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순애조교 위강력간물-104화 (104/119)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파티가 너무 강함

* * *

현재는 하루 종일 마법을 연습했고 나머지 일행은 무기를 정비하거나 마을 일을 슬쩍 돕거나 어린 아이들과 놀아주거나 현재를 구경 하거나 등등으로 시간을 보냈다.

밤 시간, 이전과 똑같이 세 여자는 촌장의 집에서 잠이 들었고 현재는 그 옆집에 와 침대에 누웠다.

'오, 새 이불.'

어디서 새라도 잡아와 만들었는지 폭신폭신한 깃털 이불이 깔려있었다. 침대 자체는 여전히 딱딱한 나무 침대지만, 이만한 이불이 있다면 나름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똑똑, 그런데 문쪽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현관문 바깥에서 누군가 노크를 한 것이었다.

'프리다인가?'

하지만 그녀라면 노크 따위 하지 않고 쳐들어올 텐데. 대장장이가 항상 바쁜 낙후된 마을이라 잠금장치가 있는 집도 따로 없었다. 그야말로 야생 언저리인 상태의 마을이었던 것.

"누구야?"

현재는 그리 물으며 현관으로 나갔다. 문 앞에서 기다리던 건 파탈리테였다.

"파탈리테? 무슨 일이야?"

"흠. 일단 안에서 얘기하도록 하자."

어딘가 부끄러운 기색의 파탈리테를 보고 현재는 방문 목적을 눈치 챘다. 몸이 달아올라서 찾아온 것이 뻔해보였다.

'일단 모르는 척 할까.'

이쪽에서 덮쳐들면 분명 못 이기는 척 받아들이겠지. 하지만 현재는 그렇게 쉽게 덮쳐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스스로 먼저 자지를 조르는 파탈리테의 얼굴이 보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왜 왔는데?"

"흐흠."

파탈리테는 괜히 헛기침을 했다. 현재는 그녀를 놀리기로 했다.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상담하러 온 건가? 너무 느긋하게 사냥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하러?"

맥 빠질 정도로 쉬운 일주일이긴 했다.

"파탈리테는 일족의 운명을 떠맡고 있으니 이런 속도가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전에도 말했잖아. 마냥 급하게만 한다고 모든 일이 더 잘되고 더 빨리 진행되는 건 아니라고. 나는 페이스를 맞춰 가는 게 중요하다고 봐."

"으……, 응……."

파탈리테의 태도에 현재는 실수 했단 걸 깨달았다. 진지한 척을 하려고 꺼낸 말이었지만 그 내용이 지나치게 무거웠다. 파탈리테가 괜한 죄책감을 느껴 성욕이 뚝 떨어지고 방으로 돌아가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이야기였으니.

'되돌릴 방법은? 없나? 쏟아버린 물과 내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더니!'

현재는 이 딱딱해진 분위기를 풀어낼 방안이 생각 나지 않았다.

"그대의 방침에 불만은 없다. 오히려 반대다. 나는 감사 인사를 하러 온 거다."

"갑자기?"

"우리 파티를 능숙히 인솔하는 것도 그랬지만, 이 마을을 평화롭게 만든 것 또한 그렇지. 그대는 분명 리더의 자질이 있는 거다. 나 같은 싸울 줄 밖에 모르는 엘프 꼬맹이보다는 훨씬."

자책하는 것 같은 소리를 하며 파탈리테는 현재를 띄워주었다.

"전부 내가 필요로 하거나 하던 일 도중에 가뿐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 겸사겸사 돕는 것 뿐이라니까. 미아한테도 그렇게 말했잖아? 많이 애써야 하는 일이라면 하지 않았을 거라고. 이 마을 뿐 아니라, 엘프들도 그래. 기왕 내가 강해지는 김에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이니 구하겠다 했을 뿐이지. 그렇게 빚이라도 진 듯이 굴 거 없어."

"아니, 분명 그대는 모두에게 감사 받아야 한다. 그 중에서도 나는 특히 감사해야 한다. 이건 확실한 것이다."

"미아도 너도 자꾸 쑥스럽게 왜 이러냐."

누군가에게 이렇게 계속해서 감사를 받아본 적이 있었던가? 현재는 성적으로 흥분한 것도 아닌데 얼굴이 빨개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그 보답으로, 그대에게 봉사하러 온 거다."

"흐음?"

다행히도 파탈리테는 엘프 얘기가 나온다고 팍 식어 돌아가버리지는 않을 정도로 완전히 몸이 달아있는 모양이었다. 파탈리테가 마침내 본론을 꺼냈을 때, 현재는 알면서도 일부러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미아가 생리중이라 어울리지 못했고, 나 또한 벨딜에게서 생명력을 받는 걸로 되었으니, 그대는 일주일이 넘게 쌓인 상태이지 않은가? 그러니까 내가 봉사해서 쌓인 성욕의 처리를 하겠단 거다."

"그거 그냥 네가 섹스하고 싶을 뿐인 거 아냐?"

"그렇지 않다."

파탈리테는 단호히 부정했다. 이미 도시의 폐허에서 마음에 따라 쾌락을 좇는 섹스를 했었으면서도, 아직 파탈리테는 하고 싶으니까 섹스한다는 것이 영 어색하고 쑥쓰러운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저렇게 변명을 덕지덕지 달고 왔겠지.

'물론 많이 쌓이기는 했는데.'

일과 전투가 섹스를 잊게 한다는 게 정말이었는지, 거의 일주일동안 파티 인솔과 던전 공략에만 열을 올렸던 현재는 성행위는 물론이고 유사성행위조차 하지 않았다.

'생리란 게 그렇게 긴 줄을 예전에는 몰랐는데.'

평생 여자와는 영 인연이 없었던 현재는 이 세계에 날아오고 나서야 알았지만, 젊은 여자들의 생리는 10일을 넘기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 하루로 땡치는 것이 아니었던 거다.

긴 편이면 무려 2주까지도 간다 하던가. 그 경우에는 거의 한 달에 절반을 달고 사는 것이고, 미아는 보통 10일 근처였다. 한 달에 3분의 1이나 되는 것이었다.

아무튼 미아는 생리중이라는 게 부끄러운지 냄새가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붙는 걸 피했고, 파탈리테는 벨딜의 모유와 고블린을 죽여 빼앗은 생명력 덕분에 굳이 현재에게서 생명력을 받아갈 이유가 없었기에 둘 사이에도 아무런 일이 없었다.

애초에, 파탈리테와 섹스를 하면 정기를 상당히 빨리기에 항상 싸워야 하는 저주 받은 대지 위에서 몸을 섞는 것은 매우 힘들 것이었다.

그것은 다음날이면 재충전되는 활력소 같은 기분 좋은 피로가 아니라, 중노동을 하고 자는 듯한 상당한 피로였다. 여러 발을 뽑히지만 않으면 그럭저럭 견딜만 하기는 하고, 그런 피로마저 마음에 들 정도로 기분 좋기는 했지만. 아무튼 몸을 깎아가며 해야하는 섹스란 뜻.

현재는 그 사실을 파탈리테에게 전했다.

"내가 너랑 섹스하면 내가 훨씬 지치는데 보답이 될 거라고 생각한 거야?"

"앗?"

현재의 말에 파탈리테는 당황했다. 그녀는 금시초문이란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많이 지치는 건가?"

여태까지 현재는 굳이 부담될 정도의 정기를 빼앗긴다고 알려주지 않았다. 남자로서 센 척을 하고 싶었는지 주인님의 권위 같은 걸 세우고 싶었는지. 어쩌면 둘은 같은 말일지도 모르지.

'부하 취급은 거의 하지 않았고, 대충 동등한 동료로 생활했지만.'

완전히 흐지부지되어 잊혀버렸지만 현재가 처음 파탈리테를 데려올 때는 1년 뒤에 풀어주겠다는 노예 계약이었다. 애초에 노예로 잡혀왔던 파탈리테에게는 아무런 선택권도 없었지만.

"그래. 솔직히 무리했어."

생명력을 빨리는데 멀쩡할 리가 없지만, 여태껏 너무 멀쩡한 척 연기했기에 파탈리테는 진짜 괜찮은 줄로 알았다.

현재가 이제서야, 굳이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모두 다 계산된 것이었다. 하고 싶은 특별한 플레이가 있기 때문에. 파탈리테는 미안함을 얼굴에 담았다.

"전혀 몰랐다. 엄청 부담을 주고 있었구나."

"이제는 베르딜리온이 다 해결해주니까 잘된 일이지. 그 드래곤 참 쓸모가 많단 말이야."

"그렇지. 무리하면서까지 나와 성교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으니까."

파탈리테는 갑자기 자책했다. 아마 미안함 때문이 아닐까?

"현재는 커다란 가슴이 엄청 좋은 것이지? 미아의 가슴에 그런 장식품을 달아놓은 것도, 때때로 넋 놓고 벨딜의 가슴을 보는 것도. 그렇게 가슴을 좋아하는데 내 몸이 마음에 찰 리가 없구나. 어느 정도 눈치는 채고 있었다."

그녀는 조그맣게 스스로를 비웃었다.

'아니, 작은 건 작은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다 매력이 있는데.'

현재의 수비 범위는 굉장히 넓었다. 하지만 그는 애써 입을 다물었다. 이후 파탈리테의 반응이 궁금했기 때문.

"나로서는 보답 같은 거 할 수 없고, 오히려 생각한 것보다 훨씬 크게 폐를 끼치고 있었구나. 여태까지 배려해줘서 고마웠다."

"그럴 것까지야. 나도 좋아서 한 거니까."

현재의 말에 파탈리테의 안색이 살짝 밝아졌다가,

"파티의 전력이 강해지는 건 좋은 일이지."

다시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현재가 한 말에 따르면 피곤함을 참고 파티를 위해, 파탈리테를 위해서 의무적인 태도로 했다는 것 아닌가?

그런 것 치고는 너무 심하게 즐기는 태도였었지만, 파탈리테는 방금 전해들은 진실 때문에 충격을 받아 배 위에서 몸을 섞었던 기억을 잠시 잊어버렸다.

'반응이 너무 좋아서 놀릴 맛이 나는데?'

파탈리테는 종족의 숙원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대체로 진중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정작 연애니 성교니 하는 별로 크지도 않을 부분에서 이렇게 소심한 반응을 보이니 굉장히 귀엽게 보였다.

"그런가. 보답이 아니라 폐가 되는 것이었다면 어쩔 수 없지. 나는 그만 돌아가겠다."

파탈리테는 마음을 접고 돌아가기로 결심한 모양이었다. 현재는 그쯤에서 놀리기를 그만두고 파탈리테를 붙잡았다.

"아니, 보답할 방법이라면 그것 말고도 있는데."

"무언가?"

파탈리테는 그녀를 붙잡은 현재에게 기대하는 반응을 숨기려 애쓰며 되물었다. 솔직히 뻔히 보였지만.

'귀여워.'

현재는 뻔히 보인다는 사실을 굳이 지적하지 않고서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보답할 생각으로 왔다면 각오는 충분히 하고 온 거야?"

"그대가 가학적이고 변태적인 취미를 가진 것 쯤은 알고 있다. 내 몸은 튼튼하고, 어느 정도는 재생도 가능하니, 미아에게 하는 것보다 훨씬 심한 짓을 해도 괜찮다."

"?!"

파탈리테의 말에 현재는 깜짝 놀랐다. 기껏해야 말로 매도하는 것이나 미아에게 했던 가벼운 스팽킹 정도를 생각해 한 말이었는데, 저쪽은 신체 변형이나 손상까지 각오하고 온 모양이었다.

'무슨 밤일 하러 오면서 전투를 벌일 각오를 하고 쳐들어 왔냐?'

아무리 아티팩트의 힘으로 신체를 수복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너무 적극적이라 현재가 놀랄 정도.

'그렇게 욕구 불만이었나?'

자기가 죄책감을 실컷 자극해놓고 매우 뻔뻔하게 생각하는 현재였다.

"그렇게나 대단한 각오를 하고 왔다면 경고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

아무튼 파탈리테는 충분히 각오하고 온 것 같기에 현재는 그만 놀리기로 했다.

"그럼, 내 마법 연습에 어울려줘."

"그리 말하리라고 짐작했다."

뻔뻔한 소리를 하는 현재와 그럴 걸 이미 알고 있었던 파탈리테.

그녀는 마법 연습을 하는 동안 이상한 생각을 하느라 자꾸 발기하던 현재의 모습을 봤기에, 마법으로 성적인 장난을 치려고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진작부터 깨닫고 있었다.

"무얼 하면 되지?"

"일단, 벗어."

섹스하고 싶다는 말은 엄청 부끄러워하면서 알몸을 보이는 것에는 전혀 저항이 없는지 파탈리테는 현재가 명령하자마자 훌렁훌렁 옷을 벗었다.

"그리고 여기 누워."

현재는 파탈리테를 폭신한 새 이불 위에 눕혔다.

현재는 자기 짐가방으로 가, 여러 용도로 쓰였던 로프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파탈리테의 다리를 들어 손목과 발목을 서로 묶어버렸다.

"이것은?"

"로프의 강도를 강화했어. 이걸 끊을 수 있는지 시험해봐."

현재는 묶으면서 로프가 강해지는 강화 마법을 시도했다.

미아든 파탈리테든 이 세계의 흔한 밧줄 따위 실 뜯어내듯 뜯어버릴 수 있는 강자들이었다. 가장 약화된 상태의 파탈리테도 온몸에 쇠사슬을 칭칭 감아놔야 겨우 묶어둘 수 있을 정도였고, 지금은 훨씬 더 강해졌으니. 가벼운 결박 플레이 따위 상상도 할 수 없는 거다.

쇠사슬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온몸에 칭칭 감아서 여체가 보이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적어도 현재의 철학은 그랬다.

'진짜 결박은 여자가 절대로 스스로 풀 수 없어야 해. 그리고 보기가 좋아야 해.'

물론 미아야 시키기만 한다면 '묶여서 못 움직이는 연기' 정도야 해주겠지만, 진짜 묶은 게 아니면 만족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취향이었다. 그래서 여태까지는 시도를 못했다.

'하지만 마법이 있으면 달라.'

파탈리테는 시키는대로 밧줄을 풀려 낑낑대었고 그녀의 근력으론 마법으로 강화된 밧줄을 풀 수 없다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이거, 지금 내 힘으로는 풀 수 없을 것 같다. 피의 칼날을 써서 베어낸다면 또 모르겠다만."

진지하게 전투에 관련된 의견을 내놓는 파탈리테. 아무래도 그녀는 자기가 알몸이란 것조차 잊어버린 것 같았다.

'싸움 이야기만 들어가면 너무 진지해진다니까? 그런 점도 매력 있지만.'

현재는 파탈리테에게 자기 처지를 알려줄 생각을 하며 즐거워져 씨익 웃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