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순애조교 위강력간물-106화 (106/119)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파티가 너무 강함

* * *

"……양 구멍이 다 얼얼하다……."

아침이 되어 간신히 속박과 성고문에서 벗어난 파탈리테는 투덜거렸다. 현재가 공언했던대로, 그녀는 무려 세 번이나 의식이 단절되어 어딘지 모를 저 세상에 다녀왔었다.

"열 번도 넘게 절정했으니 당분간 섹스 생각은 나지도 않겠네?"

"크흠."

파탈리테는 예상과 전혀 다른 전개에 조금 불만족이었으나 애초에 봉사하겠다고 찾아온지라 별 말을 더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도시 폐허에서 나눴던 교감 가득한 섹스를 기대하고 왔는데, 당한 것은 장난감에 마법의 실험대 취급이었다.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았지만.'

문제는 현재가 단 한번도 삽입하지 않고 유사성행위만 잔뜩하고 말았단 것이었다.

직접적으로 몸의 점막에 닿은 것도 최초의 펠라치오가 전부였고, 이후에는 혼자 자위를 하거나 머리카락을 훔쳐 감싸고 비비거나 심지어 겨드랑이 사이에 끼우고 허리를 흔들 때는 현재가 정말 미친 줄 알았다.

'취향이 참.'

아무튼 그렇게 직접 착정 당하는 것을 피한 덕분에 자정도 되기 전부터 해가 뜰 때까지 계속해서 유사성행위를 할 수 있었다.

보통 인간이 이렇게 묶여있었다간 몸의 어디가 상해도 아주 상했겠지만, 파탈리테는 특별히 튼튼한 편이라 이러고서도 몸이 망가지는 일은 없었다. 컨디션이 조금 나빠졌을 뿐이었다.

"자, 이거. 선물이야."

현재가 내민 종이를 받아든 파탈리테는 초콜릿 빛깔 피부 위로도 드러날 정도로 얼굴이 붉어졌다.

"무슨, 이런 짓을……."

그것은 묶인 채로 장난감에 희롱되는 파탈리테를 매우 정밀하게 그려낸 초상화였다. 앞보지와 뒷보지에 하나씩 꽂혀 나란히 진동하는 장난감의 묘사를 상세히 한 그것을 춘화가 아니라 초상화라 불러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초상화였다.

"마음에 안 들어?"

"정말이지……. 이런 것을 여성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서 선물한 거면 그대 머릿속의 상식을 뿌리부터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좋아하라고 준 게 아니라 부끄러우라고 준 거지. 자기가 어떤 치태를 보였는지 알겠어?"

현재의 말에 다시 그림을 보니 희롱당하던 파탈리테의 입가에 매우 흐뭇하고 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 그림솜씨가 예사롭지 않아 마치 사진처럼 보일 정도. 물론 이 세계엔 사진이 없기에 파탈리테가 그런 개념을 떠올릴 수는 없지만.

"이건, 날조다. 나는 이렇게 천박하게 웃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그린 건데, 참. 이걸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네. 사진이었다면 반박 불가능일 텐데."

현재는 이 정도 놀린 것으로 충분히 만족하기로 했다. 참 기분 좋은 밤놀이었다. 실컷 사정한 덕분에 개운하기까지 했으니.

'진짜, 이렇게 좋아했나?'

당하는 와중에는 정신이 없었고, 또 자기 모습은 볼 수 없기에 알 수 없었던 모습. 그 적나라한 장면을 그림으로라도 보자 파탈리테는 심경이 상당히 복잡해졌다.

"슬슬 아침 먹어야지?"

그런 복잡한 심경을 신경 써주지 않고 현재는 옆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촌장의 집에 구비된 식재료와 주방을 빌려 요리를 할 생각이었다.

촌장을 떠맡게 된 엘빈은 아침 식사를 직접 제공하고 싶어했지만, 솔직히 말해 현재가 만든 음식이 훨씬 더 현재의 입맛에 맞았기에 그 스스로 요리를 했다.

요리사는 집에서까지 요리를 하는 걸 귀찮아하는 경우가 많다지만, 애초에 맛있는 게 많이 먹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로 요리사가 된 그는 요리를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즐겼다.

"고블린하고 던전만 없으면 정말 괜찮은 땅인데."

농사를 짓는 게 거의 불가능했던 수인 마을의 사정, 그럼에도 대충 뿌려놓은 씨가 훌륭하게 자라나준 덕분에 마을은 과일 뿐 아니라 곡식도 풍부했고, 야생 동물도 많아 고기도 많이 구할 수 있었다.

고블린만, 던전만 없다면 이만한 천혜의 식량고도 없다는 거다. 물론, 그렇게 풍족한 자연 한 가운데인 만큼 많은 벌레도 신경 쓰이지만. 잘 먹지 못해 발육부진인 게 평균인 이 세계 사람들에게 벌레 따위보단 굶지 않는 게 훨씬 중요하지 않을까?

'이런 땅을 원래는 가지고 있다가, 대지의 여신의 분노로 빼앗겼단 말이지.'

현재는 묘한 기분으로 진수성찬을 즐겼다. 간이 딱 자신의 입맛에 맞추어져 있었기에 마음에 쏙 드는 요리였다.

'의외로 향신료를 마을에서 자급자족할 수도 있을 것 같고.'

뭐든지 잘 자라는 토양 환경 덕분에 이 마을이 유지되는 한 식도락에 쓸 향신료를 꾸준히 공급 받을 수 있을 듯 했다. 한참동안 과일이나 야생 동물을 현지조달로 먹을 생각이었던 현재에겐 매우 기쁜 소식이었다.

아침 식사가 끝나갈 때 쯤 미아가 현재에게 부탁을 한 가지 해왔다.

"현재야. 나도 초상화 그려주면 안돼?"

어쩐지 아까부터 파탈리테가 말이 없더라니, 가자마자 그림을 들킨 모양이었다. 본인은 절대 들키고 싶지 않았을 텐데, 대체 어쩌다가 들킨 건지. 애초에 현재는 파탈리테가 그걸 찢어서 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림을 허락도 없이 그려 선물하는 건 여자 쪽에서 모욕으로 받아들여도 이상하지 않은 일 아닌가?

'의외로 변태인 건가.'

자신을 좋아해서 보관한다는 결론까지는 닿지 못한 현재는 미아의 제안을 간단히 받아들였다.

"그러지. 미아는 정말 예뻐서 그리는 맛이 있겠는데?"

"고마워."

그리하여 그들의 출정은 몇 시간 늦춰졌다. 어차피 모든 일정은 리더인 현재 재량이었으므로 그렇게까지 빡빡하게 따를 필요가 없었다.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이 넘어간다고 할까?

* * *

촌장의 집.

미아가 이전에 현재에게 선물 받은, 정확히는 케이트에게서 강탈하여 입혔던 옷가지를 예쁘게 차려입고 다소곳이 의자 위에 앉아있기에 현재는 정상적인 초상화를 그리게 될 줄 알았다.

그러나 현재가 이제 준비 되었다고 말하자마자 미아는 드레스의 윗부분을 훌렁 벗어내리더니 허리춤에 걸쳤다.

어깨는 물론이고 가슴과 배, 팔뚝이 모조리 노출되는 야한 모습.

단순히 그것으로도 춘화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겠지만, 그 상태의 유두에는 동그란 순금 링이 각각 달려있고 배 위에는 다른 남자의 접근을 불허한다는 뜻의 자물쇠 문신이 떡하니 새겨져 있어, 귀족 영애라고 해도 믿을 아름다운 얼굴과 대비되며 뇌쇄적인 마력을 마구 뿜어내고 있었다.

'서버렸네.'

현재는 아플 정도로 발기한 성기를 애써 무시하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연필이 아니라 잉크를 쓰는 펜, 마땅한 지우개도 없어 한 번의 실수는 그림을 아예 망치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그러나 초월자의 영역까지 올라간 현재의 손재주는 흐르는 잉크의 양마저 완벽하게 조절해냈고, 흑백이라고는 믿을 수 없게 명암까지 들어간 완벽한 초상화를 그려냈다.

펜을 놓고도 잉크가 마를 때까지 방심하지 않고 그림을 주시하던 현재는, 이제 안쪽에 손을 대지만 않으면 그림이 망가지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 때 미아에게 그 그림을 건넸다.

"와, 진짜 잘 그렸다. 우리 현재한테 이런 재주도 있었네?"

"실은 이거 마법이야."

"마법이라고?"

현재는 마법으로 사진기를 재현해보려 했으나 그 원리를 적당히 상상해내지 못해 그것은 불가능했다. 어설프게 과학을 생각하는 바람에 사진 찍는 일을 마법적으로 상상해내지 못하고 실패한 것이었다.

하지만, 프린터라면 얘기가 달랐다. 눈으로 본 화상을 이미지로 만들어 잉크와 펜으로써 인쇄해냈다. 그 결과 지금 보고 있는 화면의 명암마저 흑백으로 흉내낼 수가 있었다.

"보고 있는 장면을 그대로 인쇄해낸 거지. 아직 이 세계에 인쇄라는 개념은 없던가? 이걸 뭐라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

"아무튼 이건 보이는 그대로 나온 거라는 거지?"

그렇게 믿기에 충분히 완벽한 그림이었기에 미아는 그리 물었다.

"그런 셈이야."

현재가 대답하자 옆에서 구경하던 파탈리테가 움찔했다.

'정말 보이는 그대로 그린 것이었다고?'

그녀가 받은 춘화, 아니 초상화, 아무튼 그녀의 모습을 그린 그림에서 그녀는 은밀한 구멍을 양쪽 동시에 희롱당하면서 너무도 행복한 듯 흐뭇한 미소를 입에 물고 있었다.

그것이 현재의 취향대로 가감한 표정이 아니라, 정말로 그녀 자신이 그런 표정을 지었던 것일까? 생각하니 파탈리테는 굉장히 수치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기분 좋기는 했는데…….'

현재와 제대로 몸을 섞은 것이 아니라, 장난감에 희롱 당해 그런 표정이 되었었다는 것이 왠지 기분이 나빴다.

"다들 한 장씩 받으셨다면 저도 부탁드려도 될까요?"

미아의 그림이 끝나자 이번에는 베르딜리온이 부탁을 해왔다. 현재는 왠지 사진관의 사진사가 된 기분이었다. 파탈리테는 현재가 아무 말 없이 그려주었고 미아는 연인이니 당연히 들어줄 법 했지만, 베르딜리온의 말을 들어줄 이유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그래서 현재는 베르딜리온을 방 안에 있는 의자 위에 앉혔다.

그녀도 드레스 윗자락을 훌렁 까버렸다.

"넌 또 왜 벗어?"

"다들 이렇게 하시기에."

"아니, 너는 옷 제대로 입어."

"아하! 나체, 반나체, 그리고 옷을 입은 상태로 개성을 주는 거군요!"

"그런 셈이지."

그런 의도는 아니었으나 현재는 대충 긍정했다.

'그 가슴을 반 넘게 깐 드레스가 옷을 입은 상태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옷을 입은 건 입은 거다. 거리에서 노출증 변태로 잡혀가지 않을 정도?

'잡혀가지 않나?'

사실 그조차 애매한 정도였다. 아무리 설산보단 따뜻해도 가을 날씨쯤은 되는 이곳에서 어찌 저러고 다니는지 보는 사람마다 놀랄 정도였다.

설명의 귀찮음 때문에 베르딜리온이 드래곤이란 건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아 더욱 그러했다.

"와! 정말 보이는 그대로 그려주셨군요!"

베르딜리온은 현재가 그려낸, 아니 찍어낸 인쇄물을 받아보고 매우 좋아라 했다.

그러더니 손을 움직여 마력을 흩뿌려 그림에 색을 입히고 사진으로 만들어버렸다.

"아니, 어떻게 한 거야?"

"주인님의 기억 속에 있는 화상에서 색을 따와 입힌 것 뿐인데요."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한 거냐고."

현재는 왜 마법이 뭐든지 가능한 힘이면서도 마법진이란 개념이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마법은 그 기반부터 모든 것을 상세히 상상해내지 않으면 안되어, 어지간히 상상력이 풍부한 것이 아니면 실현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았다.

비록 이치에 맞지 않더라도, 법칙 따위 무시하더라도 그저 상상을 채워넣기만 한다는 점에서 쉬워보이지만, 인간에게는 경험과 상식이라는 것이 있어 그게 쉽게 되지를 않는 것이었다.

그럴 때 사용하는 해답지, 이미 남이 상상했던 길을 가장 효율적으로 정리해둔 지도가 마법진이었다.

"그럼 일단 기억을 읽는 마법부터 해야 하나요?"

베르딜리온은 뭐라뭐라 설명을 했지만 외계어를 쓰는 듯이 알아들을 수도 없었고 이해할 수도 없었다.

500년, 전생을 포함해 4천년을 산 드래곤은 사고방식이 인간과는 멀찍이 떨어져 있어 그 마법을 흉내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아니 불가능했다.

'그래도 이전의 빛 마법은 그나마 쉬운 상상이었는데.'

아무래도 현재가 마법에 능숙해지려면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야할 듯 했다.

어쩌면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베르딜리온의 길과 닿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지금은 확신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 미아 씨의 그림도 색을 입혀드릴까요?"

베르딜리온이 호의로 권했다. 미아는 도리질을 치며 거절했다.

"아니, 현재가 그려줘서 의미 있는 그림이야. 다른 사람이 덧씌우는 건 바라지 않아."

"오……."

현재는 화가도 아니고 그림에 대한 자존심 같은 건 없고, 애초에 그린 게 아니라 찍어낸 사진 같은 거라 색을 입혀도 전혀 상관 없었지만, 미아는 그것이 싫은 모양이었다.

"그럼 파탈리테 씨도요?"

"응."

현재는 파탈리테가 정말 언제 그림을 찢어 버려도 이상하지 않다 생각했는데, 그녀는 정말로 어딘가에 그 그림을 보관하기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미아 쪽이 가벼운 섹시 화보 느낌이라면, 파탈리테 쪽은 야동 캡쳐 느낌이라 절대로 잃어버리면 안될 텐데. 물론 가슴을 까고 피어싱과 문신을 자랑하는 미아의 그림도 전혀 가볍지는 않았지만. 파탈리테의 것에 비하면 그렇다는 이야기였다.

'뭔가 다들 내 색으로 물들어가는 것 같네.'

미아도 파탈리테도 이전이었다면 절대 이런 짓은 하지 않았겠지. 두 여자의 첫 경험 모두 현재였고, 본인들도 느끼는 부분도 느끼지 못하는 부분도 모두 현재의 색깔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현재는 그것이 매우 마음에 들어 흐뭇하게 웃음을 지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