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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 노부나가의 가신이 되었다-155화 (155/171)

〈 155화 〉 하치스카 당(2)

* * *

……생각을 해보자.

산적이라고 함은 무엇일까?

일전에도 말했듯이 어떻게 포장을 하든 결국, 본질은 약탈과 살인 등에 있다.

이상한 일도 아니다.

역사적으로 대부분 산적들이나 도적들은 기득권에 수탈당한 피지배층들이 뭉쳐 그들을 무력으로 응징하고, 수탈당했다고 생각하는 재물을 다시금 긁어모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뭐랄까.

눈앞에서 이코마 상단과 일영 등을 습격한 그들의 행동은 기본적인 대전제에서 심히 빗나가 있었다.

그들이 귀족에 수탈당한 것에 분노했다면 차라리 모두 죽여버리는 게 자연스럽다.

‘이코마의 말대로 돈을 위해서라면?’

글쎄.

그녀의 말대로 몸값을 받는다고 가정해도 이상한 것은 여전하다. 애초에 반항할 가능성도 크고 처리도 곤란한 인간은 매력적인 상품이 아니다.

더욱이 대부분 납치의 대상은 특정한 이유가 있지 않고서야 몸값을 높게 받을 수 있는 귀족이나, 처리와 관리가 쉬운 어린아이들을 위주로 한다. 악질인 놈들은 성노예로 팔기 위해 반반한 여자나 남자를 잡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이 히치스카 당이라는 이름을 가진 도적들은 기존의 상식을 전면에서 부정하고 있었다.

‘이 많은 인원들을 모조리 인질로 잡는다?’

조금만 생각을 해봐도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그게 지극히 비효율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남자로 이뤄진, 아니 백번 양보해서 남녀가 합쳐진 도적단이라고 해도, 상대를 죽이지 않고 전부를 생포하려는 이 행위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척 보기에도 귀족가의 자제처럼 보이는 일영이나 이코마 상단의 상단주인 이코마 키츠노를 생포하려는 건 차라리 납득이 된다.

아니,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귀족이거나 돈이 많은 그와 그녀는 아주 좋은 거래 물품이니까. 하다 못 해 노예로 돌리더라도 얼굴이 반반한 일영과 그녀는 수요층이 꽤나 확실할 것이다.

그런데 반면 나머지는 어떨까?

당연하게도 돈이 되는 이들이 아니다.

구태여 일영의 호위무사들까지 갈 필요도 없다.

상단의 호위를 돕는 낭인들.

제각기의 이유가 있겠지만, 그들 중 태반은 당장 상단에서 들어오는 돈이 없으면 식솔을 부양하기도 힘든 처지다.

당연히 몸값을 낼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할 리도 없을뿐더러 낸다고 하더라도 차라리 죽이고 소지품을 털어가는 게 더 수지에 맞을 정도로 번거로운 일이다.

“크윽!?”

“흐으읍!”

그런데도 히치스카 당을 이루는 여 산적들은 그들에게 결정적인 살초를 날리지 않고, 대부분 허벅지나 팔. 정말 피치 못 할 경우에만 그나마 죽을 확률이 덜한 가슴 쪽을 노렸다.

‘정말로 죽이고자 했다면, 차라리 복부가 훨씬 편할 텐데.’

물론 심장이 있는 가슴도 완전히 안전한 부위는 아니지만, 내장이 집중되어있는 복부는 잘못 찔리는 순간 바로 죽는다.

그리고 여 산적들은 그걸 아주 잘 인지하고 있는 듯이 보였고 말이다.

‘기이하지. 다른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면야.’

당연하게도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때문에, 일영은 자신을 중심으로 모인 히라테 가의 사무라이들이츠키와 아케치 미쓰히데에게 나지막이 속삭였다.

“길을 뚫어서, 적들을 우두머리를 노린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주군.”

평시에는 도련님.

전투에 돌입했을 때에는 주군이라.

일영은 이츠키가 내뱉은, 공과 사를 철저하게 구분하는 어투에 피식 웃었다.

“따르겠습니다.”

뒤이어 곁에 선 아케치 미쓰히데 역시 특유의 은빛과 핑크빛이 뒤섞인 눈동자를 번뜩이며 고개를 끄덕이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영은 앞으로 걸음을 내달렸다.

타다다닥!

내달리는 걸음에 돌이 튀었고, 하늘 위에서 그들이 얽히고 뒤섞인 공터를 내리비추는 달빛이 스산하게 흔들린다.

“흐읍!”

그런 그가 향한 방향은 다름이 아닌, 하치스카 당의 두령임이 거의 확실한 검보라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였다.

“감히!”

당연하게도 히치스카 당의 산적들 역시 그들이 목표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일영과 사무라이들의 앞을 막아섰지만, 그들은 곧 현실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꺄아아악!”

“끄르륵…….”

……눈앞에 선 사무라이들과 자신들의 격차가 얼마나 멀기만 한지를 말이다.

뻗어지는 칼날을 피하고 복부를 겁집으로 강타한다. 어느 순간부터, 일영의 검은 검집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때문에, 분명히 수없이도 많은 무인들의 핏물을 게걸스럽게 삼켰을 일영의 검이었으나 지금 이 순간에는 그 누구의 핏물도 스치지 않았다.

“괴, 괴물같은!”

그리고 분명히 검을 뽑지도, 휘황찬란한 갑주를 입지도 않았음에도 순식간에 산적들 사이를 돌파하는 일영의 파죽지세와 같은 모습은 그녀들에게 공포를 넘어선 경외심을 일으키기에 아주 충분한 것이었다.

“뒤처지지 마라!”

“주군을 따른다!”

한편, 일영의 뒤를 따르는 히라테 가의 사무라이들 역시 어느샌가 검집에 검을 밀어 넣고 제압하는 방식으로 그들을 쓰러트리고 있었다.

“이, 이게 말이 돼?”

“……아, 아아.”

덕분에 상인들을 상대하던 히치스카 당의 여 산적들 역시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주춤거릴 수밖에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사무라이들은 일영을 포함해도 채 10명을 넘을 뿐이지만, 상단의 낭인들은 30명이 넘는다. 단순 계산으로도 3배에 달하는 수적 차이인 것이다.

헌데, 낭인들은 수적 열세에 밀려 속수무책으로 절반 이상 생포 당한 데에 반해 사무라이들은 생포는커녕 막기에도 급급하지 않은가.

‘아니, 막기에도 급급하다기엔.’

글쎄. 저걸 막는다고 봐야 할까?

히치스카 당의 이름모를 여 산적은 자신이 어느새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서고 있다는 것조차 자각하지 못하며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끼야하앗!”

“미, 미친놈! 꺼억!”

어느샌가 눈이 돌아가 버린 이츠키는 손에 쥐고 있던 검은 어디로 갔는지, 여 산적들이 생포를 위해 들었던 몽둥이로 정확히 명치를 찍고 있었고.

“흡!”

“커악!”

아케치 미쓰히데 역시 이츠키보다는 훨씬 품위를 지켰으나 손속에 자비를 두지 않고 여 산적들의 울대를 치며 쓰러트리고 있었다.

그러나 분명히 대단한 전투력을 지닌 히라테 가 사무라이들의 분투에도 정작 히치스카 당 소속 산적들의 시선은 대부분 일영에게 닿았으니.

……이상한 일도 아니다.

그들에게 닿기엔, 앞서 내달리는 일영의 존재가 너무도 독보적이었으니까 말이다.

“아, 아아.”

이츠키나 아케치 미쓰히데를 필두로 한 사무라이들은 적어도 갑주를 입고 있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일영의 호위를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일영은 아니다.

그는 교토로 향해 귀족들을 상대해야 했기에 비단옷과 더불어 속에는 갑주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경갑 하나를 입고 있을 뿐이었다.

“주, 죽어!”

살초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녀들이 내세운 가치인지, 아니면 조직의 규율인지 모를 것들도 당장의 고통에 쉽사리 무너지기 마련이고, 그 증거로 때때로 일영을 노리고 뻗어지는 공격도 결코 적지는 않았다.

그래, 분명히 그럴진대.

정작 일영의 표정은 한없이 태연할 따름이었으니.

‘어설퍼. 우스울 정도로.’

일영은 낮게 가라앉은 눈으로 그녀들의 공격을 흘리고, 때때로 반격하며 그런 생각을 삼켰다. 수적으로 열세이지만, 이미 수차례 그녀들과 손을 섞은 일영은 이미 그들의 평균적인 수준을 간파한 지 오래였다.

‘전쟁을 겪기 전의 오와리 아시가루들의 수준과 비슷해. 사람을 죽여본 적도 극히 드물고. 체계적인 훈련을 한 흔적은 있긴 하지만 의미가 있진 않아. 지금의 오와리 아시가루들과 비교하기엔 미안한 수준이다.’

전쟁을 겪기 전, 그저 창을 든 농부라 놀림 받던 오와리 아시가루들과 수준이 비슷하거나 그보다 조금 낫다.

물론, 압도적인 물량이라면 의미가 없는 말이겠으나 이 세계에 떨어진 이래 수많은 전투를 겪은 그의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적어도 지금, 일영의 근처에서 주춤거리는 산적들 중에서 그의 몸에 상처 하나 입힐 수 있는 수준의 적은 없다고 말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일영은 이내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상한 일도 아니지.’

지금까지 그 자신의 손에 죽은 사무라이가 몇이나 될까? 족히 세 자리는 된다. 그리고 그들 중 적잖은 수가 이런 산적들이 아닌, 철저하게 수련받은 사무라이들이지 않은가.

일영이 오와리의 야차(??の??)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 것은 단순히 우연이 아닌 것이다.

퍼억!

일영은 또 한 명의 여 산적의 복부에 오니마루 쿠니츠나의 검집을 박아 넣고는 시선을 돌렸다.

‘하치스카, 하치스카라…….’

어딘가 익숙한 그 이름을 기억하려는 듯이 머릿속에서 계속 되뇌이면서 말이다.

‘잠깐. 그러고보니.’

그리고 마침내, 무언가 생각의 끈이 이어지려던 바로 그때.

“이익! 물러서!”

히치스카 당의 두령으로 보이는 여자의 곁에 서 있던, 거대한 창을 든 여자가 일갈하며 덧붙였으니.

“이 이토히메가 상대하겠어!”

“아.”

그제야 일영은 익숙함의 근원을 찾고 나지막이 탄식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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