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 처음의 처음 (27/48)

27. 처음의 처음

“나 결혼 전에 먼저, 당신이랑 자 보고 싶어요.”

그렇다. 생이 반복되어도 사람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 법이었고, 레아 리버런은 언제나 그랬듯 첫 생에도 꽤나 용감한 여자였다. 수백 번의 생이 되풀이된 후에 다시 이런 제의를 받았을 때와는 달리 줄리앙 레날 역시 이때는 꽤나 당황했다.

“자 보고 싶다니요? 잠이요?”

“네. 자 보고 싶어요. 결혼하고 나서 자는 거 말고요. 그건 다 하는 거잖아요. 그냥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나한테 누구랑 자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결혼 전에 먼저 자 보고 싶었어요.”

줄리앙은 지금 사고가 완전히 마비된 상태였다. 잠이라니, 그러니까 지금 내 팔을 베고 자정이 다 될 즈음이 되어 수면상태에 빠졌다가 해가 뜨면 눈을 뜨는 그 행위를 말하는 건가, 아니면 ‘잠자리를 갖다’라고 말할 때 그 ‘잠’을 말하는 건가 줄리앙은 도무지 종을 잡을 수 없었다. 그런 그의 머릿속을 다 꿰고 있다는 듯이 레아가 웃으면서 말했다.

“무슨 생각 하는 거예요, 줄리앙. 그냥 잠자는 거 말고요. ‘부부관계’요.”

“부부관계요?”

“네. 아직도 모르겠어요? 섹스요. 나 하고 싶다고요. 당신이랑.”

“섹스요?”

줄리앙은 아직도 머릿속의 엉킨 실타래를 푸느라 고생 중이었고, 그 바람에 앵무새처럼 계속해서 레아가 하는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레아의 입장에서는 제 말에 그렇게 놀라서 당황한 줄리앙이 귀엽고 사랑스러울 따름이었다.

줄리앙의 나이 스물둘, 아니 스물셋 정도 되었다고 했는가. 이미 여자와 관계를 가져도 몇 번은 가졌을 나이였다. 저렇게 아름다운 얼굴과 몸매에 공작이라는 지위까지, 그에게 여자 경험이 없을 턱이 없었다. 그런데 제 말에 그렇게까지 눈빛이 흔들리다니, 귀엽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레아의 커다란 눈동자 안에는 여름밤의 달, 풀숲 위의 별, 그리고 줄리앙을 바라보는 사랑스러운 마음이 가득 차 있었다. 그렇게 애정이 잔뜩 담긴 눈으로 그녀가 줄리앙을 올려다보았을 때, 줄리앙 역시 다짜고짜 그녀를 안고서 침대로 줄행랑치고 싶은 마음이 들기는 했다. 하지만 어디 일이 그렇게 쉽게 흘러가는 법이 있냐는 말이다.

“네. 섹스요. 줄리앙 당신은 나랑 자고 싶지 않아요?”

“무, 물론 자고 싶어요.”

자기도 모르게 말을 더듬으며 황급히 내뱉고 나서야 줄리앙은 아차 싶었다. 이럴 땐 좀 멋있어 보여야 하는데 완전히 제 페이스를 잃어버린 것이다. 어쩔 수 없었다. 레아가 내뱉은 말은 너무도 줄리앙을 당황스럽게 만들었으니까 말이다.

“그럼 자요.”

“여기서요?”

“아뇨. 당연히 아니죠. 여기서 어떻게 자겠어요.”

사방이 온통 옥수수투성이였다. 바로 옆에 있는 라벤더는 키가 꽤나 커 버린 터라 두 사람의 모습을 어떻게 감춰 줄 만도 하겠지만, 여기 어디에도 레아를 눕히고 제가 눕힐 만한 평평하고 부드러운 곳은 없었다.

레아가 웃음을 터뜨리자, 줄리앙은 이게 그렇게 심각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여유를 되찾고 그가 다시 물었다.

“그럼 어디서 말입니까?”

“그거야 당신이 결정할 문제예요. 나는 내가 할 일을 다 한 것 같은데요. 이 정도면 꽤 용감한 제안을 한 거 아니에요?”

그렇게 말하고는 레아는 마치 줄리앙을 도발이라도 하는 듯, 그의 넓고 딱딱한 가슴팍에 폭 안겨서 다시 그를 올려다보았다. 레아 리버런 역시 여자치고 꽤 큰 키였지만, 줄리앙은 그보다 한 뼘 이상은 더 컸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자 초롱초롱해져서 자신만을 쳐다보고 있는 그 영롱한 눈을 지나, 얇은 천 하나로만 이루어진 몸에 꼭 맞는 드레스하며, 그 드레스 사이로 얼핏 내비쳐 보이는 크림색 속살, 잘 익은 복숭아처럼 동그랗게 감춰져 있는 그 가슴에 줄리앙은 그만 침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이제 바람도 잔잔해진 옥수수 밭은 조용하기 이를 데 없어 그의 침이 목울대로 넘어가는 소리는 당연히 레아에게까지 들렸고 레아는 쿡쿡대면서 웃기 시작했다.

“좋아요. 장소랑 시간도 내가 정하겠어요. 당신은 오기만 해요. 내 방, 오늘 자정.”

“오늘이요?”

“왜요. 싫어요?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도 있잖아요.”

아니 단김에 빼라는 건 쇠뿔 얘기지 뭘 빼려고 이렇게 서두르는 것인지 줄리앙의 머릿속 실타래는 조금 풀리는가 싶더니 다시 급속도로 엉켜 가고 있었다. 이게 꿈인가 싶어 볼이라도 꼬집으려는 줄리앙을 두고, 레아는 안녕을 고하며 반대편으로 사라졌다. 옥수수 밭 왼쪽으로는 레아의 방이, 오른쪽으로는 줄리앙이 묵는 별채가 있었다.

“그럼 내일 봐요.”

그렇게 말하고는 레아가 왼쪽 길로 가는 동안에도 줄리앙은 멍하니 레아의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 뒤 그녀의 모습이 점만 하게 보일 때쯤에서야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바래다주겠다고 나섰지만 아직도 그의 정신은 어디 먼 곳에 가 있었다.

해가 지고 하늘이 붉어졌다가 다시 푸르스름해지고, 하루 중 가장 예쁜 빛을 내다가 깜깜해질 때까지의 시간은 정말이지 빠르게도 지나간다. 하지만 이미 깜깜해진 밤의 시간들은 왜 이렇게 더디게 흘러가는 건지 줄리앙은 도무지 레아가 말했던 자정이란 시간까지 버틸 힘이 없었다.

차라리 이 일을 에드몽에게 털어놓고 이야기라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둘만의 사적인 일이었기에 친구에게 말을 꺼낼 수도 없었다. 줄리앙은 그냥 에드몽이, 아니 다른 어떤 남자가 ‘당신과 자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레아의 모습을 떠올린다는 것이 싫었다.

그러다가 레아의 그 예쁜 얼굴이나 탐스러운 머릿결, 봉긋하고 하이얀 가슴, 분명 부드러울 진줏빛 살결, 그 속살이 어떨지까지 몰래 그려 본다면 어쩌란 말인가.

줄리앙은 남자란 족속이 어떤 동물들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설령 머릿속에서만 벌어지는 일이라고 할지언정 누구와도 레아를 공유하고 싶지 않았다.

한편 레아는 레아대로 설레는 마음 반, 후회 반이었다. 아니 정말로 후회가 되는 건 아니었다. 처음 줄리앙을 만났을 때, 엊그제 열에 달 뜬 채 벌겋게 변한 얼굴을 하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제 얘기를 했을 때, 손목을 잡고 가지 말라고 했을 때, 레아에게 강렬한 키스를 했을 때, 레아를 품에 안고 그녀의 등허리를 만지고 있었을 때 느껴지던 그의 단단한 육체를 생각하면 레아는 역시 줄리앙과 한번 자 보고 싶었다.

그와 잔다면 어떤 느낌일지 알고 싶었다. 아니 로맨스 소설에서만 읽던 그 고통을 이긴다는 쾌락이란 게 무엇인지 그 느낌을 알고 싶었다. 쾌락 다음에 온다는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가 되었다는 느낌, 그것은 또 무얼지도 알고 싶었다.

하지만 로맨스 소설 속 남자 주인공들은 다 여자가 먼저 ‘자고 싶다’고 하면 신이 나서 짐승처럼 달려들던데, 머뭇거리며 당황하기만 하는 줄리앙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가 실수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었다.

게다가 오늘, 자정이라고 말해 버렸다. 내일이라고 말하면 벨라 언니와 상의라도 할 수 있을 것을.

레아에게는 변변찮은 예쁜 잠옷 하나 없었다. 너무도 소녀다운 호박 모양의 동그란 반 속바지와, 토끼 자수가 놓인 짧은 상의가 그녀가 언제나 입고 자는 잠옷이었다. 하나도 섹시하지 않았다. 그 외에는 레이스로 된 발등을 다 덮는 드레스 형식의 긴 잠옷이 있었는데 발등부터 해서 팔, 다리, 쇄골하며 모든 곳을 다 가리는 그 옷 역시 섹시할 턱이 없었다. 그렇다고 리넨으로만 된 실내복 드레스를 입자니 그것은 너무 허름했고 가슴이 훤히 드러났다.

자정이 되면 줄리앙이 올 것이다. 그를 대비해 출입문도 레아의 방문도 몰래 열어 두고 돌까지 괴어 두었다. 그가 레아의 방문을 열 그때를 기다리며 레아는 정성껏 몸을 씻고 장미 잎을 띄운 물을 욕조에 받아 두고 들어가 있었지만, 앞으로 또 무얼 해야 할지가 문제였다.

그때였다. 자정이 되려면 아직 한참 남은 시각이었는데 줄리앙이 창문을 넘어 레아의 방에 들어왔다. 장미 이파리가 욕조 전체를 덮고 있어 가만히 있었더라면 레아의 몸은 어깨 아래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겠지만, 문제는 레아가 너무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 버렸다는 데에 있었다.

“줄리앙, 대체 어떻게 온 거예요?”

줄리앙은 다시 한번 사람이 침을 삼키는 행위에 대해서 생각했다. 원래 사람이 말을 하고 숨을 쉬다 보면 침도 삼키고 하는데 오늘따라 침을 삼키는 행위가 왜 이렇게 의식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레아의 전신이 그대로 줄리앙의 눈앞에 있었다. 부드러운 살결, 가슴의 절묘한 곳에 붙어서 한쪽 유두를 가리고 있는 붉은 장미 잎, 그 장미 잎보다 조금 더 작고, 더 아름다운 빛깔을 내고 있는 반대쪽의 유두, 무슨 향료라도 바른 것인지 오묘한 진줏빛을 내면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가느다란 팔다리, 그리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줄리앙의 눈앞에 나타난 레아의 그곳까지 말이다.

줄리앙은 침을 꿀떡 삼키고, 간신히 그곳에서 눈을 떼고는 입을 열었다.

“……당신이 오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빨리 오라고는 하지 않았죠!”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레아는 자신이 온몸을 훤히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방 안의 온갖 불을 다 켜 놓았으며, 창문가로 비치는 달빛까지 동원되었기에 레아의 온몸은 속속들이 모두 다 보였을 것이다. 원래는 자정이 되면 은은한 등불 하나만 빼고 모든 걸 다 꺼 버릴 생각이었는데 말이다.

레아는 풀썩 다시 욕조 안으로 주저앉았다. 레아의 온몸이 순식간에 물과 장미 잎 사이로 감춰졌다.

줄리앙의 귀에는 이미 들리는 것이 없었다. 그는 천천히, 아니 본인은 천천히라고 생각했겠지만 빠른 속도로 욕조 옆으로 다가가더니 바로 레아의 어깨를 양손으로 짚고는 너무도 섬세하고 부드러운 손길로 그녀의 목을 뒤로 젖혔다.

그러고는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지난번의 키스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방향이 반대여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이미 그녀의 입술 안을 알아서였을 수도 있다. 아니면 이번에는 사랑에 더해 열정이, 열정보다 더 큰 욕정과 충동이 결합한 입맞춤이었기에 그럴 수도 있었다.

고개를 젖힌 채 위에서 바로 자신을 공략하는 줄리앙의 혀를 받아 내며 레아는 잠시 정신을 잃을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곧 레아의 인생의 첫 섹스가 시작될 것이다.

‘처음이라고 별건 아니야.’

베스 언니는 그렇게 말했었다.

‘아프긴 엄청 아팠어.’

마거릿 언니는 그렇게 말했었다.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한테 처음 안긴다는 건 정말이지―.’

벨라 언니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한번 그때를 떠올리듯이 몽롱한 눈빛을 하고 천장을 바라봤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내 처음이 어땠는지를 기억해 둬야 하는데, 이 떨림, 이 감정, 이 설렘을 다 남겨 둬야 하는데…….’

레아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 생각마저도 지워 버리는 키스를 하는 중이었다. 그의 혀는 레아의 입술을 한번 핥아 내리더니 다시 떼었다가 입술을 다시 똑바로 맞추고는 제 입술과 이로 레아의 입술을 벌려, 그 안을 강한 힘으로 공략했다. 마치 곧 아래쪽도 이렇게 공략할 거라는 듯이, 그런 욕정이 느껴지는 키스였다.

혀와 혀가 맞물리는 동안, 옷을 다 입고 있던 그는 어느새 신발을 벗어 던지고 잠시 입술을 떼더니, 레아가 온몸을 담그고 있는 물속으로 들어왔다.

첨벙, 하는 귀여운 소리가 났다. 레아는 욕조에 완전히 누워 있는 상태였는데 그 위로 물에 잔뜩 젖은 채 셔츠와 하의를 아직 벗지도 않은 줄리앙이 레아의 몸 위로 올라왔다. 추울 텐데, 라는 생각도 잠시, 물에 잔뜩 젖은 옷 아래로 보이는 그의 단단한 근육, 커다란 어깨뼈, 밋밋하고 딱딱한 가슴과 그 밑의 작은 근육들, 남자답고 커다란 뼈대, 탄탄한 몸에 시선이 갔다. 아름다운 몸이었다.

레아 역시 침을 꿀꺽 삼키자 줄리앙이 씩 웃으며 그녀의 목울대에 살짝 쪽, 키스를 퍼부었다. 그런 그의 모습은 머뭇거리던 아까 전과는 달리 여유가 넘쳤다. 문제는 정말 너무도 여유가 넘쳤다는 데에 있었다.

욕정과 충동이 가득한 키스를 보면 분명 그도 레아의 몸을 원하는 것이 맞았다. 뜨거운 물 속에 들어와 있는데도 이럴 수 있는 건가 싶게 커다랗게 된 그의 중심이 불쑥불쑥 일어나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 키스를 보면 바로 지금 그의 것을 레아의 것에 넣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는데 이상하게 지금 십 분이 넘게 욕조 안에서 키스만 하고 있었다.

물에 젖어 촉촉해진 레아의 머리칼 하나하나에, 정수리에, 그녀의 동그란 이마에, 뾰족한 콧날에 그의 입술이 왔다 갔다. 목울대에 잠시 입을 맞췄다가 그녀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탄성 소리가 나자 그곳에는 집요하게 그의 혀가 오갔다.

목울대부터 해서 쇄골까지의 모든 곳을 핥았다. 가슴, 그래, 그 입술이 가슴에 오자 레아의 입에서는 절로 신음이 흘렀다. 그의 혀는 레아의 유두를 정신없이 공격했고, 혀로 굴리고 손으로 비틀고 이로 잘근잘근 씹을 때마다 소리는 더 커졌다. 이 정도면 이제 아래로 내려올 법도 하건마는 줄리앙의 것은 부푼 제 자태를 숨기지 않고 있음에도 아직 레아의 안에 들어올 생각을 않고 있었다.

이제 레아의 차례였다. 그녀의 온몸을 핥고 만져 대며 손으로 입으로 사랑받는다는 게 무엇인지를 알려 주는 줄리앙의 행위를 잠시 멈춰 놓고 레아는 욕조에서 나왔다. 그리고 그의 셔츠를 두 손으로 뜯어 벗겼다. 두둑, 하고 단추 몇 개가 뜯어져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흥분을 한 것인지, 줄리앙이 레아를 번쩍 안아 들고는 침대에 그녀를 눕혔다.

환한 불빛을 받은 채 검은 하의 하나만 입고 있는 줄리앙의 아래쪽은 물에 젖은 옷에 감겨 있어 더욱더 크게 보였다. 반질반질거리는 데다가 하의 색상마저 어두워 커다란 무기처럼 제 위세를 떨치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몸을 다시 애무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까 신음소리가 컸던 그 목선을 살짝 훑어 내렸고. 혀로 할짝할짝 그녀의 어깨를 핥고 빨아 내리다가, 봉긋하게 솟아오른 가슴에서 멈추었다. 어떻게 만져야 할지 잠시 고민하듯 머뭇거리던 그 손이 그녀의 양 가슴을 쥐고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그러더니 다시 가슴 가운데 보드랍게 올라와 있는 붉은 유두를 입 안에 넣어 굴려 딱딱하게 만들고는 어쩔 줄을 모르며 그 혀가 배 위를 배회하였다.

레아의 입장에서는 놀리는 듯, 괴롭히는 듯 할짝할짝 간만 보고 있는 줄리앙이 야속하기만 했다. 아직 처음이었기에 자신이 뭘 원하는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레아도 책을 보고 언니들에게 들어 섹스가 무엇인지는 알았다. 줄리앙의 저 커다랗게 선 것이 얼른 레아의 것을 문지르고, 그 안에 자신의 것을 집어넣고, 집어넣은 채 허리 짓을 하고, 흔들어 대고 들어왔다 나갔다 해야 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줄리앙은 그것을 쓸 생각도 안 하고 레아의 몸을 어루만지고 물고 빨고만 몇 분째 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랫도리가 움찔움찔했다.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무엇인가 강렬한 자극이 그곳을 침범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냥 해요, 줄리앙.”

줄리앙이 입을 레아의 가슴에 댄 채 눈을 치켜들어 레아를 쳐다보았다.

“그냥 하라고요. 그냥 넣어 줘요.”

“넣어 달라고요?”

“네. 그냥 넣어요, 줄리앙. 원래 그러는 거잖아요.”

호기롭게 섹스를 하자고 말한 그녀였지만, 분명 이것이 그녀의 첫 경험인 듯했다. 문제는 줄리앙도 이 섹스가 처음이었다는 데 있었다. 그는 사랑을 믿지 않았다. 결혼할 생각도 없었다. 여자에 관심도 없었다. 저잣거리에서, 전쟁터에서 이름 모를 여자들과 놀아 대는 것에도 취미가 없었다. 그런 모습은 그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을 뿐이다. 그는 자신만의 완고한 기준이 있는 남자였고, 어쩌다 보니 여태까지 사랑에 빠지지 못했다.

굳이 그녀가 넣어 달라고 하지 않아도 줄리앙도 어서 그녀의 저 수풀 안을 헤치고 불뚝불뚝 서서 팽팽하게 부푼 자신의 것을 넣고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 넣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본능으로, 책으로 깨우친 지식으로 어디에 어떻게 넣는 것이 섹스라는 것은 알았지만, 책에서는 모두 처음 할 때면 여자는 엄청난 고통을 느낀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

레아의 작은 입술에서 흘러온 ‘넣어 달라’는 애원이 그의 것을 더는 단단해질 수 없을 정도로 딱딱하게 세워 버렸지만, 그의 것은 너무 커다랬고, 그녀의 몸은 너무 작아 보였다.

레아는 몸을 일으켜 줄리앙의 바지를 벗겼다. 줄리앙도 같이 움직여 자신의 것을 불편하게 만드는 그 천 쪼가리를 겨우 벗겨 내는 데 성공했다. 이제 그의 물건이 드디어 레아의 눈앞에 나타나자, 레아는 제 상상보다 훨씬 더 커다랗고 어찌 보면 무시무시해 보이는 그것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줄리앙의 머릿속에는 너무도 이율배반적으로 그렇게나 사랑스러운 그녀의 비부에 자신의 것을 박아 넣고 괴롭히고 싶은 마음이 싹텄다.

문제는 어떻게 해야 아프지 않게, 그녀도 모든 쾌감을 느낄 수 있게, 그의 커다란 것을 그녀 안에 넣을 수 있는지를 전혀 모르겠다는 데에 있었다. 줄리앙은 그저 본능에 몸을 맡긴 채 움직였다. 자신의 것을 그녀의 수풀 근처에다 대고, 작은 수풀을 손으로 다정히 쓰다듬다가, 그 안의 불그스름하고 조그만 것을 손가락으로 살살 어루만졌다.

그녀의 입에서 드디어 신음소리 비슷한 것이 났다. 소리가 새어 나오자마자 입술을 이로 깨무는 것을 보니 그녀도 모르게 내뱉은 신음인 듯했다.

‘여기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줄리앙은 그곳에 자신의 중심을 가져다 대고 비벼 대었다. 그녀의 것에는 점차 조그만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더니, 얕게 팬 그 깊은 곳에서 샘물에서 물이 흘러나오듯 계속해서 맑은 물이 흘러나왔다.

그의 것도 조금씩 끈적거리고 있었다. 끝에 맺히기 시작한 액체가 그녀의 것에서 나오는 애액과 맞닿아 비벼지는 움직임은 점점 더 편해졌다. 줄리앙은 이제 본능에 제 몸을 맡기고 레아의 그곳에 자신의 것을 가져다 댄 채 계속해서 두 하체를 마찰시켰다.

왔다 갔다 하는 움직임 사이로 레아의 신음소리가 나왔다. 찰박찰박 하는 소리와 함께 두 성기가 맞닿았다가 헤어지고 다시 맞닿기를 반복했다.

그의 손가락은 손가락대로 계속해서 멋모르고 레아의 음핵을 동글렸다가 어루만졌다가 다시 조금씩 간질이다가 꾹 누르다가 다시 마구 비벼 대고 있었다. 레아는 몸이 배배 꼬였고 무언가 깊은 곳에서 아릿아릿한 느낌이 들어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감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더, 더 깊은 자극을 원하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그녀는 다시 한번 입을 열어 말했다.

“거기, 거기 만져 줘요.”

“여기요?”

“으응, 거기.”

줄리앙이 바로 거기, 라고 말한 그곳을 만졌을 때, 레아가 다시 한번 말했다.

“거기에 손가락을 대고 눌러 줘요.”

“이렇게?”

“하읏―.”

레아의 신음이 더 커진 것을 보니 그곳이 정답인 듯했다. 이제 줄리앙은 그곳에다 대고 자신의 것을 눌러 대었다가 비벼 댔다가 다시 손으로 어루만졌다가 성기로 비벼 댔다가를 반복했고 방 안 가득 레아의 신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제 슬슬 줄리앙도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의 물건 끝에서는 레아의 것이 그렇듯 액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끈적거리는 두 성기가 미끄럽게 부딪치며 내는 소리 사이로 줄리앙의 숨소리와 레아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줄리앙, 이제 넣어 줘요.”

“어떻게요?”

줄리앙은 정말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 확, 들어가려면 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그렇게 욕심을 내다간 그녀의 것에 상처가 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어떻게 넣어야 그녀가 아프지 않을지, 어떻게 들어가야 그녀가 상처 입지 않을지 그는 알 수 없었다.

좀 더 적극적이고 용감한 것은 레아였다. 레아는 자신의 위에 있던 줄리앙을 끌어안고 한 바퀴 굴러 그를 침대에 뉘였다. 그러고는 줄리앙의 위로 올라가서 제 엉덩이를 그의 중심 근처에 두고는 그의 것을 제 비부에 맞대고 위치를 확인하는 듯이 조금씩 조금씩 움직였다.

줄리앙은 그녀가 대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살짝씩 제 선단에 와 닿았다가 다시 멀어졌다가 다시 닿는 그녀의 것의 그 부드러운 느낌이 좋아 눈을 감고 멋대로 그 느낌을 음미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레아는 확, 너무도 용기 있게 그의 물건 위로 앉아 버리고 말았다.

“아흐―.”

신음보다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들리면서 줄리앙의 발딱 선 물건이 레아의 안으로 푹 들어갔다. 다행히 젖을 대로 젖어 있는 두 성기가 맞물리면서 생긴 커다란 사고는 없었다. 레아의 것은 아무 상처도 입지 않았고 줄리앙의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대로 바로 주저앉아 버렸으니, 더는 머뭇거릴 새도 없이 줄리앙의 커다란 것은 바로 레아의 안으로 푹 들어가 버렸다.

레아는 그 커다란 것이 처음으로 제 안을 침범한 이물감과, 제 온몸이 반으로 쪼개지는 것 같은 아픔에 괜찮냐는 줄리앙의 물음에도 차마 대답도 못 한 채 신음 같은 비명소리만 내면서 가만히 앉아 있었다. 줄리앙도 아무 움직임 없이 잠시 가만히 레아의 안에 자신의 것을 넣은 채 그대로 레아를 꼭 안고 있었다.

하지만 줄리앙의 그것은 레아의 안에서 혼자서 꿈틀거리며 위아래로 진동하고 있었고, 그 작은 꿈틀거림이 느껴질 때마다 온몸이 저릿저릿하면서 이상한 감각이 레아를 지배했다. 너무 아팠다. 처음 느끼는 감각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위아래로 혼자 움직일 때마다 이상한 느낌이 고통 안에서도 저를 간질이고 있었다.

줄리앙은 줄리앙대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레아가 용기 있게 자신의 안에 줄리앙의 것을 넣어 버린 순간, 부풀 대로 부푼 자신의 것을 꽉 물어 버리는 그 부드럽고 민감한 내벽의 조임에 터질 것 같은 아픔과 쾌감이 함께 들었다. 그 안은 너무도 따뜻했고 포근했다. 그것은 하나의 입이었다. 수백 개의 혀가 자신의 것을 꽉 물고는 빨아올리고 핥고 물어 대고 있었다.

그 감각에 그의 것은 미칠 듯이 진동했다. 빨리 움직여서 이 느낌을 더 적극적으로 느끼고 싶었지만, 레아가 너무 아파하고 있었다. 그는 이성의 힘으로 간신히 제 움직임을 제어했다.

움직임 역시 레아가 먼저였다. 그녀는 제 손을 들어 줄리앙의 젖은 머리를 어루만져 주었고, 그의 얼굴을 보면서 배시시 웃었다. 고통에 찡그려진 그 얼굴이 겨우겨우 웃음기를 띠는 순간, 줄리앙은 그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그때 처음으로 그는 맹세했다. 영원히 그녀를 지켜 주겠다고 말이다.

그녀를 안은 채 다시 한 바퀴를 돌아 그녀의 위에 올라탄 줄리앙은 그녀의 이마에 한번 키스를 하고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것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로 레아는 고통에 찬 소리를 냈다. 줄리앙이 잠시 멈추었다. 그녀를 아프게 하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이 그의 미칠 것 같은 충동을 제어시켰다.

레아의 온몸에는 너무 힘이 들어가 있었다. 이렇게 다리에 힘이 들어가서 자신의 것을 꽉 물고 있다면, 어떤 움직임도 레아를 아프게 할 것이 분명했다. 줄리앙은 살짝 살짝씩 그녀의 허벅다리를 어루만졌고, 그 부드러운 손길에 레아도 다리에 잔뜩 들어간 힘을 빼었다. 그는 억센 힘을 제어해 가며 레아의 가느다란 다리를 올려 자신의 어깨에 걸치고 무릎에 살짝 입을 맞추고는 자신의 것을 레아의 것 안에서 빼어 내었다. 용감하게도 레아는 말했다.

“다시 넣어 줘요.”

줄리앙은 입구에다 자신의 것을 조금만 밀어 넣고 다시 빼었다가 살짝 밀어 넣었다가 하는 얕은 움직임을 반복했다. 입구 쪽의 그녀의 속살이 그의 움직임과 함께 쓸려 갔다가 다시 그 작은 돌기들도 그의 것을 에워싸 꽉 품었다가 다시 나가는 그의 것을 물기를 반복했다. 더 깊이 찔러 넣고 싶은 마음에 미칠 것 같았지만 그는 가까스로 제 충동을 억제했다.

작은 움직임이 반복될 때마다 레아의 입에서 고통 어린 신음소리가 흘렀다. 빨리 그 소리를 환희에 달뜬 소리로 바꿔 주고 싶었다. 자신이 느끼고 있는 이 쾌감을 레아도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레아.”

“아―.”

“레아, 눈을 뜨고 나를 봐요.”

눈을 질끈 감고 마치 버티듯이 있던 그녀가 커다란 눈을 뜨고 줄리앙을 바라보았다. 눈망울에는 방울방울 눈물이 어려 있었다.

“어디가 좋은지 말해 줘요. 아까처럼.”

줄리앙은 반쯤 몸을 세우고 그녀의 다리를 어깨에 걸쳐 놓은 채 훤히 드러난 그녀의 비부를 꾹 손으로 눌러 보았다. 아까 레아가 좋다고 했던 그곳을 찾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고 동글동글 굴려도 보고 하는 사이에 레아의 입에서는 점차 쾌감 어린 신음소리가 흘렀다.

“여기?”

하고 묻자 그녀가 눈을 감은 채 끄덕였다.

“너무, 너무 깊어―.”

줄리앙은 그곳을 계속 손으로 어루만지며 제 것을 레아의 안 깊숙이 밀어 넣었다가 다시 완전히 빼어 내었다. 그럴 때마다 신음소리는 더 커졌다. 이제는 조금만 밀어 넣고 입구의 가까운 곳의 위쪽에다가 자신의 것을 박아 넣으며 살짝 레아의 안에 들어갔다 말았다 하며 그녀가 좋다고 한 음핵 주변을 계속해서 손으로 만져 대는 것이 가장 커다란 신음소리를 얻는 방법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렇게 계속해서 그녀를 간질이듯, 괴롭히듯 입구 주변에서 밀어 넣고 있자 레아의 입에서 드디어 탄성에 가까운 소리가 났다.

“줄리앙, 더 깊이. 꽉 차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줄리앙은 참고 있던 욕망을 풀고 자신의 것을 레아의 안에 끝까지 밀어 넣었다.

“아니, 아―.”

레아가 다시 아니라고 해 봤자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이제 고삐 풀린 망아지였다. 레아의 안에서 자신을 빨아들이는 내벽의 힘을 그도 견딜 수 없었다. 수백 개, 수천 개의 말랑말랑하고 힘 있는 혀들이 그의 것을 감싸고 축축하게 적시며 꽉 물고는 밀어 당겼다가 놓았다가 다시 꽉 무는 그 감각에, 그는 미친 듯이 본능에 제 몸을 맡기고 깊숙이 더 깊숙이 레아의 안에 자신의 것을 밀어 넣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자신의 것 안을 꽉 채우고 엄청난 무게로 꽉 눌러 대는 그의 움직임에 레아의 입에서도 끊임없이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아파?”

그가 쉰 목소리로 물었다. 어찌 된 것이 깍듯한 존댓말이 사라져 버렸지만 그 편이 더 야하게 느껴졌다. 레아는 대답 대신에 고개를 저었다. 아픈 것 맞았다. 하지만 아파도 좋았다. 그녀는 이 느낌이 계속되기를 원했다.

그는 고개를 힘차게 젓는 레아의 이마에 한번 키스를 하더니 이제 레아의 양다리를 손으로 잡고 자신의 것을 그 안에 빠른 속도로 박아 올렸다. 그렇게 자신의 것과 레아의 것이 접합될 때마다 방 안 가득, 찌걱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움직임이 계속되자 레아의 신음소리 역시 크고 빨라졌다, 그녀가 몸을 비틀며 아, 아, 하고 커다란 소리를 질렀을 때 뭔가 그녀의 안이 수축되었다가 다시 넓어졌다가 완전히 좁아지면서 그의 것을 비틀어 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리듬에 맞춰 그가 그녀의 안에 자신의 것을 박아 넣자, 그녀의 입에서 지금까지 들어 본 적이 없는 괴성이 나기 시작했다. 줄리앙이 잠시 멈칫하고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아프면 그만할게.”

“아, 안 아파, 괜찮아. 나 아픈 것 좋아. 아프게 해 줘.”

줄리앙은 레아의 말이 무슨 말인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계속하라는 의미인 것 같았다. 아니 그게 아니래도 이제는 멈출 수가 없었다. 방금 찔러 넣었던 그곳, 그곳에서 자신의 것을 무는 그 감각은 무시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그곳만을 공략했다. 그녀의 팔이 그의 등에 닿고는 일어서 있던 그의 상체를 끌어당겼다.

줄리앙은 레아를 꽉 끌어안았다. 레아 역시 줄리앙을 꼭 끌어안았다. 두 사람 모두 이제 조금 후면 절정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빈틈 하나 없이 꼭 끌어안은 채 레아는 자신의 한쪽 다리로 줄리앙의 허리를 감았고 허리 아래에서 엉치뼈로 이어지는 부분을 양손으로 꽉 잡고 더 깊이, 더 세게 자신의 것 안에 박아 달라는 듯 꼭 안아 끌어 대었다. 그 움직임은 너무도 사랑스러운 동시에 너무도 자극적이었다.

“레아.”

“줄리앙.”

둘은 마주 안은 몸을 엉성히 풀고 서로의 눈을 마주했다. 사랑해, 라고 말하지 않아도 눈을 보고 알 수 있었다. 다시 한번 레아가 꽉, 그를 끌어안았다.

줄리앙은 자신의 것을 레아의 안에 밀어 넣은 채 더 꽉, 더 깊이, 더 세게 그녀의 안에 자신의 것이 꽉 박혀 다시는 빠져나오지 못할 듯 깊은 곳까지 박아 넣었다. 두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천둥의 한숨 같은 소리가 났다.

그녀의 안에 무언가가 퍼져 나갔다. 그렇게 퍼져 나가는 액체와 함께 그가 막판 스퍼트를 올리듯 자신의 것을 다시 한번 깊게 밀어 넣었다. 꾹, 그녀의 비부에 그의 것이 꽉 들어맞는 순간 레아는 머리가 뻥 뚫리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온몸에 전기가 흘렀다. 그가 단 한 번도 만지지 않은 발가락 끝부터 제 정수리까지 좌르르 전기 도마뱀 같은 것이 제 몸을 흘러 다니는 것 같은 이상한 감각이 왔다. 미칠 것 같은 쾌감이었다.

“사랑해, 레아.”

줄리앙의 거대한 몸이 레아의 몸 위로 무너졌다. 숨을 몰아쉬며 줄리앙은 그녀를 끌어안고 사랑해, 사랑해, 라고 계속해서 속삭였다. 그녀 역시 그의 말에 대답하고 싶었지만 레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이런 게 섹스구나.”

레아의 말에 줄리앙이 그녀의 입술에 쪽, 가벼운 입맞춤을 하며 대답했다.

“응. 이런 게 섹스였어.”

“이런 게 사랑하는 사람이랑 하는 섹스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신세계라도 맛본 듯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레아의 경탄을 줄리앙 역시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것은 그에게도 처음 맛보는 세계였으니 말이다.

“이런 건 줄 몰랐어.”

“나도 몰랐어.”

그렇게 말하고는 두 사람은 키들대며 웃었다. 그는 가만히 누워 움직일 생각도 안 하고 있는 레아의 자그마한 온몸에 천천히 입을 맞추었다. 이마, 콧날, 입술, 목 언저리, 앙상한 어깨뼈, 가슴, 팔꿈치, 팔이 접히는 부분의 부드러운 속살, 허벅지, 무릎, 정강이뼈, 발목, 발등까지, 그가 들어갔던 그녀의 몸 모든 곳이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레아는 천천히 일어나 그의 사랑에 답했다. 그녀의 입술이 먼저 그의 입술을 향해 가는 순간 두 사람의 첫날밤은 다시 한번 시작되었다.

<2권에서 계속>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