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0화 〉 제 2화. 서울 지부 헌터 길드. (4)
* * *
서울 지부 길드 협회장 이덕수.
TV에서 나와 나를 특수요원이라고 말하던 사람과는 또 다른 인물이었다.
처음에는 그 남자가 협회장이 아닐까 싶었는데 말이다.
"올라가시면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분명 외관상의 나이로는 내가 아래로 보일 텐데, 꼬박 꼬박 존댓말을 하면서 마치 나를 상관 모시듯이 대해오는 길드장의 모습의 고개를 갸웃거렸다.
"김지호씨. 저희 마더 시스템에서 이미 서울 지부 협회장께 이미 어느 정도 사실을 말해 놓았어요!"
춤추듯이 빙글 돌면서 활기차게 말해오는 메타쨩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인 후, 딸들과 여동생을 덮고 있던 아라아라의 보호막을 해제했다.
그리고 마더 시스템이라는 건 메타버스를 말하는 거겠지?
잠시 스윽 협회장의 시선이 내 뒤에 따라오는 딸들과 여동생에게 머물다가 다시금 나로 향했다.
아마도 메타버스가 미리 협회장에게 말해 놓았다면 내 딸들과 여동생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얘기해 놓았겠지.
그나저나 협회장이 이렇게 굽신 거릴 정도면 사실 나 생각보다 더 강할지도?
순간 어렸을 적 보았던 귀환자들이 나오던 소설이 떠올랐다.
막강한 힘을 지니고 지구로 돌아와 거의 깽판을 치듯이 세계관 밸런스 파괴를 시키던 주인공들.
물론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지금 헌터들의 수준을 보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다만 그런 주인공들이 이미 용사들로 내가 사는 지구로 귀환해 깽판을 놓는 상황이라는 게 문제겠지만.
"이쪽으로."
협회장을 따라 걷자, 곧 투명한 부스 처럼 되어 있는 공간의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다.
버튼을 누르자, 곧바로 스윽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과 함께 바닥에 그려진 마법진이 보였다.
주차장으로 이동할 때는 제대로 보지 못했던 순간이동 마법진을 스윽 내려다 보니 아이린이 사용하던 마법진과 비슷하게 그려진 것 같아 보였다.
다만 주변의 마나를 자연스럽게 끌어 들여와 소모량을 낮추는 아이린의 마법진과는 다르게 이건 강제적으로 묶여 있는 마나를 소비하는 형태인 것 같았다.
그것도 비교하자면 굉장히 비효율적으로?
근데도 이렇게 평범한 엘리베이터에 적용할 정도라면 여기서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고 쓰이는 거겠지.
나중에 할 것 없으면 사업 아이템으로 마나 활용도와 관련된 것들을 개발해도 좋을 것 같다.
마법진에 나와 협회장, 그리고 여동생과 딸들까지 전부 오르자, 곧 비서로 보이는 여자 직원이 한 명이 뒤 늦게 마법진에 오른 후 주위가 번쩍 빛났다.
그리고 곧 주변이 하얀 마나에 뒤덮이다가 곧 주위의 배경이 다시금 나타나는 것이 보였다.
이런 식이었구나.
반신 이전에는 그저 번쩍이면서 이동하는지 알았는데, 정확히는 하얀 마나가 공간을 접어서 이동 시키는 것이 보였다.
그 와중에 하얀 마나가 전부 증발하는 것이 보였고.
곧 드러난 주위의 배경은 커다란 복도의 끝 부분이었다.
등 뒤로는 벽으로 막혀 있었고, 눈 앞으로는 사람 다섯이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기다란 복도로 이루어져 있었다.
뭐라고 해야 하지? 고풍스러운 저택의 분위기랄까?
어두운 갈색의 벽지와 바닥에 깔린 붉은색의 카펫트. 그리고 좌우로 보이는 문 몇 개와 맞은 편 복도 끝에 보이는 크고 웅장해 보이는 흑색의 문.
"이쪽으로."
협회장 대신 따라왔던 비사가 앞장 서서 길을 안내했다.
대신 협회장은 내 옆에 서서 계속 나를 힐끔거리면서, 복도를 걸어갔다.
복도를 걷다보니 양 옆에 문이 몇 개 나타났는데, 무언가 복잡한 마법진과 마나가 응축되어 있는 것이 중요한 용도로 쓰이는 방 같았다.
그런 문을 몇 개 지나다보니 곧 복도의 끝에 도달했는데, 아까 보았던 거대한 흑색 문이었는데, 뭐랄까?
주변이 전부 갈색의 나무 같은 재질로 되어 있는 가구와 문이었다면, 지금은 확실히 재질이 독특하게 생긴 흑색의 문이었다.
철은 아닌 것 같고, 당연히 강도는 제법 튼튼해 보이는 것이 마나를 차단하는 특성까지 지닌 것 같았다.
"철컥."
비서가 문 앞에 서자 곧 천장과 바닥에서 무언가들이 불쑥 불쑥 튀어나왔는데.
보안장치였는지 비서가 무언가 이것 저것 손을 움직이며, 레이저를 뒤집어 쓰고 난 뒤에 문이 열리는 것이 보였다.
뭔가 SF 소설에서 볼 법한 인증 절차라 뭔가 신기하게 보였다. 저 시스템 나중에 나도 쓸 수 있겠지?
스윽 핸드폰을 바라보니, 조금 전까지 있던 메타쨩이 다시금 사라져 있었다.
바쁜가 보네.
그러다 문득 내 또 다른 알라우네의 딸인 그아라가 생각 났다.
마지막에 그아라가 들어있던 반지를 가지고 있던 것이 린이었지?
잠시 잡생각을 하는 동안 문이 열리자, 곧 비서가 앞장 서서 문 안으로 들어갔고, 협회장의 걸음에 따라 나도 문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흠..."
문을 들어서며 문 위에 홀로그램창으로 나타나는 협회장실 이라는 단어를 스윽 손가락으로 흩어내면서, 협회장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나보다 훨씬 앞으로 나아간 협회장이 거대한 공간에 소파들이 잔뜩 늘어선 공간의 앞으로 걸어갔다.
드라마 같은데 보면 회장이나 사장들이 간단하게 회의 같은 것을 사용하는 것 같은 소파의 구조가 눈에 들어왔다.
주인이 정가운데 앉게 생겼고, 그 양 옆으로 1인용 소파가 6개 씩 나란히 놓아져 있었고, 주인이 앉을 정면의 맞은 편에도 1인용 소파가 놓여 있었다.
먼저 주인인 협회장이 주인이 앉는 1인용 소파에 앉고 내가 맞은 편에 자연스럽게 앉았다.
그러자 내 딸들과 여동생은 내쪽과 가까운 1인용 소파에 주르륵 앉았다.
"시스템을 통해 미리 연락은 받았습니다만... 정말로 이세계에서 오신 용사가 맞습니까?"
거기까지 말한 건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잠시 고민하는 사이에 협회장이 다시금 민머리 위에 흘러내리는 땀을 한번 스윽 닦아냈다.
"그... 어느 정도 설명은 들었습니다. 이세계에서 오신 용사이고, 다른 용사들과 달리 이 곳 지구 출신이라는 것 까지두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뒤를 보니 문을 열었던 여비사가 협회장 곁으로 천천히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고개를 살짝 들어올려 여비서를 가리켰다.
"괜찮습니다. 비서실장이면서 제 딸입니다."
딸이 비서실장이라...
자세히 보니 협회장과는 전혀 닮지 않은 에쁜 여성이었다.
오피스룩에 제법 몸매도 괜찮고 지적이게 보이기 위해서인지 쓰고 있는 안경도 뭔가 심플해보였다.
머리는 포니테일처럼 묶어내린 머리였는데, 길지 않게 딱 목덜미까지 덮는 머리였다. 자세히 보니 예쁜 여성이라기보다는 지적이게 끔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잠시 시선이 그쪽으로 머물어서 그럴까?
협회장이 살짝 헛기침을 하기에 재빨리 시선을 뗐다.
그러고 보니 미궁에서 생활 할 때는 그냥 멍 때리고 몸매를 감상하거나 품평하는 일이 많아서 그랬는데. 지구에서는 그러면 안됐지?
눈 앞에 있던 테이블 위로 마법진이 그려지더니 이내 커피와 녹차, 간식 따위가 테이블에 가득 올라왔다.
오랜만에 보는 녹색 빛깔의 녹차에 구수하면서도 쌉쌀한 뒷맛이 오랜만에 느끼고 싶어 녹차로 가득 찬 잔을 집어 들었다.
"제 딸이 마음에 드십니까?"
"풋"
녹차를 입 안에 머금다가 그대로 뿜었다.
뭔 말을 하려나 싶었는데, 갑자기 그 쪽 얘기를 꺼내자 예상치도 못하게 녹차를 뿜어버렸다.
"큽. 큽."
잠시 목을 가다듬으니, 협회장이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농담입니다. 제 딸을 너무 뚫어지게 쳐다보시길래 말이죠."
잠시 묘한 기분이 들었다.
협회장 말대로 마음에 드냐 안드냐를 떠나서, 잠시라도 내 반응을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이 조금 그랬다.
협회장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좀 전에 생각대로 경찰에 신고 당하거나 고소 당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 점은 꼭 유의해야지.
"아니. 마음에 든다기 보다 이세계에 있다가 이 곳으로 오다 보니 뭐랄까? 사람을 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졌다 랄까?"
되도 안 되는 변명을 내 뱉으면서, 협회장을 바라보았다.
분명 나와 나이차가 많이 나는 중장년의 민머리 남성의 모습이었지만. 나 또한 이세계에서 짧게는 몇 십 년, 길게는 몇 백 년을 남의 기억 속에서 살아왔던 나였다.
육체적인 나이를 떠나서 정신적인 나이로 아마 천년 정도는 차이 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육체적인 나이도 앞으로 그렇겠지.
권능으로 인해서 수명도 인간이 아닌 불로장생에 가깝게 변했으니까.
"그렇군요. 그 시스템에서도 말했지만, 용사들 대부분이 보는 나이보다 훨씬 나이가 많고 행동하는 것도 일반인의 범주가 아닌 반신? 이라는 것에 가깝다고 들었습니다."
반신이라. 뭐 어차피 나보다 일찍 이 지구로 온 용사들이 자신이 신이라고 하면서 판치는 세상인데, 뭐 반신이라고 솔직하게 말해도 상관 없겠지.
"맞아. 보이는 것과 달리 정신적인 나이라면 거의 천 살에 가까울 걸? 다른 용사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내 말에 옆에 앉아 있던 여동생이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에 퍽 귀여워서 살짝 피식 웃어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시스템이 알려주기로 당신은 미궁에 있던 몬스터들과 교감을 나누면서 어느 정도 세력도 구성했다고 했는데 사실일까요?"
이번에 협회장의 시선이 나와 내 딸들을 향했다.
아마도 이 슬라임들이 당신의 딸이 맞느냐 라는 질문이겠지.
"맞아."
내 말헤 협회장을 비롯해 그 뒤에 있던 비서실장까지도 입을 손바닥으로 가리며 놀라워 했다.
"정말이군요.."
"어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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