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갑자기 온 손님
* * *
"멈춰."
그때 난입하는 인물이 있었다. 현재에게 잔뜩 쫄아 움츠러든 병사들은 아니었다. 익숙한 목소리였고 질리도록 본 얼굴이었다. 분홍 머리의 단발이 귀여운 소녀, 미아.
"무슨 일이야?"
그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현재는 굳이 물었다. 미아가 그가 생각한 말을 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러나 미아는 그가 생각한 그 말을 했다.
"억지로 하는 건 강간이잖아. 하지 마."
그녀는 꼭 십년지기 친구의 범행을 말리는 사람처럼 꼿꼿하고도 당당하게 그렇게 말했다. 현재는 그게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방금 죽인 병사가 스물을 넘어. 그런데, 강간은 살인보다도 더한 범죄인 거냐? 아니면 내가 한참 사람을 죽이던 차에 끼어들어 말리지 그랬어. 싸움을 멈춰요! 살인은 나쁜 거에요! 그렇게 재잘댔으면 됐잖아. 너한테 절대 어울리지 않게 말이야."
현재에게 싸우고 죽이는 방법을 가르친 건 미아였다. 그 양심을 깎아내고 마음이 망가지게 도려낸 것 또한. 그렇기에, 현재는 온힘을 다해 비아냥댔다.
"이야, 여자는 진짜 이상하네. 남을 죽이는 동안은 꼼짝도 않고 보고만 있다가 이제 와서 하는 소리가 강간은 안돼? 대단한 공감 능력에 눈물이 나서 죽을 것 같아. 내가 잘 안 우는 사람인데, 너무 웃겨서 눈물이 나네. 크하하하하!"
"그들은 무장한 병사였고 누군가를 죽이려 든 습격자였어. 하지만 황녀님은 비무장이고 너한테 해를 끼칠 생각도 없잖아. 그럴 능력도 없겠지만."
"맞다! 지금이라면 모든 죄를 사하여 주마. 이 몸을 놓아주기만 한다면……."
현재에게 대등하게 덤벼들어 따박따박 말대꾸를 하는 미아를 보고 희망을 품은 황녀가 그 동앗줄을 붙잡기 위해 요란하게 호응을 했다.
"성욕이 들끓는다면 나한테 풀어. 여태까지 그래왔듯이. 그러면 되잖아?"
미아의 눈에 깃든 감정은 그 종류와 수가 너무 많아 현재는 도무지 다 읽어낼 수가 없었다. 다만,
"싫어. 너 생리 중이잖아."
읽어낼 생각도 없었다.
"피 비린내, 아니 피 썩은내 나는 보지에 박으라는 거야? 사람을 무시해도 정도가 있지. 아니면 나는 구멍이면 다 좋은 병신인줄 알았냐? 지랄하고 있네."
모멸감을 주는 단어를 결코 거르지 않으면서 현재는 미아의 자존심을 박박 긁어내었다. 미아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다. 현재가 꼭 그녀의 생리혈 냄새를 아주 잘 안다는 듯이 말하고 있지 않은가. 굉장히 신경 써서 숨겼는데도, 새어나갈 정도로 악취가 심했다는 듯이.
물론 현재가 말한 것은 지구의 일반 상식에서 기인한 것으로 그가 직접 그 냄새를 맡아본 것은 아니었다. 미아가 애써 숨긴 냄새가 풍길 정도로 그 냄새가 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재는 미아의 마음을 후려쳐 상처를 내는 게 목적이었으므로 그런 세세한 사정까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는 미아를 비웃으며 일갈했다.
"야, 선 넘지마."
현재의 눈에 살을 에는 듯한 한기가 서렸다. 미아는 그 시선을 정면에서 받아야 했다. 그의 입이 열리고, 하나의 거짓도 과장도 첨가되지 않은 소리가 튀어나왔다.
"약자는 반드시 강자의 비위를 맞춰야 해. 거스르는 일 따위를 했다간 살아남지 못해. 전부 다 네가 나에게 그렇게 가르친 거야. 그런데 네가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훈수를 두면 안되지 않아? 너, 약하잖아 나보다. 꼬우면 강했어야지."
구구절절 맞는 말이라, 사실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미아가 현재에게 그렇게 말하고 가르쳤던 것은 사실인지라 미아는 아무 반박도 할 수 없었다. 꿀 먹은 듯이 벙어리가 되어버린 미아의 모습에 현재는 이전에 쌓였던 앙금이 조금씩 해소되는 시원한 기분을 느꼈다. 그래서 그 마음에 조금이나마 자비의 싹이 피어올랐다.
"강간을 막을 기회는 줄 수 없지만 강간을 도울 기회는 줄게. 봐, 이 녀석 하나도 젖지 않았거든? 분명 내 자지를 꽂으면 속이 다 찢어져 죽어버리겠지. 그러니까 너한테 애무할 기회를 줄게. 어때, 고맙지?"
들을 가치도 없는 모욕, 그러나 한 편으로는 그나마 내려온 동앗줄이기도 했다. 강간 당한 여자가 속이 찢어져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버리는 일은 그리 흔하지도 않지만, 또 그리 드물지도 않은 일이었다. 아는 사람은 다들 알음알음 아는 이야기. 미아는 선택해야 했다.
현재는 착한 사람이다. 사실은 착한 사람이었다. 지구의 한국의 규범에 맞춰진 모범 시민은 이 세계를 살아가기엔 너무나 선량하고 무해해서, 그가 남을 때리고 죽이고 빼앗고 범할 수 있도록 만들어버린 것은 미아였다.
그런 착했던 현재가 저 나락으로, 더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일 따윈 말리고 싶다. 말리고 싶지만, 말릴 수 없다. 약자는 강자에게 저항해서는 안돼. 그녀가 이전에 그에게 강제로 쑤셔넣은 논리는 이제 그녀를 겁박하는 사슬이 되어 옴짝달싹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스스로의 업보로 인해 그가 떨어지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막을 자격이 없다면,
'같은 죄를 함께 쌓는 것이 조그마한 속죄라도 될 수 있다면……. 네가 쌓는 죄의 크기를 아주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일이라면…….'
차라리 함께 하자고, 그런 생각에 미아는 현재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죽을 것 같은 표정 하지 마. 꼭 내가 죽으라고 시킨 것 같잖아. 나는 그냥 황녀님을 강간할 수 있게 애무를 좀 도와달라고 했을 뿐인데, 꼭 못할 일을 시킨 것 같다?"
"……할게."
"좋아. 그럼 나는 옆에서 구경하고 있을게. 열심히 해봐. 대신 밍기적거리면 두고 보지는 않을 거야."
현재는 마차 한 구석에 팔짱을 끼고 앉았다. 황녀의 마차인지라 크고 넓었고 안에서는 좋은 냄새가 났다. 바닥에는 폭신한 카펫이 깔려 있었고 앉는 곳은 부드러운 소파 같았다. 미아는 그 위에 황녀를 앉혀 다리를 벌렸다. 옷은 진작에 현재가 다 찢어버렸기에 따로 벗길 필요도 없었다.
"잠깐, 그만 두거라. 네 동료지 않느냐? 분명 설득할 수 있을 게다."
황녀는 말로써 저항을 시도했으나 미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일은 없어요. 저한테는, 저한테도 불가능해요. 황녀님한테도 마찬가지고요."
그녀의 눈이 슬픈 기색을 띄었다.
"이게 가장 덜 다치는 길이에요. 웅크리세요. 마음을 닫고, 그냥 지나가기를 기다리세요. 견디세요."
모든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고 원하지 않는 것은 일어나지 않는 편리한 기적은 없다. 누군가가 무엇을 얻기로 정했다면, 그를 위해 몇 가지를 포기해야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었다.
순결을 지키고 싶다면, 목숨은 포기해야 했다. 목숨을 지키고 싶다면, 순결은 포기해야 했다. 둘 다 지킨다는 선택지는 황녀에겐 주어지지 않았다. 미아가 줄 수도 없었다. 정말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이상은.
그러나 여느 때처럼 기적은 없고, 미아는 마음을 다졌다.
"힘 빼시고, 마음을 편안히 하세요."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 따위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미아는 그런 무리한 요구를 했다. 그녀의 양손이 황녀의 허벅지를 잡고 다리를 벌렸다.
미아는 얼굴을 황녀의 가랑이 사이에 묻었다. 귀하신 분 답게 평소에 몸을 깨끗이 하는지 악취나 심한 체취는 나지 않았다.
허벅지 사이에서 은은하게 올라오는 살 냄새와, 전혀 젖지 않은 성기에서 밀려오는 체향. 본래 이성의 체취는 본능적인 끌림을 일으키고, 동성의 체취는 본능적인 혐오를 일으킨다. 같은 여자의 냄새는 미아를 눈살 찌푸리게 만들었으나, 그녀는 그냥 참았다.
할짝,
혀를 내민 미아는 보지의 윗쪽을 핥았다. 클리토리스가 살가죽에 덮여 숨어있는 곳이다. 여성성을 핀포인트로 자극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부분은 없었다.
혀는 따로 적시지 않아도 침으로 미끌미끌하고, 부드러워 다칠 위험도 적다. 그렇기에 너무 세게 혀뿌리에 힘을 넣지만 않으면 따로 조심할 것도 없었다. 미아는 그렇게 황녀의 클리토리스를 자극했다.
"히익!"
성지식은 있으나 자위 한 번 해보지 않은 처녀, 심지어는 몸을 씻는 것도 시녀들이 해주어 제 손으로 콩알을 만져본 적도 없는 황녀였다. 당연히 그런 은밀한 부위에 혀가 닿아본 적 따위 없었던 그녀는 전혀 새로운 낯선 감각에 몸을 떨었다.
"싫어, 안돼, 하지 마."
머뭇거리면 분명하게 현재는 덮쳐든다. 그렇기에 미아는 멈출 수 없었다. 뱀의 낼름거리는 혀처럼, 그녀의 혀가 꾸준하게 황녀의 클리토리스를 자극했다.
"아냐! 그만! 하지 마!"
황녀의 작은 두 손이 필사적으로 미아의 머리를 밀어냈으나, 그런 정도로 밀려줄 미아가 아니었다. 그녀의 목힘은 명백하게 황녀의 팔힘보다 강했다. 황녀는 단 한 치도 뒤로 밀려주지 않는 미아의 머리에 큰 압박감을 느꼈다.
"앗! 흐응!"
클리토리스는 남자로 치면 귀두에 해당하는 부분, 심지어 귀두보다도 더욱 민감하다고 알려진 부분이었다. 씻을 때를 빼고는 항상 포피에 덮여있던 그 부분이 얼마나 민감할지는, 따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대부분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겠지.
하여 황녀는, 처음 느끼는 아찔함에 아랫도리로 피가 몰려가고, 얼굴부터 아래로 온몸이 다 뜨거워지며, 왜인지 무언가를 은밀한 구멍에 꽂아넣고 싶다는 생경한 감각을, 하나하나 온몸으로 견뎌내야 했다.
"힉! 그만!"
미아의 혀가 멈췄다. 현재는 주시했다. 조금이라도 물러서는 낌새가 보이면 당장 끼어들어 밀어내고 황녀를 강간할 셈이었다. 그러나 미아는 다음 순서로 넘어갔을 뿐 멈춘 게 아니었다.
머리를 한 층, 이미 낮은 자세에 한 층 더 낮춘 미아는 황녀의 미사용 신품 보지에 혀를 넣었다. 손가락보다 부드럽고 촉촉하지만 대신 옆으로는 넓은 물건이 아직 좁고 벌어지지 않은 황녀의 동굴을 파고들었다.
"이상해! 그만해!"
겨우 미아의 작고 부드러운 혀가 들어갔을 뿐인데, 무언가 커다란 것이 침입한 것 같은 이물감에 황녀가 몸을 떨었다. 그러나 공격은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미아의 코가 의도적으로 황녀의 콩알을 부볐다. 침으로 흠뻑 젖은 콩알이기에 아픔까지는 아니었으나, 역시 너무나 예민한 콩알은 딱딱하지 않은 코의 피부가 닿는 것만으로 커다란 자극을 받았다.
"악! 하악!"
황녀의 호흡이 눈에 띄게 흩뜨려졌다. 시시때때로 예고 없이 찾아오는 쾌락에 고른 숨을 쉴 수 없게 된 것이었다. 계속해서 달아오른 몸은 온몸을 시뻘겋게 붉히고 있었고, 눈가에는 눈물방울이 맺히다 못해 주륵주륵 흐르고 있었다.
현재는 그 광경을 매우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계속 머뭇대고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리라고 생각했는데 미아는 너무 잘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처녀였다는 게 의심이 갈 정도로. 현재는 그 호기심을 결코 숨기지 않았다.
"이야. 잘하네. 꼭 주인님과 즐겁게 노는 암캐 같아서 참 보기가 좋아. 그런데 왜 이렇게 잘하냐? 혹시 처음이 아니야? 어쩐지 던전행마다 여자들이랑만 다니더니, 원래 그런 취향이었냐?"
현재의 매도에 마침내 미아의 혀가 황녀의 은밀한 구멍으로부터 빠져나왔다. 그녀는 항변했다.
"아니야. 여자 모험가만 파티에 끼운 것은 남자가 끼면 나한테 추파를 던지기 때문에 꺼려왔던 것 뿐. 자는 새에 무슨 짓을 당할지도 모르고. 그러니까 내가 여자를 좋아해서 그런 게 아니야. 당연히, 이런 짓을 해본 적도 없고."
"그럼 뭐야. 맨날 누군가가 이렇게 해주기를 바라고 또 망상하면서 자위라도 했어? 누가 내 보지에 이렇게 혀를 쳐박고 쑤시면서 코로는 콩알을 비벼줬으면, 하고 바랬냐는 말이야. 진작 말하지 그랬어? 마음대로 구멍을 쓰는 대가로 이 정도는 해줄 수도 있었는데."
"……."
그 말은 연인과의 더 나은 성생활을 위한 질문 따위는 아니었다. 철저하게 미아를 욕보이고 모독하기 위한 말이었다.
미아는 괜히 부정해봤자 더 깊은 추궁이 들어올 뿐이며, 이야기를 하면 할 수록 더 천박한 말과 모욕적인 언사가 돌아올 것임을 알았다. 그렇기에 그냥, 황녀를 애무하는 일을 계속하는 것으로 도망치기로 했다.
"너, 처녀를 되게 좋아하는 것 같던데. 내 손가락이 먼저 들어가는 것 정도는 상관 없겠지?"
혀로써는 처녀막이 찢어질 확률이 지극히 적지만, 본격적으로 손가락을 쓰면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미아는 물었고, 역시 난폭한 대답이 돌아왔다.
"꼭 네가 사람인 것처럼 말한다? 너 내 자지 꽂이잖아. 그냥 언제 박아도 좋은 장난감. 장난감끼리 얽히고 섥힌다고 화를 내는 사람은 없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내용의 전부가 그녀를 매도하기 위한 말이었으나 한 마디로 해석하면 좋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미아는 황녀의 질내에 손가락을 넣고, 질구를 빨던 혀는 가슴으로 옮겼다.
"흐윽……."
애무 당하는 황녀는 몸이 붉게 달아오른 만큼, 그 얼굴을 검은 수심으로 가득히 채우고 있었다. 동성에게 애무 당하는 거부감도 거부감이었지만, 얼마 후 반드시 다가오게 될 남성기의 삽입이 가장 큰 문제였다.
피할 수 있는 길은 없어 보였고, 실제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따위는 없었지만, 그렇기에 그런 만큼 소녀는 간절히 기도했다.
'제발, 누군가 구해줘.'
그때 마차 바깥에서 섬광이 날아왔다. 그것은 벼락 같은 칼날이었다.
"황녀님!"
뒤늦게 남자의 목소리가 따라붙었고, 그 목소리의 주인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