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순애조교 위강력간물-109화 (109/119)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파티가 너무 강함

* * *

"크으윽!"

오크 전사 발바타의 몸이 갑자기 허공으로 떠올랐다. 다른 이들은 눈치 채지 못했지만, 그것은 목에 걸린 밧줄이 조여지며 그 몸을 통째로 나무 위로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었다.

"그으아아악!"

그의 강대한 목근육은 체중을 지탱하고도 남아, 목이 졸리면서도 소리를 지를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 뿐. 그가 손으로 목에 걸린 밧줄을 뜯어내려 해봤자 밧줄은 끊어질 생각이 전혀 없는 듯 했다.

"발바타!"

밧줄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 눌린 자국이 명확했다. 때문에 로브를 뒤집어 쓴 여자가 밧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에 단검을 던졌다.

강한 힘과 정확한 조준, 그리고 매우 날카롭게 잘 벼려진 단검이라면 어지간한 밧줄은 적중하는 순간 끊어져야 했다.

팅!

그러나 쇠사슬을 친 듯한 소리와 함께 단검은 튕겨나갔고, 발바타는 그대로 5미터 이상 끌어올려져 나무에 매달렸다.

"그아악!"

발바타는 최대한 발악했다. 그래도 밧줄은 끊어지지 않았다. 대신, 밧줄의 지지대로 썼던 나무가 통째로 꺾이며 무너졌다.

"오."

현재는 작게 감탄했다. 밧줄은 마법으로 강화해뒀지만 설마 나무가 먼저 꺾여버릴 줄은 몰랐다. 가지에 건 것도 아닌, 매우 크고 굵은 나무의 본 줄기에다가 걸어놨는데, 지지대도 없이 허공에서 준 힘만으로 그 생목을 통째로 꺾어버릴 줄이야.

'역시, 지구의 상식은 버려야한다는 거겠지.'

"거기냐!"

별로 큰 목소리도 아니었는데, 작게 감탄한 소리를 들은 로브녀가 또다시 암기를 던져 현재를 저격했다.

현재는 손에 쥐었던 강화된 밧줄을 휘둘러 암기를 튕겨냈다.

"저기다! 방금 암기가 튕겨나온 곳에 적이 있다!"

암기를 던졌던 여자의 지시에 전사가 덮쳐들었다. 그녀의 무기는 모닝스타, 사방팔방으로 삐죽삐죽 솟은 가시가 달린 둔기로 상당히 유지보수가 어려울 것 같은 물건이었다.

그 모닝스타는 보이지 않는 검에 의해 쳐내졌다.

"아니?"

그걸 쳐낸 것은 미아. 베르딜리온의 투명 마법으로 몸을 숨긴 미아였다.

"읍!"

동시에 로브 여자도 투명화된 파탈리테에 의해 제압되었고, 여유롭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궁수 밖에 남지 않았다.

"어딜 지원해야 되지? 아!"

당황하는 그녀를 현재의 밧줄이 덮쳐들었다. 오크 전사의 거친 반항을 이미 제압하고 다음 타겟까지 도달한 것이었다.

"끼약!"

상당히 여성스런 비명과 함께 그녀는 팔다리의 자유를 잃어버렸다. 그녀는 밧줄에 의해 나무 허리를 감싸는 형태로 꽁꽁 묶여 꼼짝도 할 수 없게 되었다.

허공에서 준 힘으로 나무를 뽑아버리는 묘기는, 오크가 아닌 데에다가 힘 능력치에 많이 투자하지 않은 그녀에게는 불가능했다.

이렇게 발바타의 파티는 순식간에 제압당했다.

"그 단검 던지는 여자 실력이 참 제법이네."

투명화의 마법이 걸린 외투를 벗어버리며 현재가 칭찬했다.

"보이지 않는 적에게 그렇게 침착하게 대처할 줄은 몰랐어."

"그게 무슨 의미냐. 이렇게 붙잡히고 만 걸."

상대방의 조롱에 로브녀가 인상을 썼다. 얼굴을 다 가린 상태였지만 눈만은 드러내고 있었기에 눈살을 찌푸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목에는 파탈리테가 겨눈 단검이 닿아있었고, 저항하는 순간 목을 찔릴 것을 알았기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손 내밀어."

그녀는 순순히 손을 앞으로 내밀고 포박을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었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니 달리 선택할 방법이 없는 채였다.

"네 사람 전부가 투명화 아티팩트를 가지고 있다니.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그녀는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아 질문했다. 현재는 질문에 시원히 답해주었다.

"아티팩트가 아니라 마법 도구인데."

"무슨 농담이냐, 마법 도구가 곧 아티팩트잖나!"

"아니, 다르지. 아티팩트는 신의 지보. 마법 도구는 마법사가 만든 물건. 차이가 명확하잖아?"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 마법사는 없다! 숨어 있는 마법사가 있을리도 없지. 마법을 쓰지 못하게 금지한 것은 주신들이신데, 그 눈을 피할 수 있는 존재가 있을 리 없잖느냐?"

당연한 상식을 파괴당하는 경험에 당황하는 로브녀. 현재는 피식 웃었다.

"자기가 아는 게 세상의 전부일 거라 생각하지는 마. 네가 주신인 것도 아니잖아?"

"그럴 수가……."

투명화 아티팩트를 네 개나 가진 일행이 있다고 믿는 것, 혹은 있을 리 없는 마법사가 있다고 믿는 것. 두 가지 다 말도 안되는 일이기에 로브녀는 무엇도 믿지 못하고 혼란스러워 했다.

"그런 게 중요해? 중요한 건 우리가 붙잡혔다는 사실이잖아."

나무에 칭칭 감겨 매달려있는 궁수가 울먹이며 말했다.

"크윽!"

미아와의 일 대 일에서 패배하고 검이 목에 겨눠진 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여전사가 탄식을 했다.

"무얼 하나! 이겼으면 죽여라!"

능욕 당하기 직전의 여기사 같은 대사를 날리는 여전사. 현재는 그 얼굴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런 대사는 예쁜 여자 전용인데.'

눈을 썩게 만드는 못생긴 얼굴에 승리한 이쪽 파티가 오히려 대미지를 입는 기분이었다.

"미안한데 쉽게 죽여줄 생각은 없거든."

현재는 참으로, 이 인간들을 포획한 게 마음에 들었다. 마침 너무나도 시험해보고 싶은 게 많던 참이었다.

"그렇게 억울해하지는 않기를 바래. 애초에 너희도 우리를 죽이고 아티팩트를 빼앗아가려 했잖아? 그래놓고서 자비를 구걸하거나 억울해하는 건 너무 염치가 없겠지?"

* * *

숲의 한 가운데, 모종의 이유로 나무가 자라지 않은 공터. 현재를 제외한 현재 일행은 공터 가운데에 불을 피워놓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요즘 입이 너무 고급이 된 거 같아서 좀 그렇네."

야생의 사슴을 잡아 단순히 불에 구운 것. 숙성도 없이 내장만 제거하고 향신료를 좀 뿌려 구워먹는 것이 도시에서 먹던 호화로운 식단과 비교할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그게 당연했지만, 이전에는 그럭저럭 육포나 건조 비스킷도 살기 위해 꾸역꾸역 잘만 먹었던 것이, 요즘에는 너무 미식을 자주 한 탓에 이런 양호한 식량조차 견디기 영 어려울 정도로 미아는 입맛이 까다로워졌다.

"현재와 같이 있기만 해도 즐겁기는 하지만, 기왕이면 평화로운 도시나 마을에 가서 살고 싶은데."

별 것 아닌 잡담을 하면서 현재 없는 현재 일행은 식사를 계속했다. 그런 세 사람을 지켜보고 있는 눈이 여섯 개.

오크 발바타와 그의 동료 두 명. 마지막 한 명은 현재에게 끌려가 숲의 어딘가로 모습을 감춰버렸다.

"우릴 대체 어떻게 할 셈이냐?"

오크 여전사, 아니 오크랑 닮았지만 일단은 인간인 여전사가 소리 질렀다. 미아는 무시했다.

"풀어준다면 사례는 충분히 하겠다! 우릴 죽인다고 너희가 얻을 이득도 없지 않나!"

그녀는 아직 협상이 가능하다고 믿는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게, 그녀에겐 패배하고 사로잡혀 본 경험이 없었던 것이었다. 그들은 강했으니까.

마구 설쳐도 아무도 제지할 수 없을 정도로 충분히 강했으니까. 강자로서 약자를 마음대로 희롱한 전적이 그렇게 많으면서도, 자기들이 희롱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 단순하고 멍청했다.

"혀를 잘라서 조용하게 해줄까? 아니면 스스로 조용히 할래?"

미아가 검을 뽑아 여전사의 앞에 겨누고 물었다. 여전사는 일단 입을 다물어야 했다. 아직도 몸 멀쩡히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괜히 혀를 잃기는 싫었다.

미아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친절했지만, 먼저 적의를 드러내 공세를 취하려 했던 적에게는 어떠한 자비도 없었다. 그것이 그녀가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그럼 슬슬 전리품이나 확인해볼까."

미아와 파탈리테는 노획한 짐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문명과 아득히 떨어진 험지인지라 발바타 파티의 짐도 산더미처럼 많았다.

"으, 오크의 옷가지? 이런 거 손 대고 싶지 않은데."

커다란 덩치에 걸맞는 초대형의 옷가지. 자신이 두 명이라도 동시에 몸을 덮을 수 있을 것 같은 옷가지를 보고 미아가 질색을 했다.

사실 현재의 체격도 그에 못지 않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지나가던 모험가의 옷가지는 전혀 느낌이 달랐다.

"여기, 장갑이 있어."

미아는 파탈리테가 궁수의 짐을 뒤지다 발견한 장갑을 끼고 마저 오크의 짐을 뒤지기 시작했다.

"대체 이런 건 왜 들고 다니는 거야?"

짐에서 미아의 허리보다 굵고 커다란 마수의 뿔이 튀어나왔다.

"자기가 사냥한 마수의 흔적을 기념품 삼은 거겠지."

"겨우 이만한 걸?"

"그 녀석은 마수였지만 훌륭한 전사였고 존중 받아 마땅한 상대였다! 남의 긍지를 욕보이지 마라!"

미아의 조롱에 발바타가 버럭했다.

"하지만 너희 우리한테 지고 붙잡혔잖아? 얕보이는 게 당연하다 생각 안해?"

"투명화 아티팩트와 기습만 아니었어도!"

"정말 그거 두 개만 아니면 너희가 이겼을 거라 생각해?"

"당연하다!"

"그럼 시험해볼까."

미아는 꽁꽁 묶였던 오크 발바타의 포박을 풀어주고, 그 손에 전쟁망치를 도로 들려주었다.

"나랑 일 대 일로 붙어서 이기면, 너희 전부 풀어줄게."

"그 약속 꼭 지키도록 해라."

그렇게 공터에서 발바타 파티의 운명을 건 결투가 시작됐다.

"그오오오!"

* * *

"저쪽도 재밌게 놀고 있는 모양이네."

오크 발바타의 외침을 듣고 현재가 피식 웃었다. 미아가 오크를 풀어준 것도 대련을 하는 것도 아무 걱정하지 않았다. 그녀가 질 리 없다는 사실을 너무도 명확히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너는 대체 뭘 하고 싶은 거냐? 능욕하고 싶은 거라면, 빨리 시작하면 그만 아니냐!"

로브 입은 여자, 아니 이제는 로브가 벗겨졌기에 다른 방식으로 불러야 할 여자는 현재에게 그렇게 따져물었다.

"욕구불만이냐? 나한테 박히고 싶어 안달이 난 거냐?"

"대체 뭘 하려는지 감이 오질 않으니 불안한 것 뿐, 그냥 그렇게 날 불안하게 만드는 게 재밌는 거냐? 변태 같으니."

어차피 자비를 구걸해도 구원이 오지 않을 것을 로브가 벗겨진 여자는 진작에 알고 있었다. 현재의 눈에 서린 광기는 결코 사람 하나 죽이지 못하는 샌님의 것도 아니었고, 미안함과 불쌍함으로 인해 얌전히 풀어줄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 광인이 죽이지 않고 살려두고 있다면, 죽느니만 못한 꼴이 될 것이 뻔했다. 그렇기에 여자는 결심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마지막까지 인간으로서의 존엄, 그 마음 만큼은 지키다가 가자고.

'어떤 심한 짓을 당해도 추하게 굴복하지는 않으리라.'

그렇게 결심했다.

"아니, 생각보다 어렵네."

현재가 지금 시도하고 있는 것은 정신 계열의 마법이었다. 베르딜리온은 마음을 읽는 것도 정신을 지배하는 것도 아주 쉽게 했는데, 현재는 그 설명을 아무리 들어도 따라할 수가 없었다.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만 했지.'

그래서 차라리 독자적으로 연구하는 게 낫겠다 생각하던 차에, 딱 좋은 실험체가 손에 들어온 것이다.

그야, 미아나 파탈리테에게 정신조작이나 육체개조 마법을 실험해볼 수는 없었으니까. 아끼는 두 사람에게 그런 짓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정신에 영향을 주는 마법을 어떻게 짜내야할지 감이 전혀 안 온단 말이야."

벌써 한 시간 가까이, 현재는 여자를 앞에 두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것이 여자의 생각이었지만 실제로는 마력을 사용해 정신을 조작해보려고 온갖 애를 쓰는 도중이었다.

"정신? 마법?"

듣기만 해도 두려운 두 이름이었다. 정신에 손을 대겠다는 것도, 마법을 쓰겠다는 것도.

그야, 마법은 주신들에 의해 금지 당해 그것을 쓰기는 커녕 연구하기만 해도 신의 은총을 잃고 수인으로 영락하게 되어 있었으니, 이 세계의 마법사는 모두 씨가 말랐다.

그런데, 자기가 마법을 쓸 수 있다고 자칭하는 이 미치광이는 왜 수인이 되지 않고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

그런 광인이 자신의 정신에 무언가를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참을 수 없이 끔찍하게 두려운 경험이었다.

'제발, 아무 일도 없이 끝났으면.'

그녀는 자신의 신에게 기도했다. 인간을 축복한 불의 신에게. 하지만 응답이 오는 일은 없었다.

모든 인간을 공평하게 축복한 불의 신은, 너무 바빠서인지 어째서인지 이곳까지 구원의 손길을 보내주지는 않았던 것이다.

당연하게도, 이곳은 모든 인간이 반드시 신에게 구원 받는 세계가 아니었다.

여자는 그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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