로 붙여넣기하고 다시 실행했더니 버그가 나면서 튕기지를 않나.

올린 놈이 이거 지금까지 실행 안 된 놈이 없다고, 다 실행된다고, 정품이면 다 된다고, 니가 토렌트 에디션이라서 그런거라고 하길래 정품인증까지 하고 시키는 대로 다 했는데도 실행이 안 된다.

"하 내가 참 어이가 없어서."

결국 모드를 퍼온 놈이 제안한 방법은 정품은 그대로 내버려두고 누가 대신 올려준 불법 다운로드 버전의 게임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무조건 실행된다고, 실행 안 되면 자기가 개처럼 짖는거 녹음해서 보내준다고 하는데 일단은 미심쩍지만 다운받아서 깔아보았다.

"이 게임을 이렇게까지 해야 돼?"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자 하반신에서 '응 해야 돼'라는 대답이 즉시 돌아왔다.

"그... 렇기는 하지. 이게 잘 만든 모드이긴 해..."

성인모드 없이는 2회차 게임을 하면서 지루한 초반부를 버텨낼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이 모드는 자잘한 밸런스도 패치해주고 노가다도 줄인 편의성 모드까지 들어가 있어서 어긋난 밸런스와 지긋지긋한 노가다에 지쳐버린 나에게 있어서는 성인향을 빼더라도 필요한 모드였고.

또한 일반적인 성인모드는 캐릭터들의 모습이 싸구려 합성한 것처럼 바뀌거나 얼굴도 좀 찌그러지거나 잘만 움직이던 모션이 굳은 목각인형처럼 나오거나 하는 문제가 있다.

이 모드는 실제 플레이 스샷을 보니까 캐릭터들이 처음부터 잘 나오고 스토리도 중국어라 그렇지 세계관에 잘 맞는다고 한다... 는데 솔직히 믿지는 않는다.

웬만한 게임에는 스토리 평가가 박하기 마련이지만 어지간한 성인모드에는 스토리가 엉망이더라도 심각한 수준이 아니면 너그럽게 받아주는 것이 사람이니까.

그리고 스토리 관련 문제는 누가 간단하게 번역해둬서 나 같은 외국어 알못도 할 수 있었다.

중국 모드를 영문판으로 바꿨다가 한국판으로 바꾼 것이라 가끔 번역오류가 터지는 것 같지만 뭐... 그냥 생으로 한자나 영어를 보는 것보다는 낫겠지.

"기반 모드만 대체 몇 개야... 아니 판타지 세계관에 무공은 왜 있어?"

하여튼 중국 놈들 세계관과 어울리지 않는 무공요소는 더럽게 좋아한다.

솔직히 어이가 없었지만 이 모드 하나라도 뺐다가 오류뜨면 어제 저녁부터 시작해서 아침 8시가 될 때까지 고생한 시간이 아까웠기 때문에, 일단 실행되는 것부터 확인할 생각이었다.

마지막으로 크랙을 깔고 실행 아이콘을 누르는 순간.

팟­

"어... 어!!"

눈 앞에 불이 꺼지고 정신을 잃은 내가 눈을 뜨니, 낯선 천장이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셀레스티얼 아카데미의 프롤로그를 알리는, 익숙한 모양이지만 실제 눈으로 보는 것은 처음인 미묘하게 익숙하면서 낯선 천장이.

눈을 비비는데 이상하게 손이 털이 수북하게 난 원래의 손이 아니라 곱상하고 하얀, 고생 한번 해보지 않은 손이었다.

"야이...!"

그렇게 나는 게임세계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성인모드 하나 깔아서 2회차 한번 하려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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