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오
국경
* * *
파탈리테는 현재의 옷을 벗겼고, 현재는 파탈리테의 옷을 벗겼다. 그 과정에는 누구의 저항도 의문도 없었다.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는 듯 자연스러웠다. 말은 오가지 않았지만, 무언의 합의가 끝나 있었다.
'정말, 볼 때마다 놀랄 정도로 예쁜 몸이야.'
은빛의 머리칼도, 핏빛 눈동자도, 연갈색 피부마저 모두 현재가 생각하는 '사람의 색채'를 닮지 않았다. 모두 이질적이다. 그러나 혐오스러운 이질감이 아니라 너무도 아름다운 신비감.
그래서 파탈리테와 몸을 섞는 일은 꼭 다른 세계를 유람하는 느낌이었다. 몽마에게 홀려 꿈속 세계에 빠져드는 듯한 느낌.
"네 몸은 어딜 봐도 너무 야해. 남자를 홀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천박한 몸뚱아리야."
현재의 솔직담백한 매도에 파탈리테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비난과 매도라면 이미 평생 분을 채우고도 남을 만큼 들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거짓으로 나를 속여줄 수 없을까?"
그 말에 현재는 즉시 호응하여 대사를 싹 바꿔주었다.
"파탈리테의 몸은 너무 아름다워, 매혹적이라서 도저히 시선을 뗄 수가 없어."
엎드려 절 받기, 그런 상황이 조금 우스워 파탈리테는 쓰게 웃음지었다. 현재가 보기에는, 그 미소는 너무나 고혹적이라 빨려들 것 같았다.
"고맙구나. 그대의 몸도, 단단하고, 울퉁불퉁하고, 큼직하고, 사내다워 매력적이다. 정말이지 매력적이야."
서로의 손길이 서로의 몸을 쓸었다. 파탈리테의 몸은 여성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가치, 부드러움을 풍부하게 담고 있었고, 반대로 현재의 몸은 남성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가치, 단단함을 빽빽하게 채우고 있었다.
가장 수컷다운 수컷과 암컷다운 암컷이 서로를 탐하는 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매끈한 피부가 너무 야해. 탄력 있으면서도 보들보들한 갈색 피부가 손을 빨아들이는 것 같아서, 만지지 않고는 도저히 못 배기겠어."
"매도는 그만 되었대도."
"야햐다는 건 칭찬이야. 남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는 뜻이잖아."
현재의 표정이 더없이 진지하고, 말하는 것조차 진심 같아 보여 파탈리테는 피식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그런가."
"어두운 피부에 정반대로 대비되는 분홍색의 유두가 너무 야해. 작고 귀여워서, 꼭 몸을 장식하기 위해 달아놓은 보석 같은걸."
"너무 선명한 색이라 부끄러운 부분이었다만. 그대는 좋아해주는 거구나. 그렇다면, 나도 조금은 좋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현재의 이어지는 칭찬에 파탈리테의 얼굴에 희미하게 붉은 기가 돌았다. 피부가 어두운 그녀의 얼굴이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붉어졌다는 것은, 흰 피부의 사람이 얼굴을 붉히는 것보다 훨씬 커다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었다.
갈색의 피부에도 불구하고 색이 비칠 정도로, 피가 잔뜩 몰려왔다는 의미. 그만큼 부끄럽거나 흥분했다는 뜻이다.
"너의 배는 꼭 맹수의 것 같구나. 이렇게나 갈라진 복근, 이렇게나 탄탄한 피부는 본 적이 없다."
파탈리테의 작고 부드러운 손가락이 현재의 배를 쓸며 간질이는 것은 그의 자지를 아플 정도로 크게 부풀게 만들었다.
'내가 덮치기 전까지 처녀였던 주제에, 꼭 경험 많은 척 하기는.'
현재는 그게 꽤나 귀엽게 느껴져서 굳이 말로써 지적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 커다란 남성기, 우월한 수컷이라는 증표겠지. 가장 깊숙한 배 안에 키스하고, 새어나갈 틈 없이 곧바로 자궁에 정액을 꽂아넣을 수 있는 길이, 대단해."
파탈리테는 이미 자비 없이 꽂아내리는 자궁내 사정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녀는 스윽스윽 현재의 자지를 훑어주었다. 요도로부터 송골송골 맺히는 쿠퍼액, 그것을 손에 비비더니 한층 매끈해진 손길로 이어지는 대딸. 그 은근한 쾌감에 현재는 잔뜩 흥분했다.
"넣고 싶어."
현재는 솔직한 감상을 말했다. 그는 정액을 바깥에다 싸는 일이 낭비라고 생각했다. 비록 서로 종이 달라 임신시키지 못하는 사이라고 하더라도, 안에 싸지 않으면 아깝다고.
"으응. 아직 안된다."
파탈리테는 그리 말하더니 옆머리를 귀 뒤로 쓸어넘기며 현재의 커다란 자지를 입에 물었다. 작은 입에, 작은 혀, 꼭 어린 아이를 상대하는 듯한 배덕감이 현재를 더 흥분케 했다.
'상대는 나보다도 연상이야.'
새삼 그 사실을 환기하며 죄악감을 덜어내는 현재. 파탈리테는 능숙하게 목구멍 사이까지 현재의 자지를 멋대로 끌어들였다.
수많은 고통에 익숙한 그녀는, 이 정도의 압박감으로는 힘겨움을 호소하지 않는다. 마음의 준비가 된 상태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도 몸의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눈가에 송골송골 물기가 맺히는 것만은 막을 수 없었다. 그 눈물은 더없이 음란해보였다.
'이렇게, 능숙해졌어!'
진심으로 봉사하는 파탈리테의 목구멍 보지는 얼마 전까지 처녀였던 여성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분 좋았다.
사정감을 느낀 현재는 본능적으로 파탈리테의 머리를 붙잡고 최대한 깊이 쑤셔박으며 정액을 싸려고 했다. 그러나 파탈리테는 그 순간 현재의 불알 윗쪽 기둥 뿌리를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아서, 현재의 사정은 실패했다.
"너 지금 무슨짓!"
사정을 방해 받아 열이 받은 현재는 파탈리테의 머리를 붙잡았던 손을 떼어 자신의 사정을 막는 그녀의 손을 떨쳐내려 했고, 목구멍에서 자지를 뽑아낸 파탈리테는 사정을 막은 오른손은 그대로 둔 채 왼손을 위로 향해 그러지 말라고 전했다. 목으로부터 자지를 뽑아낸 그녀는 현재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몸 안에 마구 싸면 너도 나도 몇 번 버티질 못하지 않느냐. 오늘 나는 네게 오래도록 잔뜩 안기고 싶은 거다. 그러니까, 오늘만은 부디 바깥에 많이 싸다오."
그것은 너무 치명적으로 음란한 대사였다.
현재도 파탈리테도 체내사정을 반복하다보면 양쪽 다 쓰러진다. 생명력을 빨리는 현재쪽은 지쳐서, 빨아들이는 파탈리테는 너무 기분 좋아서 쓰러지고 마는 것이다. 그것은 입이든 질이든 후장이든 관계 없었다.
그러나 육체의 쾌락이 관계의 전부는 아니다. 파탈리테는 오랜 시간을 함께 하고 싶다고, 오래 함께 즐기자고 부탁하고 있는 것이었다.
단순히 힘이 좋고 체력이 좋기만 한 남자에게는 하지 않을, 마음과 마음으로써 끌린 상대에게만 하는 부탁.
오늘만큼은, 단순히 생명력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을 통하기 위한 섹스인 것이다.
"큭."
손으로 막혀 절정 약간 밑까지 떨어진 사정감을 파탈리테는 다시 입으로 귀두를 빨아 채워주고, 대신 요도를 막던 손은 떼어버려서 다시금 현재가 사정할 수 있게 했다.
뷰류륫, 쏟아지는 정액이 더 잘 나올 수 있도록, 파탈리테는 현재가 사정하는 동안 기둥을 쓱쓱 손으로 훑어주었다.
입안에 조금, 나머지는 얼굴에 뿌려진 정액. 그것을 파탈리테는 손바닥으로 쓸어 제 얼굴에 조금씩 펴발랐다. 마치, 피부에 좋은 화장품이라도 바르는 듯이.
"향기롭구나. 어쩐지, 두근거리게 하는 냄새야."
'바깥에 싸는 게 이렇게 야할 수가 있다니.'
현재는 새로운 성욕, 부카케에 눈을 떴다. 본래 비할 바 없이 야한 몸을 가진 파탈리테지만, 그 위에 자신의 정액을 뿌려 장식해줌으로써 한 층 더 야하고 아름다운 모습이 완성됐다.
갈색 피부 위에 핑크빛 유두가 유독 도드라지는 것처럼, 하얗고 끈적한 정액은 그녀의 피부와 대비를 이뤄 더욱 눈에 띄었다.
"다음엔, 배 위에 뿌릴 거야."
"좋다. 이 몸 어디에도 남는 구석 없도록, 구석구석 너의 향기로 채워주거라."
현재는 파탈리테를 안아들고 곧장 질구에 귀두를 맞춰 쑤셔넣었다.
"목구멍을 쑤셔지면서 이렇게 젖다니, 음란한 암컷 꼬맹이!"
파탈리테는 현재의 입술에 검지 손가락을 갖다대고, 요염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만큼은, 나쁜 말 금지라고 하지 않았느냐."
현재는 말을 잘 들었다.
"사랑해!"
"힉!"
질을 커다랗고 굵고 뜨겁고 단단한 자지로 쑤셔지며 사랑한단 말을 듣는 순간, 파탈리테는 질 근처에서 후끈거리는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질에서 골반으로, 그리고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깊은 쾌감. 오르가즘을 느낀 파탈리테의 몸이 제멋대로 떨리고 휘기 시작했다.
"흐윽……, 윽, 흑!"
절정에 달한 탓에 꼭 심장이 쿵쾅대는 것처럼 두근두근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질. 끌어당기고, 밀어내고, 끌어당기고, 또 밀어내는, 자지에게 어서 사정하라고 투정 부리는 듯한 질내의 움직임에 현재는 또다시 사정감을 자극 받았다.
참을 수 있을 만큼 참다가 더 참지 못하게 되었을 때, 현재는 자지를 뽑아내고 파탈리테의 매끈한 배 위로 정액을 뿌렸다. 뇌리를 후끈거리게 하는 진득한 쾌감. 이런 쾌감을 느끼게 해준 파탈리테가 갈 수록 더욱 사랑스럽게 보이기 시작했다.
얌전히 현재의 손에 들려있던 작은 체구의 엘프는, 배 위에 잔뜩 뿌려진 정액이 사랑스럽다는 듯 손으로 쓸더니, 제 아름다운 나신 위로 조금씩 펴바르기 시작했다.
"하아……, 그대와 내가, 이렇게나 많이 섞이고 있다."
겪은 적 없는 새로운 시각적 자극에 현재는 커다란 끌림을 느꼈다. 그는 손을 뻗어 파탈리테가 제 몸에 발라가던 정액을 더욱 구석구석 꼼꼼히 바르며 애무해주었다.
어딜 찔러도 부드러운 계집아이의 몸은 처음 표현한대로 손가락을 빨아들이는 듯한 마력이 있었다.
"그흑, 으흐흑! 하윽!"
그러나 어쩐지, 순수한 쾌락으로만은 들리지 않는 비명 같은 신음소리, 아니, 신음 같은 비명소리였나?
현재는 불현듯 정액이 꽤 많은 수분을 포함한 액체라는 것을 깨달았다.
"너 설마, 피부에 정액을 바르는 것도 아픈 거냐?"
"그래. 그런 것이다."
파탈리테는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아픈 채로, 아픔을 참으며 미소짓고 대답했다.
"그런데 왜?"
"그대와 내가 이어지는 감각이라고 하면, 아픔이라고 해도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거다."
지끈거리는, 멍이 든 것과 비슷할 정도의 아픔. 그런 아픔을 파탈리테는 정액이 발라진 곳곳마다 모두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즐거웠다. 생명력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마음을 나누기 위해 몸을 섞는다는 것은, 이전 어느 행위와도 비할 바 없이 즐거웠다.
그녀는 여지껏 한 번도 제대로 된 오락이란 것을 즐겨본 적이 없는 탓이었다.
'그렇게까지 나를?'
아픔을 견디면서도 현재와 섞이려 하는 파탈리테가 너무도 가냘프고 사랑스러워 보였기에, 현재는 그 앞면에 치덕치덕 정액이 발라져있음도 잊어버린 채 그녀를 꼭 끌어안아버렸다. 그 탓에 닿는 부분이 조금 끈적했지만, 그따위 것은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애정을 느끼고 있었다.
등을 쓰는 솥뚜껑 같이 커다란 손, 커다란 몸에 안겨 있다는 안정감, 온몸을 포근하게 감싸는 현재의 체온에 파탈리테는 웃음지었다.
"미아는 이런 너와 연인이라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사랑이 헤프고, 성기는 더 쉽게 놀리는 양아치 남자지만. 그래도, 그런 헤픔이 나는 조금 부럽구나."
"그럼 너도 내 부인이 되면 되잖아. 1번 자리는 차있어서 첩이 되기는 하지만."
뺨 맞기 딱 좋을 소리를 대놓고 하는 현재. 그런 현재를 보고 파탈리테는 웃었다.
"터무니 없이 뻔뻔해. 견줄 이 없이 악질적이다. 그런데 왜일까, 왜 나는 이런 남자에게 끌림을 느끼고 만 것일까."
"불량식품 같은 매력이 있어서?"
"불량식품? 무슨 음식을 뜻하는지는 몰라도, 왠지 알 것도 같구나. 가까이 하면 분명 해가 될 것 같은데, 왠지 손이 갈 수 밖에 없는 그런 음식을 뜻하는 거겠지? 정말 그대에게 딱 맞는 비유야."
파탈리테는 아득한 눈빛을 하다가, 그 표정을 곧 지워버리고 다시 웃었다.
"그대와 함께 하는 동안은, 어째선지 동족들의 일도 잊어버릴 것 같아. 잊으면 안되는 일이니까, 그러니까 정말로 가까이 하면 안될 사람이다. 그대는."
그것은, 현재와 함께 하는 이 짧은 순간 만큼은, 일족의 숙원과 동포들의 죽음 같은 무거운 일들을 잊어버릴 수 있다는 고백이자 자책이었다.
"나는 그래서는 안되는데 말이야."
현재는 파탈리테의 긴 은색 비단 같은 머리칼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평생 단 한 번도 쉬지 않는 사람이 어딨냐. 가끔은 잊어버리고 쉬어도 아무도 뭐라 안 할 거다. 시끄럽게 구는 놈이 있으면 확 때려버려. 매일 괴로움과 우울함에만 젖어있다간 잘 될 일도 다 그르쳐버린다고. 누구나 재충전은 필요한 거야. 아무리 절박한 상황이라도. 아니 절박할 수록 더욱 더."
"지금 그렇게 즐기고 있는 내가 그 말에 반박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자꾸 나한테 나쁜 물을 들이지 말거라. 나쁜 인간."
파탈리테는 그렇게 말했지만, 현재의 가슴팍에 머리를 기대어 이미 가까운 두 몸을 더욱이 가깝게 했다.
몸을 흐르는 기분 좋은 절정의 여운. 질내의 절정이 남기는 쾌락은 겨우 몇십 초로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 따스함과 황홀함에 파탈리테는 정말로 제 어깨에 짊어진 짐을 잊어버릴 것만 같았다.
"여기, 누워보거라."
파탈리테는 현재를 밀어서 바닥에 넘어뜨린 다음, 그 허벅지 위로 올라타 애액으로 흠뻑 젖은 음순을 현재의 자지에 비볐다. 스마타라고 불리는, 삽입하지 않고 즐기는 유사 성행위였다.
"아직 정액을 받지 못한 부분이 많다. 이 몸이 완전히 하얘질 때까지, 구석구석 너의 색깔로 채워주거라."
아무래도 긴긴 정사가 될 것 같다고, 현재는 직감했다. 그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