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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 노부나가의 가신이 되었다-122화 (122/171)

〈 122화 〉 전란의 서막(4)

* * *

오다 가문의 가신들이 꽤 드물게 한자리에 모두 모였다.

“크흠!”

비단 노부나가의 가신들뿐만이 아니다.

한때였으나, 오다 노부유키를 당주로 옹립하려던 가신들 역시 한 자리를 차지한 채 상석에 앉은 오다 노부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거물들이 몇몇 처형당해 입지는 예전 같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작금의 분위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예? 놈들도 이렇게 갑작스럽게는…….”

때문에, 회의를 주도하는 건 대부분 오다 노부나가를 당주로 지지했던 가신들이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노부유키를 지지했거나 통합 이전부터 뒤로 밀려나 있었던 늙은 가신 대다수는 침묵이란 이름으로 그저 자리를 채울 뿐이었고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몰랐다.

“……흠.”

“……크음.”

히라테 마사히데는 물론, 노부유키와 일부 중신들이 누군가를 기다리듯이 침묵하며 말을 아끼고 있다는 걸 말이다.

툭, 투둑.

특히 노부나가는 제일 심했다.

그녀는 한창 열성적으로 이마가와 가문이 전쟁을 일으킬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가신들의 말을 전부 경청하면서도 무언가를 기다리듯, 평소 어깨에 이고 있었던 화승총의 개머리판을 바닥에 툭툭 치는 것이다.

“으음.”

그리고 오다 노부유키 역시 그런 언니와 마찬가지로 부채의 끝자락을 바닥에 툭툭 치면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언성을 높이는 겁니까!”

한창 회의의 분위기가 과열되려던 찰나, 회의실의 문밖에 서 있던 사무라이가 외쳤다.

“히라테 히카게님이 오셨습니다!”

“뭐?”

“누가 왔다고?”

사무라이의 평이한 목소리는 회의장 안을 순식간에 경직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당연한 일이다.

적어도 이 자리에 있던 가신 대다수는 히라테 히카게가 그간의 부상이 도져 칩거했다고 알려졌으니까 말이다.

물론, 모두가 그 사실을 믿진 않았다.

하지만 그의 처소엔 분명히 사람이 기거하는 흔적이 있었기에 의심하는 사람보단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한 사람이 더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입고 온 상처가 몇 개인데.’

아무리 피와 죽음에 늘 가깝게 서 있는 사무라이라고 하더라도 일영의 경우엔 몸을 심하게 막 쓰는 경향이 있었다.

남들이라면 기본 몇 달은 요양해야 하는 중상은 물론, 때때로 죽는 게 정상인 상처를 달고 옴에도 언제나 기적처럼 소생하는 그가 비정상인 것이리라.

드르륵.

꽤 듣기 좋은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동시에, 가신들의 시선은 좋든 싫든 문이 열리는 방향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고, 곧 익숙한 얼굴이 회의실 안으로 들어와 노부나가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신 히라테 히카게. 조금 늦었습니다.”

떡 벌어진 어깨.

깔끔하게 정리된 머리.

그리고, 늘 봐도 쉬이 적응할 수 없는 이목구비를 가진 그는 그렇게 말하며 노부나가에게 살짝 눈인사를 건넸고, 그런 그의 능글맞은 태도에 노부나가는 무심결 피식 웃고는 답했다.

“그래, 많이 늦었구나. 앉아라.”

“예.”

보통 가신이 회의에 늦는다면 여간 타박을 받는 것이 아니었건만, 일영은 그런 말을 끝으로 당연하다는 듯이 상석에 가서 자리에 앉았다.

명백한 차별이다.

하지만, 그걸 감히 입에 담을 수 있는 가신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쩌겠는가.

그는 오다 노부나가가 최근 가장 애용하는 칼이었으며, 또한 결혼을 약속한 부군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납작 엎드릴 때다.’

난세에 힘이 없다는 것은 사소한 트집 하나로도 언제나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에, 힘없는 가신들은 그저 침묵하며 이어질 회의를 묵묵히 지켜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때, 막 자리에 앉은 일영은 물었다.

“그래서 어떤 안건으로 회의를 하고 계셨습니까?”

“마츠다이라, 아니. 이마가와 가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요.”

그의 물음에 답한 것은 다름이 아닌 오다 노부유키였다. 자연히 일영의 시선은 그녀에게로 향했고 노부유키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어차피 작금의 마츠다이라가 이마가와 가문의 꼭두각시인 것은 이 자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고, 최근 놈들이 마츠다이라 가문의 영토인 미카와를 가혹하게 수탈하는 이유가 병참을 보충하기 위함이라는 닌자들이 첩보가 들어왔어요.”

그리고 뒤이어 니와 나가히데가 덧붙이니.

그녀는 특유의 남색 머리가 살짝 흔들릴 정도로 부채를 촤락펼쳐 입을 가리곤 말했다.

“거기에 최근 병력의 움직임 역시 심상치 않답니다. 시기적으로 생각해도 호조, 다케다 가문과 우방을 든든히 한 지금이 기회라고 여겨지겠지요.”

작금의 다이묘(영주)들에게 목표는 무엇일까?

간단한 답이다.

일영은 어느샌가 자신의 앞에 놓인 다과상에서 살짝 미지근하게 식은 찻물을 한 모금 입에 머금고는 나지막이 읊조렸다.

“교토.”

흔히 교(?)라고 불리는 작금의 수도.

그곳에 닿아 썩을 대로 썩어 권력을 잃은 아시카가 가문을 축출하고 전 열도를 삼키는 쇼군(정이대장군)이 되는 것이리라.

“그래, 놈이 교에 닿으려면 지금이 적기라고 느껴지겠지. 나라도 그러하겠어.”

일영의 중얼거림에 노부나가는 그렇게 말하곤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특유의 검은 단발과 대비되는 붉은 입술이 묘하게 색정적이었으나, 일영은 애써 그 말을 삼키며 말했다.

“제가 보아도 적기이긴 합니다. 때마침 이마가와 가문은 안정을 찾았고, 그에 반해 교까지 가는 길을 막는 오와리와 미노는 한창 혼란을 수습하기 급급한 상황이니까 말입니다.”

때문에, 이마가와 가문의 당주인 이마가와 요시모토가 원 역사보다 더 조급하게 움직이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후일을 도모하기 힘들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죠. 사실이 그러하니까요.”

어느새 회의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일영에게로 향해 있었다. 때문에, 그 모습을 한쪽 구석에서 지켜보던 아케치 미쓰히데는 무심결 일영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대체 어떤 그림을 그리는 거지?’

그는 대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이번 일로서 어떤 것을 얻어가려고 하는 것일까.

그녀로선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때, 한 가신이 무심히 손을 들어 그에게 물었으니 그건 꽤 중후한 울림이 담긴 한 마디였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지?”

굵은 턱선과 함께 탁성이라고 말하기엔 과하고 중저음이라고 말하기엔 깊은 목소리로 일영에게 물은 이는 다름이 아니라 카와지리 히데타카였다.

카와지리 히데타카(????).

오다 노부나가와 오다 노부유키의 아버지인 오다 노부히데를 모셨던 가신이자, 작금엔 중신 반열에 들어 히라테 마사히데와 마찬가지로 일영을 지지하는 쪽에 선 인물이었다.

‘원 역사에선 직접 노부유키를 죽이고 말이야.’

아무리 갈라섰다고 한들, 한때 따르던 주군의 자식을 손수 죽이긴 힘들다.

즉, 충성심이 어느 정도 보장된 인물이라는 뜻이다. 이후 행적도 노부나가에게 한없이 충성했었으니까 말이다.

거기에 과거, 히라테 마사히데가 그 자신을 양자로 받아들일 당시에도 명분을 위한 말다툼을 해줬던 인물이 아닌가.

“간단합니다. 제가 이해하기론 이마가와 가문이 오와리에 쳐들어오는 것이 확실한 시점에서 이 회의 본질이 잘못되었다는 걸 말하려는 겁니다.”

때문에, 일영은 다른 노신들을 대할 때와 달리 예를 갖춰서 그의 말에 화답했다.

“무슨 소리지?”

회의의 본질이 잘못되었다는 말에 카와지리 히데타카는 쉬이 동의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이 회의 자체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당주에 의해 소집된 것이 아닌가?

그런 그의 눈빛을 읽은 걸까.

일영은 무심결 낮게 웃고는 말했다.

“작금의 오와리는 상태가 꽤 좋습니다. 미노에게서 영토를 일부 빼앗아 소출량과 인구가 늘었고, 내전도 빠르게 끝나 생각보다 병력 손실이 적었습니다.”

진실이 그러했다.

원래부터 비옥한 편이었던 오와리에선 벌써부터 올해는 풍년일 거라고 기대하는 농부들이 많았고, 내전 역시 노부유키 세력이 빠르게 붕괴하면서 꽤 많은 병력을 보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 싸워야죠. 아니, 사실 애초에 싸우지 않는 선택지가 있기는 했습니까?”

일영은 그렇게 말하며 노부나가에게 시선을 돌렸고, 그 순간 차는 질린다는 듯이 허리에 차고 있던 술병을 쥔 노부나가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달리 말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지. 우리는 싸운다. 어찌, 목숨만 부지하면서 살 수는 없는 법이니까.”

그녀의 말은 딱히 누군가를 겨냥하지 않았으나 회의장의 말석에 자리한 노신들의 미간을 좁히게 하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그때, 카와지리의 곁에 앉아 묵묵히 찻물을 들이키던 중년의 남자가 재차 되물었다.

“하지만, 병력 차이는 어떻게 극복할 생각이십니까. 당주.”

그렇게 물은 남자 역시 낯이 익다.

때문에, 일영은 잠시 중년인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이내 이름을 떠올렸으니.

“그건 방법이 있습니다. 사쿠마 공(?).”

일영은 카와지리와 마찬가지로 일전, 자신의 양자를 물밑에서 지원했던 그에게 그렇게 말하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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