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황도에서
* * *
"여자 시술사는 없는 건가? 다른 남자에게 내 여자의 알몸을 보이긴 싫은데."
'거 참 드럽게 아끼네.'
피어싱 기술자는 생각했다. 이 거리에 온 사람들 중에 노예를 아끼는 이들이 보기 힘든 것은 아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소유물로써 아끼는 것이지 자신에게 대들어도 용서해줄 만큼 말랑한 사랑이 아니었다.
하지만 저 남자는 뭔가, 다른 남자에게 노예의 알몸을 보이기 싫다니. 노예는 자랑하고 과시해야 할 물건이었지 숨겨서 아끼고 사랑해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 암흑가에서 노예를 윤간하며 함께 즐기는 행위는 결코 드물지 않았는데.
'저렇게 예쁜 여자를 혼자만 숨겨 두고 즐기다니 이 무슨 국가적 손실, 아니 너무 예쁘니까 혼자 두고 즐기는 건가? 그런 거라면 이해가 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부럽기만 하구만. 나는 언제쯤 저만한 여자랑 해볼 수 있으려나?'
부러움은 꾹꾹 눌러 가면 뒤로 잘 숨기고 기술자는 이리 답했다.
"아쉽게도 여자 시술사는 없습니다, 손님. 유두에 피어싱을 다실 거라면 직접 뚫어주시는 건 어떨까요? 유두는 재생이 굉장히 잘되는 부위라서, 혹시 잘못 뚫었다 해도 겨우 몇 일이면 아문답니다. 모유를 먹이면 아기가 매일 물어뜯는 부위라서 그런 거겠죠."
"또 직접인가."
현재는 그 제안이 별로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커다란 문신을 예쁘게 완성한지라 자신감도 붙은 참, 단지 구멍을 뚫을 뿐인 간단한 일은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아. 그렇게 하지."
"그럼 방법을 알려드릴 테니 따라오십쇼."
한쪽 귀에만 열 개가 넘는 피어싱이 박혀 있고 코와 혀에도 온갖 피어싱을 주렁주렁 단 기술자는 상당히 경력이 있어보였다. 그를 따라간 현재는 절차와 주의점 그리고 피어싱 후의 관리법을 들은 후 도구를 받아들고 왔다.
"준비 됐어?"
즐거운 듯 웃는 현재의 표정을 보며 미아는 불만스럽게 볼을 부풀리고 있다가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현재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이렇게 야한 몸으로 만들었으면, 꼭 끝까지 책임 져야 해?"
미아의 입장에선 아쉬운 소리를 한 거지만, 그것 또한 현재에겐 새로운 흥분으로 다가왔다. 미아의 몸에 자신의 것이라는 표식을 이렇게나 새겨 넣는 것은, 그의 소유욕을 만족시켜주었기 때문이다.
"당연하지."
대답을 들은 미아는 상체의 블라우스를 벗고 가슴을 받쳐주던 조이는 속옷도 벗었다. 현재의 큰 손을 꽉 채울 만큼 커다란 가슴이 출렁이며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가 찬물을 끼얹자 미아가 크게 놀라며 소리질렀다.
"차갓!"
혹시 이물질이 구멍에 끼지 않도록 소금물을 써서 유두를 깨끗이 닦아내는 과정. 그 후에는 유두가 쉽게 흔들리지 않고 빳빳하게 서있도록 충분히 발기시킬 필요가 있었다. 현재는 손가락을 뻗어 미아의 귀여운 두 유두를 간질이며 머리를 들이밀고 입을 맞췄다.
"흐으, 하앙……."
유두 자극과 키스로 야한 분위기를 풍기며 눈가를 파르르 떠는 미아. 현재는 그 모습에 흥분해 더 진한 애무를 하고 싶었지만 그걸 위해 이곳에 온 건 아니었기에 잠깐 참았다. 이미 미아의 유두는 충분히 피가 쏠려 단단하게 선 상태였다.
"자, 이제 누워."
작업하는 데에 흔들림이 있어선 안되기에 딱딱한 침대 위에 몸을 눕혀야 했다. 미아는 침대에 누워 떨리는 목소리로 현재에게 물었다.
"그거 많이 아프대?"
"글쎄, 문신보다야 훨씬 덜 아프겠지."
현재는 희망적인 관측을 이야기하며 잉크를 적신 깃털펜으로 미아의 유두 양 옆마다 새까만 점을 찍었다.
"히얏! 간지러!"
"조금만 참아. 예쁘게 잘 뚫으려면 필요한 과정이니까."
현재는 집중해서 점을 찍은 뒤 두 가슴을 모아 유두가 정면을 보도록 해놓고서 찍어둔 점의 수평이 잘 맞는지 유심히 관찰했다.
미아는 너무도 뚫어지게 쳐다보는 현재의 시선이 부끄러워 얼굴을 잔뜩 새빨갛게 물들이곤 터지지 못한 폭죽의 잔불 같은 소리를 질렀다.
"[email protected]#%^*!."
뭔지 모를 괴성에 현재는 이리 답해주었다.
"미아, 미아 가슴은 정말 최고야. 너무 예뻐. 평생 보고 있고 싶을 만큼."
그것은 숨김도 왜곡도 없는 진실이었다. 현재는 이 가슴을 보고 있을 수 있단 사실에서 무한한 감동과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역시, 가슴이 최고다.'
"부끄러운 소리 하지 말고그냥 빨리 해주지 않을래?"
"그래."
푹, 현재의 힘은 매우 강하고 손재주는 뛰어났기에 피어싱은 아주 순식간에 뚫려 정확한 위치를 찾아갔다.
"윽!"
미아는 그 아픔에 이를 악물고 버텼다.
푹, 그러나 두번째는 더 아팠다. 미아는 그 고통에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눈물이 찔끔 날 것 같은 고통, 그러나 전사가 이 정도 아픔에 우는 것은 수치스럽다 생각하여 이를 악물고 참았는데.
"잘 참았어. 참 잘했어요. 우쭈쭈."
마치 기르는 강아지를 칭찬하듯이, 현재가 미아의 이마 위부터 정수리까지 크고 굵은 손으로 쓰다듬으며 이마에 입을 맞추자 미아는 유두와 아랫배 근처로 잔뜩 피가 몰리며 뜨거운 흥분이 몸을 쑤시는 걸 느꼈다.
"진짜, 이상해. 좋아하는 건지, 미워하는 건지. 왜 이렇게 헷갈리게 만들어? 괴롭히는 거 같다가도, 이렇게 사랑스럽다는 듯이. 정말, 어지러워서 모르겠어."
분명 서로 사랑한다 여겼다. 주고 받은 사랑의 말은 충분할 정도로 많았고 당연히 안심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여자란 게 원래 끊임 없이 사랑을 의심하고 또 확인 받지 안되는 생물인 걸까?
미아는 이렇게 현재가 숨기지 않고 성욕을 드러낼 때, 그 입이 내뱉는 사랑의 말이 그저 자기를 마음대로 다루기 위한 달콤한 유혹이 아닌가 조금씩 마음이 불안해지는 것이었다.
미아가 흥분을 억눌러 숨기면서 부린 투정에 현재는 다시금 조용히 그녀의 머리를 쓸어넘기며 귓가에 속삭였다.
"좋아해서 괴롭히고 싶은 거면, 안 돼?"
돼. 현재가 너무 섹시하게 보인 탓에 미아는 무심결에 그렇게 내뱉으려다가 이성으로 억제했다. 여기서 당기는 만큼 넘어갔다가는 절벽에서 쑥 떨어지는 것처럼 어딘지 모를 곳까지 단숨에 끌려가버릴 것 같다는 왠지 모를 불안을 느꼈다.
"정말, 그런 너를 사랑하게 된 내가 아주 바보 같아."
미아가 자꾸 틱틱대는 이유가 이 다음이 어디일지 불안해하는 것이란 걸 눈치챈 현재는 그 불안을 잠식시켜줄 마법의 주문을 외웠다.
"사랑해."
귓가에 속삭이는 사랑.
"사랑해."
미아의 몸에 들러붙은 은은한 불길이 조금 더 격정적으로 타기 시작했다.
"사랑해."
단순한 것인지, 아니면 너무나 타는 듯이 사랑하는 것인지, 현재의 짧고 단순한 말에 미아의 머리가 사르르 녹아갔다.
'아, 목소리 너무 좋아. 이 손길도, 그윽한 눈빛도, 전부 너무 사랑스러워서.'
어느새, 불안은 커녕 방금 뚫었던 유두의 고통마저 잊어버린 것을 그녀는 깨닫지 못했다. 이마를 맞대고 서로의 눈을 하염 없이 바라보던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꼭 끌어앉고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흥분한 미아의 손이 현재의 단단하고 각진 엉덩이로 향했다. 온몸이 근육 투성이인 그는 보통이라면 지방이 많은 비율을 차지해야할 엉덩이마저 탄탄한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단단한 감촉을 손에 새기면서, 미아는 남은 한 손으로 현재의 손을 끌어, 자신의 아랫도리로 유도하려 했다.
"그만."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스톱 사인이 나왔다. 미아는 당황했다. 평소보다 흥분해서 멋대로 손을 끌어당긴 게 잘못이었을까?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이 정도의 적극성은 전에도 보여준 적이 있고, 겨우 이런 걸로 실망할 리가.
"아직은 아니야. 나머지는 밤에 하자."
이렇게 달아오르게 해놓고? 미아는 계속하자고 보채고 싶었으나 방금 전에 왜 이렇게 야한 짓만 하냐고 투정을 부린 참이라 그러기가 참으로 애매하였다.
'현재 주제에 왜 멈추는 거야!'
항상 저돌적이었던 현재, 그러니 이대로 덮칠 거라고 확신하고 몸을 달구고 있었는데, 물론 자기가 달궜다기보단 스스로 불이 붙은 거지만 그럼에도.
'치사해.'
뭔가가 억울하다고 느끼는 미아였다.
"그럼 가볼까."
현재는 미아에게 벗었던 옷을 정성스레 도로 입혀준 다음 가게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미아는 그제서야 꿰뚫린 유두가 약간 후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달아놓은 링이 생각보다 커 그 존재감이 굉장했다.
그리고 민감했다. 이전의 유두는 속옷에 쓸리는 정도로 성감을 느끼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그 부드러운 옷감이 스치는 것만으로 꼭 누군가 애무를 해주는 것처럼 야한 느낌이 들었다.
안 그래도 잔뜩 현재를 받아들일 준비를 한 와중에 끊겼는데, 유두까지 계속 간질거리니 미아의 몸은 한도를 모르고 달아올라 불덩이가 됐다.
'아, 이런 걸 달게 두는 게 아니었는데.'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저주의 아티팩트인 듯, 피어싱이 달랑거릴 때마다 성감을 느끼는 미아는 점점 현재 밖에는 생각할 수 없게 됐다.
'저 굵은 손으로 막 주물러줬으면……."
손, 목, 얼굴, 엉덩이, 어디 할 것 없이 전부 야해보이는 탓에 미아의 시선은 현재의 몸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왜 그렇게 봐? 얼굴도 되게 빨간 것 같네?"
"아, 문신도 새기고 가슴도 뚫느라고 많이 피곤한가 봐."
"그래? 그렇구나."
현재는 부드럽게 웃었다. 그리고 미아의 손을 잡고 또 앞장 서서 걸었다. 미아는 그 뒤를 얌전히 따르면서 현재의 몸을 핥듯이 쳐다보았다.
'자지…….'
미아는 무심코 현재의 자지를 떠올렸다가 깜짝 놀랐다. 전희 도중도 아니고 길거리를 걷고 있는데 괜히 자지를 떠올리다니? 그것도 스쳐가듯 생각한 게 아니라 명확하게 뱃속에 품고 싶다고 간절히 바라고 말았다. 꼭 발정기의 짐승인 것처럼. 그래, 이 상태를 가장 정확히 표현할 단어가 있다면 그건 바로 발정이겠지.
'발정? 했어?'
그건 대단히 낯선 감각이었다. 처녀였던 시절은 말할 것도 없고, 그동안에도 딱히 하고 싶다고 강하게 원한 적은 없었는데. 몇 번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은 다른 여자들이 현재에게 범해지고 있을 때, 그를 되찾고 또 독차지하고 싶다는 소유욕과 독점욕의 발로였지, 이렇게 성욕으로 인해 몸이 달았던 적은 없었다.
'이게 다, 현재 탓이야!'
자신이 야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미아는 부끄러움과 함께 어지러움마저 느꼈다. 인간이란 참 정말 바뀌지 않는 생물이라 생각했는데, 어느새 이렇게 생활의 깊숙한 곳까지 다른 사람이 침범해있었던 걸까. 그게 사랑하는 사람이란 사실에 조금 기쁘면서도, 이런 변화가 무섭게도 느껴졌다.
"미아."
"하앗."
걷는데 집중하던 현재가 물었다. 미아는 대답하려다 달뜬 숨이 튀어나간 것에 당황했다. 달리기는 커녕 빨리 걷지도 않고 천천히 걸었다. 숨이 가빠야 할 이유 따윈 어디에도 없었고, 그런데도 벅찬 숨을 내뱉으면, 뭐라 변명할 여지도 없이 흥분한 것을 들키고 만다!
"왜?"
최대한의 평온을 가장해 연기하는 미아. 현재는 꽤나 뜬금 없는 질문을 던진다.
"손이 많이 뜨겁네? 그렇게 힘들어?"
"응, 슬슬 숙소로 돌아갔으면 좋겠네. 몸이 별로 안 좋은가 봐."
"그렇구나. 어쩐지 같은 곳을 뺑글뺑글 도는데 모른다고 했어."
"어?"
"아까부터 계속 같은 곳을 뺑글뺑글 돌고 있었는데, 눈치 못 챘어?"
현재가 음흉하게 웃음지었다. 그가 바보도 아니고, 엉덩이를 그렇게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는데 모르겠는가?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것도, 가끔 정신을 놓은 듯 침을 뚝 흘리는 것도 모두 눈치 채고 있었다. 그것이 흥분한 모습이란 걸 깨달은 현재는, 언제까지 눈치 채지 못하나 궁금해져 같은 거리를 계속 뺑글뺑글 돌고 있었다.
"하긴, 내 하반신만 죽어라 쳐다보고 있었는데 알 리가 없나?"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
미아가 식은땀을 흘리며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현재는 그 턱을 딱 잡고선 자신의 얼굴 쪽을 향하게 해 시선을 맞추면서 피하게 두지 않았다.
"우리 귀엽고 야한 강아지가 언제 못참고 꼬리 흔들면서 부비부비 몸을 들이댈지 기다리고 있었단 말야."
"그런 적 없어?"
뜨거운 몸이 통제가 잘 안되어 이상하게 삑사리가 난 목소리를 냈다. 현재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또 웃음지었다.
"그래? 그럼 오늘은 섹스하면 안되겠네? 몸이 이렇게 뜨거울 정도로 안 좋은 환자는 푹 쉬어야겠지?"
현재의 말에 미아는 당황했다. 아까부터 밤이 되기만을, 정확히는 해가 지든 달이 뜨든 상관 없으니 현재가 자기를 범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일과가 없어져? 말도 안 된다. 미아는 다급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