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물 위의 흡혈귀
* * *
"환자한테 떡 칠테니까 침대를 내놓으라는 게 말이 된다 생각해?"
파탈리테는 황당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앓아누워있던 자신에게 현재가 비키라고 한 것. 게다가 그 사유는 섹스였다.
'미친 새낀가?'
현재는 당당히도 선언했다.
"아까 피 빨게 해줬잖아. 지금 숨도 안 헐떡이는 거 보면 멀쩡하네. 저기 의자에 앉아서 책이라도 읽어."
"물 위에 있는 이상 나는 절대 멀쩡해질 수 없어."
지금도 기력이 충분해 멀쩡해보일 뿐 어지러움과 구토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밥은 잘만 쳐먹드만."
"기력 보충을 하지 않으면 진짜 더 안 좋아지니까다."
"알았으니까 비키라고."
"또라이……."
욕을 내뱉고서 파탈리테는 흐느적거리며 방 구석으로 가 의자에 앉았다. 당연히 침대보단 훨씬 불편했다.
'어쩌다 이런 꼴이…….'
몇 달 전만 해도 끝없는 전쟁과 싸움으로 살아가던 자신이, 왜 이런 우스운 꼴이 됐는지 운명이란 참 모를 일이다 생각이 들었다.
'어처구니 없다.'
그녀는 실소를 흘렸다.
"자, 케이트. 다 벗고 무릎 꿇어."
선실 안에는 총 네 사람이 있었다. 케이트, 미아, 현재, 파탈리테. 사흘간 굶주렸다고 울먹이던 케이트는 이 방에 불려온 것이 매우 기쁜지 잔뜩 흥분한 상태였다.
"네, 주인님."
옷을 벗어 가지런히 개어놓고 그 옆에 무릎 꿇는 케이트. 현재는 그녀의 순종적인 모습에 매우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아무 조교도 안했는데 이렇게 중증 마조히스트일 수가 있을까?'
그 재능은 천 분의 일, 어쩌면 만 분의 일 정도 될지도 모른다. 현재는 그런 시시한 망상을 하면서 케이트의 아름다운 나신을 눈에 새겨넣었다.
"다 큰 어른이 이렇게 불쌍한 젖통을 가지고 있으면 어떡하냐고. 너 같은 빨래판 젖 암컷을 따먹어주는 건 나 밖에 없을 걸?"
현재는 발로 케이트의 가슴을 툭툭 차며 욕보였다. 살짝 부푼 그녀의 가슴은 아름다운 물방울 모양이라 결코 비난 받을 이유 없는 미형이었지만, 그럼에도 현재는 그녀의 몸을 모욕했다.
"죄송해요. 다 큰 어른이면서 어린애보다 작은 젖통을 가져서 죄송합니다!"
사죄하며 기쁜 표정을 숨기지 않는 케이트. 현재는 그 뺨을 발로 꾹꾹 밀면서 더 매도했다.
"왜 사과하면서 웃냐고 암퇘지년아. 욕을 먹는 게 그렇게 좋아?"
"욕 먹으며 흥분하는 암퇘지라 죄송해요! 꾸울! 꿀!"
시키지도 않은 돼지 흉내를 내는 케이트. 사흘동안 못 박혀서 굶주렸다더니 아예 정신을 살짝 놓아버린 모습이었다.
'이러면 그것도 되겠는데?'
현재는 전에 하려다 그만뒀던 일을 떠올렸다. 이 정도로 흥분한 케이트라면 그것마저 기쁘게 받아들이리란 예상이 들었다.
"아니, 너는 암퇘지도 너무 아깝다. 지금부터 너는 변기 1호야."
"변기 1호?"
"정액이든 오줌이든 마음대로 싸도 되는 변기. 왜, 불만 있나?"
"아니요! 저는 주인님의 정액 받이 변기입니다. 빨리 이 물 찬 변기에 주인님의 정액을 쏟아내주세요."
꿇었던 무릎을 수직으로 세우며 팔을 등 뒤로 하곤 손가락 두 개로 보지를 벌리며 유혹하는 케이트. 하지만 현재는 지금 그녀에게 자지를 박아주기 위해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누가 지금 정액을 싸고 싶다고 했어? 보지 말고, 입 벌려."
"아."
케이트는 곧장 입을 벌렸고 현재는 거길 조준해 오줌을 싸버렸다. 강한 정력에 세게 치솟은 물줄기가 입안을 때리고 도로 바깥으로 튀어나왔다.
"변기년아! 흘리지 말고 잘 받아 마셔!"
"에윽."
아직도 오줌 줄기가 들어오고 있어 입을 닫지 못하기에 애매한 소리로 대답하고는, 케이트는 입을 최대한 벌린 채로 꿀꺽이며 오줌을 받아 마시느라 애를 썼다.
현재의 기대 이상으로 오줌을 잘 받아먹은 케이트의 얼굴은, 그것만으로 쾌락을 느낀 것인지 안면 가득히 행복감을 잔뜩 담고 있었다.
"처음 치곤 잘했다. 변기 1호."
"감사합니다."
"바닥에 흘린 것도 핥아 먹어라."
"녜헤."
케이트는 명령을 충실히 따랐다. 파탈리테는 그 광경을 보고 경악했다. 꼭 최면이라도 걸린 듯이 인간 이하의 취급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 행동에 즐거움을 느끼는 모습.
'이 녀석, 세뇌 아티팩트라도 숨기고 있는 거 아니야? 조심해야겠어.'
파탈리테의 마음 속에서 현재에 대한 경계 레벨이 1 올랐다.
"미아."
오줌을 배출한 덕에 시원함을 느끼면서 현재는 미아를 불렀다.
"네?"
미아는 케이트랑 같은 꼴을 당할까봐 부들부들 떨었다.
"너무 떨지 마. 미아는 귀여운 애완동물이니까 저런 심한 짓은 안한다고."
"가, 감사합니다?"
미아의 반응은 안도 반, 걱정 반 쯤 되어보였다. 아쉽게도 케이트를 부러워하는 기색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미아는 피학복종 성향은 아직 그렇게 크지 않은 것 같지? 개발한다고 케이트처럼 만들 수 있을까?'
대략적인 개발 순서야 머릿속에 그리고 있지만, 그 강도와 빈도가 어느 정도여야 할지는 감이 잘 오지 않았다. 아직 조교 경험이 많이 부족한 현재는 갑자기 황도에 있던 암흑 거리가 그리워졌다.
거기서 미아와 보낸 시간은 분명 즐거웠지만, 거리 어딘가에 분명히 있을 조교사들에게 암컷을 조교하는 방법을 배워왔다면 그 또한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던 것이다.
'살아남아야 할 이유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단 말이지.'
그게 아쉽다면 나중에 한 번 더 가면 그만이다. 새로이 쌓여 가는 추억 만큼 하고 싶은 일도 점점 더 많아졌다. 현재는 그런 감상을 모두 치우고 미아의 몸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벗어."
개방된 공간이 아니다 보니 미아도 이 정도 명령에 거부감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동안 미아의 몸이 어떻게 됐는지 케이트한테 자랑해봐."
평소라면 부끄럽다고 거부했겠지만, 방금 전 현재를 죽일 뻔 했던 순간을 회고한 탓에 미아는 보통보다 조금 더 많이 순종적이 된 상태였다. 그녀는 케이트를 향해 자신의 몸에 일어난 변화들을 설명했다.
"주인님께서 젖꼭지에 구멍을 뚫어 예쁜 링을 달아주셨어. 손잡이로도 쓸 수 있고, 유두의 감도도 더 좋게 만들어 주니까, 부럽지? 너 같이 작은 가슴한텐 전혀 안 어울리겠지만 말이야."
잔뜩 부끄러워 하면서 할 말은 다 하는 미아였다. 전부터 미아는 기회만 되면 자신의 커다란 가슴을 자랑하며 케이트를 찍어누르려 하는 경향이 있었다.
둘이서 한 명의 남자, 정확히는 현재의 자지를 두고 경쟁하는 관계라 진심으로 싫어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던 거다. 그래봤자 중증 마조히스트 케이트는 패배감과 함께 그 비참함 속에서 희열을 느낄 뿐이었지만.
'아니! 저런 음란한 장식을! 부러워!'
놀랍게도 미아가 자랑한 유두 피어싱을 케이트는 정말로 부러워했다. 현재가 직접 달아줬다는 것은 저것이 현재의 취향에 맞다는 소리일 테니. 어떻게 해야 더 현재의 귀여움을 받을 수 있을지 고민 중인 케이트에겐 저 비참한 꼴이 정말로 되고 싶은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궁 위에는 주인님 외의 아기 씨앗을 받지 말라고 이렇게 자물쇠 문신을 그려주셨어. 주인님의 오른팔 위에 있는 열쇠 문신하고 세트다? 어때? 엄청 부럽지?"
미아는 이번엔 진짜 기쁜 듯이 우쭐했다. 그냥 자궁 문신만 새겼다면 부끄러워 했겠지만, 현재와 커플로 새긴 문신이란 이유만으로 진짜 그 문신을 좋아하게 된 모양이었다.
'귀여워.'
현재는 그런 미아의 모습에 매우 흡족해 했다.
"그리고, 항문을 개발 당해서 거기도 자지를 받아들이기 위한 암컷 구멍이란 걸 배워버렸어. 이제 잘 벌어져서 주인님의 자지가 들어와도 찢어지지 않아. 얼마든지 섹스에 쓸 수 있는 구멍이야."
아무리 그래도 이것까진 부끄러웠는지, 미아는 말로만 그렇게 설명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끝내줄 현재가 아니었다. 그는 잔혹한 명령을 내렸다.
"미아야. 그걸 말로만 설명하면 케이트가 이해하기 힘들지 않겠니? 직접 보여주면서 얘기해야지."
"……."
미아는 말없이 조용히 뒤로 돌았다. 아까 지적했다시피, 현재를 죽일 뻔 했던 날의 기억을 회고한 미아는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이 순종적이었다.
'이게 다 죗값인 거지.'
버려지거나 죽임 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 이전의 날들에 비한다면, 이건 분명 행복한 일이다. 미아는 대충 그렇게 자신에게 마인드 컨트롤을 시도하며 손가락을 뻗어 항문을 벌렸다.
많이 확장된 애널 근육은 손가락으로 당기는 것으로 안을 확인할 수 있게 해주었다.
"아, 하아……. 이게 이번에 개발 당한 뒷보지야. 여기에 주인님 자지가 쑤컹쑤컹해주시면, 정말 기분 좋아서 머리가 녹아버릴 것 같아. 하악……."
현재와 케이트에게 매우 은밀한 애널 구멍을 벌려 보여준다는 사실에 미아의 몸이 수치심을 느끼며 보지가 축축하게 젖어들어갔다.
"역시, 미아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면 느끼는 변태구나? 훌륭한 암캐의 재능이 있어."
"부끄러운 걸로, 느껴?"
미아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지만, 그게 분노 때문은 아니었다. 부끄러움과, 부끄러움에 따르는 흥분. 그 때문이었다.
"맞아. 미아는 야한 몸을 남들한테 자랑하면 느끼잖아? 그렇지?"
"싫어.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긴 싫어. 현재만 봤으면 좋겠어."
"괜찮아. 케이트는 내 변기니까, 내 소유물, 즉 내 일부다. 그러니까 보여줘도 상관 없어."
아주 미친 논리를 펼치기 시작하는 현재. 그 또한 섹스를 할 때면 뇌가 훼까닥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도 미아는 거기서 확 식기보다는, 오히려 현재가 케이트를 자기 일부라고 선언한 것에 대해 저항감을 느꼈다. 그 자리는 자신의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은 듯.
"그럼 나는? 애완동물은 현재의 일부가 아니야?"
"아니. 미아도 내 소유물이니까 일부지.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현재는 그런 미아가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늘도 애널 확장을 계속 해볼까?"
현재는 미아의 애널 개발을 마저 하고 싶었다. 이미 섹스가 가능한 수준까지 벌어지게는 했지만, 시작한 이상 그 애널 비즈의 여덟 번째 구슬을 넣고 싶어졌다.
어디에 비유를 하면 좋을까, 게임을 켰으면 끝까지 깨고 싶다는 느낌? 애널을 언급하자 미아의 얼굴이 조금 칙칙해졌다.
"또 관장해야 해? 그거 엄청 괴로운데."
"주인님! 제가 대신 할게요! 제가 하고 싶어요!"
갑자기 끼어드는 케이트. 사흘이나 굶주린 것 치고는 아직 매도 당하기와 변기 취급 당하기 밖에 한 게 없는 그녀는 애널 개발 이야기를 아주 탐내고 있었다.
"제 몸의 구멍은 다 주인님 전용 변기니까 구석구석까지 전부 쑤셔서 정액으로 채워주세요."
부끄러움을 모르는지 야한 대사를 잘도 말하는 케이트였다. 아니, 그걸 대사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 그건 플레이의 일환으로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진심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저렇게까지 치녀면 이쪽도 질린단 말이지.'
현재는 역시 미아 쪽이 훨씬 매력적이라 느꼈다. 처음부터 중증 마조히스트에 복종 성향이라 무얼 해도 기뻐하고 마냥 시키는대로 다 하는 케이트는, 얼핏 이상적인 노예처럼 보일 수 있었으나 결정적인 재미가 부족했다.
아무 것도 모르는 백지에 자신의 색을 채워가는 느낌. 현재가 성을 가르쳐서 그 포로로 만들었다는 정복감을 주지 못했던 것. 케이트의 처녀막을 뚫은 것은 현재가 맞았지만, 그럼에도 개발하는 즐거움이 부족하다는 점이 아쉬웠다.
'미아한테 못할 진짜 심한 짓을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건 괜찮은 점이지만.'
분명, 어디에 박아도 어떤 취급을 해도 군말 않고 따르는 케이트는 성욕을 해소할 때는 쓰고 치우기 쉬운 훌륭한 변기였지만, 미사용인 부분을 개발하며 아직 모르는 암컷의 기쁨을 가르치고 그에 따른 정복감과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미아가 훨씬 더 재미 있는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면 또 흑화하겠지?'
안 그래도 자꾸 몸만 목적인 게 아니냐고 토라지고 우울해하는 경우가 자주 있던 미아였다. 그러니까 이런 말은 절대로 전할 수 없다. 숨겨두고 혼자 아는 수 밖에.
"내가 할게."
케이트가 괜히 끼어들려 하자 미아는 꺼리던 관장도 기꺼이 하겠다고 나섰다.
'이럴 땐 케이트도 도움이 되지.'
라이벌 의식을 자극하는 걸까. 케이트는 미아의 질투를 유발하는 효과 하나는 아주 발군인 암컷이었다. 예전에 현재가 보지 않는 곳에서 두 여자가 신경전을 벌였던 것을 현재는 여전히 모르지만, 이제는 보는 곳에서도 신경전을 벌이는데 그런 걸 알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어떻게 겨우 마음이 통했는데, 절대 뺏길 수 없어.'
케이트의 완전히 순종적인 모습을 보다 보면 틱틱 튕겨대는 자신보다 케이트가 더 마음에 들어, 그녀에게로 사랑이 옮겨가지 않을까 하는 작은 불안이 미아를 자꾸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질투하는 것도 귀여워.'
현재는 그런 미아가 또 마음에 들어서 지금 심정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알려주지는 않고, 그런 생각들은 그냥 마음 속에 품어 숨기고는 했다.
"그럼 둘 다 하자."
두 여자가 내는 하모니는 분명 하나씩만 연주할 때보다 압도적으로 아름답다. 현재는 이렇게 마음에 드는 두 여자를 마구 괴롭힐 수 있다는 것에 완벽한 만족감을 느꼈다.
'저 미친 변태 새끼. 여자의 천적 같은 놈.'
파탈리테는 암흑가 노예 상점에서 많은 여성들이 욕보여지는 걸 봤지만, 그럼에도 현재는 그에 결코 뒤지지 않는 엄청난 변태 짐승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저런 인간을 진짜로 좋아한다고?'
미아의 현재에 대한 사랑이 진심이라고 알아챈 파탈리테는, 미아처럼 좋은 여자가 어쩌다 저런 변태한테 코가 꿰인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역시 세뇌 아니야?'
그 밖에는 설명될 길이 없는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