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순애조교 위강력간물-100화 (100/119)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파티가 너무 강함

* * *

드래곤은 매우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사람들 모두가 양질의 무기로 무장하면 마을의 전투력이 크게 올라가겠죠."

현재는 의심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벨딜을 바라보았다. 대체 이런 곳에서 어떻게 양질의 무기를 구한다는 건지?

"그만한 양의 좋은 무기를 어디서 구하는데. 고블린이야 그렇다 쳐도, 마수조차 쉽게 물리칠만한 대단한 무기를?"

"제가 넘칠 정도로 잔뜩 가지고 있으니까 그냥 줘도 상관 없는 거에요."

"뭐?"

벨딜은 가슴골 사이에서 휙하고 무기를 꺼냈다. 흑색 날을 지닌 검은 척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보였다.

"마을 사람이 오십쯤 된다 했으니 실전용 보관용 감상용으로 세 자루씩 백오십 개 정도면 될까요?"

"그렇게나 많다고?"

"참고로 남은 숫자는 대충 10만개 쯤 된답니다."

"뭐?"

벨딜은 그리 말하며 검을 계속 뽑아내 바닥에 차곡차곡 겹쳐 쌓았다. 검집도 없이 저렇게 쌓아놨다가 무너지기라도 하면 어쩌려는 건지 두려울 정도.

물론, 벨딜 본인이야 어지간한 칼은 들지 않으니까 다칠 일 없겠지만…….

"이 검이 그렇게 좋은 거야? 수인들이 마수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현재는 산처럼 쌓인 검들 중 한 자루를 집어 검신의 옆면을 쓸어보았다. 분명 좋은 검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이걸로 무장하기만 해도 마을의 전투력이 크게 오른다는 게 말이나 되는 얘기일까? 영 못미더웠다.

"보통 검이 아니라 전부 마법 무기니까요."

"마법?"

벨딜은 벌써 무기를 다 꺼냈는지 150자루 째의 검을 들고서 주문을 외웠다.

"베르딜리온!"

시동어를 외치자 검신에서 검은 마력이 칼날의 형태로 피어올랐다. 닿기만 해도 모든 것을 파괴할 것 같은 흉흉한 기운이 느껴졌다. 현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티팩트?"

"아티팩트라 하면 보통 신이 만든 하나 뿐인 도구니까 비슷하지만 다르네요. 양산형 마법 무기 정도로 이해하시면 좋아요. 실제로 아티팩트 만큼 많은 마력을 담지는 않았고."

"그런 것도 만들 수 있는 거냐?"

"세계 최후의, 유일한, 마법사니까요."

'젠장, 마법사 너무 멋있잖아. 나도 전직하고 싶다.'

현재는 속으로 벨딜을 부러워 했다.

그리고는 마을 주민들을 모조리 불러모아놓고 무기를 나눠준 후에 마력의 칼날을 피워올리는 시동어를 가르쳐주었다.

"엄청나잖아! 이런 두꺼운 나무가 당근처럼 썩둑!"

위력을 시험해보고 싶던 청년 하나가 사과 나무를 썩둑 베어버려 넘어뜨렸다.

"으아악 미친 놈아! 멀쩡한 사과 나무를 베면 어떡해!"

"이제 식량 걱정 따위 안해도 된다고! 밖에 나가서 채집해오면 되니까! 고블린 게섯거라!"

청년은 새로운 무기로 인해 매우 들뜬 모양이었다.

"하지만 무기 뿐이잖아? 고블린의 화살, 독, 마수가 뿜는 불이나 냉기 등등 우리가 다치고 죽을 위험은 여전히 널려있잖아. 아무리 공격력이 강해도 그걸 쓰는 사람들의 몸이 약해 빠진 이상, 대군이 몰려왔을 때 위험하기는 그대로라고."

그러나 여전히 상황을 좋지 않게 보는 청년도 있었다. 현재는 다음 상품, 아니 보급품을 내밀었다.

"그걸 위한 방어복이 있다."

"방어복? 갑옷이 아니라?"

벨딜의 아공간 주머니에서 나온 또다른 마법 도구는 후드가 달린 검은색 쫄쫄이 의상이었다. 상당히 웃기게 생긴 겉모습과 달리 칼날도 화살도 냉기도 불꽃도 막아주는 마법 방어력까지 갖춘 엄청난 물건이었다.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 상당히 민망한 의상이었지만, 그렇기에 몸매가 아름다운 여자가 입으면 야하기도 했다. 현재는 눈호강과 시각 테러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최대한 미녀들 쪽만 보려고 노력했다.

"절대 안 들어갈 줄 알았는데, 몸에 맞게 저절로 늘어나잖아?"

"나는 엄청 남을 것 같았는데 입으니까 갑자기 옷이 줄어들었어."

"이것이, 마법?"

마을 사람들이 놀라고 있자 벨딜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녀는 칭찬 받고 싶은 욕구가 꽤 강한 편인 모양이었다. 현재는 그런 드래곤을 보며 생각했다.

'몸매랑 어울리지 않게 귀여운 구석이 있단 말이야.'

키부터 여성 중에선 최장신, 몸매는 폭력적인 수준. 그런 모습과 다르게 벨딜은 순진무구하고 천진난만했다. 그리고 외로움도 잘 탔다.

물론, 몸매 이전에 신들에게도 견주는 능력부터 떠올리는 게 자연스럽겠지만. 현재는 그 능력보다 터질듯한 몸매가 더 신경 쓰였다.

"까만 검에 까만 쫄쫄이가 잔뜩이니 엄청 수상해보여. 너는 왜 이런 걸 만들어둔 거냐. 마왕이라도 될 셈이었어?"

무장한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왠지 마왕군 졸개 같은 이름을 붙이기 딱 좋아보였다. 현재의 질문에 벨딜은 웃으며 대답했다.

"한 번은 인간계의 책을 주운 적이 있었거든요. 그 속에서 드래곤이 인간들을 부하로 부리는 모습이 즐거워 보여서, 실제로 따라해볼까 싶어 만들어뒀어요."

무언가 이상한 소설인지 동화인지를 읽고 그 안의 드래곤 역할을 따라해보려고 했던 모양.

'대체 뭘 하려고 했던 거지?'

벨딜이라면 실제로 놀이를 하다가 세계를 멸망 직전까지 만들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데리고 놀려고 했던 인간의 수가 10만이라니 스케일이 커도 너무 컸다.

"저주 때문에 입어줄 사람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만뒀답니다."

현재는 그 계획이 실행되지 못한 것에 안도했다.

'그런 장난 같은 이유로 각 10만 개의 무기와 방어구를?'

4천년간 심심했던 드래곤의 놀이 스케일은 세계의 존망이 걸려 있을 정도로 거대했던 것이다.

"어째서 이런 걸 우리한테 주는 거야? 대체 우리한테 바라는 게 뭐야?"

호의를 호의로 받지 못하고, 마을 청년 중 하나가 몸을 떨었다.

"우리한테선 가져갈 게 아무 것도 없어!"

"그냥 주는, 읍!"

벨딜이 설명하려 하자 현재는 손으로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무장시켰다는 건, 역시 병사로 쓰겠다는 게 아닐까? 전장에 끌고 가려고?"

또다른 청년이 불안에 떨며 말했다.

"싫어. 더는 싸우고 싶지 않아."

처음 산맥을 넘을 때는 모두 싸우기를 각오한 전사들이었을 텐데, 오래도록 불안정하고 고통스러운 생활을 하다 보니 이전의 각오들이 꺾인 것일까. 수인들은 겁에 질려 있었다.

"아아, 모르는가? 이것은 식민지라는 것이다."

현재의 커다란 목소리에 마을 주민 모두가 집중했다.

"나도 없는 걸 빼앗아 갈 수 없다는 건 알아. 하지만, 그러면 만들게 시키면 되는 것이다. 너희는 근처의 고블린과 마수를 죽이고 마을을 안정화시켜라. 식량을 끌어모으고 인구를 늘려라. 제국에서 도망치는 수인이 너희가 전부는 아니겠지? 그런 녀석들이 오면 마을에 받아들여 크기를 키우란 말이다. 대가를 받아가는 건 그 다음이다."

"역시, 속셈이 있었어."

"공짜로 돕는 일이 있을 리가 없지."

"사람이 아니라 고블린과 싸우는 거라면……, 여태까지도 하던 일이고……."

수인 마을의 사람들은 현재의 말을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자세한 것은 새 촌장, 엘빈에게 모두 전해두겠다. 너희는 이만 해산. 각자 하던 일로 돌아가도 좋다."

현재는 아까 두들겨패서 피떡으로 만들어놓은 브사이를 잡고 경고했다.

"이제부터 이 마을은 내 거야. 그러니까 마을에서 도망치거나 내가 고용한 엘빈한테 해꼬지를 했다간 너를 반드시 찾아내서 죽여버릴 거다. 알겠냐?"

"네, 넵!"

브사이는 근원적 공포인 폭력에 대한 두려움으로 벌벌 떨며 복종을 맹세했다.

"엘빈, 이 뒤의 이야기는 집 안에서 하자."

"당신은, 대체……?"

엘빈은 이 모든 상황이 어리둥절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현재를 바라보았다. 현재는 일행을 데리고 엘빈의 집, 한때는 브사이의 집이기도 했던 촌장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나무로 지어진 오두막은 그나마 촌장의 집이라서인지 엉성한 마을 주택들보다는 훨씬 꼴이 나았다. 그래봤자 도저히 사라지지 않는 야생의 날것 맛이 그대로 묻어있었지만.

가령, 현재 일행과 엘빈이 마주 앉은 통나무를 반으로 잘라 만든 벤치 형태의 의자, 그 앞에 놓인 두 배로 굵은 테이블 같은 것들.

"이런 마을에 투자할 가치 따위는 없을 것이에요. 아니, 너무 대단한 투자라서 그만큼의 성과가 나올 리가 없죠."

상식적으로 이 마을에서 현재가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산출될 가능성은 지극히 제로에 가까웠다. 마을 청년들은 현재가 어설프게 꾸며낸 구실에 속아넘어갔지만, 엘빈은 그럭저럭 머리가 돌아가는 모양이었다.

"투자자가 어디 투자할지는 자기 마음 아닌가? 손해를 본다면 내 눈썰미가 별로였던 거지."

엘빈의 눈매가 가늘어지면서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왜 그런 변명을 하시는 건가요. 그저 마을을 돕고 싶으셨을 뿐이면서."

"패배자의 마음가짐은 나도 잘 알아. 남들의 호의조차 의심스럽고, 행운조차 불안하지. 그럴 바에는 차라리 안 좋은 것이라도 명분이 있는 게 낫다. 적어도 미지에 대한 공포는 덜어지니까."

"그렇지만 좋은 일을 하고서도 나쁜 인간이라 욕을 먹을 텐데요?"

"다행히 신경줄이 굵어서 욕 좀 먹는 거야 아무렇지 않다."

"마을 사람들도 제가 잘 설명한다면 이해해줄 거에요. 호의를 가진 인간도 있을 수 있다고."

"그러지 마라."

"하지만."

"나는 강하니까 어찌 비난 받아도 상관 없어. 너희는 약하니까, 불안감 같은 거 가지지 마라. 괜한 마음의 동요가 마을을 망가뜨릴지도 모르니까."

"……."

엘빈은 입을 다물었다.

"그건 이제 됐고 앞으로의 얘기나 하자. 예를 들어 브사이, 그놈이 원한을 갖고 너를 습격했을 때의 대비라든가."

경고는 해두었지만 눈 돌아간 녀석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최악의 경우 동반자살을 각오할 수도 있으니. 현재가 없어도 엘빈 스스로 몸을 지킬 수 있어야 했다.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을 거에요."

"자기 때문에 인간도 포기한 여자를 팽개치는 놈의 어디를 믿는 거냐. 너는 사람 잘못 봤어."

"우리 사이엔 아이도 있기 때문에, 애 엄마인 저를 어떻게 하지는 않겠죠."

"와, 애도 있는데 그 지랄을 했단 말이야?"

아무래도 엘빈은 남편의 배신을 믿기 싫었던 모양이지만 현재는 그 얘기를 통해 더욱 더 확신했다.

'뭔가 저지를 놈이다.'

그래서 그는 더욱 엘빈을 챙겨줘야겠다 생각했다. 애써 구한 여자가 아무 가치 없이 죽어나가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다. 보지 못하는 곳에서 일어나더라도 기분이 나쁠 것 같았다.

"네가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겠다면 나는 놈의 손발 힘줄을 다 도려내는 수 밖에 없어."

"그것은, 죽이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잖아요."

이 세계에서 장애를 갖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건 귀족이나 황족, 극히 일부의 부자 뿐이었다. 그것도 인간 제국에서나 통용되는 소리지 이 저주 받은 대지에서 장애인은 절대 살아남을 수 없으리라.

"그게 싫으면 네가 제대로 대처하면 된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겠습니다."

"그걸로는 부족하지. 패거리를 만들거나 잘 때 덮칠 수도 있으니까."

현재는 짝짝 박수를 쳤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벨딜을 부르는 동작이었다.

"벨딜, 이런 상황에 적당한 호신용품은?"

"그런 상황엔 이것."

벨딜은 가슴골 사이에서 작은 반지를 꺼냈다.

"무슨 마법 도구지?"

이젠 그냥 반지일 리 없다고 시작부터 확신하는 현재였다.

"경보 반지입니다. 주변 십 미터 이내에 공격하려고 생각하는 적이 있으면 큰 소리를 내죠."

꿰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꿰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현재가 벨딜의 머리에 꿀밤을 때리자 반지가 돼지 멱따는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아야!"

"진짜 소리 크네. 이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수 있겠어."

"왜 갑자기 때리시는 거에요."

"진짜로 때리겠다 마음 먹지 않으면 안 울리잖아?"

"그건 그렇지만."

"진짜로 때리겠다 마음 먹었으면 때릴 수 밖에 없지. 그리고 너, 칼이 박혀도 아픈 척도 안하더니."

"그때 아프다고 계속 얘기 했었는데."

벨딜은 칭얼댔고 현재는 무시했다.

"그럼 공격을 아는 건 됐는데 반격하는 건?"

"반지에 그 상대를 기절시키는 마법을 추가하죠."

벨딜이 반지를 들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약 10초가 흘렀다.

"됐습니다. 대신 1회용이에요."

"감사합니다."

벨딜은 반지를 엘빈에게 넘겼다.

'마도구 작성이 저렇게 쉽게 되는 건가?'

하긴, 그러니까 무기 방어구 셋트로 10만 벌이나 만들었을 거다. 현재는 걸어다니는 만능 해결사 벨딜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럼 대비는 다 했으니 다음 얘기야. 마을 사람들에게 시킬 일이 있다."

드디어 진짜로 원하는 대가를 말하는 것일까? 엘빈은 현재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귀를 기울여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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