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순애조교 위강력간물-34화 (34/119)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중에는 매일오전 0시 2회 연재할 예정이며 열심히 모아서 주말에 또 연참 좀 해보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배 위에 올라탄 독사

* * *

객실 창문으로 어렴풋이 달빛이 비추는 시각, 케이트는 긴긴 잠으로부터 깨어났다. 그녀가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어지러움이었다. 과음으로 인해 울렁거리는 속이 술을 마시다 의식을 잃었다는 기억을 되새기게 해주었다.

무언가 나쁜 꿈, 어쩌면 좋은 꿈을 꾸었는지도 몰랐다. 의식이 상당히 혼탁한 가운데 가슴과 배 안쪽으로부터 올라오는 통증이 살그머니 의식의 부상을 도와서 각성에 보탬이 되어주었다.

손바닥으로 맞았던 가슴 안쪽에 살짝 멍이 들었다. 평생 써본 적 없는 골반 안쪽의 근육이 지끈거려 도무지 몸을 편히 가눌 수가 없었다. 왜 이런 통증들이 느껴지는 것인지 골똘히 생각하자 조각조각 떨어져 있는 기억들이 하나둘 주워담아져 머리를 채웠다.

파과, 처녀를 잃는 일을 뜻하는 말이다. 강압, 또 폭력적으로 그녀는 범해져 처녀를 잃었다. 비록 기억이 온전하지는 않았으나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라서 현재라는 남자가 저질렀던 일들이 차례차례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고 지나갔다.

"윽!"

놀라 방 안을 살피던 케이트는 이미 놀랐지만 더욱 놀랍게도 같은 방 의자에 앉아 여유롭게 책을 읽고 있는 현재를 발견했다. 기름 램프의 불빛에 의존해 한 문장 한 문장을 음미하듯 읽어나가는 모습을. 그 모습이 도저히 오늘 강간을 저지른 사람으로는 생각되지 않아, 케이트는 순간 자신이 그냥 나쁜 꿈을 꿨던 것이 아닌지 의심이 될 지경이었다.

"당신……?"

목에도 느껴지는 지끈거리는 감각, 케이트는 의식을 잃기 전 최후에 목을 졸렸던 일을 떠올렸다. 몸 곳곳에 남은 아픔은 절대 거짓이 아니다. 또한 그게 꿈이라면 지금 알몸일 이유도 전혀 없었다. 그녀는 이불로 몸을 잘 가린 채 현재를 추궁했다.

"당신, 이거 범죄야. 신고할 거야. 감옥에 쳐넣을 거라고!"

몸 안쪽으로부터 확 올라온 천불에 입으로부터 화마를 토해냈다. 그래, 이건 분명 화가 난 것이다. 통제를 잃은 손이 절로 뻗어나가 그에게 삿대질을 했다. 현재는 가벼이 대답했다.

"흠, 그래?"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책에 집중하는 남자의 모습. 정말로 아무 일도 없었던 게 아닐까 다시 한 번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몸에 남은 감각은 선명했고, 남자는 범죄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저렇게 평온한 것일까? 분노로 달아올랐던 케이트의 몸이 반대로 오한을 느끼며 식은땀을 흘렸다. 저 남자는 무언가가 많이 이상했다. 첫인상부터가 거한인 데다가 눈빛이 흉흉해 영 믿음이 안 가는 남자였지만, 파리안의 소개장이 있어 믿었었는데…….

"당신은 길드장 님의 뭐야? 어떻게 소개장을 받은 거야?"

파리안의 소개장에는 그저 귀빈으로 잘 모시라는 말만 적혀있었지 무슨 관계인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는 말은 없었다. 그녀는 길드장이었기에 부하 직원인 케이트에게 자세한 설명을 할 의무 따위는 없었다. 그냥 그리 명령하면 됐을 뿐.

"설마, 이 강간 길드장 님께서 사주하신 거야?"

케이트의 얼굴이 흙빛으로 무너져내렸다. 파리안, 한때 동경하고 선망했던 선배가, 자신이 모셨던 상사가, 또 믿고 있던 사람이 자신을 망가뜨리려고 일을 꾸민 거라면 도저히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아니, 그냥 나의 독단이야. 파리안에게는 미안하게 됐네. 그녀 앞에서는 좋은 사람을 연기했으니까. 내가 이런 나쁜 남자인 줄은 몰랐을 텐데 말이야."

"윽."

케이트는 아주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었으나, 지금 상황에 안심해도 될 리가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갑자기 서러워서 눈물이 났다. 그녀가 처녀를 뗄 기회가 없었던 게 아니다. 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아끼고 있었던 거였다.

'첫경험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한 후에, 로맨틱한 분위기에서…….'

그런 소녀 같은 꿈을 품고 있었다. 그 꿈은 여기에서 끝났다. 사랑도 뭣도 없는 상황에서 잃은 처녀는 그녀에게 상실감과 허무함, 그리고 두려움만을 주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덜컥 임신해버리면 어쩌지?'

원하지도 않은 남자의 아이를 배게 되는 것 이상으로 여성으로서 비참한 일이 있을까. 케이트는 자신의 생리 주기를 떠올리며 불안에 떨었다. 당장 배란일은 아니겠지만 '그때까지 정자가 살아있을 확률'이란 건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0퍼센트가 아닌 명백한 가능성.

"그게, 그게 남을 강간한 사람의 태도야?"

너무 머리가 혼란스러운 탓에, 그리고 현재의 태도가 너무 기이한 탓에 케이트는 그런 어처구니 없는 질문을 던지고 말았다. 질문이라기보단, 따져묻는 것이다. 왜 남의 인생을 망쳐놓은 주제에 그렇게 담담하냐고.

"그럼 무슨 반응을 해주길 원하는데?"

"나를 협박하든가, 죄의식에 짓눌리든가, 잡혀갈 거를 두려워하든가, 그런 걸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정신이 혼미해지는 느낌, 왜 강간범에게 이런 걸 설명해줘야하는지 케이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억울함과 원통함에 눈물이 뚝뚝 떨어질 뿐이었다.

"미안한데 죄책감 따윌 느낄 거면 이런 짓 안했어. 잡혀갈 일은 없으니까 상관 없고. 협박은 뭐, 이렇게 하면 되나?"

현재는 탁, 소리를 내며 책을 덮고서는, 입가에 자그마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협박했다.

"이런 거 어때? 내가 너를 죽이는 거야. 그럼 너는 신고를 못하는 거지. 완벽한 계획 아냐?"

램프 불빛이 비추는 얼굴이 소름 돋았다. 그 눈빛은 사람을 죽여본 살인자, 아니, 수많은 사람을 학살해본 학살자의 눈빛이었다. 케이트는 몸을 덜덜 떨었다. 당장 그를 설득하지 않으면 살해당할 거라는 공포가 그녀를 덮쳤다.

"아, 아냐. 나는 이 상행의 책임자고, 많은 사람이 날 주시하고 있어. 내가 여기 와서 당신과 술을 마신 것도 다들 알잖아? 그러니까, 죽여서 입을 막는다고 전부 없던 일이 되는 게 아니야."

"그런가? 뭐 들키면 들키는 거고."

시큰둥한 현재의 반응에선 정말 강간이든 살인이든 그걸 누구에게 들키든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진심이 묻어났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죽을 병이라도 걸린 건가?'

인생을 다 산 노인네도 아니고, 자살 희망자도 아닌 듯 했는데. 대체 어째서 저렇게까지 여유로울 수 있는지 케이트는 도무지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째서 그렇게 태연한 거야?"

다행히도 현재는 기꺼이 그 여유의 근원을 설명해주었다.

"있잖아, 아까 그 목걸이, 황실의 기술자가 세공한 것처럼 아름답다고 했잖아? 사실 맞아. 황녀의 마차에서 훔쳤어. 제8 황녀 케루비아의 짐마차에서 이만큼 쓸어담아왔지. 던전에서 발견했다는 건 다 거짓말이었어. 미안."

현재는 졸부처럼 몸 여기저기서 값비싼 보석 장신구들을 꺼내 늘어놓았다. 하나하나가 매우 진귀한 보석이며, 그렇기에 정말 황가의 보물처럼도 보이는 물건들을.

"황녀의 마차를 털어?"

그 어떤 도적도 황실의 마차를 노리지 않는다. 그랬다간 그 지역에 대규모 토벌대가 들이닥치기 마련이었으니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건 더 살고 싶지 않은 사람들 뿐. 그것이 제국의 상식이었으나,

"황제의 군대랑 싸운다고 질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거든. 그러니까 보물을 좀 빌릴 수도 있고 그런 거지. 대충 나중에 불려 주면 그쪽에서도 고마워하지 않겠어? 아님 말고."

갚을 생각 따위 하나도 없는 주제에, 애초에 빌린 게 아니라 훔친 것이면서도 현재는 그렇게 너스레를 떨었다.

"미친 사람……."

케이트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떨렸다. 황제 뿐 아니라 그 피붙이, 아내, 친척 등 황실의 일원을 비난하기만 해도 황실모독죄로 목이 떨어질 수 있는 세상이다. 상대가 제8 황녀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보물을 훔쳐오다니. 이것은 재판에 들어가볼 여지도 없이 그냥 사형이었다. 사형 외의 형벌이 나올 리가 없었다.

"그러니까 그런 재미 없는 소리는 하지 마. 신고 하느니 뭐니 너무 시시하고 식상한 이야기잖아. 좀 만족할 만한 반응을 보여달라고. 예를 들면, 이 나이가 되도록 쓰질 못해 거미줄이 친 처녀 보지를 먹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 식으로 감사하며 절을 올리는 건 어때?"

"감사할 리가 없잖아!"

케이트는 얼굴이 시뻘개져 소리질렀다. 억울함에 흐르는 눈물은 뺨 뿐 아니라 뇌까지 적셨는지, 눈 앞에 있는 게 미친 살인마임을 알면서도 그 원통함을 호소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울부짖는 케이트에게 현재는 매우 뻔뻔스럽게도 되물었다.

"왜? 너도 즐겼잖아?"

"강간을 즐기는 사람이 어딨어!"

"어딨기는, 내 앞에 있네. 박고 있던 자지가 너무 푹 절어서 나는 네 자궁이 터지기라도 한 줄 알고 깜짝 놀랐지 뭐야. 핏물 범벅이 된 게 아닌가 싶었지. 그런데 잘 보니까, 그냥 평범하게 씹물을 질질 흘린 것 뿐이었지 뭐야?"

"헛소리!"

"헛소리가 아냐. 그럼 시험해볼래? 내가 널 쑤시면 얼마나 씹물이 잘 나오는지."

케이트는 이 미친 사람에게서 당장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침대 위에 널부러진 옷가지를 잡아들고 이불 속에서 그것들을 입으려고 했다.

"입지 마. 어차피 벗길 거니까. 기쁘게도 처녀를 개통한 날인데 벌써 끝내기엔 너무 아쉽지 않아?"

"오지 마, 아아, 아아아!"

다가오는 현재의 모습에 두려움과 불안이 몰려왔다. 눈 앞에 있는 건 어설프게 허세를 부리는 얼간이가 아니라 진짜배기 미친놈이었다.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는 미친놈.

"꺄,"

지르려던 비명은 커다란 손아귀에 붙잡혀 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케이트의 동공이 꼭 탈수 모드 세탁기 속의 빨랫감처럼 흔들렸다.

"살려, 줘."

"누가 죽인대? 그냥 같이 놀자는 거잖아."

현재가 부드럽게 웃었다. 그래봤자, 케이트에겐 광인의 흉소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싫어어, 싫어어!"

도리질을 치며 뒤로 물러나는 케이트, 그러나 침대는 그리 넓지 않고 그 등은 곧장 선실의 벽에 가로막혔다.

"왜 이렇게 내숭을 떠는지 모르겠네. 강간마저 즐기는 중증 마조히스트 주제에."

케이트는 현재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스스로가 성도착증 환자라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있잖아, 너. 아픈 게 기분 좋다고 생각하지? 가끔 삐끗해서 어디가 아파오면, 왜인지 살아있단 실감이 들고, 상대방한테 욕 먹고 무시 당하면, 무언가 흥분이 느껴지지?"

"아냐."

"이렇게 억지로 덮쳐들면, 두근거리는 거잖아?"

현재는 케이트가 몸을 가린 이불을 뺏어 치우고, 드러난 몸매를 다시금 감상했다. 새하얀 피부는 램프 불빛을 받아 머리칼과 비슷한 주홍으로 번뜩이고 있었다. 피와 정액과 애액은 아까 물수건으로 닦아냈기에 지금 그녀의 나신은 깨끗했다. 그리고 아름다웠다.

"가슴은 너무 작아서 만질 게 없지. 그리고 함몰 유두야. 태어날 아이가 불쌍하다. 어미가 젖 하나 제대로 물리지 못할 테니까."

"윽? 으읏?"

현재는 본심과는 반대로 케이트의 가슴을 비웃었다. 조금 작기는 해도 모양 좋은 가슴이었고, 함몰 유두도 나름의 신선함이 있어서 즐길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 매도는 그냥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그저 케이트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 위해 하는 것 뿐이었다.

한 번 맛이 가버린 이후 가학 성향을 각성해버린 현재는 여자를 범할 때 그 인격을 모독하는 것을 즐기는 버릇이 생겼는데, 여태까지 성교했던 여자만 봐도 처음부터 끝까지 죽이 척척 맞아 서로 존중했던 파리안을 제외하고는, 모두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구사하고 있었다. 그런 취향이었다.

"강간마 주제에!"

그래서 알 수 있었다. 케이트의 반응은 일반적인 여성의 반응이 아니었다. 어딘가 어설픈, 욕을 먹는 것을 진심으로 싫어하는 게 아닌 모습. 욕을 먹으면 싫어하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니까 그것을 흉내내는 듯한, 미묘한 어설픔, 애매한 반응이 느껴졌다.

"이런 불쌍한 젖을 보여주면 결혼할 사람도 학을 떼면서 도망갈걸? 평생 숨겨야겠네. 아니면 항상 발기하고 다니든가. 그건 자신 있지? 너 엄청 변태니까 하루종일 흥분 상태잖아."

"하지 마……."

현재는 케이트의 반응에서 그녀가 즐기고 있다는 걸 확신했다. 완전히 미쳐버린 현재지만 그라고 해도 케이트에 대해선 정말 미친 사람이라고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바로 아까 강간당한 데다가 지금도 위협 받고 있는데 욕 좀 들었다고 흥분하고 있는 거야?'

살 사이에 파묻힌 유두에 손을 넣어 괴롭혀준 것도 아닌데, 강간 당할 것 같은 분위기와 조금의 매도만으로 케이트의 유두가 발딱 서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걸레년이 욕 좀 해줬다고 섰네? 안녕, 유두야. 만나서 반가워."

"어?"

케이트는 현재의 말이 거짓말이길 바랬으나 정말 유두가 빳빳이 서있었다. 평소에는 슬쩍 부풀어오르는 게 느껴지더라도 어디 잘못 스쳐서 그런 것이리라고 혼자 변명을 하고는 했는데. 지금은 알몸이니 그런 변명조차도 할 수가 없었다.

'정말 매도 당해서 선 건가?'

케이트의 얼굴이 굳었다. 그녀는 매우 당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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