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황도에서
* * *
현재의 오른팔 안쪽에 문신을 새기는 시술은 약 1시간 반 만에 끝났다. 팔에 세로로 새기는 열쇠 문신의 면적은 그리 넓지 않아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끝났습니다. 이제 닦아드릴게요."
문신사는 소독액을 천에 묻혀 현재의 팔을 슥슥 닦아주었다. 알코올이라도 쓰는 것인지, 계속된 자극으로 붉게 달아올랐던 피부가 더욱 후끈거리는 듯 했다.
"한동안 너무 힘 주지 마세요. 잉크가 번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지."
현재는 잘 새겨진 열쇠 문신을 확인했다. 기다란 열쇠 문양 옆으로 작은 날개가 그려진 문신. 그림이 깔끔하고 무난해 보기에 썩 나쁘지 않았다. 스스로의 기호 때문에 새긴 것은 아니기에 그 이상의 감상은 없었다.
'미아 혼자 하게 시키면 되게 슬퍼할 것 같으니까.'
그는 그냥 미아의 아랫배에 문신을 새기고 싶었을 뿐, 자신의 팔에 새긴 것은 그를 위한 구실이었다. 커플 문신이라고 설득하면 미아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같이 하기로 한 것 뿐이었다. 물론 강제로 시킬 수도 있었겠지만, 그럼 미아가 너무 불쌍하기도 하고.
그것은 이전이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배려, 서로 사랑한다고 고백하고서 생긴 그녀를 위하는 마음이었다.
'그래도 커플 패션이라 생각하니 조금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이쪽은 열쇠, 미아는 자물쇠. 쌍을 맞춘 그림이란 생각에 조금 가슴이 포근해졌다. 이제와서? 싶은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일단은 첫 연애다. 연인과 무언가를 공유한다는 느낌이 썩 나쁘지 않아, 은근한 만족감이 마음을 채웠다.
자신의 문신이 잘 된 것을 본 후 현재는 시선을 돌려 바로 옆에서 시술을 받고 있는 미아를 바라보았다. 바니걸 의상은 옆에 차분히 개인 채 놓여 있었다. 몸에 걸친 것이라고는 가슴과 고간 위에 수건 같이 두꺼운 천을 얹은 것과, 목에 걸린 목줄 뿐이라 상당히 야한 모습이었다.
그녀의 배에 새겨지는 자물쇠와 날개와 장미 문신은 밑그림을 겨우 완성한 수준이라 모든 윤곽을 그리고 색을 채워넣으려면 아직 한참 남은 듯 보였다.
아무리 잘록한 허리와 좁은 배를 가진 미아라고 해도 배꼽 아래 아랫배를 거의 다 가리는 문신을 새기는 이상 시간은 오래 걸릴 수 밖에 없었다.
"노예 쪽 문신은 얼마나 더 걸리지?"
"아무래도 다섯 시간은 더 걸리지 싶네요. 만일 너무 아파서 더 못하시겠다면 쉬었다가 하거나 내일 해야 할 테니 더 길어질 수도 있고요."
"잠깐 그녀에게 말을 걸어도 되겠나?"
"그동안 손을 멈추도록 하죠."
미아에게 시술하던 문신사가 시술용 침을 뽑고 손을 멈췄다. 현재는 그 틈을 빌어 물었다.
"견딜만 해?"
"네. 좀 아프긴 한데, 참을만 해요."
일단은 노예라는 설정으로 연기를 하고 있었으므로 미아는 철저하게 존대를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문신사는 위화감을 느꼈다.
'이게 참을만 하다고?'
배는 문신을 새길 때 가장 아픈 부위 중의 하나, 일반 손님이 배를 가득 채운다면 보통 하루에 한두 시간만 시술하며 길게 기간을 잡고 천천히 채워나가는 게 정석이었다.
고통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문신을 새길 때 몸을 비틀며 난리를 치다가 문신이 망가지기 쉽상이라 어리거나 여성인 노예의 배에 문신을 새길 때는 구속구나 밧줄을 사용해 꽁꽁 묶어놓고 하기도 했다.
그런 문신을 받으면서 이렇게 태연한 반응이라니,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도무지 종 잡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피부가 흉터 없이 깨끗한 걸 보니 심한 학대를 당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대체 얼마나 신경줄이 굵은 거야?'
"다섯 시간 정도는 더 참을 수 있지? 기왕이면 한 번에 끝내는 게 좋잖아."
"그래요."
무려 다섯 시간이나 더 문신을 새겨라, 문신사들에게는 터무니 없는 소리처럼 들렸지만 미아는 수긍했다. 그리고 현재는 지시를 내렸다.
"계속하지."
멈췄던 문신사의 손이 다시 움직였다. 현재는 그 틈을 타서 미아에게 말했다.
"나는 잠시 사야할 물건이 있어서 갔다올게."
미아는 현재가 곁에 있어주길 바랬으나 다섯 시간이나 꼼짝 없이 아무 것도 못한 채 기다리게 하는 것도 조금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무얼 말하기에도 배가 떨려 문신이 잘못될까봐 말을 걸지 못했다. 그 사이를 노려 현재는 시술소를 휙 나와버렸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기도 그렇고. 잠깐 구경이나 해볼까.'
이 세계에서도 서울에서도 들어와본 적 없는 숨겨진 어둠의 거리. 그러나 현재는 너무나 강해졌기에 위험한 암흑가를 걷는다는 긴장 따위는 없었다. 그는 발걸음을 가볍고 경쾌하게 하며 눈에 띄는 가게에 들어갔다. 그곳은 수인 노예를 사고파는 상점이었는데, 입구부터 벌써 방문한 손님을 위한 즐길거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어서 옵쇼."
노예가 아니라고 표시하기 위해 가면을 쓴 점원이 현재에게 다가왔다. 그는 현재에게서 짙은 돈의 향기를 맡았다. 이 정도로 강인해 보이는 거구의 전사는 강하고 또 돈이 많으리라 기대되었기 때문이다.
"이 여자는 왜 여기 매달려 있는 거지?"
현재는 궁금하던 것을 물었다.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꼭 망나니가 사형수의 목을 치기 전에 붙잡아두는 칼 같은 것을 차고 엉덩이를 뒤로 높게 쳐든 채 구속되어 있는 젖소 수인 암컷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녀의 입엔 재갈이 물렸고 눈에는 안대가 씌워져 있었기에 그녀는 어떠한 의사 표현도 할 수 없었다.
"아, 이건 목 마르신 손님 분들을 위한 상품입니다. 한 잔 하시겠습니까?"
과연 그녀의 옆에는 나무로 깎은 맥주잔 같은 게 쌓여 있었다.
"얼마지?"
"은화 한 닢입니다."
현재는 돈 주머니에서 줄에 꿰인 은화 중 하나를 뽑아내 점원에게 던졌다.
"짜드릴까요? 아니면 직접 짜드시겠습니까?"
"직접 짜보겠다."
현재는 잔을 들고 커다란 젖소 수인의 젖을 잡아 젖을 짰다. 조금 넓은 편인 유륜과 보통보다 살짝 기다란 편인 유두로부터 뷰류릇하고 모유가 쏟아져나왔다.
"잘 나오네."
"좀 더 힘을 주셔서 팍팍 짜셔도 됩니다."
점원의 조언에 현재는 유륜을 짜내는 힘을 더했다. 아까의 서너 배는 되는 양이 주륵주륵 쏟아지며 컵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읍!"
입에 재갈이 물린 젖소 수인은 비명은 지르지 못하고 몸을 움찔거렸으나 그 움찔거림조차 구속구에 붙잡혀 커다란 반향을 만들지 못하고 조용히 스러졌다.
"생긴 건 정말 인간이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눈이 가려져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으나 상당히 인간을 닮은 외모였다. 젖을 짤 수 있는 유방도 6개가 아니라 2개 뿐이었고, 젖소를 상징하는 털가죽보다는 인간 같은 털이 적은 살색 피부가 훨씬 많이 보였다.
결정적으로 얼굴이 매우 인간형이라서 멀쩡한 여자가 젖소 코스프레를 한 것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흔들거리는 꼬리나 소 귀 따위, 얼마든지 만들어서 붙일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래봤자 수인이지요, 감히 신을 배반한 어리석은 죄를 저질러 짐승과 모습이 섞이는 형벌을 받은 것, 저희가 이것들을 괴롭히는 건 그야말로 신의 뜻을 올바르게 따르는 정의롭고 경건한 행위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
여자 모유를 짜먹는 걸 즐기는 변태 주제에 점원은 그렇게 열렬히 설파했다. 그것이 변명이라는 건 아니었다. 이 세계의 인간들은 진심으로 수인을 노예만도 못한, 끔찍하고 비천하고 추악한 생물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생물과 몸을 섞는 것은 아주 저열하고 변태적인 행위로 취급되어, 바깥의 거리에서 당당히 이뤄지지 못하고 이런 음지로 숨어든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게나 인간을 닮았으면, 인간을 대충 수인이라 속여서 팔아먹을 수도 있는 거 아니야?"
현재는 구속되어 있는 젖소의 귀 부분을 만지작거렸다. 본래 인간의 귀가 있어야할 부분이 매끈하고, 대신 그보다 훨씬 위쪽에 귀가 있다는 게 매우 신기한 느낌이었다. 조금 징그럽다는 생각도 안 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이 세계에서 볼 것 못볼 것 다 보고 살아서인지 적응이 되어 비위가 상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하, 저희 가게는 그런 악질적이고 비인도적인 행위는 저지르지 않으니 안심하십시오."
인간에게 그런 일을 저지르는 것은 비인도적이라고, 수인을 물건 취급하는 가게의 점원은 그렇게 말했다.
'신의 눈 밖에 나면 이런 꼴이 되는 게 당연한 건가. 애초부터 그렇게 생겨먹은 세계니.'
자신도 신의 은총이란 걸 받지 못해서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었던가. 이 세계에서 신이란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법칙이었다. 대충 어겨도 어떻게든 무마할 수 있는 인간의 도덕이나 법도와는 다른, 절대로 지켜야만 하는 하나의 진리 되는 존재. 그것이 바로 신.
현재는 커다란 젖통에서 마저 모유를 짜낸 다음에 그것을 마셨다. 갓 짜낸 만큼 체온에 가깝게 미지근했지만, 달달한 맛과 산뜻한 향이 생각보다 괜찮은 미식이었다.
'의외로 맛있잖아?'
어찌 잘 쓰면 요리에 써먹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마음에 드셨다면 음료용으로 이 젖소 수인을 구입해보시는 건 어떠신지? 가격은 금화 열 닢입니다."
현재는 지금 모험을 떠나는 상황이 아니라 어딘가 정착하는 삶을 살았다면 이 젖소 수인을 집에다 들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별미긴 한데 집에 두고 마실 정도는 아니라서. 가끔 와서 먹는 정도가 좋겠군."
괜히 방랑 중이라 노예를 살 생각이 없다고 하면 서비스가 나빠질 것이 뻔하다 생각되었으므로 현재는 대충 둘러댔다.
"아, 그러십니까? 그럼 다른 노예들도 한 번 구경해보시죠."
점원을 따라 현재는 안으로 들어섰다. 즐길 거리로 '설치'된 수인은 몇 되지 않았고 대부분은 우리에 갇혀 있었다. 개중에는 철창이 열린 곳도 있었는데 그 안에는 누가 봐도 인간인 가면을 쓴 알몸 여자도 있었다.
"저 여자는?"
"아, 저 분은 인간 손님이십니다. 꼭 말 수인의 정력을 시험해봐야겠다고 하셔서 말입니다."
"수인의 애라도 배면 어쩌려고 저러지?"
"아, 모르십니까? 같은 수인이라면 서로 다른 동물의 수인이라도 새끼를 깔 수 있지만, 인간과 수인 사이에서는 결코 아이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것은 꽤 매력적인 이야기로 들렸다. 자동으로 피임이 된다니. 임신을 시킬 생각이 없거나 신경 쓰고 싶지 않다면 이보다 좋은 성처리 상대는 구하기 힘들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임신 시킨 여자를 버리거나 낙태 시키면 어떻게 해결이 되는 남자와 달리 자기가 임신을 한다는 위험 부담을 지는 여자들에겐 피임 걱정 없이 성욕을 풀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수단이겠지.
'그래도 출입 통제 없이 아무나 막 왔다갔다하고 있는 곳인데, 저 여자는 부끄러움도 없는 모양이야?'
현재는 말 수인과 몸을 섞고 있는 여자를 구경했으나 곧 시선을 돌렸다. 솔직히 피둥피둥 살이 찐 모습이 별로 눈요기가 되는 모습은 아니었다. 몸이 저러니까 제대로 된 인간 상대를 못 구해서 여기 온 것일까?
그러나 벽의 꺾이는 부분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깊숙한 곳에 들어온 현재는 그 여자가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간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했다. 이곳엔 훨씬 더 심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얀 귀를 가진 늑대 수인 여자를 두고 가면을 쓴 남자 여럿이서 윤간을 즐기는 모습. 아무래도 이 가게에서 알몸을 보이고 수인과 몸을 섞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닌 모양이었다. 애초에 그런 취향의 인간들만 이 가게를 찾는 것이겠지. 그렇게 이해가 잘 가는 취향은 아니었지만.
'남이 방금 질내사정한 보지에 박고 싶을까?'
늑대 수인 여자는 얼마나 많이 당했는지 겉으로 보이는 곳 여기저기에 희여멀건한 백탁액이 잔뜩 뿌려져 있었고, 지금 남자의 자지가 들락날락하는 앞구멍과 뒷구멍에서도 자꾸 이미 들어있던 정액이 조금씩 흘러나왔다.
괴로웠는지 몸에 힘이 없고 눈이 풀린 모습. 앞뒤 구멍에 더해 입까지 세 구멍을 동시에 범해지고 있는 것이 매우 힘에 겨워보였지만, 남자들은 조금이라도 그녀를 쉬게 해줄 생각은 없는 듯이 보였다. 다들 가학심이 상당한 모양이었다.
여자의 취급이야 어쨌든, 옆에 있는 남자의 침과 땀과 정액으로 범벅이 된 여자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감성은 상당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으나, 대충 취향이니 존중하자는 마인드로 넘어갔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서 오지랖을 부릴 이유 따위 단 하나도 없지 않은가?
"저기에 참가하고 싶으신 겁니까? 참가료는 은화 두 닢입니다. 몇 번 싸든 횟수는 무제한이지요."
현재가 그 윤간을 유심히 바라보자 점원이 제안했다. 그러나 현재는 다른 남자들의 체액과 하나가 되어 몸을 부비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에 고개를 저어 거절했다. 신의 은총을 받은 이들은 면역력도 높아 어지간해서는 전염병 따위에 걸리지 않았음에도 그랬다. 건강을 위한 위생 이전에 그냥 더럽다는 느낌 자체에 거부감이 들었다.
이어 점원과 현재는 가게 안쪽으로 더 깊이 들어갔으나, 현재는 이것저것 살펴 보기만 할 뿐, 무언가의 '상품'에 특별히 관심을 보이는 일은 없었다.
"혹시 찾으시는 동물이 따로 있으신 겁니까?"
점원의 물음에 현재는 생각했다. 그냥 동물원 느낌으로 구경을 하고 있는 것 뿐. 무얼 살 생각 따위는 없었다. 정착 생활이 아닌 이상 일손도 성노예도 데리고 다닐 수록 거치적거릴 뿐. 인간이 살 수 없는 땅으로 향하는 그에게 신의 은총도 없어 약해빠진 수인 노예따위 사족에 지나지 않았다.
'슬슬 구경도 질리는 느낌인데, 이제 그만 보도록 할까.'
확실히 동물 귀와 꼬리를 지닌 수인들은 보고 있으면 신기하기는 했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보다 보니 별로 특별할 것도 없었다. 그냥 각 동물의 귀와 꼬리를 지닌 인간일 뿐이지 않은가?
그렇다고 수인도 인간이니 인권을 줘야한다고 부르짖을 생각 따윈 단 한 톨도 들지 않았다.
'어차피 인간이라고 다 인권을 보장 받는 세계도 아니고.'
현재는 점원에게 말했다.
"무언가 아주 특별한 상품은 없는 모양이야?"
"흠……, 사실은 아주 특별한 상품이 있기는 합니다만."
점원은 조금 머뭇거리며 현재에게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