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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 노부나가의 가신이 되었다-128화 (128/171)

〈 128화 〉 인간 세상 오십 년(4)

* * *

와시즈, 마루네 두 성이 포위되었다고 합니다! 당장 원군을!

전령이 급박한 전장의 상황을 알린 것이 해가 뜨기 전의 새벽이었다.

그리고 노부나가가 출격하기까지 마음을 먹은 것이 단 몇 시간.

“당주님!”

“이랴!”

노부나가와 일영이 단둘이서 기요스를 떠나자 잠시 어안이 벙벙해져 있던 사무라이들은 뒤늦게 그들의 위치를 떠올렸고, 다급히 말에 오른 소수의 사무라이가 그 뒤를 쫓았다.

미친 것이 아닌가.

당장 히라테 히카게만 해도 오와리를 이끄는 기둥의 후계이자 맹장이기에 잃으면 그 여파가 가늠되지 않거늘 다른 이도 아닌 당주가 저토록 무모하게 나선다니 말이다.

‘도대체 위치에 자각이 있는 것인지!’

‘이러다가 제 명에 못 살겠다!’

다급히 그들의 뒤를 따르는 사무라이들의 뇌리에 떠오르는 공통된 불만이었다.

물론, 입으로 내뱉을 정도로 간이 큰 사람은 없었지만 말이다.

히이잉!

그렇게 얼마나 말을 달렸을까.

어스름하게 떠오르는 태양에 남색으로 변한 하늘이 어느새 완전한 푸른색으로 변모했을 즈음 그들은 말을 멈춰 세울 수 있었고, 노부나가는 눈앞에 보이는 아츠타 신궁 앞에 일영과 함께 말에서 내렸다.

터억.

말에서 내린 그들의 발치에 흙먼지가 일렁거렸고, 급작스럽게 내달린 말들은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는지 연신 투레질을 하며 발치를 끌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말들이 아니다.

노부나가와 일영은 시선을 아츠타 신궁의 하늘 그 너머로 향했고, 곧 거의 동시에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맞췄다.

그들이 본 것은 다름이 아닌 연기였다.

……하늘 높이 연기가 치솟고 있다.

도합 두 개의 검은 연기가 저 멀리에서 하늘에 긴 기둥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을 본 일영은 눈에 이채를 띄우며 생각했다.

‘단순히 모닥불을 때우거나 건물에 불이 난 수준이 아니야. 그렇다면…….’

애초에 답은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비단 그뿐만이 아니라 이미 노부나가도 직감한 듯했다.

‘마루네 성과 와시즈 성이 함락되었다.’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묵묵히 시선을 교환했고, 뒤따라 아츠타 신궁에 도착한 그들의 호위들 역시 허겁지겁 말에서 내리다가 솟구친 연기를 바라보곤 중얼거렸다.

“여, 연기가.”

“저기는 마루네 성 방향인데?”

“저쪽은 와시즈 성이잖아.”

“설마…….”

오와리에서 내전이 벌어진 것이 몇 번이고 전대 당주가 벌인 전쟁이 몇 번인가?

오와리의 아시가루들은 비록 다른 곳에 비해 약한 병사일지 모르나 사무라이 정도 되면 어느 정도 전장을 볼 줄 아는 눈이 생기는 법이다.

‘함락.’

호위로 달려온 사무라이들은 그 말을 애써 속으로 삼키며 노부나가와 일영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들로선 앞으로의 미래를 가늠할 수 없었기에.

그때였다.

다그닥, 다그닥!

히이이잉!

묵묵히 연기를 응시하던 노부나가와 일영은 이내 점차 가깝게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와 투레질에 고개를 돌렸다.

채앵!

그리고 그 직후 호위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침을 삼키며 일제히 검을 뽑아 들었다.

그들로선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가 적의 것인지 아군의 것인지 판단할 수 없었으니까 말이다.

“당주님! 부군!”

하지만 곧 그들은 어딘가 귀에 익는 목소리에 멈칫했고, 이내 선두로 달려오는 장수를 보자 망설임 없이 검을 다시 검집에 밀어 넣었으니.

“제가 왔습니다!”

당연한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숲을 뚫고 전원 말에 오른 사무라이들을 데려 온 이는 다름이 아니라 푸른 갑주를 입고 있는 모리 요시나리였으니까 말이다.

모리 요시나리.

세키노 가네사다라 이름 붙여진 창을 귀신처럼 휘두르는 오와리의 또 다른 맹장이 아닌가.

그녀를 몰라볼 수는 없었다.

단지 무력 때문에도 그렇지만, 그녀의 거대한 가슴은…….

‘크흠.’

사무라이들은 뒤늦게 그녀 역시 일영의 여자라는 것을 떠올렸고, 이내 점차 가까워지며 갑옷의 고정으로도 막을 수 없는 거대한 흔들림을 느끼곤 아예 시선을 돌려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사무라이들이 제각기의 이유로 눈을 깔게 된 직후, 모리 요시나리는 그들의 앞에 다다라 망설임 없이 말에서 내리곤 노부나가와 일영에게 한쪽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소식을 듣고 일단 급하게 사무라이들만 추려서 왔습니다. 대략 2백 명 정도 됩니다.”

과거 미노에서 도망치듯 오와리로 탈주한 모리 가문이었으나 그녀의 활약과 적극적인 가신들의 노력으로 꽤 많이 가세가 살아난 지금이었다.

거기에 그녀는 늘 선봉에 서지 않았던가.

특유의 푸른색과 회색이 혼재된 듯한 갑주를 입고 섬광처럼 창을 휘두르는 그녀는 일영과 다른 의미로 뭇 사무라이들에게 로망처럼 다가왔고, 그 결과 주인을 정하지 못한 많은 사무라이가 그녀의 밑으로 들어가거나 아니면 파벌과 같은 형태로 따르는 형국이 되었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음을 구태여 설명하진 않아도 되리라.

“그리고 가문과 저와 뜻을 함께하는 가신들의 병력까지 도합 7백 정도의 아시가루와 1백의 사무라이가 더 도착할 겁니다.”

“그렇군.”

노부나가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급하게 끌어모은 병력이 사무라이 3백에 아시가루 7백이라면 모리 요시나리도 나름의 최선을 다한 것이었기에.

거기에 오와리에는 그녀만이 있는 게 아니었다. 노부유키를 비롯한 가신들의 병력을 모두 합치면 대략 5천 정도는 충분히 모을 수 있으리라.

그 부분에 대해선 일영과 노부나가, 요시나리는 구태여 말을 나눌 필요조차 없는 일이었다.

때문에, 일영은 말했다.

“마루네 성과 와시즈 성이 함락되었지만 놈들도 사람인 이상 더 공세는 없을 겁니다. 그러니 지금 주변을 살피심이 어떠십니까?”

“주변에 탄게 성채와 젠쇼지 성채가 있었지.”

“예. 한번 둘러보고 오셔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만.”

아직 두 성채는 함락되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선전을 기대할 정도는 아니었다.

때문에, 그녀가 직접 성채에 들린다면 사기에도 적잖은 도움이 되리라.

“따르겠습니다.”

모리 요시나리는 그렇게 말하며 곧바로 다시 말에 올랐고, 오다 노부나가와 일영 역시 말의 등에 다시금 탄 후 고삐를 쥐었다.

히이잉!

직후, 일련의 말이 거친 투레질을 내뱉으며 내달렸다.

그리고 한편.

“있는 대로 끌어 모아!”

“알겠습니다!”

이제 전면전을 피할 수 없음을 깨달은, 혹은 주변 가신들의 눈초리에 허접지겁 갑주를 입고 말에 오른 오와리의 가신들이 병력을 이끌고 출진하니.

기마 사무라이 1,000명.

사무라이 500명.

조총병 500명.

마지막으로 아시가루와 잡졸을 포함한 대략3,000명까지.

도합 5천이 조금 넘는 군세가 일제히 아츠타 신궁을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

적진임에도 화려하게 차려진 막사 안에서 얼굴에 분칠을 한 이마가와 요시모토는 정갈하게 차려진 상에 연신 젓가락을 놀렸다.

때때로 술을 마셨고, 그는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듯이 묵묵히 식사를 이어나갈 뿐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펄럭!

막사의 입구가 걷히고 가신이 웃으며 달려와 외쳤다.

“축하드립니다. 주군! 와시즈 성과 마루네 성이 우리 손에 떨어졌다고 합니다!”

“하, 하하하!”

기다리던 소식이 당도했다.

이마가와 요시모토는 호탕하게 웃으며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가신은 척 보기에도 기분이 좋아보이는 그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덧붙였다.

“꿈이 멀지 않았습니다! 작금의 일이 모두 술술 풀리니 이는 상락하여 쇼군이 되라는 초대 덴노의 지엄한 영도 아니겠습니까!”

“거, 금칠이 너무 심하구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충언입니다!”

이마가와 요시모토는 고개를 끄덕이며 흰 분칠로 점철된 턱을 부드럽게 쓸었다.

그러곤 이내 젓가락을 놓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으니.

“아, 모토야스 그 아이는?”

“마츠다이라 가의 당주 말씀이십니까? 지금은 병량 운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성을 함락했다지.”

그녀는 일전 오다 가문에게 빼앗긴 미카와 국의 영토를 빠르게 수복하고 현재는 병량 운송을 담당하고 있었다.

‘수복이라. 군략에도 재능이 있었나.’

듣기론 화공을 쓰고 단숨에 몰아쳤다고 했던가. 이마가와 요시모토가 그런 생각을 하며 침묵하자 눈치를 보던 관리는 말했다.

“어린 계집치고는 꽤 하던 모양이긴 합니다만, 애초에 오다 가에서도 반쯤은 버리고 있던 성들이 아닙니까.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우려가 있다면…….”

거기까지 말한 가신은 이 말을 정녕 내뱉어도 되는 것인지를 고민하며 숨을 골랐고, 그 순간 이마가와 요시모토는 네가 무슨 말을 할지 다 알고 있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최근 그녀의 고삐를 너무 풀어주신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된다는 거겠지.”

“송구합니다!”

가신은 곧바로 머리를 바닥에 박고 흔히 도게자라 불리는 자세를 취했고, 요시모토는 가볍게 손짓하며 그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곤 답했다.

“최근 일부 가신들이 그녀를 따른다고 들었다.”

“그렇습니다.”

가신의 우려도 그리 망상된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마츠다이라 가문의 가신 일부가 다시금 그녀에게로 붙은 것이 확인 되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결국 그뿐.

“나쁘지 않겠지.”

“예?”

“어차피 마츠다이라 가문을 우리가 삼킬 것도 아닌데. 그 아이가 가신들을 잘 제어한다면 그 또한 써먹을 곳이 있겠지.”

“하지만…….”

“똑똑한 아이다. 우리 가문에 큰 힘이 될 것이야.”

가신은 그의 말에 내심 너무 고평가하는 것은 아닌지 반문하고 싶었으나, 거기서 말을 아끼고 그저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홀로 남은 이마가와 요시모토는 분칠을 한 턱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위험할지도 모르지.’

다른 이들은 몰라도 그는 알았다.

「마츠다이라 모토야스」

그 아이는 몸을 숙임에 있어 거리낌이 없으나 그로인해 위축되지도 않는다.

즉, 그 안에 어떤 흉계가 있을지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달리 말하면.

‘내가 건재한 이상 엎드리고 있겠지.’

그녀를 어릴 때부터 지켜본 그는 알았다.

마츠다이라 모토야스그 아이는 기회가 오지 않는 한 이마가와의 비호에 계속 머리를 조아릴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는 묵묵히 병에 남은 마지막 술을 잔에 따라 입에 단번에 꺾었다.

‘그래.’

건재하기만 하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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