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유월의 복숭아 1- (1/48)

유월의 복숭아 1

1부

1. 내가 망한 이유

세상엔 참 이상한 말들이 많다.

‘여자 인생에는 두 번, 수많은 남자들이 몰리는 시기가 있다. 그 시기에 어떤 남자를 선택하느냐가 여자의 인생을 좌우한다.’

이건 벨라 언니의 말이다.

“여자 인생에 남자가 그렇게 중요해?”

내가 묻자 벨라 언니는 그런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는 듯이 웃는다.

“그럼. 중요하지. 남자 인생에서 여자가 중요한 딱 그만큼 중요하지.”

“뭐 그렇게 말하면 할 말 없네.”

나의 대답을 듣더니 언니는 다시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타이르듯 말한다.

“레아, 나는 여자가 어쩌고 남자가 어쩌고 하는 고리타분한 얘길 하려는 게 아니야. 다른 사람들에겐 두 번이지만 우리에게는 한 번이야. 알고 있지?”

언니는 지금 남자가 몰리는 시기 얘기를 하는 거다. 여자 인생에서는 두 번, 남자가 몰리는 시기가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우리 집 여자들에게 그 시기는 단 한 번뿐이다. 열일곱 살이 되는 여름, 6월에서 8월까지의 석 달.

그 시기에 우리 리버런 가문의 여식들과 혼인을 맺기를 원하는 남자들은 리버런 섬에 와서 여름휴가를 보낸다. 말이 여름휴가지 석 달간의 구혼 과정인 셈이다.

제국의 북쪽 끝에 있는 리버런 섬은 더운 여름에도 홀로 서늘하다. 성을 둘러싼 라벤더 숲은 여름에 절정을 이룬다. 이곳은 여름휴가를 보내기엔 최적의 장소이다.

아직 혼인하지 않은 귀족가의 남자들은 모두 리버런 섬으로 휴가 오는 것을 꿈꾼다. 리버런가의 어마어마한 지참금을 노리는 이들도 다수다. 여왕은 이들 중 서넛을 뽑아 리버런 섬으로 휴가 갈 권리를 준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저택의 별궁에서 라벤더 밭을 거닐며 남자들은 여왕이 허락한 최장기간의 휴가를 보낸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사색하고, 다과회와 무도회에 참석하고 아름답기로 소문난 우리 일곱 자매와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의 이것을 ‘마법의 여름’이라 부른다.

8월의 마지막 밤이 끝나고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이제 꿈같던 마법의 여름도 끝이다. 남자들은 열일곱 살이 된 리버런가의 여식에게 청혼한다. 9월의 첫째 날 리버런의 딸은 구혼자 중 한 명을 선택한다.

결혼식은 9월 안에 치러진다. 9월이 지나면 리버런 섬엔 곧 기나긴 겨울이 오기 때문이다. 눈이 섬 전체를 다 덮어 버리기 전에 리버런의 딸들은 섬을 떠난다.

벨라 언니는 운이 좋았다. 그해에는 여왕이 다섯 명이나 되는 구혼자를 뽑았다. 선택지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이다. 다섯 모두 언니에게 열렬히 반해 마음을 다해 청혼했다. 그중 마침 천하의 이사벨라 리버런을 사로잡은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는 결혼하고 보니 생각보다도 더 괜찮은 사람이었다.

“나도 언니처럼 운이 따른다면 좋을 텐데.”

“그럴 거야. 레아. 어떤 남자든 널 좋아할 거야.”

“그거야, 언니 얘기고. 난 언니처럼 예쁘진 않아.”

이사벨라 리버런, 저 먼 수도까지 소문이 자자한 왕국 최고의 미녀. 물결치는 금발의 탐스러운 머리칼, 녹색 눈동자. 그 눈동자를 바라보다 가끔 나조차 넋을 잃곤 한다.

“설마 여자는 외모가 다라는 얘길 하려는 건 아니겠지? 너답지 않게.”

“여자가 아니라 남자도 외모가 다지. 어차피 첫눈엔 외모밖에 안 보여.”

“그럼 청혼한 사람 중에 제일 잘생긴 사람을 고르겠네?”

“당연한 얘기지. 잘생긴 사람이 내게 청혼을 할 거냐 말 거냐가 문제긴 하지만 말이야.”

“레아, 자꾸 툴툴거리는 걸 보니까 불안한가 본데 그러지 마. 넌 충분히 예뻐. 아름다운 리버런의 일곱 자매 중 하나 아니니?”

“그 소문이야 리버런의 셋째 딸이 워낙 아름다워 생긴 것 아니었어?”

언니의 말에 나는 입을 비쭉이며 대답했다. 벨라 언니는 그런 내 심술에도 지치지 않고 나를 타일러 준다.

“레아, 누구든 너한테 반할 거야.”

나는 내친김에 오래된 투덜거림을 반복한다.

“난 내 칙칙한 눈 색깔이 싫어. 언니처럼 초록색이면 좋을 텐데.”

“난 너처럼 잿빛 눈동자가 되고 싶은데? 너만 특별하잖아. 예쁜 회색. 지금처럼 라벤더 숲에 있을 때면 이상하게 연보랏빛을 띠며 푸르게 빛나지. 정말 예쁜 눈이야.”

언니는 언제나처럼 지치지 않고 내 응석을 받아 준다. 나는 사실 언니의 저 상냥한 말들에 위안받고 싶어서 응석을 반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유치하게 들리겠지만 어쩔 수 없다. 내게 이렇게 상냥하게 대해 주는 건 이사벨라 언니밖에 없다.

“그런 소리를 해 주는 건 언니뿐이야. 연보랏빛 눈이라니.”

“누구든 네 눈에 반할 거야. 진짜야. 레아.”

“남자들이 나한테 반하면 뭐해. 반한 놈이 못생기면? 반한 놈이 내 마음에 안 들 수도 있잖아.”

“있을 거야. 적어도 한 명은 네 맘에 들 거야.”

“그래, 남자들이 다 나한테 반했다 쳐. 그중에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고. 근데 그 사람이 언니의 남편 제이미 오를 공처럼 좋은 분일 수 있을까? 너무 적은 확률이야.”

“행운이 있기를.”

제이미 오를 공을 떠올리는 듯 꿈꾸는 듯한 눈을 하고는 벨라 언니가 말했다.

“난 내 인생을 운에 맡겨 두기 싫어.”

“어쩌겠니. 리버런의 딸로 태어난 것을.”

빙긋 웃으며 언니는 내 이마에 행운을 비는 키스를 해 주었다.

하지만 언니의 키스는 내게 통하지 않았다. 그해 여름, 여왕이 우리 섬에 보내 준 구혼자들은 고작 셋뿐이었다.

줄리앙 레날 공작.

필 로즈먼드 백작.

구엘 백작가의 차남 앙투안 구엘.

첫 번째, 줄리앙 레날 공작은 첫눈에 날 사로잡았다. 그는 엄청난 미남이었다. 커다란 키에 넓은 어깨를 한 레날 공작은 무신답게 딱딱한 턱 선에 날카로운 콧날을 하고 있었다.

한 붓으로 그린 듯 깔끔한 그의 얼굴선은 지나치게 완벽해 다소 차가운 느낌까지 들었다. 그런데 괴팍하리만치 높은 눈썹 뼈가 만들어 내는 음영 속에 숨어 있는 눈동자는 신기할 정도로 순수한 빛을 냈다.

1차 제국전쟁에서 큰 공로를 세운 무인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도, 그 눈을 바라보고 있자니 저 사람이 사람 하나 죽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 다정한 눈이었다.

엄격한 아버지를 둔 탓에 늘 다정하고 상냥한 남자가 이상형이었던 나는 그에게 첫눈에 반했다. 거울같이 동공이 새카만 그 눈은 그가 시선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시시각각 섬세하게 빛났다. 시원하고 서글서글한 눈매는 그 근사한 눈동자를 한층 멋져 보이게 만들었다.

리버런 섬에 도착한 바로 다음 날, 그는 내게 자신의 영토에서 가져온 커다랗게 영근, 탐스러운 복숭아 하나를 주었다.

“리버런 섬에도 복숭아밭이 있습니까?”

줄리앙 레날이 물었다.

“아뇨. 한 번도 맛본 적이 없어요. 레날의 영지에서만 난다는 유월의 복숭아에 대해서는 들은 적이 있지요.”

내가 대답했다.

“부드러워서 칼로는 손질할 수 없습니다. 껍질을 손으로 직접 까먹어야 합니다.”

줄리앙 레날은 정원으로 나갔다. 분수대 근처의 조각상에서 졸졸 깨끗한 물이 흐르고 있었고, 줄리앙은 결벽증적으로 공들여 손을 씻었다. 그러고는 그 귀공자 같은 하얀 손에 과즙을 묻혀 가며 복숭아를 손수 까 주었다.

“손이 더러워져요.”

“괜찮습니다.”

과즙이 뚝뚝 흐르고 손이 끈적끈적해지는데도 그는 개의치 않았다. 6월 한낮의 응접실에 정오의 빛이 들었다. 햇볕이 그의 얼굴에 음영을 그려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하얗고 서늘한 손이 복숭아 껍질을 열심히 벗겨 내 입 안에 직접 넣어 주었다.

복숭아를 한입 베어 무는 순간 그의 긴 손가락이 내 입술에 살짝 닿았다. 남자와의 그토록 내밀한 접촉은 처음이었다. 나는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너무 맛있어요. 달아요.”

내가 말했다.

그는 싱긋 웃었다. 유월 정오의 햇살이 이토록 환한 것은 오로지 그의 미소 탓인 듯했다.

“유월의 복숭아를 먹으면 영원히 산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가 말했다.

“벌써 청혼하시는 건가요? 저랑 영원히 살자고요?”

그는 대답 없이 웃었다. 소년같이 싱그러운 웃음이었다.

내 머릿속에서는 5초 만에 그림이 펼쳐졌다.

레날 공작이 내게 청혼하는 모습.

그와 결혼하여 레날 공작부인이 되는 내 모습.

레날의 영지에서 매년 6월마다 복숭아를 따 먹는 우리 둘의 모습.

레날 공작의 까만 눈을 닮은 우리 아이들이 여름마다 리버런 섬에 놀러 와 라벤더 밭에서 뛰놀면 레날 공작은 환하게 웃으면서 내 옆에 앉아 아이들에게 복숭아를 까 주는 모습.

영원히 그의 곁에서 행복하게 사는 내 모습.

상상의 나래는 참 빨리도 그 날개를 펼친다. 하지만 그 날개는 곧 꺾였다. 그는 내게 정말 아무 관심이 없었다.

레날 공작은 내게 별다른 구애 활동을 하지 않았다. 아니, 거의 나를 피하는 듯이 행동했다. 복숭아는 달고 맛있었지만, 그는 첫인상과는 달리 전혀 달콤한 사람이 아니었다.

복숭아를 베어 먹으면서 내가 무슨 실례라도 했나? 아니면 신나서 복숭아를 들고 구애를 하러 왔는데 내가 영 자기 타입이 아니었던 걸까?

석 달 내내 레날 공작은 내게 말 한마디를 걸지 않았다. 그는 늘 별채에 틀어박혀 있었고 이따금 밖에 나온다고 해도 혼자 라벤더 숲을 거닐며 정원을 산책할 뿐이었다.

산책길에 나와 마주치면 슬쩍 눈인사만 하고 티가 날 정도로 황급히 자리를 떴고, 내가 응접실에 들어오면 거기 앉아 있다가도 바로 일어서 서재로 급히 들어가 버렸다.

가끔 정원에서 그의 방을 올려다보면, 정원의 풍경을 내려다볼 생각이었는지 창가에서 이쪽을 응시하고 있는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나와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바로 커튼을 쳐 버리곤 창문을 닫았다. 나를 싫어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대체 왜 여기에 온 걸까? 집안에서 리버런가와의 정략결혼을 강력히 주장했기에 구혼하는 시늉이라도 해 볼까 싶어 온 것일까?

복숭아는 왜 주었을까? 그래도 구색 맞추기라도 해야 하니까 선물이랍시고 하나 준 걸까?

난 또 왜 설레발을 치면서 청혼 얘기를 운운한 걸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낯빛이 붉어진다. 처음엔 부끄러웠고, 나중엔 그렇게까지 내게 관심이 없는 그가 미웠고, 내가 무얼 잘못한 것도 아닌데 더러운 똥 피하듯 나만 보면 자취를 감추는 그의 행동이 무례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결국엔 나도 그에 관한 관심을 끊었다.

두 번째, 로즈몬드 백작은 내게 어마어마한 관심을 보였다. 석 달 내내 내 뒤만 졸졸 쫓아다녀 귀찮아 미칠 노릇이었다. 그는 언제나 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를 창의력 좋게 온갖 미사여구를 붙여 찬양하며 흑요석이며 루비며 사파이어, 에메랄드, 온갖 오색 보석을 선물했다.

왕국 최대의 광산이 로즈몬드 가문의 영지 안에 있었다. 하지만 그놈의 창의력은 내게 붙일 미사여구를 고안하는 데 다 써 버린 모양이었다. 그는 어마어마한 부자였지만 한심할 정도로 멍청했다. 대화라는 것 자체가 통하지 않았다. 여왕이 왜 이런 멍청한 놈을 뽑아 리버런 섬에 보냈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아마 여왕에게도 어마어마한 보석을 바쳤을 것이다.

세 번째, 구엘 백작가의 둘째 아들 앙투안 구엘은 로즈몬드 백작과는 정반대였다. 완전 빈털터리였다는 말이다. 그의 외할아버지가 여왕이 몹시 좋아하던 시인이라 들었는데 그가 용케도 구혼자 중 하나로 뽑혀 리버런 섬에 오게 된 것은 아마 그 탓일 것이다.

나는 그가 꽤 맘에 들었다. 일단 그는 나를 좋아했다. 언제나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내 모든 말에 귀 기울여 듣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레아, 레아 하며 언제나 내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 주었다. 주머니는 텅 비었지만, 감성만큼은 누구보다 풍부했다. 별이 떨어질 것같이 아름다운 눈동자를 하고는 내 방 창문 아래로 와서 아름다운 시를 읊어 주곤 했다.

다리가 길고 기린처럼 모가지도 긴 앙투안 구엘. 그는 아직 덜 자란 가는 몸과 창백한 피부의 미소년이었다. 여름밤, 밝은 달이 비치는 내 방 창문 아래에 서 있는 그의 그림자는 제법 멋졌다. 그가 읊어 주는 노래들은 낯간지럽고 문학성은 좀 떨어졌지만, 달밤의 우수를 좀 더해 들으면 그럭저럭 들어 줄 만했다.

여름 내내,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그와 함께 보냈다. 앙투안과 내가 엄청나게 잘 맞는다는 느낌은 없었다. 가끔은 내가 하는 말을 그가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내게 모든 것을 다 맞춰 주었다. 내가 하자는 대로 다 해 주니 나도 그럭저럭 재밌었다. 아무렴, 내 첫 연애였다. 설렐 수밖에 없었다. 제법 잘생긴 얼굴의 남자가 나를 따라다니며 시를 읊어 주고 나를 좋아해 주고 떠받들어 주는 것은 제법 기분 좋은 일이다.

여름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8월의 마지막 날에 모두가 내게 청혼한 것은 아니다. 줄리앙 레날 공작은 예상대로 잠자코 앉아 있었다. 로즈몬드 백작과 앙투안이 내게 청혼했다.

“내겐 당신에게 꺾어 줄 장미꽃 외에는 아무것도 없으나 당신이 이 꽃을 받아만 준다면 평생 행복하게 해 주리다.”

앙투안 구엘은 그렇게 말하면서 내게 정원의 장미꽃을 하나 꺾어 주었다.

“어떻게 행복하게 해 줄 건데요?”

“늘 다정하게 당신을 껴안아 주겠소.”

마음에 드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난 이런 생각을 했다.

‘아, 난 평생 날 다정하게 안아 줄 사람을 찾아왔었어.’

우습지만 진짜였다. 누군가에게 안기는 건 참 포근하고 따뜻하고 기분 좋은 일이다. 어렸을 때는 유모가 가끔 안아 주었다. 두툼한 유모의 팔뚝이 날 끌어안아 주었을 때 느꼈던 부드러운 감촉이 아직도 생생하다. 엄마나 아버지와는 그런 적이 없다. 요새는 가끔 벨라 언니가 등을 토닥여 준다. 그게 다다.

살다 보면 누군가에게 안길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제일 좋은 것은 언제든 ‘안아 달라’고 하면 안아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아닐까.

내 몸 전체를 맡기고 폭 안겨 그 체온에, 촉감에 눅진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 그 생각을 하니 기쁨에 몸이 떨렸다. 포옹은 우리 생각보다 더 큰 가치를 가지고 있다.

“나와 결혼한다면 내가 가진 모든 보석이 당신의 것이오. 내게 보석보다 더 빛나는 여자와 함께 살 수 있는 영광을 주겠소?”

로즈몬드 백작은 그렇게 말하면서 내게 족히 10,000루블은 넘어 보이는 핑크빛 다이아몬드를 선물했다. 억 소리가 나게 아름다웠다. 하지만 보석은커녕 지나가다 밟히는 돌보다도 더 흐리멍덩한 그의 눈을 보고 평생을 살 자신이 없었다.

“돈은 내게도 충분히 있어요. 돈도 미모도 내게 있으니 앙투안, 당신은 저를 안아만 주시면 되겠어요. 꽃과 함께 말이에요.”

앙투안이 뛸 듯이 기뻐하며 나를 안아 올렸다. 그렇게 나는 앙투안을 선택했다. 그리고 시원하게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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