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순애조교 위강력간물-101화 (101/119)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파티가 너무 강함

* * *

"던전의 위치 파악과 지도 작성이라니, 그런 건 애초에 당연히 해야하는 건데."

현재가 요구한 것에 대해 엘빈은 말도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말도 안될 만큼 쉽고 당연한 일이라서.

"하긴, 위험지대에 있는 마을에선 당연히 해야하는 건가. 그래도 난 그 당연한 게 필요하단 거니까. 특별히 신경 써서 내 몫도 준비해두라는 것 뿐이다."

"일단 이미 만들어둔 것부터 드리겠습니다."

엘빈은 집 안에 있는 궤짝을 뒤지더니 그럴 듯한 지도를 가지고 왔다. 수인들의 활동 영역이 넓지 않은지 대부분이 비어있는 백지였지만, 산맥부터 해서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잘 그려져 있었다.

"잘 그렸네?"

"마을에 지도 제작자 출신인 사람이 있어서요."

"좋아. 딱 이런 게 필요했다. 무장을 보충했으니 더 멀리 나갈 수 있겠지? 그럼 그걸 바탕으로 지도의 넓이를 늘리면 돼."

"은인분께서는 대체 어디를 향하시는 거죠?"

"그런 것까지 알려고는 하지 마."

"죄송합니다. 주제 넘은 짓을 했군요."

"그럼 전할 말은 다 전했다. 우린 슬슬 출발해볼까."

현재는 의자를 벗어나 집과 마을을 떠나려 했다.

"잠시만요. 은인분들을 이렇게 쉽게 보낼 수는 없습니다. 부디 하룻밤은 묵고 가주세요."

"어차피 식민지라 얘기한 이상 생각보다 자주 올 예정인데?"

"그렇다고 해도요."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뭘 하려는 걸까? 현재는 엘빈의 요구에 따라 마을에서 하루 쉬어가기로 했다. 멀쩡한 침대 하나 없지만, 벌레 기어다니는 흙 위가 아닌 곳에서 잘 수 있는 것만 해도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이다.

엘빈은 바삐 뛰어다니며 마을 사람들을 부르더니 아껴두었던 식량을 모조리 풀어 자그마한 축제를 준비했다. 그런 엘빈에게 마을의 젊은 아가씨 하나가 불만을 제기했다.

"정말로 이 식량을 다 써버린다고요?"

"새로운 무기도 있고, 더 멀리까지 채집을 나갈 수 있어. 그렇다면 이런 비축분 이젠 필요 없잖아."

"저는 모릅니다. 엘빈 님이 다 책임지세요. 이제 엘빈 님이 촌장이니까."

"그래."

현재가 일방적으로 선포한 것이지만 주민들은 엘빈이 촌장이 된 일을 잘 받아들였다. 온몸이 피멍과 혹으로 범벅이 된 브사이 꼴을 따라가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거 씨발 무슨 변태 성욕 축제 같은데?'

이전 수인 마을 사람들이 입고 있던 옷은 헤지고 낡은 천이나 야생의 가죽을 무두질해 만든 것들이었다. 제국에서 가져온 옷가지들은 년 단위를 넘어가며 생활감이 범벅이 되어 헤지고 구멍이 났고, 가죽 가공 기술은 조잡해 원시인 같기까지 한 야생 느낌이 뚝뚝 묻어나왔다. 내구도도 형편 없고 움직이기도 불편했다는 얘기.

때문에 그들은 벨딜이 나누어준 방어복으로 모조리 갈아입었는데, 그 덕분에 마을 축제 꼬라지가 꼭 특수한 성취향의 거시기한 업소에 온 것처럼 보였다.

'내 뇌를 야동이 지배하고 있다!'

모르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그 쫄쫄이는 묘한 광택이 도는 게 꼭 라텍스제 본디지 복장 같았다. 몸매가 훤히 드러난다는 점에서 더욱 더 그러했다.

'고양이 귀나 꼬리 때문에 더 그렇게 보이잖아!'

멀쩡한 옷을 입은 것은 현재와 그 일행 뿐이었다.

"그래도 의외로 멀쩡한 걸 먹고 마시네."

현재는 도마뱀이나 지렁이 구이 따위가 나오는 게 아닐까 걱정했지만, 통돼지 구이를 비롯해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식단이 주였다. 쥐고기가 없는 것은 아니었는데 안 먹으면 그만이었으니, 그는 혹시 몰라 뭘 먹기 전마다 엘빈에게 재료를 확인했다.

"수인도 겉모습이 다르고 은총이 없을 뿐, 결국 본질은 사람이니까."

미아가 현재의 옆에 딱 달라붙어 닭꼬치를 먹여주며 말했다. 싸움닭이라도 되는지 고기가 꽤 질겼지만, 질기면 질긴대로 그럭저럭 먹을만 했다.

"오! 닭고기! 정말 1년만이야!"

마을 주민들에게는 그조차도 평소에는 꿈도 못 꿀 진수성찬인 모양이었다.

"심경의 변화가 많이 컸나봐?"

"내가?"

"응. 얼마 전까지의 현재라면 이렇게 열심히 사람들을 도와주진 않았을 테니까."

미아는 현재의 변화가 마음에 들었는지 손으로 그 뺨을 쓸어주며 눈빛으로 사랑을 퍼부었다.

"그러게."

억울함과 피해망상 등 부정적인 감정은 거의 다 토해낸 모양이었다. 그게 사랑에 묻혔는지, 단순히 사람이 한 감정을 영원히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벨딜에게 패배하고 죽을 뻔 했던 경험도 어느 정도는 영향을 줬겠지. 하지만.

"역시, 미아 네가 사람들을 돕던 그 모습이 멋있었다고 생각해왔으니까. 뒤늦게 흉내낸 거 뿐이야."

작은 도시의 수호자였던 미아의 모습을 동경하고 또 그리워하게 된 영향이 제일 크지 않을까. 현재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그냥 외로워서, 날 좋아해주는 사람이 많으면 좋겠다 바랬을 뿐이야. 현재처럼 비난 받으면서까지 영웅이 되는 일은 못해."

"지금 네가 알아줬잖아. 내 세상의 전부가 알아줬는데, 나머지가 무슨 상관이야?"

그 웃음에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한 채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미아와 현재는 입을 맞췄다. 그리고 떨어졌을 때 미아가 웃었다.

"닭꼬치 냄새 나."

"그럼 안 날 때까지 닦아줘야겠네."

두 사람의 키스는 길었다. 하지만 성교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축제가 한창인데 주인공인 현재가 사라지기도 애매했고, 미아의 생리일이기도 했기 때문. 그렇게 축제의 밤이 깊었다.

* * *

간만에 침대에서 자기 위해 현재 일행은 갈라졌다. 여자쪽 셋은 촌장의 집, 현재는 그 옆집에서 자기로 한 것이었다.

침대는 침대라기보단 나무 평상 비슷했는데 허접하게나마 이불이 깔려있었다. 폭신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어차피 딱딱함이 폭신함보다 훨씬 익숙해진 현재였다.

우물 물을 길러 씻고 들어온 현재가 몸을 말린 후 드디어 잠에 들려 할 때였다.

현관은 있지만 집 안에는 문이 없어 복도에서 방으로 들어올 때는 문을 대신하는 구멍으로 들어와야 했다. 그쯤에 누군가 서서 멈칫하더니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누구지?'

미아가 생리에도 불구하고 함께 밤을 보내러 온 것일까? 파탈리테나 벨딜은 아닐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현재는 감은 눈을 도로 뜨고 복도쪽 구멍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누구쇼?"

그것은 고양이 귀를 단 수인 여자였다. 야행성으로 적응해 진화한 눈동자가 창문 사이로 새는 달빛을 흡수해 번뜩였다. 그러나 엘빈은 아니었고, 그보다는 훨씬 어려보였다.

"나는 프리다야."

"프리다가 누군데."

"프리다는 프리다야."

'동네 바보인가?'

그냥 바보라고 보기엔 너무 말끔한 차림이었다. 마을에서 보기 드문 헤지지 않은 깨끗한 천옷에는 프릴 장식이 붙어있어서 귀여운 아가씨처럼 보였다.

미모가 상당한 것이 꼭 엘빈의 과거 모습, 어린 시절을 보는 듯 했다. 현재는 엘빈이 딸이 있다고 언급했던 것을 떠올렸다.

"엘빈의 딸이지?"

"맞아."

"여긴 왜 왔니?"

"마을의 은인을 접대하기 위해서."

"크흠."

현재는 그제서야 한국인의 사고 방식을 버리고 이 세계에 걸맞는 판단력을 되찾았다.

'그래서 나만 다른 집에 자게 한 건가? 설마 이 마을에는 손님에게 딸을 시켜 밤시중을 들게 하는 풍습이?'

있을 수 없는 일이 태연하게 일어나는 곳이 바로 이곳 세계. 그러나 그건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너 나이가 몇 살이냐?"

"프리다는 스무 살이야."

어디서 배워온 듯 프리다는 즉답했다. 현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스무 살이구나. 그럼 문제 없지."

프리다는 키가 150 남짓 되는 작은 키를 지녔다. 얼굴은 동안이었다. 가슴은 손에 쥐어 한줌이 될까말까. 그리고 늘씬했다.

하지만 괜찮았다. 스무 살이 넘은 성인이기 때문이었다.

'엄마를 꼭 닮아서 미인이네.'

딸이 스무 살이면 엘빈은 대체 몇 살이란 말인가? 현재는 그 의문은 마음 속에 묻어두기로 했다.

'프리다가 아니라 엘빈이 이십 대 아가씨처럼 보였었지만 그런 건 이제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

어차피 상대는 엘빈이 아니라 그 딸 프리다였다.

'아니, 여기선 모녀를 함께?'

하지만 엘빈은 고블린을 출산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고, 누군가와 관계를 맺긴 힘들 것이었다. 그렇기에 자신 대신 딸을 보낸 것이리라.

그런 상처는 진심으로 남은 인생을 함께 해줄 동반자가 아니면 치유해줄 수 없을 것이다.

'그것까지 챙겨줄 수는 없겠지. 내가 그 여자 아빠도 아니고.'

아빠는 커녕 아들 뻘이었다. 현재의 나이가 스물넷인데 엘빈의 딸이 스무살이었으니.

'크흠. 트라우마만 아니었어도.'

엄한 생각을 계속하는 현재에게 쭈뼛거리던 프리다가 마침내 다가왔다.

"그럼, 뭐하고 놀까?"

"놀다니?"

"엄마가 마을의 은인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선 재미 있게 놀아줘야 한다고 했어."

'아무 것도 안 가르쳐서 보냈단 말이야?'

프리다의 무지함에 현재는 살짝 당황했다. 밤시중을 들게 하려 보낼 거면 최소한의 무언가는 가르쳐 보내야 하는 게 아닌가?

"너, 처녀냐?"

"프리다는 평범한 마을처녀인 거야. 모험가는 아니야."

아무래도 프리다는 처녀의 두번째 의미조차 모르는 모양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하고 놀만한 놀이가 섹스 밖에 없는 깡촌 안에서 스무 살까지 섹스의 존재를 모르는 여자라니?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것일까?

'아주 귀하게 키웠구나. 브사이.'

현재는 갑자기 마을의 전 촌장 브사이가 용서하고 싶어졌다.

'너도 사실은 좋은 놈이였어. 딸에게는 훌륭한 아버지였던 거지.'

잘 먹겠습니다. 브사이에게 감사 인사를 올린 현재는 프리다의 귀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지금부터 내가 재미 있는 놀이를 알려줄게."

"오오. 재미 있는 놀이."

"이 놀이를 하려면 옷을 벗고 알몸이 되어야 해."

현재는 먼저 솔선수범해 옷을 벗었다. 그의 근육질 몸을 보고 프리다가 감탄했다.

"크다! 그리고 울퉁불퉁해! 엄청 근육질이야!"

현재만한 근육질의 몸은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것이었다. 날고 긴다는 모험가들을 봐도 그랬고, 짐승 같은 육체를 지닌 수인 사이에서 둬도 특히 빼어났다.

"프리다도 옷을 벗어야지?"

"알았어."

프리다의 몸을 덮고 있던 프릴 달린 투피스가 훌렁훌렁 바닥으로 떨어졌다. 몸 안을 따뜻하게 감싸는 보송보송한 속옷도 떨어지고, 새하얀 나신이 어둠 속에 드러났다.

'깜깜해서 잘 안 보이네.'

이제 와서 불을 붙이기에도 그랬기에 현재는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얕은 달빛에 의존해 프리다의 몸을 보았다.

갈색의 긴 생머리는 허리춤까지 내려왔다. 그 위에는 쫑긋거리는 고양이 귀가 달려있었다. 그런데 엉덩이 위에는 고양이의 북슬북슬한 털꼬리 대신 끝에 갈기 같은 형태가 붙은 소의 꼬리가 달려있었다.

'이게 혼혈?'

물소 수인인 브사이와 고양이 수인인 엘빈 사이의 혼혈아. 그러나 여기저기서 섞이는 대신 귀는 고양이고 꼬리는 물소라는 알기 쉬운 모습이었다.

수인인 것치고는 몸에 털이 적었다. 배는 물론이고 등이나 팔, 다리, 겨드랑이나 음부를 가리는 털도 하나도 나지 않았다.

"이게 무슨 놀이야?"

"아아, 이것은 합체 놀이라는 것이다."

현재는 무구한 프리다에게 어른의 놀이법을 알려주기로 했다.

'접대를 사양하면 엘빈이 실망할 테니까.'

이미 그의 머릿속엔 모든 합리화가 끝났다.

'성인이니까 괜찮아.'

어딘가 모자라보이는 수인이지만 아무튼 성인이니까 괜찮을 것이다.

"합체 놀이?"

"그래. 남자와 여자가 합체하면 엄청 기분이 좋아지는 놀이다."

"들어서는 전혀 기분 좋아질 것 같지 않은걸?"

"하지만 한 번 맛들이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지."

현재는 작게 부푼 프리다의 가슴 위로 손가락을 내밀어 핑크색으로 튀어나온 유두를 콕 찔렀다.

그러자 프리다는 현재의 동작을 따라하듯 그의 넓고 탄탄한 근육질 위에 매우 작게 보이는 유두를 콕 찔렀다.

"으흐흣, 간지러워."

프리다는 아직 성감을 느끼지 못했는지 천진하게 웃었다.

'꽤 긴 준비운동이 필요하겠군.'

하지만 현재는 여유로웠다. 밤은 길고 시간은 많았다. 적어도 동이 틀 때까지는 자유시간이지 않겠는가. 그는 엘빈이 준비해준 이 접대를 아주 기쁘게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언젠가는 내가 수인과도 하게 될 줄을 알고 있었지. 그게 바로 오늘이었구나.'

그의 미식여행은 아직 계속되고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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