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다 노부나가의 가신이 되었다-123화 (123/171)

〈 123화 〉 전란의 서막(5)

* * *

“그건 방법이 있습니다. 사쿠마 공(?).”

사쿠마 노부모리의 말에 일영은 그렇게 답했고, 사쿠마 노부모리는 그에게 되물었다.

“글쎄……. 니와 공, 병력의 차이를 말해주시구려.”

“아, 예.”

사쿠마는 엄연히 가문의 중신이자 자신보다 급이 높기에 니와 나가히데는 즉답한 후, 일영을 힐끔 바라보곤 이내 닌자들이 보내온 정보와 소출량을 계산한 추정치를 읊조렸다.

“이마가와 가문은 본거지인 스루가를 넘어 도토미, 미카와, 오와리의 일부까지 가지고 있으므로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의 수는 대략 2만에서 3만 사이를 웃돕니다. 그에 반해 오와리는…….”

“긁어모아도 채 6천이 되지 않지.”

나긋한 목소리로 정보를 전달한 그녀의 말에 답한 것은 히라테 마사히데였다.

그는 카와지리와 사쿠마가 무슨 말을 할지 대충 가늠이 간다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확실히 불리한 형국이긴 하군.”

덤덤하게 내뱉은 말은 어떤 의미도 없는 사실이었다.

가문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마가와 가문과 이제 막 오와리를 통일한 오다 가문은 체급부터 그 차이가 어마어마했으니까 말이다.

“크흠.”

“허어…….”

때문에, 가신들의 얼굴엔 패배감과 두려움, 내지는 절망이 맴돌았다.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그들의 눈에는 다가올 이마가와 가문과의 전투가 전형적인 계란으로 바위 치기의 형국으로 보일 테니까 말이다.

……그런 분위기 때문일까.

여태까지 침묵하던, 가문 정치에서 사실상 밀려난 늙은 가신 한 명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차라리, 영토 일부를 할양하고 넘어가는 것이 어떤지…….”

늙은 얼굴에 있는 것은 단지 욕심과 개인의 영달일 뿐, 그는 굴복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당연하게도 노부나가의 눈썹이 일그러진 그때, 일영보다도 먼저 나선 이가 있었으니.

“허, 한심하군요.”

그건 다름이 아니라 오다 노부유키였다.

그녀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그렇게 읊조리곤 굴복을 종용한 늙은 가신을 노려보고는 쏘아붙이듯이 말했다.

“그대의 봉토를 모두 몰수한 후 가져다가 바쳐도 그렇게 말할 수 있나요?”

“그, 그건.”

“당연히 못 하겠죠. 애초에 당신의 봉토는 미카와 쪽이 아니라 미노 쪽에 있으니까.”

“크, 크흠…….”

오다 노부유키의 일침에 그는 얼굴을 구기면서도 어떤 반박조차 하지 못하는 꼴사나운 모습으로 꼬리를 말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일영은 속으로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쯧.’

스스로 손에 쥔 작은 것조차 놓지 못하면서 가문에는 희생을 강요하는 것만큼 이기적이고 역겨운 것이 있을까?

그는 확신한다.

단연코 없다고 말이다.

“……으음.”

“허.”

노부유키가 늙은 가신의 이중적인 면을 꼬집었기 때문인지, 분위기는 다시금 정적으로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때, 한쪽에 조용히 앉아 있던 모리 요시나리는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오다 노부나가에게 말했다.

“제게 병력을 주시면, 기꺼이 놈들을 물리치겠습니다. 당주님.”

일전의 늙은 가신과는 대비되는 패기있는 외침에 분위기는 조금이나마 주전파에게 넘어갔고, 일영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당주님.”

“말해라.”

그녀는 일영이 무엇을 이야기하려 하는지 알고 있다는 듯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고, 곧 그는 일전에 자신에게 물음을 던졌던 사쿠마에게 화답하는 동시에 이 자리에 모인 모든 가신에게 말했다.

“병력은 비록 적지만, 오와리에 대해선 우리가 더 잘 알고 있습니다. 거기에 대군을 움직인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병참 부담이 크다는 말이죠. 그러니 우리는 버티기만 하면 됩니다. 버티기만 하면 말이죠.”

그의 말은 언뜻 설득력을 가진 듯이 보였으나, 정작 전장에 서는 장수들의 표정은 퉁명스럽기 그지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일영이 내뱉은 해답은 지극히 희망적이고 또 이상적이었으니까 말이다.

버티기만 하면 이긴다?

그것은 전장에서 늘 통용되는 말도 아닐뿐더러 마츠다이라 가문의 미카와 국이라는 좋은 전진 기지를 가진 이마가와 가문에겐 특히 의미가 없는 말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 중에는 사쿠마 노부모리와 카와지리 히데타카 역시 포함되어 있었기에, 그들은 무언가 반박을 하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때.

“그럼 달리 방법이 있습니까?”

일영은 그들에게 물었다.

그러자, 사쿠마 노부모리와 카와지리 히데타카는 이윽고 시선을 맞추다가 이내 낮게 침음성을 흘리며 화답했다.

“……없지.”

“없고말고.”

그것이 승산이 있냐 없냐를 떠나서 남은 방법이 맞서느냐, 아니면 굴복하느냐 밖에 없음을 다시금 상기시켜 준 것이었다.

결국, 그들은 선택해야했다.

옥쇄를 각오하고 맞서 싸울 것이냐.

그게 아니라면, 비루하게 목숨을 구걸하며 이마가와의 교토 진출에 교두보가 되길 자처할 것이냐를 두고 말이다.

사쿠마 노부모리.

카와지리 히데타카.

그리고, 모리 요시나리와 히라테 마사히데를 비롯한 수많은 가신들은 짧은 정적 끝에 생각했다.

‘굴복이라.’

‘말도 안 되는 것을.’

이미 정치에서 도태된 늙은 가신들은 어찌 생각하는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현 당주인 오다 노부나가와 함께 정국을 이끌어가는 그들에게 굴복이란 선택지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때문에, 그들은 일전에 일영이 꼬집은 말의 저의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 회의의 본질이 잘못되었다.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은 간단했다.

도움도 되지 않는 말싸움을 할 시간에 조금이라도 이길 방법을 찾자는 것이었으리라.

때문에, 사쿠마 노부모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앞에 놓인 술잔을 들어 단번에 술을 삼키고는 말했다.

“싸우겠나이다.”

뒤를 이어 카와지리 히데타카 역시 술을 삼켰고, 일영과 모리 요시나리 역시 앞에 놓인 술잔을 들어 술을 마시곤 오다 노부나가를 향해 말했다.

“싸우겠습니다. 당주님.”

노부나가의 금빛 안광이 번뜩인다.

“하핫.”

동시에, 그녀는 마치 불길처럼 이어지는 가신들의 주전론에 드디어 마음에 든다는 듯이 씨익 입꼬리를 올렸고, 곧 기다렸다는 듯이 화승총의 개머리판을 바닥에 찍고는 일갈하니.

“드디어 마음에 드는 소리를 내뱉는구나!”

그 순간, 진정으로 전쟁이 결정된 순간이었다.

*

척 보기에도 꽤 고급스럽게 꾸며진 방.

“흠, 흐음.”

흔히 교토에서나 보이는 분재와 온갖 그림이 휘황찬란하게 장식된 그 안에서 한 남자가 척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갑주를 입고 흥얼거리며 거울을 보고 있었다.

톡, 토독.

얼굴에 흰색의 분칠을 한다.

그리고 이빨을 검게 물들인 그는 이윽고 한쪽 벽에 길게 늘어진 거대한 노다치(?太?)를 힐끔 바라보곤 웃음을 지었다.

“좋은 날이구나.”

거울의 앞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그러곤, 적당히 늘씬한 몸을 움직여 천수각의 창가로 향한다.

“하아.”

드높은 하늘의 공기는 언제나 달콤한 법.

그, 아니 이마가와 요시모토는 모든 준비를 끝내고 창밖에 보이는 스루가의 수도인 슨푸의 전경을 응시했다.

거리엔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젖먹이들이 뛰어다니고, 상인들은 곳곳에 좌판을 열고 생업에 종사한다.

피폐한 미카와 국의 마을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광경이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모든 번영은 자신의 업적이다.

난세에 다른 이의 백성을 착취해 자신의 백성을 먹이는 것은 흠이 아니었고, 오히려 그것이 군주의 자질이 아니겠는가.

“흠, 흐음.”

이전까지 흥얼거리던 콧노래를 다시금 흘린다. 그러나 그때였다.

똑똑.

“주군, 접니다.”

“쯧.”

그는 감흥이 깨졌다는 듯이 살짝 미간을 일그러트렸으나, 곧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무표정으로 돌아오며 말했다.

“들어와.”

“예.”

드르륵, 따위의 소리와 함께 천수각의 문이 열리고 사무라이 한 명이 들어온다.

그는 이마가와 요시모토의 성격을 잘 알고 있기에 쓸데없는 사족 대신 그를 찾아온 이유를 곧바로 말했다.

“다이겐 셋사이 공이 병사하셨습니다.”

“셋사이가…….”

그리고 그의 말에 이마가와는 언뜻 안타까운 듯이 표정을 일그러트리곤 가만히 턱을 쓰다듬었다.

“아까운 인재가 갔어…….”

다이겐 셋사이.

그는 확실히 인재라 부를 만했다.

평소 했던 일 처리도 일 처리였지만, 현재 이마가와 가문이 이토록 후방을 든든하게 할 수 있던 것은 모두 그의 공이 아니던가.

‘사가미 국의 호조, 가이 국의 다케다와 삼국 동맹을 맺을 수 있었지.’

그런 유능한 인재가 죽었다는 건 그 자체로 안타까웠지만, 그렇기에 이마가와는 결심했다.

“그대가 만들어 준 발판을 헛되이 쓰지 않겠소. 셋사이.”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였다.

그는 한쪽 벽에 펼쳐둔 열도의 지도를 훑었고, 곧 그의 시선은 다른 곳이 아닌 교토로 향했다.

이마가와 가문이 어떤 가문인가?

현재의 쇼군 가문인 아시카가 가문의 친족이자 사실상 막부를 열 수 있는 전통성을 가진 가문이다.

“명분과 시기, 모든 것이 도래했다.”

그는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읊조리니.

“실로, 상락(じょうら: 교토 진출)할 천명이 아니겠는가.”

그건 실로 야망이 담긴 읊조림이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