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오늘은 내가 요리사
* * *
잊혀진 여자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미아. 나이는 열아홉 살이며 레벨 40의 검사이고 소도시 아르젠타에서 가장 강한 인간이자 도시의 수호자고, 또한 유명한 모험가이기도 했다.
그러나 여신의 힘으로 각성한 유현재를 따라 꽤 먼 도시 메스토크까지 찾아온 그녀는 현재 그 화려한 타이틀에 어울리지 않게 혼자 여관에 쳐박혀 빈둥거리고 있었다.
아니, 빈둥거린다는 표현은 맞지 않으리라. 그녀는 우울과 싸우면서 저절로 즙을 짜내려는 눈물샘을 짓누르고는 불만 가득한 마음을 잠재우려 노력하고 있었다.
'진짜, 왜 이래? 나. 어이 없게.'
지금 그녀가 가장 미워하는 것은 바로 자신이었다.
'제대로 된 관계가 될 수 없다는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으면서.'
그녀는 또 닿을 리 없는 만약을, 잡을 수 없었던 만약을 생각했다. 만약에 말야, 우리, 조금 다른 곳에서 다른 관계로 만났었다면…….
미아는 도리도리 고개를 저어 제 목을 조르는 그림자 같은 만약을 떨쳐냈다. 있지 않은 것에는 의미가 없다. 실현될 리 없는 것은 망상이요 공허함이니 그런 것에 매달리는 것은 결코 그녀 답지 않았다.
그녀가 누구인가? 도시의 수호자, 베테랑 모험가, 영웅이라고까지 불리었던 대단한 사람이다. 이런 나약한 자세 따위 결코 어울리지 않아. 그렇게 계속 되새기면서 우울감을 떨쳐내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런 돼지 같은 여자가 뭐가 좋다고.'
비난의 화살은 파란 머리 아가씨를 향했다. 사실 파리안은 비만과는 거리가 멀었다. 통통함이란 표현도 그리 어울리지는 않아, 쭉쭉빵빵 잘 빠진 몸매라는 말이야 말로 그녀의 몸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이었다.
파리안의 몸이 약간 부해보이는 것은, 전적으로 그 너무 커다란 가슴 탓이었다.
미아는 자신의 결코 작지 않은 말랑한 가슴을 주물럭거렸다. 그 크기는 확실하게 평균 이상이었다. 파리안이란 여자가 너무 파렴치하게 커다란 가슴을 가지고 있는 것 뿐이었다.
'짜증나, 진짜.'
차라리 아르젠타에 남을 걸 그랬나. 하지만, 현재가 도시를 떠나가던 그때에 미아는 결코 현재를 따라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냥 이별하면 영영 다시는 볼 수 없으리란 너무나도 강렬한 확신이 들었고, 그녀 자신이 현재를 망가뜨렸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그냥 이대로 떠나보내고 싶지 않다는 강한 집착과 미련을 느꼈기에 미아는 현재를 따라오는 것 이외의 선택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따라오면 어쩔 건가. 두 사람은 알콩달콩 예쁜 사랑을 하는 정상적인 연인 따위는 될 수 없었다. 아니, 현재가 자신을 증오하고 미워하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어느 정도는 그런 감정이 있으리라고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무슨 취급을 당해도, 어떤 행위를 해도 묵묵히 참고 있었다. 그렇기에 다른 여자에게 추파를 던지고 그녀를 불쑥 따라가버린다고 해도, 도저히 붙잡을 수가 없었다.
"바보, 바보, 병신, 머저리, 해파리, 겁쟁이, 멍청이."
그 욕은 현재를 향한 것이었는가 아니면 미아 자신을 향한 것이었는가. 그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눈물만은 흘리지 말아야지. 그저 그렇게 다짐하였기에 소녀는 끝내 뺨을 적시는 일만은 참아낼 수 있었다.
'현재는 나한테 아무 것도 얘기해주지 않아.'
그 위대한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인간이 살지 않는 저주 받은 대지에는 어째서 찾아가는 것인지, 여행이 벌써 일주일이 넘었음에도 현재는 아직 미아에게 그 무엇도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 속마음도.
'자업자득이지. 내가 뿌린 씨앗 만큼 그대로 거두는 것 뿐이야.'
미아는 그 사실을 슬퍼할 이유도, 캐물을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 또한 속마음을 꽁꽁 감추고 있지 않았던가. 현재의 말대로 3년동안 미아는 현재를 안아주지도 않았고 북돋아주지도 않았고 칭찬도 별로 해준 적이 없었다. 그저 계속해서 괴롭히고 또 괴롭혔을 뿐. 그러니까 이건, 그냥 지은 죄 만큼의 벌이 돌아오는 것 뿐이다. 아니 지은 죄 만큼의 벌을 받으려면 한참 멀었다.
'주제 넘지 마. 너는 딱 이런 위치가 어울려.'
그래서 미아는 괜히 주제 넘어 가져선 안될 것을 갈구하는 자신의 마음을 꾸짖었다.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년이라고 욕도 해보았다. 그렇지만, 그것 만으로 꿈틀거리는 마음이 쉽사리 진정되지는 않았다.
'차라리 오늘 그 녀석이 돌아오지 않았으면.'
미아는 이 감정을 모조리 숨기는 게 아주 어려울 것 같아, 차라리 현재가 오늘 이 여관에 돌아오지 않기를 바랬다. 그러나 그 바램이 진짜로 이루어질 줄은 몰랐다. 현재는 그날 여관에 아예 돌아오지 않았다.
* * *
밤을 다 지새워 정을 나눈 후에 실신할 듯이 헤롱거리는, 실제로 몇 번이나 실신했던 탓에 다리가 풀려 잘 걷지 못하는 파리안을 안다시피 해서 집에 데려다 준 후, 현재는 의상점에 들려 며칠 전 주문했던 맞춤옷을 받아 챙겼다. 오늘이 약속된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상상도 못했던 디자인의 옷, 만드느라 재밌었습니다. 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래요."
의상점의 여주인은 웃으면서 완성된 옷을 건넸다. 종이 봉투를 받아들고서 현재는 여관으로 돌아왔다. 잠을 자지 않은 것인지 상당히 퀭한 눈을 한 미아가 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뭐야, 못 잤어? 아직도 몸이 별로 안 좋아?"
"아니, 그런 거 없어."
생기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왠지 기분이 많이 안 좋아보이네. 현재는 그리 생각했으나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밥은 먹었어? 나는 먹고 왔는데."
파리안은 굳이 현재를 붙잡고 아침밥을 먹여 보냈다. 상업 길드의 부길드장, 이제는 길드장이 된 그녀는 집에 전속 요리사를 데리고 있었고 그녀 취향에 맞는 담백한 식사를 차려 대접해주었다. 현재의 입에도 그다지 나쁘지 않은 실리를 추구하는 요리였다. 충분히 훌륭한 맛이었다.
"생각 없어."
미아는 쌀쌀 맞게 대답했다.
'생리인가?'
현재는 여자의 그날이 찾아왔나보다 하고 대충 넘겼다.
"그때 의상점에 맡겼던 옷, 오늘 받아왔어."
현재의 말에 미아의 눈에 살며시 생기가 돌아왔다. 그녀는 현재로부터 옷이 든 종이봉투를 받아들였다.
'작네, 드레스는 아닌가 봐.'
그것은 드레스를 담기엔 너무 작은 봉투였다. 치렁치렁한 원피스는 아무리 접더라도 그 부피가 상당했으니까. 종이봉투는 매우 가벼웠다. 정말 별 것 들지 않은 것처럼.
"이게 뭐야?"
그걸 열어본 미아는 당황했다. 생전 처음 보는 형태의 의상이었다. 반질거리는 옷의 광택과 탱탱거리는 촉감은 여지껏 입어보기는 커녕 만져본 적도 들어본 적도 상상해본 적도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바니걸이었다.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옷. 현재는 그런 취향의 옷을 잘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은 미아가 곁에 있었기에 지구에 살던 시절에 갖고 있었던 성욕을 다시금 떠올려내고, 이 세계의 의상점에 그것을 의뢰한 것이었다. 솔직히 미아가 그런 옷을 입은 게 보고 싶었다.
토끼 귀를 본딴 머리띠와 와이셔츠를 흉내낸 핸드 커프스, 넥초커, 그리고 꼬리가 달린 레오타드로 이루어진 구성. 이 세계에 합성 스판덱스 소재는 없기에 그 부분은 천연 고무인 라텍스로 대체되었다. 몸매가 더욱 선명히 드러나는 고무 소재는 어찌 보면 스판덱스보다 더 우월한 면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옷을 본 미아는 마침내 여태까지 참아왔던 눈물을 또르르 흘려냈다.
"어? 왜 울어?"
"하, 좋아서. 내가 선물을 다 받고 기뻐서 그냥 눈물이 나네."
미아는 웃었다. 허탈감이 가득 담긴 실소. 현재는 그게 비꼬는 말이란 건 알았지만 왜 미아가 눈물을 흘릴 정도로 심사가 뒤틀렸는지 알 수 없었다.
'알고 있었어. 알고 있었지. 그러니까 울지 마.'
다리도 팔도 가려주지 않는 바니걸의 몸통 부분은 이 세계에서 가장 천한 창부가 입는 옷보다도 노골적으로 섹스 어필에 특화된 의상이었다. 옷을 입고서도 배와 가슴은 물론이고 아랫도리의 도끼가죽까지 선명하게 남는 것은 분명 그쪽 일에 특화된 의상이라고 아무리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냥 박기 좋은 편한 여자일 뿐인 건데, 혹시 나랑 같은 감정은 아닐까 망상이나 하고 설레기나 하고, 진짜 병신 머저리 같은 년.'
남자는 커녕 남을 대하는 법조차 잘 알지 못했던 어설프고 어렸던 소녀는, 지금 완전히 싸늘하게 식어버린 마음을 굳게 걸어 잠갔다. 다른 누가 침입해 들어올 수 없도록. 그래서 자신이 상처 받는 일 없도록.
'관계는 허상, 자기를 지키는 것은 자기 뿐. 정이니 뭐니 하는 건 다 부질 없는 곁가지일 뿐이야.'
텅 빈 공허함으로 그녀는 현재가 가져온 옷을 입었다. 입었다는 표현이 민망할 정도로 몸의 곳곳을 드러낸 의상이었다. 윗가슴, 어깨, 쇄골, 팔, 허벅지, 종아리, 어느 하나 가려지는 부위가 없었다. 그야말로 섹스만을 위한 음란한 의상이었다.
"어때? 잘 어울려?"
현재는 묘하게 적극적인 미아의 태도에 그 잠깐 새에 화가 풀렸나 싶어 혼란스러웠다.
"엄청 예뻐."
그래서 일단 그는 칭찬했다. 빈 말은 아니었다. 백 퍼센트 그의 본심이었다. 아름다운 미아의 얼굴과 몸에 그의 취향인 바니걸 의상이 더해지자 참기 힘들 정도로 몸이 쑤셨다. 당장이라도 덮쳐들고 싶을 정도로.
그러나 오늘 먼저 덮쳐든 것은 미아였다. 그런 일은 처음이었다. 항상 현재가 먼저 들이대고 마지 못한 듯 속죄하는 듯 가만히 그것을 받아들이고 감내했던 미아였는데, 선공을 펼쳐온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현재는 그것이 당황스러웠다.
'대체 왜 이래 오늘?'
미아는 빳빳하게 선 현재의 자지를 대뜸 입에 집어넣었다.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의 냄새가 났다. 조금 시간이 지난 정도론 다 사라지지 않은 애액 특유의 향이, 그게 현재의 자지에 묻어있다는 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짜증이 났다.
미아의 얼굴은 작고, 그에 따라 입도 작았다. 입 전체에 현재의 자지를 머금어도 그 반 정도 밖에는 수납할 수 없었다. 그러나 입이 끝은 아니었다. 인간의 입에는 그 뒤로 이어지는 식도라는 기관이 있다. 그래서 삼켰다.
딥쓰롯, 목젖을 넘어 식도까지 자지를 집어넣는 그 행위는 초심자가 내키는대로 해도 되는 것이 아니었다. 격한 구토감이 미아의 목을 괴롭혔다. 그것은 애무가 아니라 자해와 같았다. 기다란 몽둥이를 목구멍에 마구 쑤셔넣는 자해. 그러나 미아는 그 상태로 몸을 앞뒤로 흔들기까지 했다.
"윽!"
식도의 말도 안되게 조이는 느낌. 축축하면서도 뜨거운 미아의 입안 열기가 현재의 자지를 훑고, 귀두 부분은 좁은 목구멍에 조여져서 커다란 압박감을 느꼈다. 그제서야 현재는 왜 여자의 입이 때로는 입보지라 불리는지 알 것 같았다. 그곳은 결코 아랫입에 지지 않는 훌륭한 성기였다.
"하아!"
느껴본 적 없는 새로움에 현재는 일 분도 되지 않아 싸고 말았다. 새벽 내내 섹스를 하느라 더욱 민감해진 자지는 이 강렬한 자극을 오래 버틸 수 없었다. 그렇다 한들 이렇게 빨리 싼 건 처음이었는데. 꼭 조루가 된 느낌이라 부끄럽기까지 했다.
"왜 이래?"
약간의 현자타임이 찾아왔다. 아무리 지칠 줄을 모르는 체력과 끊일 줄을 모르는 정력을 가지고 있는 현재라도 이렇게나 자주 또 오래하면 그런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조금이나마 오른 지능으로 이 상황을 분석하려 애썼다. 대체 미아는 왜 저러는 것일까?
"어차피 이렇게 쓰고 싶어서 만든 의상 아니야? 그럼 당연히 용도에 맞춰줘야지."
미아는 가는 손가락을 의상의 아랫도리에 끼워, 얇은 끈 같은 부분을 치우고 선연한 핑크빛의 보지를 드러냈다. 그리고 그대로 방금 사정한 현재의 자지를 거기에 끼웠다.
"하윽."
"야, 너, 하나도 안 젖었잖아."
미아의 안은 조금 매끈거릴 뿐, 축축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현재 정도의 거근을 그 작은 몸이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 싶을 때까지 젖지 않으면 안됐다. 하지만 미아는 그런 걸 개의치 않는 듯이, 곧장 위아래로 몸을 흔들었다.
"윽!"
당연히 찔리는 쪽만 아프지는 않다. 귀두는 매우 민감한 기관. 이렇게 윤활제가 부족한 채로 흔들면 현재도 아플 수 밖에 없었다. 그 아픔에 꼿꼿이 섰던 자지가 도로 쪼그라들 정도였다.
"아픈 쪽이 좋아."
그러나 미아는 허리를 튕기는 걸 멈추지 않았다. 이것 또한 섹스보다는 자해에 가까웠다.
'아파야 괜한 기대를 하지 않을 거 아니야.'
그러나 아픔이 그리 길지는 않았다. 덜 젖은 채로 마구 찔린 질벽은 이대로 가단 다친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필사적으로 애액을 분비했다. 그래서 미아의 질내는 금방 축축하게 젖어들었고, 그런 만큼 현재 쪽도 아픔이 줄어들어 쾌감만이 남으며 다시금 단단하게 자지를 발기시켰다.
"아, 히윽!"
미아의 아랫도리로부터 몸 전체를 때리는 듯한 뜨거움과 열락이 퍼져나가 머리를 녹였다. 꼭 뇌가 녹아 바보가 되는 듯한 느낌. 미아는 그게 좋았다.
'이렇게 기분 좋은 동안엔, 쓸 데 없는 건 다 잊어버릴 수 있으니까.'
사랑이니 관계니 뭐니 하는 그따위 것들은 모두 하찮게 만들어버리는 쾌락, 다 던져버리고 놓아버리고 잊어버릴 수 있게 해주는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열락, 미아는 차라리 그 안에 묻혀 모든 걸 잊어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오늘의 그녀는 매우 거칠었고 또 짐승 같았다.
"하아, 하아……."
그러나 오늘도 그녀가 승리하는 일은 없었다. 초월자인 현재는 하루를 넘어 날짜가 바뀌고 상대를 바꾼 섹스에서도 끝까지 쓰러지지 않았다. 먼저 정신을 잃은 건 체력이 부족한 미아 쪽이었다.
"그냥 발정난 거지? 그렇게 섹스가 좋으면 아주 죽을 때까지 해줄게."
제 취향의 의상을 입고 마구 덤벼드는 미아의 모습은 현재의 내면의 야수를 깨워 일으켰다. 계속 리드 당하는 것은 그의 취향이 아니었다.
그는 상대인 여자를 울리고 정신 못차리게 만들 때야말로 진정으로 살아있음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항상 미아가 엉엉 울면서 제발 멈춰달라고 할 때까지 범했지만, 오늘 미아는 결코 멈춰달라고 하지 않았다.
미아는 끝까지 그 말을 하지 않고 버티다가 정말로 기절해버렸다. 그리고 깨어나면 다시 덮쳤다. 그리고 또 기절했다.
현재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날짜가 이틀이나 지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