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순애조교 위강력간물-46화 (46/119)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황도에서

* * *

처음에는 심한 애태우기로 시작했으나 현재는 두 사람에게 넘치도록 사랑을 나눠주었다. 케이트는 자궁에 세 번이나 되는 사정을 받고서야 돌아갔고, 미아에게는 무려 여덟 번이나 되는 사정을 해주었다.

두 여자가 달한 절정의 횟수를 세려면 손가락 발가락을 다 합쳐도 모자랐다. 현재 또한 오늘만 열 번이 넘는 사정을 했기에 만족감과 함께 탈력감마저 느꼈다.

그러나 허탈감이나 회의감 같은 건 들지 않았다. 정사가 끝났다고 한들 사랑하는 미아는 여전히 그의 앞에 누워 함께 있었기 때문에. 계속되는 절정에 완전히 녹아내려 커스터드 푸딩처럼 헤실헤실한 표정을 짓고 있는 미아는 현재가 정말 사랑스럽기 그지없다는 듯 정사가 끝나고도 꼭 붙어서 현재를 끌어안고서 놓아줄 줄을 몰랐다.

꽤 길게 이어지는 침묵, 두근거리고 간질거리고 폭신거리는 그 애매한 느낌에 현재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하는 도중엔 변태 싸이코 쓰레기였던 그지만 왠지 지금은 연인 분위기를 내고 싶었다.

"미아, 미아는 내 어디가 좋아서 반했어?"

"응? 알려줄까 말까? 헤헤헤……."

미아는 싱긋 웃었지만 너무 폭 안겨 있어서 현재는 그 표정을 볼 수 없었다. 그녀는 실컷 미소짓고 나서야 당당함 넘치는 표정으로 바꾸고서는 살짝 떨어져 현재와 눈을 맞추며 이렇게 말했다.

"현재가 먼저 내 어디가 좋았는지 알려주면 알려줄게."

"우유통이 예쁘고 빵뎅이가 튼실해."

"……."

그건 당연히 0점짜리, 아니 마이너스의 대답이었다. 미아의 표정이 우울하게 가라앉았다.

"현재는 역시, 아직도 내가 상처 받기를 원하는 거지? 내 죄가 너무 무거우니까?"

그녀의 가냘픈 얼굴 위로 떠오른 가엾은 표정에 현재는 안타까움과 작은 흥분을 동시에 느꼈다. 슬픈 표정의 미아는, 정말 더한 미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내가 이런 변태가 될 줄은 진짜 몰랐었는데.'

평범하게 밧줄 플레이나 스팽킹 정도를 선호하던 현재(21세/야동 평론가)였는데, 이세계에 떨어진 후 왠지 갈 수록 악질(24세/새디스트)로 진화하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기는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미아가 슬픈 얼굴을 하는 것이 자신마저 슬퍼지게 만들어서 그녀를 조금 위로해주고 싶어졌다.

현재는 미아의 뺨을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그만 미안해하라니까. 이제 그 옛날 이야기는 됐어. 나는 다 풀었어. 물론, 미아를 괴롭히고 싶긴 하지만, 그건, 미아가 너무 귀여워서 그래."

"귀여워서 그렇게 장난을 친다고?"

"응."

미아의 표정은 슬픔에서 웃음기를 살짝 띈 화난 표정으로 바뀌었다. 가늘게 뜬 채 노려보는 눈과 희미하게 꿈틀거리는 입술. 그건 장난기 많은 연인에게 삐진 듯한 그런 소녀의 얼굴이었다.

"입을 확! 꼬매버리든가 해야지. 참."

미아는 현재의 입술을 손에 쥐고 꼬집었다. 쪼물딱 쪼물딱 입술을 갖고 놀던 미아는 수줍은 듯이 얼굴을 붉히면서 입을 열어 옛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가지를 좋아한다는 거, 말하지 않았는데도 알아줬잖아? 그래서 그때 현재는 정말 나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구나. 그렇게 깨달았더니 자꾸 신경 쓰여서……."

상당히 뜬금 없는 소리였다. 너무 의외의 말이라 현재는 그게 자신을 좋아하는 이유를 말한 것이라고 조금 뒤에야 깨달았다.

"그런 일도 있었지……."

그건 그냥 요리사로서 누가 뭔 재료를 가리고 좋아하는지 관찰하는 버릇이 든 것 뿐이었다. 단 둘이 산 것이 3년이었으니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 없는 부분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리고 아이에게는 항상 친절하자고 애쓰는 모습이 정말 좋았어. 이 사람은 좋은 아빠가 되겠구나 몇 번이나 생각했었지."

'질 것 같아서 비위를 맞춰준 건데.'

그건 그냥 어린 아이와 싸워도 질 것 같아서 애들을 잘 구슬리려고 노력한 것 뿐이었는데? 신의 은총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이미 엄청나게 강해서 진지하게 열 살 정도면 현재와 맞먹을만 했다. 그리고 일곱 여덟 살 난 아이들이라도 무리를 이루면 감당하지 못할 게 뻔했다.

'이건 비밀로 하자.'

현재는 미아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 하나가 생겼다.

"그리고 또, 사람을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믿을 수 있다는 게 부러웠어. 정말 멋진 세상에서 왔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열등감을 느꼈는지도 몰라. 나는 과거에 몇 번이나 배신당하고, 그 때문에 죽을 뻔해서, 어지간한 사람은 믿지 못하게 되어버렸으니까."

'그건 평화로운 나라에서 자랐으니 그런 것 뿐인데. 내가 특별히 잘나서 그런 게 아니라.'

미아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자신은 누군가를 쉽게 믿지 못한다고 했고, 너도 누군가를 쉽게 믿지 말라고 강요했었다. 그것이, 너무 아픈 상처 때문에 보인 방어기제였다면 어떤 말을 해야할까. 현재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또……,"

미아는 정말 별 것 아닌 이야기들을 계속했는데, 현재는 어느 순간 깨닫고 말았다.

미아는 지금, 현재의 모든 순간 모든 부분을 전부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 수줍은 많고 표현할 줄 모르는 소녀가 얼마나 애쓰고 있는 것인지가 느껴져서, 그게 너무 사랑스러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현재는 재잘대는 미아의 입 옆, 발그레하게 상기된 뺨에 입을 맞췄다. 그러자 미아는 방긋 웃더니 다시 현재의 뺨에다 키스를 돌려주었다.

"정말, 믿을 수 없이 행복해. 이 모든 순간이 기적인 것만 같아서. 꼭 꿈 꾸는 듯이 둥실둥실한 기분이야."

현재는 다시 미아를 품에 폭 안고선 맹세했다.

'이런 삶을 절대로 잃어버릴 수 없어. 나는 죽지도 않고, 실패하지도 않을 거야. 모든 싸움을 이겨내고 빚도 갚아내고 그러고도 강해져서, 이 행복을 꼭 지킬 거야.'

반드시 살아남는다. 그 맹세의 불꽃이 현재의 가슴 속을 맹렬하게 불사르고 있었다.

* * *

"이걸 입고 나가라고?"

미아의 목소리가 노기를 띄고 떨렸다.

"그래."

"그건 미친 생각이야."

"내가 좀 파격적이긴 하지."

이주일의 항해 끝에 상업 길드 백금화 자루에서 운용하는 상선은 제국의 수도이자 황제가 거주하는 황도 제레인트에 도착했다. 식료품 보급을 위해 두세 시간 남짓씩 운하도시에 정박했던 것을 빼면 처음으로 제대로 배를 대고 멈춰선 것이었다.

그리하여 여기서 팔아야 할 상품을 내리고 다시 싣고 떠나야 할 상품을 올리는데 걸리는 시간은 사흘. 배는 사흘간 이곳에 정박한 후 다시 제국의 동남쪽을 향해 떠난다. 그래서 사흘간의 공백 시간이 생겨 현재는 미아와 황도 제레인트를 관광하기로 했다.

두 사람이 마찰을 빚은 부분은 바로 미아의 복장이었다. 미아는 평범하게 원피스를 입으려고 했으나 현재는 바니걸 복장을 입도록 지시했다. 그건 비상식적인 일이었다. 이런 부끄러운 복장을 입고 돌아다니는 건, 거리에서 손님을 호객하는 창부 밖에는 없었다. 그게 상식이었다.

"너는 내 다리나 가슴이나 겨드랑이나, 다 남들이 봐도 상관 없는 거야?"

미아는 그런 부분들을 현재 이외의 남자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의 생각은 조금 다른 모양이었다.

"미아. 잘 생각해 봐. 귀족들이 진주 목걸이를 목에 거는 건 무슨 이유일까?"

"예뻐보이려고?"

"아니, 그건 자랑하기 위해서야. 이렇게나 비싼 목걸이를 가진 나를 봐. 이러면서 자랑을 하는 거지."

"음, 그런가?"

"그리고 나는 이렇게나 예쁜 여자친구를 가지고 있으니까 남들한테 자랑할 수 밖에 없잖아."

"갑자기 이상해졌는데. 보통, 자랑하고 싶다 해도 여자친구 속살까지 보여주고 싶어하진 않지 않아?"

"중요한 부분은 다 가렸잖아."

"너무 아슬아슬하게 가리니까 그렇지."

바니걸 의상은 지나치게 꽉 조였고 면적이 적었다. 그래서 속옷을 입을 여지도 없었고 까딱하면 은밀한 부분도 보이기 쉽상이었다.

"나는 보석보다 훨씬 예쁜 미아가 내 여자라는 걸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싶어!"

"뭔가, 많이, 이상한데……."

그러나 미아는 결국 현재를 이기지 못했다. 바니걸을 입고 나가자 배에서 내리기는 커녕 선실을 나가자 마자 모든 사람의 시선이 다 집중됐다.

'아니, 저게 대체 무슨 의상이지?'

'신이시여, 저의 불경함을 용서하소서.'

예쁘고 몸매 좋은 미아의 파격적인 의상에서 쉽게 눈을 뗄 수 있는 남자는 없었다. 몇 명은 넋이 나간 나머지 들고 있던 짐을 떨어뜨려서 안 그래도 복잡한 선상을 더 개판으로 만들었다.

"엄청 쳐다보잖아!"

"당연하지. 엄청 예쁘니까."

잔뜩 뿔이 난 미아와 느긋하게 받아치는 현재. 케이트는 그 광경을 보고 꿀꺽 침을 삼켰다.

'황도에서 수치 플레이를 하다니. 너무 부럽다.'

케이트는 이번 상행의 총책임자. 당연히 정박하는 내내 바쁘고 현재와 관광을 즐길 시간 따위는 없었다. 그녀는 슬쩍 흐르려는 눈물을 훔치며 두 사람을 배웅해주었다.

'제발 넘어져서 코 깨져라.'

미아에게는 살포시 간단한 저주도 걸어주면서.

"진짜 엄청 크네. 여기 인구수가 무려 60만 명이나 된다고?"

"그래. 믿기 힘들 정도로 크지?"

서울의 천만 인구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60만 명이 사는 도시라는 건 확실히 대도시라는 느낌이 들어 약간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아무래도, 한국의 도시들과는 그 모습이 심하게 다르기는 하지만.

그리고 그런 대도시의 사람 많은 가도를 걷는 두 사람에게는, 정확히는 미아를 향해 엄청나게 많은 시선이 꽂혔다.

"이거 뭔가 잘못된 것 같아."

미아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고 현재는 실실 웃었다.

'부끄러워 하는 모습 최고야.'

자랑도 자랑이지만 진짜 목적은 미아를 부끄럽게 만드는 것이었는데, 그 목적은 매우 훌륭하게 달성되었다.

"당신들을 도시의 풍기를 어지럽힌 죄로 체포합니다."

경비병에게 체포 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엑?"

미아는 원망스레 현재를 노려봤다.

'흠, 썰어버리면 안되겠지?'

미아와 단둘이라면 대충 깽판을 치고 내뺐겠지만, 사흘간 백금화 자루의 상선이 상품을 내리고 싣는 걸 기다려야 하는 상황. 현재는 일단은 경비병을 따라가기로 했다.

'설마 풍기문란으로 사형이라도 하겠어?'

경비병들은 미아와 현재의 팔을 밧줄로 묶어서 연행해가기 시작했다. 앞에 끌려가는 미아는 자꾸 뒤를 돌아보며 현재를 눈빛으로 추궁했다.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이 있기 마련이지."

"이런 일은 있어서는 안됐어."

"왜, 너도 즐겼잖아."

"즐기기는!"

경비대의 작은 지부로 끌려간 후 미아는 취조를 받게 되었고, 현재는 감옥에 바로 쳐박혔다.

"아니 왜 나만 감옥에?"

"누가 봐도 네놈이 저 여자를 겁박한 것은 명백한 사실! 뚫린 입이라고 변명을 하겠다는 것이냐!"

'외모 지상 주의가 또!'

커다란 몸집에 오랜 이세계 생활로 흉터 투성이가 된 몸은 이제 거친 인상을 넘어서 살인 병기처럼 생기기는 했다. 나름 자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새삼 남한테 지적을 당하니 상당히 새로운 맛이 있었다.

'아르젠타에서는 거품 가득한 풍선이란 걸 다들 알아서 막 대했지만.'

인구수 3천 남짓의 아르젠타에서는 좁은 지역사회로 인해 다들 현재가 약골이라는 것을 알고 막 대했었다.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은 현재에게서 매우 큰 위협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겉모습만은 아주 숙련된 전사처럼 보였으니까.

"겉보기에는 매우 합당한 의견이지만 이건 상호 합의였어. 저 여자도 사실 노출벽이 있다고."

"뭔 개소리야!"

항변하는 현재 앞으로 판초 우의 같은 로브를 뒤집어쓴 미아가 다가왔다. 물론 디지털 무늬는 없었다. 회색의 로브는 종교인이나 입을 법하게 정숙해서 그 좋은 몸매를 다 죽이고 있었어.

"으윽! 그렇게 꽁꽁 둘러매는 건 죄악이야!"

"풀어드려."

미아를 취조했던 경비병이 말하자 현재를 감옥에 가뒀던 경비병이 문을 열었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끝났어?"

미아는 엄지와 검지를 합쳐 동그라미를 그려보였다. 동전 표시는 이 세계에서도 대충 똑같았다.

"벌금 냈어."

"제국은 아주 꽉 막힌 곳이었군. 노출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다니."

"그런 건 보장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

"나를 배신하는 거야?"

"처음부터 네 편 아니었거든."

"크흑!"

현재는 슬픔에 가득 차 미아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당분간 자지 안 박아줄 거야."

그 말에 미아는 크게 화를 냈다.

"내가 맨날 그런 것만 생각하는 줄 알아?"

그리고는 뒤에 조금 작아진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냥 하는 소리지?"

이미 상당히 중독된 미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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