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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 노부나가의 가신이 되었다-105화 (105/171)

〈 105화 〉 잠깐의 휴식(13)

* * *

황혼에 시작된 관계는 여명이 떠오를 때가 되어서야 겨우 끝자락에 다다를 수 있었다. 물론, 당연하게도 둘의 상태는 그야말로 가관이었지만 말이다.

“하아……. 하아…….”

“끄으응…….”

특히 이번에는 일영이 더 지칠 수밖에 없었다. 전날에도 쉬지 못하고 모리 요시나리와 밤을 새우지 않았던가. 다만 오다 노부나가 역시 그것을 모르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욱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조선에서는 뭘 먹고 자랐기에……. 이 짐승 같으니라고…….”

노부나가는 일영의 넓은 품 안에서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애정이 담긴 투덜거림에 화가 날 리가 만무했다.

“그러게.”

때문에, 일영은 대충 그렇게 뭉뚱그리곤 땀에 젖었다가 식은 그녀의 나신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가녀린 어깨가 그의 팔 안에 담기고, 그녀는 밤새 그토록 탐닉하고 취했던 일영의 온기에 눈을 감으며 옅은 숨을 내뱉었다.

“하아……. 스읍, 후.”

일영의 살 내음은 마약과도 같았다.

노부나가는 무심결 그런 생각을 하며 시선을 그의 등 뒤로 향했다.

“해가 뜨는구나.”

“그러게.”

그녀의 말에 일영 역시 살짝 고개를 돌려 창가 너머로 서서히 밝아오기 시작하는 햇빛을 응시했다.

스스스.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이 얇은 이불 하나의 몸을 맡긴 둘을 감쌌고, 그들은 서로의 온기로 한기를 밀어내며 다정하게 숨결을 내뱉었다.

“흐응…….”

일영은 자신의 가슴팍에 턱을 기대고 올려보고 있는 노부나가를 내려보았다.

윤기가 흐르는 검은 머리카락.

새하얀 피부와 반짝거리는 금안.

붉은 입술과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까지.

그는 한없이 사랑스러운 그녀와 시선을 맞춘 채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누구도 부럽지 않다고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서로의 온기를 확인했을까.

그는 부드럽게 감싸 안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주물거리며 정수리에 턱을 기대곤 물었다.

“노부유키 쪽은 어떻게 할 생각이야?”

“……으음. 글쎄.”

그의 물음에 노부나가는 곧바로 답하지 못하고 다만 입을 우물거렸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정수리에 턱을 기댄 일영과 마찬가지로 그의 목덜미에 입술을 가져대곤 속삭이듯 답했다.

“모조리 죽여선 안 되겠지만, 그래도 죽을 놈들은 추려야겠지. 아마 수십 명은 죽을 거야.”

당연한 생리다.

한번 주인을 향해 이빨을 들이민 사냥개들을 다스리려면 본보기는 보여야 하는 법이니까 말이다. 그 부분에 대해선 당당한 그녀였으나 다만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딱 하나.

“……괜찮겠지?”

그것으로 혹, 일영이 자신을 매정하다고 여길까 두려운 것일 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의견을 굽힐 마음은 없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정작 그녀가 걱정한 것과 달리 일영이 묻는 것은 노부유키 측에 섰던 가신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아니었으니.

꽈악.

“그거 말고.”

일영은 괜스레 자신의 눈치를 살피는 그녀에게 부드럽게 속삭이곤 가볍게 엉덩이를 틀어쥐었다.

“흐, 흐읏?!”

그러자 노부나가의 입에서 귀여운 신음이 터지고, 일영은 자신을 칭얼거리는 눈빛으로 올려보는 그녀에게 말했다.

“가족과의 관계 말이야.”

“아…….”

노부나가는 그제야 일영이 하려는 본론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쓰게 웃었고, 그는 조금 일그러진 그녀의 뺨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주며 대답을 기다렸다. 그런 세심한 배려에 그녀는 괜스레 볼이 붉어지면서도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그토록 쉽게 답을 내릴 수 있는 문제였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흐르지도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일영이라고 어찌 그것을 모를까.

때문에, 노부나가는 일영의 등에 닿은 손을 더욱 깊이 끌어당기며 말했다.

“사실, 잘 모르겠다.”

그녀가 오와리의 멍청이(??の大うつけ)라고 불리던 때부터 노부유키는 가문 내의 중신들에게 꽤 많은 지지를 받았다.

그럼에도 그녀가 오다 가문의 당주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전대 당주이자 오와리를 평정한 오다 노부히데와 그의 중신 히라테 마사히데 덕분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정통성이 아닌, 신뢰의 부족.

가신들은 그녀가 가진 군주로서의 재능을 의심했고, 어머니는 그녀의 그릇을 의심했다.

노부유키라고 어찌 다를까.

당연히 그녀의 머리는 어지럽고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 어머니도, 노부유키도 마찬가지이겠지.”

그나마 웃으며 볼 수 있는 건 오이치 정도가 아닐까. 노부나가는 그렇게 읊조리곤 피식 웃음을 지었다.

“으음…….”

관계 후 노곤함 때문일까.

그게 아니면, 이젠 부군으로 맞이할 그를 완전히 믿기 때문일까. 꽤 진솔하게 내뱉은 그녀의 진심을 가만히 듣고 있던 일영은 이내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토닥였다.

차라리 정치라면 얼마나 편할까.

직접 보지도 못한 그는 이 모녀와 자매 사이에 자리 잡은 갈등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기에, 다만 담백한 조언만을 건넬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

일전에 스에모리에 암행했고, 노부유키를 만나 대략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은 일영의 감상은 간결했다.

“대화의 부재가 아닐까?”

“……대화의 부재?”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이 살짝 올린 노부나가의 속눈썹이 파르르떨렸다.

그리고, 그녀는 더 말을 해보라는 듯이 그를 재촉하듯 고개를 까닥였고, 일영은 그런 그녀의 모습이 귀여워 이마에 가벼운 입맞춤을 한 후에 속삭였다.

“결국 오다 자매의 문제점은 서로 진솔한 대화를 나눠보지 못했다는 것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대화.”

그는 무심결 던진 말이었지만, 그의 말을 들은 노부나가는 순간 망치에 머리를 맞은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면, 그의 말대로 자매끼리 진솔한 대화를 나눈 시간이 얼마나 될까.

‘없었지.’

노부유키가 가문의 문신들에게 공부를 받을 때 그녀는 저잣거리를 돌아다니거나 오와리 근처의 마을로 며칠씩 나다니고는 했다. 말을 타고 돌팔매질을 하며 때때로 다툼에도 참여했었지.

그리고 커선, 점점 서로가 서로를 피했다.

아버지와 일부 막강한 중신의 지지를 받는 오다 노부나가와 많은 가신과 어머니의 지지를 받는 오다 노부유키는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구설수에 오르기 충분했으니까 말이다.

“대화, 그래…….”

그것으로 그동안의 앙금을 단번에 풀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서로를 이해하는 데에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래. 만나야겠구나.”

노부나가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신을 다정하게 내려보는 일영을 향해 배시시 웃었다.

“고맙다. 나의 부군.”

환하게 웃는 그녀의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가 서서히 옅어진다. 때문에, 일영은 그런 그녀의 뺨에 올린 손으로 살짝 볼을 쓰다듬으며 이윽고 속삭이니.

“별말씀을. 나의 주군.”

끼익.

그때, 둘에겐 닿지 않을 정도로 아주 조용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 닫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

마츠다이라(??) 가(家).

오와리 국, 미노 국, 시나노 국, 도토미 국과 경계를 접하고 있는 미카와 국의 다이묘 집안이었으나, 과거 모리야마의 변(마츠다이라 가의 당주인 오와리 국 모리야마에서 가신 아베 야시치로 마사토요에게 암살당한 사건)으로 세력이 급속도로 쇠퇴하여 현시점에선 스루가 국의 이마가와 씨의 원조에 의존하게 된 형국이었다.

마츠다이라는 끝이 났다.

적어도, 많은 가신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생각이나 다름이 없었다.

“짜증이 나는 일이지. 안 그래? 한조.”

“그렇습니다. 아가씨.”

소녀가 조용히 중얼거리자, 천장에 몸을 숨긴 닌자는 낮은 목소리로 화답했다.

다만 일국의 당주가 될 소녀가 머물기엔 한없이 허름하고 엉망인 창고였기에, 겉으로 감정을 보이지 않는 닌자임에도 묘한 불쾌함이 서려있을 뿐이다.

그런 닌자의 마음을 안 것일까.

소녀는 피식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닌자는 감정을 숨겨야 한다던데.”

“죄송합니다. 죽음으로 사죄를.”

“어허.”

이제 15살이 되었다고는 믿을 수 없는, 군주의 자질이 느껴지는 읊조림이다.

“내 편이라곤 이 땅에 너 하나뿐인데. 네가 죽으면 나는 어쩌란 말이냐. 핫토리 한조.”

때문에 천장의 비좁은 공간에 의지하여 단검을 꺼내던 그녀는 무심결 전율하면서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마츠다이라는 전대 가주의 죽음으로 흔들렸고, 그 대가는 온전히 미래의 당주가 될 소녀이자 자신의 주군이 받게 되었다.

‘군주의 자질을 가지신 분이다.’

비단 그것을 느끼는 것은 그녀 혼자가 아니었다. 그 탐욕스러운 이마가와의 버러지도 그녀를 노리고 있지 않은가.

‘많은 것도 필요 없이, 오와리의 멍청이만큼만 지지기반이 있었더라면……!’

그 멍청한 여자를 직접 본 그녀는 느꼈다.

오다 노부나가는 가진바 능력에 비해 너무나도 많은 것을 가졌다고. 만약 그녀의 주군인 소녀가 그것을 가졌다면 아마 교(교토)에 다다르는 것도 꿈은 아닐텐데.

“아, 그러고 보니 최근 재미있는 소문이 들리던데.”

그때였다. 소녀는 짚더미에 몸을 뉘인 채 천장에 있는 핫토리 한조에게 물었고, 소녀의 물음에 그녀는 곧바로 즉답했다.

“예. 조선에서 온 한 무사가 있는데 그가 대단한 사무라이라고 합니다.”

“조선에서 온 사무라이라…….”

“자세한 정보를 알아볼까요?”

비록 작금의 세력은 미약하지만, 주군께 힘이 될지도 모르는 인재의 정보는 알아보는 것이 옳다. 그녀는 소녀의 말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알아보겠다는 듯 명을 기다렸지만…….

“아니, 되었어.”

어째서인지 소녀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에 붙은 짚더미를 툭툭 털었다.

“어차피 조만간 만날 거 같거든.”

그 순간, 핫토리 한조는 느꼈다.

갈색이라기엔 금발에 가까운 머리를 한 소녀의 작은 중얼거림은 반드시 머지않은 미래에 적중하리라고 말이다.

때문에, 그녀는 느리고 우아한, 속내를 가늠할 수 없는 걸음으로 창고를 나서는 그녀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핫토리 가(家)의 미래를 당신께.”

[표지 러프입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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