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순애조교 위강력간물-10화 (10/119)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아르젠타의 영웅

* * *

'약오름의 신이시여! 제발 저 나불대는 입을 닥치게 할 힘을! 무슨 대가를 치러도 좋으니까 제발!'

현재는 기도했다. 응답하지 않은 신에게, 지난 3년간 아무리 간절히 기도하고 외쳐봐도 응답하지 않던 신에게 사력을 다해 기도했다. 사력, 죽을 힘, 그 말은 아주 완벽하게 지금 이 순간에 합치하는 표현이었다. 그는 죽어가고 있었다. 기적이 오지 않으면 반드시 죽을 정도로 죽어가고 있었다.

[정말 무슨 대가를 치러도 좋으냐?]

여태까지는 절실함이 부족했던 것인지, 아니면 우연히도 지금 신의 기적이 닿은 것인지, 단 한 번도 그에게 응답하지 않던 신이 응답했다.

[정녕 그 어떤 대가라도 치를 수 있는 것이냐?]

'예스! 예스! 무슨 대가라도 좋으니까 저 입을 다물게 할 수만 있다면!'

현재는 수락했다. 어차피 죽기로 했던 몸. 무엇을 저당 잡히든 상관 없다. 그런 그에게 여신은 속삭였다.

[모든 스탯 100씩을 빌려주마. 그리고 대가로 달에 한 번 모든 스탯을 10씩, 열두 달 동안 받겠다. 그리고 마지막 달엔 100을 가져가겠다.]

'네?'

[빌려주는 것은 모든 스탯 100. 달에 한 번 모든 스탯을 10씩 열한 달, 그리고 열두 달 째엔 100을 받겠다고 했다. 이해가 됐느냐?]

'네?'

[거 참 더럽게 못 알아듣네. 숫자를 셀 줄도 모르느냐?]

빈정거리는 여신의 목소리에 현재는 황당했다.

'아니, 내용은 알아들었는데, 사채업자세요?'

[왜, 그럼 힘을 공짜로 줄 줄 알았느냐? 양심을 잃었구나.]

'아니, 대가로 혼이나 뭐 그런 걸 받아갈 줄 알았는데.'

[네놈 혼을 받아서 어디다 써먹게? 그딴 것 힘 스탯 1개보다도 쓸모 없다. 그런 것보단 스탯이다 스탯. 이 세계는 그걸 기준으로 돌아간단 말이다.]

'아무튼, 알겠습니다. 힘을 빨리 빌려주세요. 죽겠어요.'

현재의 육체는 이 순간에도 착실하게 죽어가고 있었다. 미아에게 살해당한다는 게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지난 3년간 현재는 몇 번이고 그녀에게 정을 붙였다가, 그걸 이유로 끔찍한 경험을 해야 했다.

나는 절대 당신의 부모도 아니며 동료도 아니라고, 몇 번이나 선이 그어지며 얼마나 아픈 일들을 겪었었던가. 그런 미아이기에 이제 와서 현재를 죽인다고 해도 놀랄 것도 없었다.

[자, 계약은 이루어졌다.]

여신의 선언과 함께 몸에 생명력이 가득 차올랐다.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초월적인 힘이 현재의 몸을 달렸다.

'녀석들은 이런 힘을 몸에 품고 있었던 건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광기에 가까운 전능감이 몸을 흔들었다. 그러나 현재는 기다렸다. 가장 적절한 때가 오기를. 답지 않게 방심하고 다가오는 미아를 기습할 단 한 순간을 기다렸다.

쿵! 사람이 사람을 때렸다고는 믿을 수 없는 소리와 함께 미아가 천장에 쳐박혔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누운 자세라서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은 덕분에 그 정도로 그친 것이었다. 제대로 선 자세에서 온 힘을 실어 때렸다면 아마도 그녀는 죽었으리라.

현재는 기절한 미아 앞에 섰다. 소녀는 가르쳐줬었다. 일단 적대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죽이기 전까지 절대로 멈추지 말라고. 현재는 그 가르침을 따르기 위해 발을 들었다. 이대로 발을 내리찍어 두개골을 부숴버리면 아무리 미아라고 해도 살아남지 못하리라.

콰아아아앙!

그러나 현재의 발구르기는 빗나갔다. 미아의 두개골을 깔아뭉개는 대신 그녀가 쓰러진 바닥 옆 자리에 크레이터를 남겼다. 현재는 자신의 자비를 합리화했다.

"이 씨발년, 따먹지 않고 죽일 수는 없지."

미아는 너무 아름다워서 자신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상대인 걸 알면서도 욕정을 품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힘이 없어 그 욕망을 속으로 삭이기만을 몇 년이던가. 드디어 그 꽃은 손에 닿을 정도로 낮게 떨어져 있었다. 아니, 현재가 그 절벽 위로 올랐다고 봐야 하겠지. 그는 강해졌다. 소녀를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그러니까 취한다. 마치 짐승의 사고 방식 같은 그것이야 말로 이 세계에 어울리는 방식이었다.

현재의 우악스런 손이 미아의 가슴팍을 향했다. 그녀의 복장은 늘 비슷했다. 가슴 쪽에만 철판이 대어져 있는 천으로 된 원피스. 그녀 정도의 초인이 되면 자신의 몸보다 튼튼한 방어구를 찾기 힘들 뿐더러 맞지 않고 회피하는 게 효율이 훨씬 좋아 거추장스러운 방어구는 챙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현재는 철판을 뜯어내고 한 겹 남은 속옷도 찢어버렸다. 항상 손에 넣고 주무르고 싶었던 뽀얗고 탐스러운 젖가슴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아, 하!"

한숨 같은 웃음소리 같은 울음과도 같은 무언가, 그런 걸 토해내며 현재는 소녀의 가슴을 손에 담았다.

"겨우 한 꺼풀 벗기면 이렇게 암컷인 주제에, 감히 그렇게 온갖 폼은 다 잡았단 말야?"

그건 억지였다. 신의 은총이 있는 이 세계에서 남녀의 힘 차이는 충분히 극복 가능한 것이었다. 미아는 항상 여자들과만 파티를 맺고 다녔고, 그 뜻은 그렇게 해도 될 만큼 여자 모험가가 충분히 많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화풀이 중인 현재에게 그런 사실은 고려할 부분이 아니었다.

"씨발, 존나 부드럽네. 가슴까진 단련할 수 없나 보지?"

미아의 가슴은 손을 빨아들이는 듯한 마력이 있었다. 현재는 꼭 가슴을 계속 만지라는 저주에 걸린 사람처럼 미친 듯이 그녀의 가슴을 주물렀다.

'평생 손에 닿지 않을 것 같던 미아를, 내가…….'

현재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흐응……."

가슴을 주물려서인지, 아니면 아까 맞은 배가 아픈 것인지, 미아가 신음했다. 그러나 현재의 뇌에서 죄악감을 담당하는 부분은 망가져있었다. 그렇기에 그녀의 신음은 죄악감 대신 더 큰 흥분을 불러오는 역할 밖에는 하지 못했다.

"씨발년! 개년! 썅년!"

3년간 억눌린 감정이 북받쳐올라 현재는 이 곱고 뽀얀 가슴을 터뜨리고 싶다는 충동마저 느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러기에 이 가슴은 너무 귀한 것이었으니까. 결코 작지 않으며 확연하게 예쁜 물방울 모양의 가슴은 문화 유산으로 지정해야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걸 터뜨리는 대신 현재는 얼굴을 가까이 해 입 안에 핑크빛 돌기를 넣고 빨기 시작했다.

쭙, 쭙, 아기가 모유를 탐하듯이 여체의 모성을 탐하는 소리가 던전 안쪽에 울려퍼졌다. 현재는 혀로 돌기를 충분히 맛보고 가끔은 아플 정도로 깨물기도 하며 부드러운 젖가슴과 부풀어오르는 유두의 감촉을 즐겼다.

'내가 이 씨발년을 드디어!'

흥분, 고양감, 그리고 정복감과 황홀감이 몸을 적셨다. 눈치가 보여 자위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정액이 쌓여가던 남근이 태어나 겪어본 적 없을 정도로 크게 부풀어올랐다. 그런 상태에서 바지를 입고 있는 것이 너무 거슬려 현재는 아예 바지를 벗어던졌다.

지하 던전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광원인 기름 랜턴 두 개가 비추는 미아의 여체. 가슴께의 옷만이 뜯어져 봉긋한 두 가슴을 드러낸 채 바닥에 무방비하게 쓰러져 있는 모습은 현재가 가진 야수의 일면을 끓어오르게 했다.

"하악, 하악! 하아악!"

거친 숨을 내쉬며 현재는 미아의 입술을 빼앗았다. 기절한 이의 입안에 침을 밀어넣는 게 질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상식 따위는 그를 막아낼 수 없었다. 배려심 같은 건 언젠가 머나먼 옛날에 잃어버렸다. 아니 그렇게 옛날은 아니던가? 얼마나 지났든, 현재에게 그것은 아득한 옛날처럼만 느껴지고 있었다.

"윽……, 으으윽……. 켁! 케윽! 컥!"

현재가 밀어넣은 타액 때문에 사레가 들렸는지, 미아는 거친 기침을 토해내면서 눈을 떴다. 그녀는 멍한 머리로 상황을 이해하려 애썼다. 기습을 당했다. 그러나 그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현재의 순발력으로는 절대 미아를 기습할 수 없었다. 기습하기 직전 근육의 움직임이나 내뻗는 주먹마저도 모두 미아의 눈에는 확실하게 보이기 때문에. 그렇다면 답은 두 가지 중 하나였다. 현재가 힘을 숨겼거나, 강해졌거나.

"으윽……."

미아는 반항을 포기했다. 맞은 배가 아픈 탓도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이길 수 없는 상대에게 반항하는 게 명을 재촉하는 일일 뿐임을 그녀는 절실하게 알고 있었다.

늘 현재에게 그리 가르쳐왔듯, 그녀는 강자에게 저항하는 방법을 몰랐다. 목숨보다 소중한 것 따위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했으므로.

그것이 현재에게는 참으로 불쾌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기분 나쁘게 미아의 머리를 툭 툭 건드렸다.

"야, 반항 안 하냐?"

"……."

이래서는 안됐다. 미아가 정말로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반항하지 않으면, 자신보다 강한 상대에겐 깨끗하게 승복하고 복종하는 이라면, 꼭 자신을 아끼기에 그리 하라고 가르쳤던 것 같지 않은가?

찰싹! 현재는 미아의 뺨을 쳤다. 죽일 각오로 친 건 아니지만 아프라고 충분히 힘을 담아서 쳤다.

"아파……."

"당연하지! 아프라고 때렸으니까!"

현재는 웃었다. 그러나 그건 꾸며낸 웃음이었다. 그는 별로 기분 좋지 않았다. 미아가 깨어나 보인 태도가 그의 기분을 엉망진창으로 망가뜨리고 있었다.

찰싹! 찰싹! 찰싹!

왼뺨, 오른뺨, 또 왼뺨, 오른뺨을 번갈아가며 쳤음에도, 미아는 아파하기만 할 뿐 주먹 한 번을 쥐는 일이 없었다. 생사여탈권이 현재에게 넘어갔다는 것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니 뺨 정도, 이런 가벼운 폭력 정도는 그냥 참고 마는 것이었다. 그게 너무 올바른 태도라는 듯이.

"너는 진짜, 날 생각해서 그렇게 했단 말이야?"

현재는 그게 화가 나서 참기 힘들었다. 이래서야 꼭, 미아는 정말로 자신을 위해줬는데 자신이 나약해서 버티지 못한 것처럼 보이지 않겠는가?

"……미안해. 내가 아는 사는 방식은 그런 것 밖에 없었어……."

쿠웅! 또다시 커다란 충격음이 던전을 뒤흔들었다. 현재의 주먹이 다시금 미아의 배를 내려친 것이었다. 그 충격에 미아가 누워있던 바닥이 살짝 패일 정도였다. 반동으로 위로 튀는 몸을 현재는 짓눌러 있어야할 바닥으로 돌려보냈다.

"윽, 으으윽……."

미아는 입에서 피를 토했다. 초점이 흔들리는 게 너무 큰 아픔에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든 듯이 보였다.

"나는 너 때문에 몸을 다치고 마음을 다치고 이렇게 끔찍한 인간이 되어버렸어. 근데 그게 나를 위한 거였다고? 웃기지 마! 이딴 식으로 살아서 행복해질 리가 없잖아!"

"그렇지만, 그게, 죽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했어. 미안해."

미아는 의식이 혼탁해지는지 눈을 이상한 간격으로 깜빡였다. 호흡도 간헐적으로 끊겼다가 다시 하는 것이 굉장히 힘겨운 싸움을 하는 듯이 보였다.

"살려줘……, 죽기 싫어……."

이 빌어먹을 세계에서의 삶을 그래도 사랑했는지, 미아는 생에 대한 집착과 갈구를 보여왔다. 그녀는 단 한 번도 진심이 아닌 적이 없었다.

현재가 미아는 자신을 싫어해 괴롭힌다고 생각했던 것은, 그냥 피해 망상이었다. 미아는 분명한 호의를 보내고 있었다. 그것이 현재가 받아들일 수 없었던 방식이었을 뿐.

그렇기에 끝은 이런 비극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씨발……, 좆같네……."

현재는 감정의 격류에 휩쓸려 미아의 배를 후려갈긴 것을 후회했다. 이대로 미아가 죽어버리기라도 한다면, 꿈자리가 뒤숭숭하지 않겠는가. 신과 계약해 강해진 시점에서 이미 미아는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여자였는데, 이리 아름다운 여자가 죽게 놔두는 것은 크나큰 손해였다.

"죽지 마. 내가 죽일 때까지 죽지 마."

"아……, 하아……."

대답인지 뭔지 모를 신음소리를 남기고서 미아는 기절했다. 현재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가 배운 응급 처치는 긁힌 상처나 베인 상처에나 통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내장에 큰 충격을 가했을 게 명백한 상황에서는 그저 무사하길 기도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없었다. 전문적으로 의술을 배운 것이 아니니까, 배를 갈라서 수술하는 일 따위는 할 수 없었다.

'아니, 해볼 만한 것은 남았나.'

던전의 보상 중에는 인간의 문명을 아득히 초월하는 보물들이 있었다. 개중에 모든 병을 고치는 엘릭서나 기적 같은 치유 능력을 지닌 포션이 없으리란 법은 없었다.

현재는 보스룸의 문을 열었다. 두려움은 없었다. 그는 마침내 신의 은총을 손에 넣은, 도시에서 가장 강한 여자보다 강한 남자였다.

보스룸에 기다리던 괴물은 여섯 개의 팔을 지닌 거인이었다. 현재와 비슷한 덩치를 비유상 거인이라 부르는 게 아니었다. 체고가 5미터가 넘는, 명확하게 거대한 몸통을 지닌 괴물. 여태까지 던전의 끝에서 기다리고 있던 게 거대 거미나 고블린 주술사, 다이어 울프 무리 정도였던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차원이 다른 강적이었다.

혹시 미아가 그 낌새를 눈치 채고 위험하기 때문에 현재를 쫓아내려 한 게 아닐까 하는 망상이 들 정도로.

"쿠오오오오오오오!"

거인이 포효했고 현재가 검을 휘둘렀다. 일검이면 되었다. 차원이 다른 강적은 한 차원 더 높은 현재에게 단칼에 베여 죽었다.

모든 스탯 100은 그런 힘이었다. 초인을 넘어 초월자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힘.

현재는 보상방에서 엘릭서를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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