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4화 〉 잠깐의 휴식(12)
* * *
스륵.
일영의 크고 단단한 손길이 노부나가의 선명한 복근을 훑었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갈라진 둔덕을 짐짓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속삭이듯 물었다.
“흉이 많아서 싫어?”
“……흣. 싫다기보단, 마음이 아플 뿐이다.”
노부나가는 신음을 흘리면서도 그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녀는 꿈을 꾸되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이 난세를 살아가는 이라면 흉터는 당연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나 그것을 즐기지 않을 뿐이다.
“사랑하는 남자가……. 흐윽. 다치고……. 흐읏. 돌아오면 좋아할 여인이 어디 있단 말이냐…….”
그렇게 말한 노부나가는 이윽고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그 때문에 마음 고생한 걸 생각하면 때려주고 싶었지만, 그가 움직인 원인이 결과적으로 자신 때문도 일부 있음을 알기에 그럴 수 없다는 게 한스러울 뿐이다.
때문에, 그녀는 후으따위의 귀여운 신음을 흘리며 일영의 품에 기대어 그의 애무에 몸을 맡겼다.
그러나 일영의 표정은 어두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복잡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으리라.
‘흉터가 많긴 하지.’
이 세계로 떨어진 시간이 벌써 1년이다.
많은 것이 변했다.
가끔 부모님이 보고 싶기도 했고, 매일매일 깎여가는 정신력에 두려운 나날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신을 사랑해주는 이들이 있다는 것.
‘요시나리도 흉터를 얘기했었고.’
눈앞의 노부나가도, 지금쯤 배를 쓰다듬고 있을 요시나리도 그에겐 이미 소중한 사람이었다.
때문에, 그들이 마음 아파하는 모습은 그로서도 딱히 보고싶은 광경은 아니었다.
‘조만간 방법을 좀 생각 해봐야겠네.’
흉터를 가릴 방법이라.
떠오르는 게 있긴 했다.
그때였다.
“일영?”
애무도 멈추고 생각에 잠겨 있는 그의 모습에 노부나가는 그의 이름을 불렀고, 뒤늦게 정신을 차린 그는 멋쩍게 웃고는 이내 다시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손을 움직이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건방지구나.”
노부나가는 조금 뚱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보며 말했다.
“아까부터 관계에 집중하진 못할망정, 자꾸만 잡담을 나누고 있지 않으냐.”
그제야 일영은 자신이 쓸데없이 말이 많았다는 걸 깨닫고 쓰게 웃었다. 충분히 서운할 법도 했다. 때문에, 그가 무어라 말하려던 그때.
“이건 내 잘못이다. 여인으로서 매력이 부족한 탓이지.”
핥짝.
노부나가는 혀를 부드럽게 감아 자신의 입술을 훑고, 이윽고 자신의 몸을 가리고 있던 옷을 하나하나 풀어 헤쳤다.
……스르륵.
비단이 살결에 미끄러져 다다미로 추락해 흐트러진다. 창가로 내리 쬔 달빛은 그녀라는 작품을 반짝이기에 충분했고, 노부나가는 어느새 나신이 되어 일영의 앞에 섰다.
“……그러니, 벌을 받아야 한다.”
그녀는 천천히 그의 손을 맞잡았다. 그러곤 그의 손을 움직여 천천히 바지 끈을 풀어헤치며 속삭이니.
“내가 생각을 해 봤는데 말이다.”
뚝.
허벅지 안쪽을 타고 다리를 흐르던 애액이 다다미를 적시고, 그녀는 바지가 추락하고 그 빈자리에 흉폭하게 솟구친 일영의 자지를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으며 천천히 등진 벽에 미끄러지듯 주저앉았다.
그리곤, 그녀는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일영을 향해 다리를 M자로 벌린 채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읊조리니.
“이쪽으로……. 크고 단단한 무언가를 집어 넣어 휘젓는다면……. 그것도 할복이 아니겠느냐?”
부끄러움에 떨리는 황금색 눈동자.
벌겋다 못해 달아오른 목덜미와 얼굴.
그에 반해 그 어느 때보다 질척거리는 그녀의 깊은 계곡.
“……하아.”
일영은 낮게 한숨을 내쉰 채, 어깨에 걸친 옷자락을 끌어 내리며 피식 웃었다.
“……하여튼, 미치겠다니까.”
일영은 결심했다.
일단, 내일 아침은 장어다.
*
할복(??).
할복이라함은 무엇인가.
10세기부터 무사 계급인 사무라이들이 사용한 자살 방법으로, 흔히 단도로 복부를 깊이 가르고 뒤에 선 보조자(가이샤쿠)가 무사의 목을 쳐주는 방법이다.
명예를 지키기 위한 숭고한 방법이었고, 무사로서의 계급적인 예법이다.
……그러니까.
“하으윽! 으그그극!”
지금 노부나가와의 관계 역시, 일종의 할복이 아닐까? 라는 개소리를 해본다.
일영은 자신의 품 안에서 미친 듯이 허리를 흔드는 노부나가의 모습에 더욱 박차를 가해 허리를 튕겼다.
철퍽! 츠릅!
애액으로 점철된 그녀의 국부가 뻐끔거리며 일영의 거근을 삼키고, 노부나가는 한번 박힐 때마다 허리를 뒤로 젖히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윽!”
터지는 신음은 고통이 아닌, 쾌락으로 점철된 것이었으나 노부나가는 그의 목을 끌어 안은 채 속삭이듯 말했다.
“……아윽, 보조, 자는, 목을, 베어야……♡”
“헉, 허억…….”
어떻게 해달라는 말일까.
일영은 무언가를 원하는 듯한 노부나가의 모습에 잠시 고민하다가, 이윽고 그녀의 가녀린 목을 부드럽게 쥔 채로 목덜미에 고개를 파묻었다.
그리곤, 미친 듯이 틀어박던 그녀의 보지에서 껄덕거리는 자지를 멈춘 후, 땀으로 점철된 그녀의 턱선을 부드럽게 핥고는 속삭였다.
“사무라이란 죽음의 순간에도 신음을 터트리지 않아야겠지. 그러니까 이제 신음을 흘리면 목을 깨물 거야.”
“……어?”
“아마 자국이 남으면 가신들 보기에 민망할지도 모르지.”
“자, 잠깐. 그건…….”
뒤늦게 정신이 들기라도 한 걸까.
노부나가는 자국이 남는 건 안 된다는 듯이 그를 말리려 했으나, 일영에게 통할 변명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게 누가 시작했는데?
“잠시만, 일영. 일단 진정을……. 흐그윽!”
일영은 허리가 튕겼고, 끝까지 커진 그의 거근이 단번에 그녀의 질 안을 꿰뚫고 박혔다. 애액으로 점철된 질은 너무나 손쉽게 일영의 자지를 받아들였지만, 그로 인한 자극은 노부나가가 신음을 터트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거무께하고 기다란 고깃덩어리가 그녀의 물컹거리고 뜨거운 질 안을 유린한다. 돋아난 돌기와 자지의 혈관이 서로를 긁으며 쾌락을 유도하고, 쫀득한 살들이 일순간 맞붙었다가 떨어지며 당장이라도 좆물을 뱉어내라 사정하는 듯했다.
“하윽, 흐으극…….”
노부나가는 미칠 지경이었다.
솔직히 조금은 괘씸한 탓에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거늘, 이 미친 부군놈은 한없이 진지한 색마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 순간.
“하핫.”
가볍게 웃은 일영은 고개를 파묻은 노부나가의 목덜미에서 아주 나지막이 속삭였으니.
“일단, 한 개.”
앙.
“흐, 흐그윽!”
그의 입술이 그녀의 새하얀, 그러나 지금은 벌겋게 달아오른 목덜미를 입에 문 채로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이렇게 조금만 있으면 곧 키스 마크가 남게 되겠지.
노부나가는 이번엔 겨우 참아낸 듯이 입술을 잘근 깨물었고, 다만 일영의 몸에 끌어안기듯 의지한 채로 다가올 쾌락에 몸을 떨었다.
“……어디 볼까.”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목덜미 깊은 곳에 키스 마크를 남긴 일영은 자신을 불안한 눈동자로 바라보는 그녀의 귓불을 살짝 깨물며 속삭이니.
“쇼군이 될 내 주군의 보지가 과연 허접인지.”
“……하으으가으.”
그의 퇴폐적인 욕지거리에 노부나가는 또 한 번의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대가는…….
“아, 아으으!”
송곳에 꿰뚫린 듯한 묵직한 무언가가 단번에 질 안을 헤집는 것이었다. 그녀는 벌겋게 상기된 자지를 온전히 느끼며 일영의 등을 손톱으로 찍어 눌렀다.
그녀로선 쾌락에 대항하기 위한 마지막 보루였으나, 그런 건방진 짓을 일영이 가만히 보고 있을 리가 없었다.
차룹! 찌릅!
씹물과 좆기둥이 맞물리는 소리는 천박하기 그지 없었고, 이어진 쾌락에 점철된 암캐의 신음성은 그 자체로 음탕함의 예시였다.
“윽, 흐윽!”
일영 역시 완전히 눈이 돌아가서 최선을 다해 그녀의 씹구멍에 자지를 틀어 박았다. 이미 목덜미에는 키스 마크가 더 늘어나 있었지만, 이젠 노부나가 역시 신음을 참을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다.
“하응아아! 흐그으극! 꺄으윽!”
회음 내벽을 미친 듯이 긁고 찌르는 감촉은 분명히 고통스러워야 할진대, 넘쳐나다 못해 다다미를 가득 적시는 그녀의 씹물과 어느새 흐른 일영의 좆물이 어울려 두 남녀의 사타구니를 적신다.
“더, 더 안에 박아줘어……. 일, 일영의 좆물, 내, 내 보지 안에……. 우월한 조선 자지……. 조선 좆물 줘어……!”
“흐윽, 흐그극! 노, 노부나가!”
그리고 마침내 일영과 노부나가가 본능에 가까운 교접으로 서로를 더욱 면밀히 끌어안은 그 순간.
“꺄하으윽!”
노부나가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고, 일영은 아랫배에서 느껴지는 통증과 밀려가는 정액의 양을 가늠하며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할복은 모르겠고.’
아마, 애는 낳아야 할거 같다고 말이다.
“하아……. 하아…….”
노부나가는 그대로 뒤로 넘어지듯 쓰러져 숨을 헐떡였다. 봉긋이 솟아난 그녀의 아랫배에선 일영의 정액이 꿀렁거리며 흘렀고, 그녀는 지쳤다는 듯이 눈을 감았다.
그러나 그 순간.
“노부나가?”
일영은 피식 웃으며 그녀를 불렀고, 노부나가가 눈을 뜬 그 순간.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일영의 이름을 읊조릴 수밖에 없었으니.
“사, 살려줘. 일영.”
“미안.”
아직 밤은 길었고.
일영은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