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10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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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요리사
* * *
며칠을 걷다 보니 어느새 미아의 등에 매여있던 배낭 두 개는 모조리 현재의 등 뒤로 옮겨져 있었다. 작은 체구에 큰 짐을 짊어지고 가는 것이 가여워서는 아니었다. 그저 배낭이 현재가 즐기는 데에 거슬리기 때문이었다.
"으……."
현재는 길을 걸으며 미아의 엉덩이를 주무르고 있었다. 작지만 부드러우면서도 탱글거림이 공존하는 좋은 엉덩이였다. 다만 그 체격 차이 탓인지 한손에 쏙 들어오기에 약간 부족하여 남는 손가락이 절로 허벅지까지 내려간다는 것이 아쉬웠다. 엉덩이가 조금만 더 컸다면 좋았을 거라는 느낌이었다.
미아는 제 엉덩이를 멋대로 주물거리는 현재의 손을 쳐낼 수가 없었다. 뭐든지 하겠다고 말한 주제에 이런 것까지 거부할 수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이 정도는 형편 좋은 일인 거다. 이보다 훨씬 심한 일을 한다고 해도 거부할 수는 없었다.
다만 완전히 인간의 수치심을 모조리 잃어버린 것은 아니라서, 마음대로 희롱당하는 이 순간을 부끄러워 하며 얼굴을 잔뜩 붉히고 있었다.
"얼마나 건강한 거야 대체……."
발이 굉장히 빠른 두 사람임에도 계속해서 여정이 늦춰지는 것은 현재가 시도때도 없이 성욕을 드러내면서 미아를 잡아먹었기 때문이었다.
처녀를 잃은 것이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섹스를 하지 않고 살았던 일상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었는지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잔뜩 박혔다.
아무리 아름다운 여자와 맛이 있는 음식이라도 계속 먹으면 질린다고들 하던데, 현재는 그 말이 거짓이라고 호소하는 듯이 시시때때로 미아의 몸을 탐했다.
미아는 당장 섹스를 할 것도 아니면서 대체 왜 계속 엉덩이를 주무르고 싶은 것인지, 남자의 마음을, 현재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남자가 되어 본 적이 없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또 하는 것보다는 낫나.'
현재와 몸을 섞는 게 그렇게 싫은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그 횟수가 도를 넘으니 뭐라 말하기 어려운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짐승 같이 살아도 되는 건가? 금욕과 절제 그리고 노력으로 칠해져 있던 그녀의 삶이 꼭 밑바닥으로 추락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타락, 딱 그 단어가 어울리는 상황이리라.
현재는 그렇게 부끄러워하고 괴로워하는 미아의 표정을 즐겼다. 이전 서울에 살 때 그 자신이 가학 성향이 강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별로 없었지만, 미아는 괴롭히는 맛이 좋아 자꾸 부끄럽게 만들고 수치심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싫어하고 질색할 만한 말들을 골라 하고는 했다.
"미아가 나빠. 너무 귀엽고 야한 몸을 하고 있잖아."
현재는 그리 말하며 미아의 엉덩이를 걷기 힘들 정도로 꼭 쥐었다. 그래도 미아는 애써 걸었다. 괜히 멈춰서기라도 하면 이 대로변에서 또 덮쳐질 것 같았다. 현재는 바깥이라든가 길가라든가 하는 그런 걸 신경 써주는 인간이 아니었다. 너무 야생화 되었다고 할까, 지구의 문명에서 떨어진 반동으로 오히려 이곳 사람들보다 더 반-문명화되어 최소한의 지켜야할 일선마저 잃어버린 것 같았다.
'진짜 싫다.'
미아는 현재가 툭툭 던지는 희롱과 모멸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훨씬 다정하고 부드럽게 연인처럼 속삭이는 말들이 취향이었다. 다만 그런 말들은, 정말 연인 사이에나 어울리기에 현재를 향해 전하지 못하고 참고 있었다.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자격 같은 건 없지.'
현재가 저렇게 성격 나쁜 인간이 되어버린 건 미아의 책임이 컸다. 그렇기에 미아는 그것에 뭐라 하지도 못한 채 그냥 묵묵히 그 결과를 받아들였다. 그것이 서툴렀던 자신이 저지른 과오들에 대한 속죄가 되기를 빌면서.
"읏."
엉덩이와 허벅지를 주무르던 현재의 손이 미끄러지듯 미아의 가랑이 사이로 향했다. 이제 이건 단순한 희롱을 넘어 하고 싶다는 신호와 같았다.
"아침에도 했으면서……."
미아가 할 수 있는 저항은 이런 소극적인 것 뿐이었다. 그리고 그 말은 현재에게 전혀 통하지 않았다. 길을 걷다 말고 두 사람은 도로 옆에 깔린 커다란 바위 근처에 짐을 내려놓고 몸을 섞기 시작했다.
"하윽, 헤으응……."
세 번의 사정이 끝나고 쓰러진 것은 미아 뿐이었다. 현재는 멀쩡한 얼굴로 선 채 바지를 추슬렀다.
정력이란 곧 인간의 생명력, 초인조차 넘어선 초월자의 몸을 가진 현재에게는 일주일 내내 쉬지 않고 정을 나누는 것도 불가능이 아니었다. 그 정력은 초인인 미아조차 받아내기 힘들 정도. 그래서 둘 사이의 섹스는 언제나 미아가 먼저 탈진하며 끝났다.
'너무 괴롭히는 것도 그렇지.'
현재는 이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미아를 괴롭히는 건 분명 즐거웠지만 못쓸 정도로 망가뜨리는 건 하고 싶지 않았다. 이러다 병이라도 걸리면 그건 안쓰럽고 또 슬픈 일일 테니까.
지쳐서 제 몸을 못 가누는 미아를 안아들고 등에는 배낭 두 개와 거검 그리고 타워실드까지 짊어진 채 현재는 걸었다. 곧 그의 눈에 도시의 성벽이 눈에 들어왔다. 자유도시 메스토크, 인구수 4만의 대도시였다.
이 세계로 날아온 후 3년 내내 아르젠타 주변만 맴돌었던 현재가 최초로 방문한 다른 도시. 현재는 약간의 설렘마저 느끼며 성문을 향했다.
워낙 거대한 도시인지라 성문이 무려 여덟 방위에 있었다. 현재와 미아가 도착한 곳은 조금 작은 편인 북서문이었다.
미아는 경비병이 작게나마 보이기 시작할 때부터 현재의 품에서 벗어나 걷기 시작했다.
"신분증을 보여주십시오."
창과 갑옷으로 무장한 경비병들이 거인과 소녀의 등장을 경계했다. 경비병 하나는 우월한 유전자를 타고나 키가 180에 달할 정도로 특별히 컸지만, 그럼에도 현재와는 큰 차이가 났다.
"아르젠타에서 오신 모험가 미아 님, 그 유명한 미아 님이십니까?"
마차로도 한참 걸리는 도시까지도 미아의 명성은 떨쳐지고 있었다. 아름답고 작은 소녀가 도시의 최강자라는 건 먼 거리의 옆 도시까지 소문이 퍼질 정도로 특별한 것이었다. 3년 내내 아르젠타 주변에만 붙박이처럼 붙어 있었던 현재로서는 모를 일이었지만.
"너 되게 유명하네?"
그는 팔꿈치로 미아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미아는 얼굴을 붉혔다.
"그렇게 유명한지는 모르겠지만, 아르젠타에서 온 모험가 미아는 맞아요."
미아는 불안했다. 왠지 현재가 뭘 저지를 것 같아서. 여기서 또 소란을 일으키면 상당히 피곤할 것 같았다.
"옆에 계신 분은?"
경비병이 묻자 미아는 미리 맞춰두었던 대답을 꺼냈다.
"제 노예에요."
현재는 아직도 특별히 신분이 없었다. 신분이 없다는 건 본래 불가능했지만, 미아가 현재를 싸고 돌며 노예가 아닌 상태로 유지해주었기에 매우 특별한 경우였다. 그렇다고 자유민의 권리를 따다 준 것은 아닌, 그런 애매한 상태가 바로 현재였다.
금화 스무 닢, 미아의 넘치는 재산을 사용하면 시민권을 사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지만, 어차피 인간 제국을 벗어나 남동쪽의 저주 받은 대지로 갈 예정이라 굳이 사지 않기로 했었다. 신분이 없다고 짓밟힐 정도로 나약한 몸도 더는 아니고 말이다.
그래도 성문을 통과할 때는 신분을 대는 게 관례이니, 미아의 노예라고 말하기로 입을 맞췄다. 노예에게 따로 신분증이 없다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명망 높은 미아의 동행인이라면 딱히 귀찮은 일이 생길 일도 없을 것이었다.
그렇게 말을 맞췄지만, 그럼에도 미아는 불안했다. 무슨 트러블이 생기지 않을까 현재가 뭘 저지르지 않을까 불안해진 것이었다. 제발 경비병이 무례한 짓은 저지르지 않기를 미아는 기도했다.
"그렇군요. 대단히 힘이 좋아보이는 노예네요. 미아 님께서 데리고 온 인물이니 신분은 확실하겠죠. 알겠습니다.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다행히도 아무 문제도 없이 두 사람은 성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그때, 쑥 하고 미아가 입은 튜닉 안쪽으로 현재의 손이 들어왔다. 그 우악스러운 손은 아직 해가 선명하게 도시를 밝히고 있는 오후임에도 개의치 않고 미아의 보드라운 가슴을 주물러댔다.
미아의 귓가에 다가온 현재의 입이 조용하게 희롱의 말을 속삭였다.
"실은 내가 네 노예가 아니고 네가 내 성노예잖아?"
"으으."
미아는 자신이 어설프게 반항하는 게 현재의 가학심을 더 불러올 뿐이라는 것을 알아 아무 저항도 하진 않았다. 단지 불만을 다 숨길 수는 없어 그 고운 입술을 우물거렸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이 큰 도시의 왕래 많은 성문 앞에서 그 행동이 남의 눈에 띄지 않을 수는 없었다. 방금 미아와 현재를 통과시킨 경비병들은 그 모습을 보고서 이렇게 생각했다.
'역시, 밤일을 시키려고 데리고 다니는 노예였구만? 그래도 그렇지. 이런 대낮에 저렇게 대놓고……. 소문에선 굉장히 지조 있고 긍지 높은 모험가라고 들었는데. 역시 소문은 믿을 게 못돼.'
순식간에 밝히는 여자로 오해 받아버리게 된 미아였다.
* * *
두 사람은 고급 여관에 들러 방을 잡고 짐을 두었다. 일박에 금화 하나를 지불한다는 사치를 부린 덕에 방은 크고 좋았다. 어차피 인간의 땅을 벗어나면 쓰일 일 없는 화폐이기에 현재는 딱히 아낄 생각이 없었다.
실은 현재가 아니라 미아의 돈이었지만, 미아가 그런 걸 따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미아가 현재에게 뭐라 할 처지가 아닌 것도 있었지만, 그녀 또한 쓸 데 없이 돈에 대한 욕심이나 절약에 대한 애착을 가지지는 않았다.
오랜만에 뜨거운 물을 사서 몸을 씻고 식사 다운 식사를 한 후에 현재는 미아를 끌고 거리로 나왔다. 지난 며칠간 몰래몰래 생각해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그는 거리에서 물어물어 솜씨 좋기로 유명한 의상점을 찾았다.
"맞춤옷을 의뢰하고 싶은데요."
옷가게의 여주인은 현재와 뭐라뭐라 이야기하더니 밧줄을 들고 미아의 치수를 여기저기 재갔다. 현재가 의뢰하려고 한 옷은 현재 자신의 옷이 아니라 미아의 옷이었던 거다.
미아는 조금 설레었다. 그의 취향에 맞는 옷을 선물한다니, 꼭 연인 사이에서나 할 법한 일이지 않은가. 물론 그 값을 치를 동전은 모두 미아의 지갑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먼저 옷에 신경 써주는 것이 썩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분명,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 들뜬 기분 때문에 미아는 현재가 변태에다 성격 나쁜 인간이라는 걸 잊어버렸다. 자기를 괴롭히는 게 낙인 남자라는 사실도.
'드레스려나? 너무 치렁치렁하면 어떡하지? 먼 여행을 가는데 챙겨갈 만한 옷은 아닌데. 금방 망가지면 속상할 것 같아.'
김칫국을 잔뜩 들이키는 미아였다. 이 세계에 김치는 없지만.
"어떤 옷이야?"
"완성될 때까지 비밀."
미아의 질문에 현재는 싱그러운 웃음을 지으며 대답을 회피했다. 미아는 굳이 더 캐묻지 않았다.
두 사람은 낯선 도시를 걸으며 여행 분위기를 즐겼다. 소도시 아르젠타에 비해 열 배도 넘게 큰 메스토크에는 이것저것 볼 거리가 많았다. 특별히 시장이 열리지 않는 날이라도 상시 운영하는 가게들을 둘러보는 것만 해도 굉장히 품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오, 저것도 먹어보자."
유동인구가 많은 중앙 광장 근처에는 먹을 걸 파는 노점이 잔뜩 깔려 있었는데, 한때 요리사의 길을 걸었던 현재에게 있어 낯선 요리라는 건 함부로 지나칠 수 없는 것이었다.
서울에 살던 시절이었다면 버티지 못할 만큼 괴악한 맛이었으나, 이 세계에 온지 3년이나 됐고 거의 살기 위해 먹는 인간 사료나 다름 없는 비스킷과 육포에도 익숙해진 현재였기에 나름대로 길거리 음식을 즐길 수 있었다.
"아까 밥 먹었는데 간식이 또 그렇게 들어가?"
현재는 그 맛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꼭 미아의 것까지 두 개를 샀는데, 검을 다루는 검사인 만큼 몸집에 비해 잘 먹었으나 그 덩치가 두 배 차이 나는 현재의 식사량을 따라갈 수는 없어 중도 포기를 선언했다.
지구에 살았던 이로서의 흔적, 요리에 대한 추억과 자존심 때문에 현재는 식고문 따위를 할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부른 배를 쥐고 더 이상 먹기를 거부하는 미아를 두고 그는 혼자서 계속 낯선 도시의 길거리 음식을 섭렵해갔다.
"그래도 뭐, 눈이 확 뜨일 만큼 맛있는 것은 없구나."
"왜 맛있는 게 없다면서 즐거워 보여?"
"내가 참 잘난 요리사구나 새삼 깨닫게 되어서 말이지."
현재는 자신의 요리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다. 그야 그가 배운 요리란 수천 년간 쌓아온 인류 요리의 정수다. 세계화 시대 덕분에 세계 전역의 요리 비법을 두루두루 배울 수 있었으니, 이런 지역 노점 따위에 져서는 말이 안되는 것이었다.
"겨우 길거리 음식이나 주워 먹고선 도시 수준을 다 알았다는 듯이 얘기하는 거에요?"
그렇게 요리부심을 부리던 현재에게 행인이 시비를 걸어왔다.
파란 머리가 특징적인 아가씨였다. 거구의 현재에게 대뜸 시비를 걸 정도로 당찬 아가씨. 불편할 정도로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입고 나다니는 걸 보니 부잣집 아가씨인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