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MC세뇌조교에 신체개조....
이것은.... 짬뽕탕???
오늘도 이세계 짬뽕탕을 드셔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신
* * *
발바타 파티와 헤어진지도 한 달. 현재 일행은 저주 받은 대지의 훨씬 더 깊은 구역에 들어와 있었다.
그곳에서도 던전을 털던 현재 일행은 보상방 끝에서 이상하게 생긴 황금 문을 발견했다.
"뭐냐? 왜 이런 곳에 문이 있냐?"
현재는 놀랐다. 여지껏 가본 그 어떤 던전에서도 보상방 이후로 문이나 길이 나있던 적은 없었기 때문.
"대지의 여신이 거주하는 궁전으로 들어가는 입구네요."
그 의문에 베르딜리온은 너무도 쉽고 명확하게 답했다.
"여신의 궁전?"
"네."
"대지의 여신이 정말 이곳에 살고 있는 거야? 인간 제국의 황도에는 불의 신을 모시는 주신전이 있었지만, 그곳에 진짜 신이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데."
"불의 신은 축복 이외의 일로 현계에 간섭하는 일이 드무니까요. 하지만 대지의 여신은 계속해서 저주를 토해내고 있기에 이 지하의 궁전에 살고 있답니다."
"그런 거냐? 그 말인 즉슨, 이 안은 여태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위험하고 어렵다는 뜻이겠지?"
"이해력이 좋으시네요."
베르딜리온은 순수하게 칭찬한다는 뜻으로 방긋 웃었다. 하지만 현재는 그 칭찬을 마냥 기쁘게만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아주 중대한 문제가 그 발목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들어가느냐, 마느냐.'
지금 그의 레벨은 73, 미아는 81. 오르기는 올랐지만 오르는 속도가 이전까지에 비해서 확연하게 느려져 있었다.
'이제 잔챙이를 잡아서는 레벨이 잘 안 오른다는 거지. 이 속도라면 절대로 1년 안에 갚을 능력치를 다 벌지 못해.'
뒤로 갈 수록 레벨이 올리기 힘들어질 거라는 생각은 했었지만, 이 정도로 심할 것 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체감상 레벨 하나를 올릴 때마다 경험치가 배는 뛰는 느낌이었다.
'배까지는 아니겠지만……, 어쩌면 일정 수준 이하의 적을 죽이는 걸로는 경험치를 아예 얻지 못하는지도 몰라.'
기왕 상태창을 줄 거면 얻는 경험치도 알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 그 정도로 편리한 기능은 없어 현재는 모든 걸 추측하고 실증하는 실험의 단계를 거쳐야 했다.
'정말 잡몹으로는 레벨이 안 오르는가 시험해볼 시간 따위는 없으니.'
현재는 베르딜리온에게 다시금 물었다.
"혹시 우리가 이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다시는 나올 수 없고 대지의 여신에게 찍히는 건 아니겠지? 아니면 대지의 여신을 죽일 때까지 나올 수 없다던가. 그런, 위험한 일이 생기는 건 아니겠지?"
"그런 일은 없을 거에요. 너무 깊숙이 들어가지만 않는다면요."
"좋아. 그럼 안으로 들어가보자. 이런 단순 노가다로는 우리가 더 이상 강해지는 건 불가능해 보이니까."
"그게 리더의 판단이라면."
"응!"
파탈리테와 미아는 아무런 토도 달지 않고 현재의 의견을 수용했다. 그렇게 파티는 대지의 여신이 기거하는 궁전으로 진입했다.
황금의 궁전은 광원이 없는데도 밝았다. 어디서도 빛이 나지 않는데 모든 곳이 밝은 지하라니, 그 느낌이 너무나 기괴해 현재는 긴장했다.
"확실히, 여기저기에 신력이 새어나오는 것 같아."
파탈리테도 불길한 소리를 했다. 궁전 전체에 신력이 흐르고 있다니, 그 본체는 대체 얼마나 강할지.
'레벨 100 언저리의 허접들이 돌아다녀도 되는 거 맞나?'
현재의 레벨은 73, 빌린 능력치 60 분량을 더하면 133 가량이 된다.
'아니, 여기서 승부수를 던져야 해. 이대로 가면 달마다 약해질 거야.'
이미 갚아서 줄어드는 능력치가 레벨을 올려 얻는 능력치보다 많아졌다. 이대로 가다간 달이 갈 수록 약해지는 운명만이 남았다. 그렇다면 여기서, 승부수를 던지는 수 밖에 없다. 현재는 그리 판단했다.
"근데, 말이 궁전이지 던전이랑 다를 바가 없잖아?"
현재는 기묘한 퍼즐로 인해 막혀있는 문을 보며 베르딜리온에게 따졌다.
"아무나 들여보내주는 친절한 궁전은 아니거든요. 그리고 모든 던전은 애초에 이 궁전을 베낀 것 뿐이에요. 물론, 퍼즐도 함정도 마수도 훨씬 수준 낮게 열화된 것들이지만."
즉 이 궁전은 단순한 궁전이 아니라 모든 던전 중의 끝판왕이라는 소리였다.
"다들 집중하자. 언제 어디서 어떤 위험이 튀어나올지 모르니까."
퍼즐은 베르딜리온의 지혜로 손쉽게 풀어버릴 수 있었다.
"왜 이게 정답인 거야?"
"여신의 신화에 대해 알고 있으면 아주 간단한 건데요."
베르딜리온은 현재와 미아는 물론이고 파탈리테조차 모르는 고대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베르딜리온이 없었으면 입구부터 막혀서 더 들어가지 못했을 거란 것.
'드래곤을 주워서 다행이다.'
현재는 잠시 그런 생각을 했다.
"허락 받지 않은 자여, 돌아가라."
다음 방에는 흙으로 이루어진 골렘이 대기하고 있었다. 키가 5미터에 달하는 거대 골렘은, 그러나 콜로세움 크기는 되는 경기장에 비하면 왜소해보였다.
"너, 지성이 있는 거냐?"
"허락 받지 않은 자여, 돌아가라."
아쉽게도 대화는 통하지 않았다. 오직 침입자의 배제만을 상정하고 만들어진 듯.
"싸우지 않고 넘어가는 법은 없겠지?"
"아마도 이곳을 통과하는 열쇠는 온갖 던전에 나누어 숨겨져 있을 것 같네요."
"우리가 그렇게 많은 던전을 돌았는데도 찾지 못한 것이?"
"운이 없었나봐요."
다행히 골렘은 선공을 가하지 않았기에 현재는 베르딜리온과 상담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저거, 강할까?"
"모두 힘을 합친다면 무사히 격퇴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럼, 쓰러뜨리자."
판단은 빨랐다. 괜히 밖으로 나가 모든 던전을 뒤지고 올 수도 없기 때문에.
"내가 가장 선두에 설게. 나머지는 후방에서 지원해줘."
현재는 파티의 탱커 역할을 자처했다. 베르딜리온은 애초에 마법이 특기고 파탈리테는 활을 쏠 수 있으니 괜찮을 거다. 문제 되는 것은 근접전을 특기로 하는 미아. 이토록 강대한 적을 상대해본 경험은 없을 터.
그러나 현재는 미아를 믿었다. 그녀는 10년이 넘게 최전선에서 싸워온 베테랑이니까. 이만큼 강한 적을 상대해본 적은 없어도, 자신보다 훨씬 강한 적을 상대해본 적은 많을 테니까.
현재는 골렘에게 선공을 날렸다.
"허락 받지 않은 자여, 돌아가라."
기계적인 음성과 함께 현재를 덮쳐드는 골렘. 휘둘러진 골렘의 주먹을 방패로 막아낸 현재는 당황했다.
'대체 무슨 힘이야?'
바윗덩이가 의지를 가지고 움직인다는 것 부터가 마법의 영역이었지만, 그 공격력은 과연 신의 하수인다운 수준이었다.
방패로 막아냈음에도 그 너머로 전해진 충격이 온몸의 내장을 마구 뒤흔드는 듯한 느낌.
현재는 떨리는 몸을 마력으로 감싸 겨우 진정시켰다.
'처음부터 마법을 써서 싸웠어야 했다.'
마력 자체를 갑옷이자 방패이자 동시에 힘의 근원으로 삼아, 온몸의 근육의 출력을 높이는 방식. 현재는 새로이 배웠던 그 싸움법으로 몸을 움직였다.
"이쪽을 봐라!"
어느새 쏟아진 마법 공격 탓에 베르딜리온 쪽으로 공격해 들어가려는 골렘의 등 뒤로 현재는 검을 꽂았다. 그러나 골렘은 멈추지 않고 베르딜리온을 향해 돌격하고, 현재는 검을 내리그어 골렘의 등짝에 커다란 흉터를 남겼다.
"씨발! 왜 안 멈춰!"
그러나 생물이 아닌 골렘은 얼마나 큰 흉터가 나든 신경 쓰지 않았고, 베르딜리온은 잽싸게 여기저기로 몸을 피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쟤 방어력도 장난 아니잖아? 그냥 맞으면 어떻게 될까?'
그런 생각도 해보았지만, 막상 맞아보라 시키기는 좀 그랬기에 현재는 그 생각을 지웠다.
"이얍!"
가장 강한 공격을 한 탓에 베르딜리온이 골렘의 표적이 된 사이, 파탈리테와 미아도 골렘의 몸에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나 그동안 매우 강해진 두 사람의 공격은 골렘의 너무나 단단한 외피를 뚫지 못하고 튕겨나갔다.
"공격이 안 먹히는데!"
'나랑 베르딜리온의 공격 밖에 안 먹히는 건가?'
현재는 생각했다. 정말로 둘이서 싸우는 것 밖에 방법이 없을까?
'버프, 버프를 주자.'
그는 미아와 파탈리테의 무기에 더 날카롭고 더 강력해지도록 마법을 걸어주었다.
그녀들의 무기는 던전에서 찾은 양질의 무기였지만, 아티팩트는 아니었기에 신의 하수인에겐 피해를 줄 수 없었다.
하지만 현재가 마법을 걸어주자 골렘의 외피를 뚫고 피해를 입힐 수 있게 되었다.
"마법이 엄청 늘었구나!"
"이걸로 우리도 싸울 수 있겠어."
"저는 언제까지 도망 다녀야 하는 거죠!"
베르딜리온은 순식간에 짜낼 수 있는 약한 마법으로 골렘의 행동을 견제하며 계속 도망다녔다. 골렘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을 만큼의 대형 마법은 시전 시간이 필요해서 당장은 쏠 수 없었다.
"조금만 기다려봐!"
어쩌다보니 탱커가 된 베르딜리온이 어그로를 끄는 사이, 남은 세 사람이 단검과 한손검과 거검을 들고 골렘의 몸을 이리저리 썰었다.
가끔씩 골렘은 갑자기 타겟을 바꿔 근접공격을 하기도 했으나, 그런 공격에 대처하지 못할 정도로 순발력이 떨어지는 이는 파티에 없었다.
"방금! 왼팔의 어깨 쪽에 이상한 구슬이 있었어!"
골렘이 쓰러지지 않는 이유, 그것은 핵을 파괴하지 못했기 때문. 직감적으로 이해한 현재 일행은 미아가 발견한 핵쪽으로 모든 공세를 집중했고, 그 결과 몸의 다른 부분으로 도망가려던 핵을 파괴할 수 있었다.
"나의 군주시여……."
이것도 프로그래밍되어 있던 말일까? 한탄을 남기면서 골렘은 쓰러져 흙으로 돌아갔다.
"아니, 이렇게 강한 골렘 재료가 진짜 순수한 흙이었어?"
"과연 여신의 권능."
현재와 파탈리테가 한 마디씩 감탄을 했다.
"여태까지처럼 쉬울 수는 없다는 거네. 진짜 싸움이 시작되는 건가?"
미아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채 말했다.
"대단하세요, 여러분. 여신의 하수인을 이렇게 아무 피해 없이 처리하는데 성공하시다니."
"네가 그런 말을 하면 왠지 비웃는 것 같은데."
본신의 힘을 발휘할 수만 있었다면 이런 골렘따위 앞발로 짓눌러 부숴버릴 수 있었을 드래곤, 베르딜리온의 칭찬을 현재는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특히 미아 씨가 골렘의 핵을 찾아주신 덕분에 금방 쓰러뜨릴 수 있었죠."
"헤헤, 그런가?"
하지만 미아는 칭찬을 간단히 칭찬으로 받아들였다.
"이렇게 호흡이 잘 맞고, 계속 성장하고, 서로 아껴주는 파티에 끼어들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어요."
"뭐라?"
즐거웠다니, 왜 그런 불길한 소리를 하는 걸까. 마치 앞으로는 함께 하지 않으리란 소리 같지 않은가. 현재는 극심히 긴장하며 베르딜리온을 경계했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우리가 계속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나 베르딜리온은 그런 시시한 소리를 했다.
"뭐야, 싱겁게."
현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속으로는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이거, 배신 각 보고 있는 거 아니야? 대지의 여신 쪽에 붙으려고?'
베르딜리온은,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여자, 아니 드래곤이었다.
* * *
"고블린들이 그리워질 줄은 몰랐어."
미아는 거의 울 것 같은 얼굴로 그런 소리를 했다.
"적이 강해질 수록 기괴한 얼굴이 되는 건 그리 드문 일도 아니지."
현재는 게임 경험에 기반해 그런 말을 했다.
"적에게 예쁘기를 기대하는 것은 덧없지 않은가."
파탈리테는 그렇게 말은 했지만, 자신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현재 파티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여신의 궁전 안에서 나타나는 마수들이 지옥 밑바닥에서 기어올라온 심해 생물, 혹은 심해 밑바닥에서 기어올라온 지옥 생물 같은 생김새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천 개의 눈을 가진 촉수 괴물, 산양 머리 비슷한 것이 팔에도 달렸고 엉덩이에도 달렸고 배에도 달린 끔찍한 혼종, 옆으로 무한히 넙적한 넙치 진화형 같은 생물 등, 장르를 착각해서 공포물 대신 이곳으로 온 듯한 끔찍한 괴물들이 잔뜩 나왔다.
'과연, 최종 던전.'
현재는 이래야 최종전답지라며 고개를 끄덕였으나, 미아와 파탈리테의 멘탈이 상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저 악마의 유래는 신화에 보면."
오직 베르딜리온만이 아무렇지 않은 듯 마수들이 신화의 어느 부분에서 무슨 일을 하는가 설명해줄 뿐이었다.
'신화 속 괴물들이라는 거지?'
그런 신화 속 괴물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점점 더 대지의 여신이 있는 곳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소리.
현재는 아무리 그래도 진짜 여신을 마주할 준비는 되지 않아서, 어떻게 해야 그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까 고민하는 중이었다.
언젠가 신들을 적대할 예정은 있었으나,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니었다. 힘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
'고블린한테 분노한 거니까 인간이나 엘프한테는 호의적이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해봤지만 가망은 거의 없어 보였다.
'미쳐버린 여신이 누군가에게 호의적일리 없지.'
현재는 절대로 여신과 마주치지 않아야겠다고 굳게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