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순애조교 위강력간물-108화 (108/119)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스토리 정리하느라 작업이 좀 늦어져 한 편 밖에 쓰지 못했읍니다 (주륵)

내일은 두 편 이상, 되도록 세 편 이상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파티가 너무 강함

* * *

저주 받은 대지에는 인간이 살지 않는다. 엘프도 살지 않는다. 오크도 살지 않는다.

그것은 너무 당연한 상식이었다.

절대로 박멸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고블린, 저주로 인해 암컷은 없고 수컷만 있으며 보이는 대형 포유류 암컷은 닥치는대로 강간하는 혐오 생물과 같이 살고 싶은 이는 없을 테니까.

설령, 고블린이 없다 하더라도. 여신의 분노를 전해 받고 강대하며 끔찍한 힘을 가지도록 변화한 마수들이 출현하는 '던전'이 다른 지역에 비해 10배는 넘는 빈도로 출현하는 이 땅에서 살고자 마음 먹는 이는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아주 드물게도 있는 것이다. 그런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을 굳이 찾아가는 존재. 저주 받은 대지를 탐사하기 위해 이런 깊은 곳까지 찾아온 모험가 일행을 현재는 마주쳤다.

"이런 곳에 인간이?"

굵고 사내다운 목소리, 대륙공용어에 위화감은 없었다.

"그러는 너는 오크인가?"

현재는 최초로 상대를 올려봐야 했다. 2미터를 넘는 거구의 오크는 시선을 아래로 해 현재를 내려다봤다.

'오크보단 거인이란 종족명이 훨씬 어울릴 것 같은데.'

거대한 몸집, 터질 듯한 근육, 얼굴형은 인간과 거의 다르지 않았으나 코가 상당히 납작했다. 턱이 심하게 각이 졌고 눈이 가로로 길며 세로로는 좁았다. 그야말로 얼굴부터가 전사라고 알려주는 듯한 외형이었다.

인간과 크게 다른 점은 피부색 하나였는데, 피부가 초록색이 아니었다면 이종족이 아니라 그냥 덩치 큰 인간인 줄 알았을 듯 했다. 인간이라 판단하기에는 손도 발도 너무나 커다랬지만, 거인증 같은 비대발달 질환이라고 생각했을 터.

오크 전사는 검은 머리칼을 뒤로 묶어 올렸고 그 큰 몸을 다 덮을 수 있는 커다란 튜닉을 입고 있었다.

손에 들린 거대한 전쟁망치가 그의 주무기인 듯 했고, 허리춤의 벨트에 다용도로 쓰이는 단검 두 자루가 검집과 함께 매여 있었다.

"나는 발바타, 바람의 신께 가호 받은 긍지 높은 오크의 전사다."

"신한테 가호 받지 않은 오크도 있나?"

"무례하기 짝이 없군. 전사의 인사를 그런 식으로 무시하다니. 남의 이름을 들었다면 자신의 이름도 밝히는 게 예의 아닌가?"

오크의 예의라는 것은 인간과 상당히 닮은 면이 있는 모양이었다. 현재가 그 예를 따라줄 의리는 없지만.

"무시한 게 아니라 진짜 궁금한 건데?"

"신을 배신한 자, 저주 받아 마땅한 배교자는 이성을 잃고 죽을 때까지 싸우는 괴물이 된다. 너는 그런 것도 모르는가?"

"미안한데 남의 종족 사정까지 알 정도는 못되어서."

"아니, 그 사실은 인간 사이에서도 상식일 터다."

"그렇지."

오크 전사의 일행이 끼어들었다. 그녀는 자기 키만한 대검을 든 전사였다.

"그걸 모르는 건 인간이라서가 아니라 모자란 녀석이라서 아닌가?"

머리를 짧게 자르고 눈썹 위에 피어싱을 박아놓은 여전사. 남자가 되고 싶기라도 한 건지 그쪽 느낌이 나게 관리해둔 모습이 현재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녀의 태도는 둘째 치더라도 하고 다니는 꼴이 주먹으로 뺨따구를 후려치고 싶게 만들었다.

"괜히 시비 걸지 마라. 고블린과 만난 것도 아닌데 굳이 싸울 필요가 있나?"

로브를 몸에 칭칭 말고 있어 눈 외에는 보이질 않는 인간이 그리 말했다. 목소리를 듣자 하니 여자 같았다.

아무리 겨울이라지만 그리 춥지 않은 땅에서 입고 있는 복장이라기엔 과했다. 그런 로브 속에 여러 종류의 독이나 암기가 숨겨져 있으리라고 현재는 직감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럼 그냥 서로 갈 길 가도록 할까요?"

상대방의 마지막 일행, 호리호리한 몸매의 궁수가 그렇게 제안했다. 활을 집어넣을 생각이 없는 걸 보면 전투가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경계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수컷 오크 하나에 인간 여자가 셋? 뭐지? 창녀인가?'

덩치만 딱 봐도 클 것 같은 오크 자지에 맛들여서 따라다는 게 아닐까. 현재는 그런 매우 합리적인 의심을 했다.

"이 자들이 먼저 우리를 도발하고 있지 않나?"

오크 전사 발바타가 궁수에게 따져물었다.

"고블린을 쫓아내기 위해 그런 거겠죠."

그들이 느낀 것은 베르딜리온이 쉬지 않고 뿜어내는 위압감, 정확히는 멈출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뿜어내고 있는 위압감이었다.

현재가 한동안 강해졌고 그 만큼 베르딜리온에게 가해지는 패널티가 줄어들었음에도 그 앞에 똑바로 서있을 수 있는 걸 보면 발바타의 파티도 상당한 강자들인 게 분명했다.

물론, 인간 제국으로부터도 오크들의 영역으로부터도 아득히 먼 이곳까지 와 던전을 탐사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어느 정도의 강함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지만.

현재는 생각했다.

'이 녀석들이 던전을 헤집고 다닌다가 내가 얻을 아티팩트를 가지고 제국이나 오크들의 땅으로 홀랑 넘어가버린다면?'

단순히 생각해보면 지금 여기서 제거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일종의 사냥터 독점을 위해. 혹시라도 그들이 귀한 아티팩트를 홀랑 가져가버리면 기분 나쁠 것 같지 않은가.

걸리는 부분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베르딜리온의 반응, 다른 하나는 자신의 양심.

왠지 모르게 타종족 친화적인 베르딜리온이 단순한 이득을 위해 남들을 썰어 죽이는 자신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리고 자신은 계속해서 약육강식을 들먹이며 모든 약한 자들을 죽이고 약탈할 것인가.

베르딜리온의 눈치를 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녀의 힘은 여전히 미지수고 완전한 동료이자 부하가 된 게 아니었으니까. 그녀 입으로 말한 절대복종은 역시 신뢰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런 베르딜리온에게 패배한 경험 이후, 미아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깊이 잠겼던 후에 현재는 약육강식에 대해 조금이나마 회의적으로 변했다.

반드시 취해야 하는 건 용서 없이 빼앗아야 한다는 생각은 여전했지만, 자신에게 무해하고 큰 이득이 될 거란 확신도 없는 상대까지 모조리 약탈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자그마한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엘빈을 구해주고 수인 마을을 도왔던 것도 그 경험에서 우러나온 연민 탓이었다.

살아남기 위해 억지로 새겨 넣은 냉정함 사이로 그가 어릴 적 배웠던 인간 사회의 계율, 약한 자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조금씩 피어오른 것이다.

'먼저 덤벼들 생각이 없다면 그냥 보내주자.'

현재는 그리 판단했다. 그야, 만나는 모든 이를 전부 죽여버릴 것도 아니지 않은가? 대단한 보물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한다면 모를까.

"그럼 서로 갈 길 가지. 이름도 밝히지 않는 무례한 인간."

"그래. 잘 가라 발바타."

오크 전사는 현재를 비난했고 현재는 너스레를 떨었다. 두 파티의 진행 방향은 서로 반대였기 때문에 서로 스치면서 지나갔다. 이렇게 그들의 짧은 만남은 끝나는 듯 했다.

* * *

"따라오네."

10분쯤 뒤, 파탈리테가 아티팩트의 힘으로 생명력을 감지하여 그렇게 말했다.

"풉."

현재가 상황이 우스워 폭소를 터뜨리자 미아가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웃어?"

현재는 미아의 질문에 그녀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뺨을 꼬집으며 이리 대답했다.

"내가 참 좋은 스승을 뒀구나 싶어서."

"응?"

"이쪽에서 공격할 생각 하지 않아도, 어차피 대체로 이렇게 된단 말이지."

그래서 베어 죽였던 도적의 수가 얼마였던가. 군대도 경비병도 없는 도시 바깥은 그야말로 야생과 같았고, 동족이라고 안심해도 되는 경우 따위는 없었다.

아무도 믿지 마라. 미아의 가르침은 이 세계에 정말로 딱 알맞은 지침이었다. 인권 개념이 희박하고 도덕 관념도 지극히 낮은 이 세계에서, 어지간한 인간은 대부분 뒷통수를 칠 생각이 가득하니까.

그 스스로가 강하다고 굳게 믿고 있는 얼간이들이라면 특히.

"거리는 얼마나 돼? 기척이 느껴지지 않은 걸 보면 상당히 멀리 있는 것 같은데?"

"대충 1킬로미터 바깥일까."

"용케 그 거리에서 따라오네. 추적술에 어느 정도 조예가 있나봐?"

그들이 걷고 있는 곳은 평원이 아니었고 나무와 풀이 무성한 숲이었다. 1킬로는 커녕 100미터 앞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똑바로 따라오고 있다면 시각이나 청각에 의존하지 않고 있는 게 분명했다.

"우리가 단서를 신경 써서 지우면서 오지는 않았으니까 따라오려면 따라올 수 있었겠지."

그렇지만 숲이기에 남는 것도 있다. 풀의 눌린 자국, 바스라진 나뭇가지, 길이 아닌 곳을 뚫고 가다 보면 어떤 형태로든 흔적은 남기 마련이었다.

"갑자기 내 이름이 더 궁금해져서 오는 건 아닌 것 같고, 거리를 한참 두고 따라오는 걸 보면, 잠들었을 때나 서로 떨어졌을 때 기습해올 셈인가 봐?"

그들은 판단했을 것이다. 이런 깊은 곳까지 들어올 실력자들을 4대4로 정정당당히 상대했다간 손실이 클 거라고.

그렇기에 일단은 보내주는 척 한 뒤, 일행이 잠시 갈라지거나 자는 등의 방심한 상태에서 기습을 하기로 계획했겠지.

"이건 교육을 해주는 수 밖에 없네."

현재는 지금 상황에 즐거움을 느꼈다. 주제도 모르고 덤벼드는 날파리들을 해치우는 건 썩 즐거운 일이었다.

차라리 날파리는 작고 날래서 잡기 힘들기라도 하지, 제 몸을 드셔줍쇼 바쳐오는 커다란 먹잇감이라니. 웃음을 참기 힘든 것이 당연했다.

"벨딜. 이런 마법도 쓸 수 있겠어?"

현재는 벨딜에게 새로운 마법을 주문했다. 자신의 마법 실력으로는 아직 불가능했기에, 그녀에게 원하는 마법을 사용하도록 지시한 것이었다.

"그럼요."

드래곤에게 불가능한 마법이 대체 무얼까. 현재의 상당히 난해한 마법 요구는 너무도 쉽게 수락되었다.

마력으로 엮인 끈이 파티의 몸을 각각 감쌌고, 현재는 배낭을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둔 채 그 안에서 밧줄을 잔뜩 꺼냈다.

"사냥감이 따라올 때까지, 잠깐만 기다려볼까?"

현재는 튼튼한 나뭇가지 위로 올라타 풀숲에 숨어있는 거미처럼 먹이를 노리기 시작했다.

* * *

약 5분 후, 길 없는 숲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속도로 이동하던 오크 전사 발바타의 파티가 그 장소에 도착했다.

"흔적이 갑자기 끊겼다. 마치 이곳에서 하늘로 날아가기라도 한 것처럼."

로브 바깥으로 눈 밖에는 드러내지 않은 여자가 말했다.

"추적을 눈치 채고 나무 위로 올라간 게 아닐까?"

그녀의 말에 궁수가 의견을 제시했다.

신의 은총을 받은 인간들, 그리고 오크는 그 강대한 힘 덕분에 입체적인 기동이 가능했다. 여태까지 수평으로 이동한 것은 그게 가장 무난하고 빠른 이동 방법이기 때문이고, 이들 정도 되는 능력자들이라면 나무와 나무 사이를 건너 땅을 밟지 않고 이동하는 것 쯤은 간단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갑자기 사라진 현재 파티의 흔적이 나무 위로 경로를 바꾸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그럼 어쩔까, 추적을 포기할까? 이쪽이 추적 중이란 걸 알아챘다면 쉽게 방심하지는 않을 텐데?"

로브의 여자는 오크 전사에게 물었고, 그러나 오크 대신 오크처럼 생긴 인간 여전사가 대답했다.

"하지만 그 가슴 큰 여자, 그 여자가 가진 아티팩트는 분명 엄청난 물건일 거야. 우리 넷이 전부 쫄게 만들다니 얼마나 대단한 효과냐고. 어지간한 상대는 위압감 때문에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게 만들 수 있을 거야."

"나는 겁 먹지 않았다."

발바타가 첨언했다.

"그렇겠지. 오크가 받은 축복은 힘과 용맹이니까."

발바타는 두려움을 느꼈지만 아닌 척 했고 파티원은 믿어주었다. 누구도 그 여자가 실제로 강해서 위압감을 뿜어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보기만 해도 두려울 정도의 강자라니. 그런 존재는 있을 리가 없으니까.

그것은 반만 맞는 얘기였다. 실제로 그 위압감은 주신들이 걸어놓은 저주 때문에 생긴 것이었지만, 그건 그거고 실제로 베르딜리온은 그들 따위 순식간에 토막을 칠 수 있는 진정한 강자였으니까.

'약한 개일 수록 크게 짖는 법이지.'

그러나 발바타의 파티는 그 위압감이 싸움을 피하기 위해, 즉 약한 것을 숨기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라고 판단했다. 싸우기 싫어 한다는 것은 약하다는 사실의 증거라고, 그리 여긴 것이었다.

"그런 고성능 아티팩트는 엄청 비싸게 팔리겠지. 우리 모두가 평생 놀고 먹고도 남을 정도로. 그러니까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해."

파티의 궁수가 말했다. 그들의 여정은 애초에 돈을 노린 한탕 주의의 모험이었다.

상당한 실력자인 그들이지만 씀씀이가 너무 큰 탓에 돈이 모이지 않았고, 그 씀씀이를 평생 감당할 정도의 대단한 돈을 한 순간에 벌고 싶다는 이유로 이곳에 왔다.

그것은 목숨을 걸기에 너무 충분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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