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순애조교 위강력간물-86화 (86/119)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국경

* * *

"미아, 괜찮아?"

"응, 괜찮아. 힉!"

현재가 미아의 유두에 달린 피어싱을 옷 위로 쓸자 그녀는 또 가볍게 절정했다.

"뭐하는 거야?"

미아에게 괜찮냐고 물어보면서 괜찮지 않게 만드는 현재의 작태에 파탈리테가 눈총을 보냈다.

"많이 민감해 보이길래 진짜 괜찮은가 확인해보려고 그랬지."

"괜찮아, 하으. 갈 수 있어."

"갈 수 있는 게 아니라 가버릴 수 있는 것 같은데."

오늘의 현재는 적당히 하고 그만하려 했으나 무언가 이상한 스위치가 눌린 미아가 윗입이든 아랫입이든 현재의 자지를 계속 물고 도무지 놓아주지 않으려고 했다.

이번에도 두 사람의 체력 차이 탓에 결국 먼저 고장난 것은 미아였다. 너무 많이 절정한 그녀는 종아리에 스치는 풀의 감촉으로도 느낄 정도로 절정의 여운이 중첩되어 쌓인 상태였다.

"흥긱!"

절정의 여운으로 절정하는 쾌락의 연쇄. 자게 하는 게 제일 좋고, 아니라도 최소한 한 시간은 쉬게 해줘야 나아지지 않을까 싶은 상태.

'이 상태면 쉬게 하는 게 맞는데.'

그러나 달을 구름이 가려준 지금, 지금보다 더 국경을 넘기 좋은 시기가 금방 오리라고는 누구도 장담해줄 수 없었다.

"가자. 갈 수 있다니까."

물러서기도 너무 애매한 상황에 현재는 미아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 하지만 조심해."

"괜찮아. 정말 괜찮아. 하응……."

눈은 풀리고 목소리는 잔뜩 녹아내린 주제에 미아는 고집을 피웠다. 자기 질투가 현재의 발목을 잡는다는 상황이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런 점도 귀여워.'

현재는 그런 미아의 질투와 미움 받을까 두려워하는 모습이 모두 사랑스러웠다. 이만큼 예쁜 여자가 자신의 애정을 받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은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아의 상태가 안 좋으니까, 나라도 정신 바짝 차리자.'

국경을 넘는 것 뿐이니 그리 위험하지는 않으리라. 들키지 않고 넘어가면 가장 좋겠지만, 설령 들키더라도 현재를 막을 수 있을 만한 이는 없겠지.

그리 생각하며 현재는 앞장 서는 파탈리테의 뒤를 따랐다.

달빛이 구름에 가린 덕분에 감시 초소와 초소 사이는 깜깜했다. 가끔씩 램프 불빛이 근처를 비췄지만, 발달한 전기 조명이 아니라 원시적인 불꽃을 활용한 빛이었기에 넓은 범위를 비추지 못했다. 현재 일행은 그 사이사이의 사각을 이동하는 것으로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운이 좋구나.'

하필 현재 일행이 국경에 닿은 날 구름이 달을 가려준 것은 행운이었다.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화르륵!

갑자기 그들 앞에 있던 감시초소가 불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커다란 불꽃 때문에 현재 일행의 모습이 모두에게 훤히 드러났다.

"누구냐!"

"17번 초소에 거동수상자! 거동수상자 발견!"

병사들이 마구 몰려오기 시작했다.

"이게 씨발 무슨 상황이냐? 갑자기 왜 초소에 불이 나?"

"불의 신이 나를 주시하고 있는 건지도?"

파탈리테는 그리 말하며 미안함을 느꼈다. 사실, 그녀가 없다면 현재와 미아는 낮에 당당히 국경을 넘어도 되었다. 모험가가 국경 바깥으로 나가는 게 불법은 아니니까.

그들은 파탈리테의 존재 때문에 몰래 국경을 넘어야 했고, 왠지 이 화재도 자신과 관련 있으리라고 파탈리테는 예상하고 있었다. 현재는 부정했다.

"이상한 소리 마. 그랬다면 불이 저기 초소에 나는 게 아니라 네 몸에 붙었겠지. 신이나 되는 작자가 이렇게 어설프게 견제를 하겠냐고."

"그런가?"

"일단 튀자."

그래도 세 사람 다 초인의 영역에 이른 이들, 열심히 달리기만 해도 추적자들을 따돌릴 수 있으리라. 현재는 그리 간단히 생각했다.

"서라!"

간단하지 않았다. 많이 어설펐던 엠브리오 시의 경비대와 달리 국경 수비대는 진짜 군인이었다.

왜냐하면, 이곳은 진짜 격전지. 심심하면 고블린들이 흘러들어오고 한 번은 파탈리테와 엘프 군대에게 뚫리기까지 했던 언제 전쟁이 벌어질지 모르는 땅이다.

주둔하고 있는 군대의 수준도 그 병사들의 마음가짐도 다른 평화로운 곳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서라니까!"

기병대, 심지어 기마궁수인지 말을 타고서 활을 쏜다는 말도 안되는 묘기를 하며 추적대가 붙었다. 게다가 그 사격은 정밀하기까지 해서 현재는 타워실드를 꺼내들고 미아에게 향하는 화살을 대신 막아주고 있었다.

"저번에 연습한 걸 해볼까."

현재는 달리면서 바닥에서 적당한 돌을 주워 말의 다리를 향해 던졌다. 어두운 밤, 빠르게 움직이는 표적이었으나 이미 돌을 던지는 훈련은 그때 충분히 해보았다. 맞출 수 있으리란 자신이 들었다.

"으악!"

폭탄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말이 한쪽 다리를 잃어버렸고 그대로 말은 바닥에 쳐박혔다.

속도를 버티지 못하고 낙마한 궁수는 데굴데굴 구르더니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일단 한놈.'

말을 타고 현재를 쫓는 기마대의 숫자는 열을 넘었다. 그러나 모두 이렇게 쉽게 제거할 수 있다면, 얼마 가지 않아 모두 떨쳐낼 수 있겠지.

현재는 여전히 속도를 늦추지 않고 달리면서 두번째 돌을 던졌다.

그러나 그렇게 쉽게 되지는 않았다. 이번 기수는 말을 다루는데 도가 텄는지 말을 점프시켜 돌멩이를 피해냈다.

'이 세계에는 참 기인들이 많단 말이야.'

서커스에서 보여주면 다들 환호성을 지를 법한 묘기에 현재는 감탄했다. 그러나 감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법. 다음 표적을 향해 돌을 던진 현재는 창을 휘둘러 자신이 던진 돌을 반사하는 묘기와 마주쳐야 했다.

'이걸 튕겨낸다고?'

전문적으로 돌팔매를 수련한 건 아니었다. 달리는 도중이라 적당한 돌을 구하지도 못하고 손에 집히는대로 던졌다. 그렇다고 해도 엄청난 손재주와 강력한 힘으로 무장한 현재였다. 그 돌을 피하기만 해도 신기한데 쳐낸 것으로 부족해 이쪽을 향해 되돌려줬다는 것은, 묘기를 넘어서 이미 기적에 가까운 영역이었다.

'저 녀석은 절대 어설픈 각오로 떨쳐낼 수 없겠구나.'

현재는 깨달았다.

대체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지금 현재의 뒤에는 그 황실 기사 엘리에 못지 않은 괴물이 쫓아오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인물은 단순히 빠르게 달린다고 떨쳐낼 수 있는 이는 아닐 거다.

"미아!"

"왜!"

"짐을 부탁해! 최대한 빨리 멀리 도망가! 나는 무조건 따라갈 수 있으니까! 믿지?"

현재는 등에 멘 짐을 통째로 미아에게 던졌다. 그녀는 현재의 체중에 버금가는 무게의 배낭을 가뿐히 받아냈다.

일 년을 험지에서 보낼 생각으로 이삿짐이나 다름 없이 싼 짐이다 보니 그만한 무게가 나왔지만, 그 정도도 감당하지 못할 미아는 아니었다.

심지어는 자신의 짐과 현재의 짐 그렇게 두 짐을 메고 또 안고도 달릴 수 있었다.

"와라!"

현재의 오른손에는 거인을 가르는 검, 왼손에는 타워실드가 들렸다. 정말 오랜만에 취하는 진짜 전투태세.

맨손과는 차원이 다른 전투력을 자랑할 수 있는 만전의 상태였다.

그리고 그곳에 기사가 덮쳐들었다.

깡!

현재의 검과 기사의 창이 격돌했다. 어느쪽도 꺾이거나 부러지지 않았다. 그 일합에 두 사람은 모두 똑같이 생각했다.

'어설픈 놈이 아니다.'

"왜 국경을 몰래 넘는 거냐! 무슨 이유지? 범죄자냐? 아니면 엘프?"

정답은 범죄자 엘프였다. 본인이 엘프는 아니지만. 일행 중에 범죄자 엘프가 있으니 정답이라 해줘도 되리라. 감이 좋은 인간이다.

"대인기피증이 있어서! 심사를 받기 부끄러웠어!"

헛소리를 하는 동시에 목을 치기 위해 검을 휘두르는 현재.

기사가 제 역할인 국경 수비를 하고 있을 뿐이며, 무고한 인간이란 사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인간 학살자인 파탈리테와 편을 먹기로 한 시점부터, 무고하고 또 정의로운 인간들과 계속 싸우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각오하고 있었다.

현재는 겉보기와는 달리 정말로 아무 생각도 없지는 않았던 거다.

그의 사고는 짐승과도 같았다.

'약육강식, 강자가 약자를 죽이는 데에는 어떠한 이유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강한 엘프가 약한 인간을 죽였다면 그걸로 끝이다.

강한 인간이 약한 엘프를 죽였다면 그것도 끝이다.

어느 누구도, 약한 자의 죽음에 맺힌 억울함을 풀어주지 않는 세계란 것을, 그는 너무나 오래도록 질릴 정도로 몸 아래에 새겨넣어왔던 것이었다.

'충분히 큰 힘에는 아무런 책임도 따르지 않는다.'

법은 진정 정의를 수호하지 못한다. 그것조차 가진 자들의 권익을 지켜주기 위한 무형의 방패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이 현재가 그토록 강함을 갈구하는 이유였다. 이제 억울하게 빼앗기고 괴롭힘 당하고 슬퍼하는 일은 그만두고 싶었으니까.

"이피아!"

기사는 창을 세우며 외쳤고 현재의 검격은 그에 막혔다.

'이게 무슨 느낌이지?'

분명 가느다란 창대를 때렸는데 거대한 태산을 때린 듯한 느낌. 아니, 현재는 태산조차 손쉽게 부술 수 있기에 그것은 어디에 비할 바 없는 절대적인 힘처럼 느껴졌다. 그래, 신의 힘처럼.

'아티팩트!'

신의 힘을 담고 있다는 보물, 아티팩트의 힘이 발동한 거라고 현재는 확신할 수 있었다.

'무슨 능력이지?'

엘리가 썼던 아티팩트들은 모두 재사용 대기시간이 긴 것인지 한 번 씩 밖에는 활용되지 않았었다. 다만, 눈 앞의 기사가 사용하는 창 또한 그럴지는 확인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었다.

'파탈리테의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힘은 상시 발동형 같았는데.'

현재는 검을 다시 휘둘러 기사를 베어들어가려다 어떠한 의문을 떠올렸다.

'저 창과 다시 부딪혀도 되는 건가?'

만일 방금과 온전히 같은 힘이 깃들어 있다면 이 일합으로 검이 부숴져버릴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현재는 다시금 창에 검을 부딪히는 대신 크게 뛰어서 뒷쪽으로 물러섰다.

'요즘 만나는 놈들은 다들 양질의 아티팩트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단 말이지.'

현재는 그 곤란함 속에서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

'그럼 죽이면 다 내 거 아니야?'

아무리 포장한들, 선인으로 보일 수는 없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내 아티팩트의 능력은 절대적인 수호결계다. 검을 부딪혀봤다면 알겠지? 너의 검은 나를 꿰뚫을 수 없어."

기사가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현재는 믿지 않았다. 적의 말을 쉽게 믿어주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창 대신 말을 건네온다는 건 뭔가 쫄리고 있다는 건데.'

아티팩트 능력 발동의 재사용 대기시간을 벌려는 걸까? 연속으로 쓸 수 없는 아티팩트는 아주 많아서, 충전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들도 있다는 건 상식 중의 상식이었다.

'말로 시간을 채울 수 있을 만큼 짧다는 거겠지?'

현재는 검을 휘둘렀다. 기사는 막았다.

"이피아! 이피아! 이피아!"

세 번이나 연속으로 아티팩트의 힘을 사용해 막았다. 아무래도, 재사용 대기시간은 충분히 짧은 모양이었다.

'정말, 재사용 대기시간이 없는 수호결계 능력인가?'

현재는 생각했다. 적이 신의 이름을 외치는 순간 창은 완전히 멈췄다. 그리고 그 무게나 기사의 힘으로는 있을 수 없는 완전히 정지된 느낌을 주었다. 마치, '움직이지 않는다'는 개념이 그 창을 수호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말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면 될 뿐인데.'

문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기사의 실력이 출중해 현재의 연격에 충분히 대응하고 있다는 점. 다른 하나는 현재가 거인을 가르는 검의 내구도를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 검이 아티팩트랑 부딪히면 박살나지 않을까?.'

유적에서 발견한 그냥 튼튼한 검. 현재는 이 검에 대해 그렇게만 알았다. 지금까지는 충분히 버텨주고 있었지만, 역시 전력으로 아티팩트와 부딪히면 뚝하고 부러져버리지 않을까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드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어설프게 대치하고 있을 수는 없어.'

그렇게 믿고 싶지는 않지만, 파탈리테와 미아를 쫓아간 기마대 중에 이만한 실력자가 있다면 끝장이었다.

최대한 빨리, 지금 당장 이 기사를 쓰러뜨리고 합류해야만 했다.

'구슬을 쓸까?'

맞은 자를 멀리 추방해버리는 아티팩트, 그것을 던지면 상대는 아마 창의 능력을 써서 막으려 하리라. 그렇다면 어떻게 될까? 창의 수호 능력이 구슬의 힘을 무효화할까? 아니면 구슬이 창과 함께 기사를 머나먼 어딘가로 날려버릴까?

'아니, 상대는 그렇게까지 난적은 아니야. 나는 분명 녀석을 이길 수 있다.'

아직까지 쓰러지지 않았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였다. 현재가 녀석을 쓰러뜨릴 수 없다면 녀석도 현재를 쓰러뜨릴 수 없으리라.

'일회성인 귀한 아티팩트를 이런 어정쩡한 위기에 쓸 수는 없지.'

현재는 자신의 힘으로 이 기사를 쓰러뜨리기로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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