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순애조교 위강력간물-43화 (43/119)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갑자기 약속이 생겨서 0시 00분 대신 7분에 예약을 걸고 갑니다.

00분도 지원해주면 좋을 텐데 말이죠.

7분이지만 늦어서 죄송합니다

배 위에 올라탄 독사

* * *

미아는 비틀린 우월감을 느끼고 있었다. 케이트가 처음 난입해왔을 때는 현재의 관심을 빼앗기는 게 아닌가 걱정도 됐지만, 까놓고 보니 이게 뭔가? 현재는 두 사람을 세워놓고서는 비교하면서 케이트에게 커다란 모욕을 주고 있었다.

가슴 따위 커봤자 검 휘두르는데 방해만 될 뿐이라고, 그렇게 끔찍이도 싫어했던 적도 있었다. 여자답게 예쁘게 생겨봤자 한심한 날파리들이나 꼬일 뿐이라고, 자신의 얼굴마저 혐오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둘의 우수함 때문에 승리감과 우월감에 도취되고 있었다. 미아는 그제서야 제 아름다움에 감사했다. 어찌하여 많은 여자들이 그렇게도 아름다움을 탐하고 또 바라는지, 이제서야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내가 훨씬 현재 취향에 맞는 거네.'

너무 신나서 어깨춤이라도 추고 싶은 상황. 미아는 애써 미소 지으려 비틀리는 입가와 풀려버리려는 눈가에 힘을 주고 무표정을 연기했다.

케이트가 모욕당하면서까지 성욕을 느껴 속옷의 기능을 전혀 못하는 끈 사이로 드러난 보지가 축축하게 젖어가는 꼴을 보며 불쌍함마저 느꼈다.

'천박하기는, 그러니까 내가 이긴 거야.'

절로 가슴이 쫙 펴지며 자신감이 뿜어지는 상황.

"그런데 나는 그런 불쌍한 여자가 좋더라."

그 상황은 현재의 한 마디에 완전히 반전됐다.

"뭐?"

깜짝 놀란 미아의 입에서 저절로 현재를 향한 되물음이 튀어나갔다.

"이렇게 빈약한 가슴에다 떡감 구린 불쌍한 몸을 가지고 있는데, 성욕만 가득해가지곤 파트너도 못 구하고, 너무 불쌍해서 도와주지 않고는 참지 못하겠어."

거짓말이다. 당장 케이트가 남자친구를 모집한다고 하면 줄을 설 사람이 배 안에만 수십 명은 있었고, 남자친구가 아니라 섹스 파트너를 구한다고 하면 배 안의 그 어떤 남자도 거절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 정도로 케이트는 매력적이었고 아름다웠다.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누가 이 불쌍한 변태 암컷한테 자지를 주겠냐고. 이건 어쩔 수 없이 내가 돕는 수 밖에 없네."

그럼에도 현재는 그렇게 놀리듯이 말했다. 그는 아까부터 꺼내 잔뜩 발기한 채로 있던 자지를 케이트에게 들이밀며 그녀를 무릎 꿇게 해 빨기 좋은 위치로 유도했다.

"자, 빨아. 내가 싸게 만들고 나면 너도 기분 좋게 만들어 줄 테니까."

"네에, 감사해요. 불쌍한 변태 암컷한테 자지를 내려주셔서 감사해요, 주인님."

꼭 사랑스러운 남편에게 입을 맞추는 것처럼 귀두 위에 입을 맞춘 후 케이트는 열심히 자지를 빨기 시작했다. 그녀는 제 몸의 아픔을 거리끼지 않아서, 아니 오히려 즐기기 때문에 목구멍 깊숙히까지 자지를 쑤셔넣으며 딥쓰롯을 했다. 목젖보다 뒤를 자극당한 케이트의 눈에 송골송골 눈물 방울이 맺혔다.

"미아는 그냥 구석에 가서 구경이라도 하고 있어. 이건 서로 합의해서 즐기는 거니까 괜찮지? 내가 괴롭히는 게 아니니까, 말릴 명분이란 게 아무 것도 없잖아?"

"윽……."

미아는 대답하지 못하고 한 걸음 물러섰다. 방금 전까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잠깐 사이에 나락으로 쳐박혔다. 꼭 날개가 태양에 녹아 추락해 죽어버린 이카루스처럼, 너무 높이 날았기에 떨어지는 게 훨씬 더 아팠다.

"왜 그래? 뭐 문제 있어?"

케이트의 실력도 많이 늘어서 현재는 귀두가 후끈거리는 느낌에 신음을 참기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태연함을 가장하며 그렇게 말했다. 남을 정복하려는 자로서 쾌락에 지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문제 없으면 좀 멀찍이로 비켜줄래? 공간을 넓게 쓰고 싶어서. 이거저거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거든."

"아……."

추락감, 패배감, 비참함에 억울함까지 온갖 부정적인 감각이 미아를 짓눌렀다. 이것은 누가 봐도 명백하게 승패를 가릴 수 있는 온전한 미아의 패배였다. 케이트에게 졌다. 그 사실이 꼭 미아를 숨도 쉬지 못하는 바닷속에 푹 담궈버리고 위에서부터 머리를 누르는 것 같았다.

'숨막혀.'

그녀는 조여오는 가슴에 심장이 아파서 무심결에 손을 올렸다.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 현재의 욕정은 모두 자기가 받아줘야 한다는 어설프게 얼기설기 기워 붙인 누더기 논리가 조금씩 찢어지기 시작했다.

사실, 그런 것 따위 아무 상관 없이 그냥 현재를 원했을 뿐인데.

절대로, 그건 인정할 수 없다.

인간, 영원히 한결 같은 사람은 거의 없다고들 하지만, 동시에 정말로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 인간이었다.

그렇기에 미아는 자신이 현재를 대했던 방식이 틀렸다고 생각은 하고 있으면서도, 그렇다면 어떻게 대했어야 했다는 것인지 아직도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이상 무익한 망상일 뿐임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그 생각을 되풀이하는 것은, 사실은 자기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결과는 처참했다. 미아는 실패했다. 현재는 마음이 망가져 가학적이고 폭력적인 나쁜 사람이 되고 말았다. 모두 미아의 탓이었다. 그런 것들이 그녀의 행동 양식이 뿌리부터 잘못되었음을 증명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게 왜 잘못됐는지 어디가 틀린 것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몇 번을 성찰해도 마찬가지였다.

몇 번, 스스로 정답을 찾아내지만, 결국, 그 정답을 마음 깊이 받아들이지 못한다. 받아들이고 싶다 받아들일 수 있다고 끝없이 되뇌여봤자, 진짜로 마음 속에 새겨지지 않으면 인간은 바뀌지 않는다. 그건 아주 어려운 일이다.

마음이란 것은 사실 찰흙놀이와 그 성질이 비슷한 것이라서, 어릴 적 만들어진 모양 그대로 단단히 굳어버린 어른의 마음은, 깨지기는 할지언정 구부러지지는 않아서 정말 어지간한 일로는 모습을 바꾸지 않는 것이었다.

현재만 보아도 그렇지 않은가? 20년을 서울에서 살아왔던 현재는, 정말이지 이 세계에 맞는 사고방식으로 자신의 생각하는 방법을 바꿀 수가 없어서, 몇 번이고 죽을 뻔 하고 기대를 배신당하는 와중에도 지구에서 살던 방식으로 생각하다가, 정말로 충격적인-그리고 아프고 또 슬픈- 사건을 경험하고 나서야 간신히 '이 세계에 걸맞는' 사고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애초에 그렇게 자라왔고 그렇게 생겨먹게 되어버린 인간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너무도 난해해서 불가능에 가깝게까지 여겨진다는 것이다.

'나는 현재에게 사랑해달라고 말할 자격이 없어.'

그러니까 미아는, 자신이 죗값이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그저 간절히 현재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사리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런 걸 인정할 수 없는 방식으로 살아왔다.

그녀는 현재에게 봉사해서 죗값을 갚아나가야 하는 입장이었지, 그의 사랑을 갈구해서는 안되는 입장이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는 그랬다.

'그렇게 잔뜩 상처를 준 주제에, 이제 와서 사랑해달라고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어.'

십 년을 그렇게 살았으니까. 욕심보다는 정의를, 욕망보다는 긍지를, 미움보다는 선행을 우선의 가치로 하겠다고 결심한 채로 살았으니까. 그녀 자신이 정의롭고 긍지 높고 선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런 사람을 연기해야만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고 선망하고 응원해준다는 이유 때문에 그렇게 연기했다는 것을 자각했으면서도. 도저히 그 거짓된 가면을 벗어버릴 수가 없어 그냥 그렇게 살았다.

그러니까 결자해지로 내 죄를 내가 해결하겠다는 사유를 붙이면서, 현재를 독점하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꾸며낸 이유로 포장하려고 했다.

'그래도 현재를 원해.'

하지만, 지금, 그 가면이 벗겨지려 하고 있었다. 속죄 따위 필요 없다고 괜찮다고 밀어내진 지금, 그 잘못된 이유로는 현재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나를 사랑해주고, 나만 바라봐주고, 나를 아껴주고 안아주고 소유해줬으면 좋겠어.'

본심은 이거였다. 그냥 체면이고 명분이고 올바름이고 뭐고 다 내던지더라도 괜찮을 만큼, 그럴 정도로 절실하게 현재를 원하고 있다.

'저 여자가 아니라 나를.'

미아의 표정이 울 것 같이 찌푸려졌다. 실제로, 그 눈물샘에서는 촉촉한 물기가 그득 배어나오고 있었다.

'안돼. 그러지 마.'

미아는 자신을 말렸다.

'그건 이기적이고, 염치 없잖아.'

누군가에게 욕 먹을 짓이라고 생각했다.

'진짜 버려지면 어떻게 할 건데?'

현재가 싫어할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보이지 않는 벽에 격리당한 듯 떨어져 현재와 다른 여자가 몸을 섞는 꼴을 구경만 하고 있고 싶지는 않다. 거짓 명분이 갈기갈기 찢어져 조각난 후에야 살그머니 그녀의 본심이 고개를 들었다.

'그래도 이런 건 싫어.'

기대해볼 구석은 있었다. 방금 현재는 말하지 않았는가.

불쌍한 여자가 좋더라, 라고.

지금 미아는, 더없이 비참했다. 어릴 적부터 사랑하던 소꿉친구와 결혼해 가정을 꾸리는, 행복한 마을 처녀 같은 여자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비참했다. 그녀의 사랑은 절대로 그런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다.

미아가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를 아주 증오하는 사람, 그녀로 인해 상처 받고 잔인하고 냉정하고 비열하고 비틀린 성격을 지니게 된 남자.

그리고 그런 남자에게 내민 속죄라는 이름의 집착은, 필요 없다며 그냥 휙하고 내던져졌다.

어쩌면 알아챘는지도 모르지. 속죄요 책임은 변명이고 그냥 그녀가 그를 좋아할 뿐이란 사실을 언젠가 들켜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그녀를 날뛰지 못하게 붙잡고 있는 것은, 자신은 선한 사람이라고 10년 가까이 붙들고 있던 가면이었다.

그 가면을 내려놓으면, 모두가 자신을 꺼리고 또 멀리 할 것이라는 불안이 소녀의 발목을 붙들고 빛 한 점 들지 않는 지하로 끌어내리려 하고 있었다.

올바르지 않은 것은 하지 않는다. 명분이 없는 것은 따르지 않는다. 미아가 현재를 괴롭혔던 것은 모두 그가 살아남길 바란 것이었으므로 올바른 일이었다. 그런 명분이었다. 적어도 그녀가 처음 행동할 때는 그랬다.

그러나 현재는 미아의 생각보다 훨씬 더 여린 사람이었다. 21세기 한국에서 살인은 커녕 주먹 싸움 한 번 안해본 남자는 그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아무리 해도 무언가를 죽인다는 것에 익숙해지지 못하고, 서로 믿고 의지하며 살아야 한다는 개념이 혈관 가장 깊숙한 곳에 박혀있는지 아무도 믿어서는 안된다는 개념을 새겨넣지 못하고, 살기 위해서는 제 목숨을 가장 우선으로 해 누구라도 베어내고 잘라내 도려낼 수 있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체현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렇게 시키는 미아의 방식은 모조리 폭력이었고 학대였다.

의도가 어떠했든 결과가 그랬기 때문에, 미아는 현재에게 미안해해야 했으며, 그렇기에, 그 무엇도 주문해서는 안됐다. 바래서는 안됐다. 갈망해서는 안됐다.

이제 와서 사랑해달라는 일은, 절대로 하면 안되는 염치 없는 일이다.

'이기적인 년, 괴물.'

그런데도 그의 사랑을 원한다니, 이 어찌, 얼마나 가엾고 불쌍한 여자인가?

자연스럽게 피어난 애정이 아니라, 부디 내려주십사 하고 하늘에 제사를 올리듯 구걸해야 하는 사랑을, 그런 사랑이라도 좋으니 제발 부탁이라고 빌어본다면, 그건 정말 얼마나 비참한 여자인가?

처음부터 잘못됐다. 만남부터가, 해온 것들이, 살아온 인생 모조리 송두리째 잘못되었다. 그렇기에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과거로 돌아간다는 말도 안되는 망상에 빠져들지만, 그런 기적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시간은, 유한하며, 절대적이고, 그리고 되돌아가지 않는다. 흙 바닥 속으로 침잠하여 사라져버린 물을 다시는 되돌이킬 수 없듯이, 과거로 돌아가 잘못을 고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수천 수만 수억 수조 수경 수해 번을 후회해도, 과거의 잘못은 고칠 수 없다.

그렇게 비참한데도, 그렇게 불쌍한데도, 그렇게 의미 없는 것인데도.

'그래도 현재를 원해.'

부푼 마음이 도무지 작은 몸에 다 담고 있을 수 없는 것이라, 그 마음은 구름인지 폭포인지가 되어 눈에서부터 마구 흘러넘쳤다.

미아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자신을, 현재가 미워하고 증오하는 그런 자신을, 그래도 현재가 사랑해주기를 원했다.

둘만 있을 때는 꼭꼭 숨겨왔던, 거짓말 속에 가려두었던, 그런 진짜 마음을, 자각하고 있다고 우겼으면서 사실은 자신조차 그 조각 밖에는 보고 있지 못하던 마음을, 이제서야 제대로 발견했다.

'그냥, 숨길 수 있는 작은 조약돌인 줄 알았던 사랑이, 사실은, 이렇게 커다랬구나.'

그건 절대로 숨길 수 없는 커다란 사랑이었다. 결코 아름답지 않은 것이라 해도. 미아는 이제서야 그 크기를 인정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