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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 노부나가의 가신이 되었다-130화 (130/171)

〈 130화 〉 인간 세상 오십 년(6)

* * *

나카지마 성채 인근.

오다 가(家)의 가몬을 쥔 일련의 병력들이 사방에서 밀려오는 이마가와 가(家)의 가몬을 단 병력을 상대로 미친 듯이 창칼을 휘둘렀다.

“죽어어!”

“끄악!”

그리고 그중 모두의 시선을 모으는 건 단연코 한 소녀였으니, 그건 다름이 아니라 붉은 숏컷과 붉은 눈동자를 번뜩이며 털가죽으로 만든 갑주를 입고 자기의 키보다 더 큰 장창을 휘두르는 마에다 토시이에였다.

“흐읍!”

작은 체구에서 터져 나왔다기엔 다소 낯선 호흡과 함께 마에다 토시이에는 손에 쥔 장창을 망설임 없이 휘둘렀고, 곧 창대는 빠르게 원을 그리며 눈앞의 적을 무참히 도륙했다.

흔히들, 많이 하는 착각이 있다.

그건 바로 오와리에서 창을 잘 쓰는 이가 모리 요시나리 뿐이라는 착각.

“이 창의 마타자(?の??)가 있는데!”

마에다 토시이에는 그렇게 일갈했고, 때마침 그녀가 베어버린 사무라이의 뒤에서 나타난 거구의 아시가루는 이를 악물고 외쳤다.

“이 빌어먹을 꼬맹이가!”

“뭐?”

꼬맹이.

그 말을 들은 그녀의 눈에 순간 불이 튀었고, 뻗어오는 창을 가볍게 피한 그녀는 곧바로 말에서 도약했다.

히이잉!

순식간에 주인을 잃은 놀란 말이 투레질과 함께 앞발을 있는 힘껏 들어 올렸으나 전혀 개의치 않는다. 다만, 마에다 토시이에는 눈앞의 아시가루를 향해 정확히 창대를 뻗으며 울분이 섞인 일갈을 내뱉을 뿐인 것이다.

“아주, 개나 소나 꼬맹이라 부르는 거지!”

“으, 으아아악!”

비록 외양은 아직 채 성인이 되지 못한 청소년의 그것이었으나 허공에서 휘둘러지는 그녀의 창대를 본 아시가루는 그저 멍한 눈으로 비명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찰나의 망설임.

그건 확신이자 체념이었다.

‘피할 수 없다.’

이름 모를 아시가루가 아무리 마에다 토시이에를 일컬어 꼬맹이라 외친들, 불변하는 진실이었다.

눈을 깜빡인다.

시야는 단 1초 사이에 검게 물들었고, 이윽고 그가 다시금 눈을 떴을 땐.

“커헉!”

눈앞을 가득 채우는 것은 핏물로 가득 찬 세상일 따름이었다.

타닥!

마에타 토시이에는 단번에 아시가루의 목과 함께 어깨의 일부분까지 뜯어내듯 베어버리곤 창을 한 바퀴 돌린 채 대지를 디디니, 그녀는 퉤하고 입가에 튄 놈의 핏물을 뱉어내고는 얼굴을 찡그린 채 중얼거렸다.

“별것도 아닌 게 꼭 죽음을 자처하지.”

아직 다 크지도 않은 자신에게 추풍낙엽처럼 쓸려나가는 주제에.

그렇게 짧게나마 속으로 화를 가라앉힌 그녀는 이윽고 시선을 옮겨 주변을 살폈고, 곧 그녀는 슬슬 전장이 정리가 되어감을 느끼고 창대를 대지에 찍었다.

콰악!

단단한 창대의 끝이 핏물을 머금은 대지에 박힌다. 그리고 그때, 그녀의 뒤로 귀에 익은 나긋한어쩌면 능글맞은 목소리가 스쳤다.

“후우, 다행히 안 죽었네요.”

“……누가 할 말을.”

핏물을 뱉어낼 때 입가에 묻은 침을 혀로 훑는다. 그 과정에서 유달리 날카롭게 돋아난 왼쪽 송곳니가 혀끝을 스쳤다.

마에다 토시이에는 힐끔 뒤를 바라보았고, 그런 그녀의 시야엔 남색 장발과 눈을 가지고 백옥과도 같은 새하얀 피부를 가진 니와 나가히데가 싱긋 웃는 모습이 들어왔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어요. 무리에서 길을 잃고 떨어진 부대 같은데 하필 마주쳐서는.”

스윽.

물론, 그녀도 검을 쥔 채로 직접 눈앞을 가로막는 사무라이들과 아시가루를 베었기에 손수 뺨에 튄 핏물을 닦아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둘이 잡담을 나눈 지 채 5분이나 흘렀을까?

“하, 항복하겠!”

“닥쳐!”

“커어걱!”

제멋대로 습격할 때는 언제고 뒤늦게 항복하겠다고 무릎을 꿇는 사무라이의 목을 단번에 베어버린 것을 끝으로 전투는 그녀들이 이끄는 부대의 승리로 결론지어졌다.

그러나 그녀들의 표정을 딱히 밝지 않았으니,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생각보다 상황이 더 심각한가?”

“그런 거겠죠. 여기까지 이마가와의 군세가 들어올 수 있다는 건…….”

“응? 들어올 수 있다는 건?”

마에다 토시이에는 말을 아끼는 니와 나가히데에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지만, 돌아오는 건 미간을 좁힌 채 고심에 빠진 니와 나가히데의 얼굴뿐이었다.

그녀는 살짝 처진 눈 사이의 미간을 드물게 일그러트리며 생각했다.

‘와시즈와 마루네가 함락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로…….’

둘은 제각기 근거지가 되는 성에서 병력을 이끌고 기요스로 합류 중이었으나, 뒤늦게 오다 노부나가가 와시즈와 마루네가 위태롭다는 말에 출진했다는 소식을 듣고 전방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두 성이 함락되었다면?

어디로 향해야 주군을 만날 수 있단 말인가?

‘아츠타 신궁? 그게 아니면 젠쇼지?’

니와 나가히데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한창 전투를 마치고 적들의 수급과 시체를 정리하던 전방의 아시가루들이 순간 시끄럽게 변한 것이다.

뭐야?

저기……!

술렁거리는 분위기는 순식간에 마에다 토시이에와 니와 나가히데에게도 전해졌고,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숲을 뚫고 나타난 일련의 기병들을 발견하곤 곧바로 공격을 명령하려 했다.

그래, 명령하려 했다.

“멈춰! 저건!”

그들이 등에 맨 히라테 가(家)의 가몬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펄럭거리는 히라테 가의 가몬이 나타내는 것은 간결했다.

아군이라는 것.

아군이다!

길을 열어!

검을 뽑는 새끼는 내가 베겠다!

때문에, 뒤늦게 그것을 발견한 사무라이들이 아직 채 전투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제멋대로인 아시가루들을 진정시켰다.

히이이잉!

니와 나가히데가 내린 적절한 명령과 더불어 빠르게 이뤄진 사무라이들의 통제 덕분에 아시가루들이 아군 전령에게 창대를 뻗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랴! 워, 워!”

그들은 힘찬 투레질을 내뱉는 말들을 진정시켰고, 곧 마에다 토시이에와 니와 나가히데의 앞에 서자 곧바로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 둘이 뭐라고 묻기도 전 곧바로 한쪽 무릎을 굽힌 채 우렁찬 목소리로 말하니.

“곧바로 나카지마 성채로 오시라는 히라테 히카게 님의 전언입니다!”

전령의 말을 들은 마에다 토시이에와 니와 나가히데는 거의 동시에 고개를 돌렸고, 곧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말에 올랐다.

‘기생 오라비같은 얼굴로 당주님을 채간, 쓸데없이 키만 멀대처럼 큰……. 그래도 싸움은 자, 잘하는 놈.’

‘……그라면.’

서로가 일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딱히 의미가 없는 문제다.

지금 중요한 것은 단 하나.

일영, 히라테 히카게가 자신들을 필요로 하고, 그녀들은 기꺼이 그 부름에 화답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남자 때문은 아니었다.

오다 노부나가를 위하여.

그리고, 오와리를 위해서 말이다.

적어도 둘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후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

“다행히 속속 군세가 모이고 있구나.”

“최대한 병력을 보전해야 합니다. 전방에서 대치하는 병력들의 손실도 주의하라고 전해주십시오.”

일영은 바쁘게 움직이는 노부나가와 보조를 맞추는 동시에 닌자와 인근 마을에서 긁어 온 지도를 응시하며 미친 듯이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탁.

오다 가문을 상징하는 말과 이마가와 가문을 상징하는 말이 쉼 없이 뒤섞이며 인근 지형에서 맞붙는다.

대규모 회전.

강을 낀 도하 방어전.

야습.

때로는 게릴라 전.

모든 가능성을 되짚으며 일영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정말, 이 도박밖에 답이 없는가?’

물론 많은 가능성을 추가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일영은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과연 이 도박을 실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다.

그렇게 수없이 고민한 끝에 내려진 결론은 간결했으니.

‘수가 없다. 정말로 이것밖에.’

일영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지었다.

“허.”

원 역사의 오다 노부나가는 미친놈이다.

그는 적어도 정답의 단편적인 편린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원 역사의 오다 노부나가는 아무런 정보조차 없이 스스로 이 도박판의 장기 말이 되어 몸을 내던지고 끝끝내 잭팟을 터트렸다는 게 아닌가.

끼이익.

그때였다.

“고심이 많은가 보구나. 일영.”

홀로 지도를 몇 개나 펼쳐두고 수없이 전략을 짜던 일영을 보기 위해 찾아온 오다 노부나가는 실소를 하는 일영의 모습에 마찬가지로 쓴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그녀라고 어찌 모르겠는가.

이번 전투가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음을 말이다. 그가 느끼는 중압감을 이해하지 못할 그녀가 아니었다.

“걱정말래도. 이번에 진다고 한들 이마가와는 기껏해야 항구를 원하는…….”

그렇기에 그녀는 성큼 일영에게 다가가 무어라 위로의 말을 건넸다. 아니, 건네려 했다.

“음?”

그 순간, 일영의 눈에 맺힌 감정을 읽지 않았다면 그리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보았다.

“뭘 그렇게…….”

그녀가 다가감에도 일영은 지도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는 것은 자연히 그녀의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했으니, 마찬가지로 지도를 바라본 그녀는 곧 일영이 오다 가(家)의 말을 둔 곳을 보고 순간 머리를 맞은 것처럼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일영이 오다 가문의 본진을 뜻하는 말을 둔 곳은 다름이 아니라.

“오케, 하자마?”

오케하자마(??の)였으니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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