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7화 〉 잠깐의 휴식(5)
* * *
“하으아……. 흐으윽.”
“흣, 흐읏.”
모리 요시나리의 달뜬 숨소리와 일영의 낮은 음성이 겹친다. 아무리 모리 요시나리가 일영 이전에 관계를 맺은 이가 없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상식’은 있었다. 가령 남자가 한번 사정을 하면 어느 정도는 지친다는 사실이라든가 말이다.
“흐아아응……! 미쳐써……!”
하지만 대체 어찌된 일인지, 일영은 도통 지칠 줄을 몰랐다. 그 증거로 지금 이 생각을 하는 순간조차 자신을 탐하고 있지 않은가.
찌걱, 찌붑.
모리 요시나리는 이전보다 빠르진 않지만 찌르는 족족 쾌락을 동반하는 일영의 허리 놀림에 몸을 부르르 떨며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곧 끈적하고 투명한 침을 길게 늘어트리며 가슴을 맛있게 삼키고 있는 일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우웁.
봉긋 솟은 봉우리라고 표현하기에도 부족한 그녀의 거대한 가슴 끝자락을 삼킨 채 우물거리고 있는 그의 모습은 한없이 야했지만, 동시에 귀여워 그녀는 옅은 미소를 띨 수밖에 없었다.
스윽.
조심스럽게 일영의 검은 머리카락을 살짝 손가락으로 쓸었다. 마치 모유를 탐하는 어린 응석받이처럼 가슴에 집착하는 모습이란. 분명히 자신보다 훨씬 큰 체구를 가진, 때로는 든든하다는 말로도 모자랄 남자일텐데.
‘다행이다.’
그를 만나기 전, 커다란 가슴에 좋은 점은 전무하다고 할 수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비록 난세라고 하지만, 여성 무장을 무시하는 이들은 어디를 가나 존재하기 마련이니까. 그런 이들에게 모리 요시나리의 큰 가슴은 적보다 더 기분이 나쁜 ‘겁탈할 대상’으로 격하시키기 일쑤였다.
그렇게 극단적으로 가지 않아도 생활할 때 역시 불편하긴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사람 머리만 한 가슴을 달고 산다는 건 그만큼 큰 무게를 늘 견뎌야 한다는 말과도 같았으니까.
때문에 종종 가슴이 작았다면하고 생각한 적도 많았다.
‘이젠 아니야.’
모리 요시나리는 어느샌가 허리를 흔드는 것조차 잊어버린 채 하염없이 가슴을 탐하는 일영의 모습을 만족스럽게, 그리고 사랑스럽게 내려보며 속삭였다.
“맛있어요?”
어느샌가 존댓말을 입에 담았으나, 그녀도 일영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콱.
그런 그녀의 물음에 일영은 입안에서 굴리던 딱딱하게 굳은 유두를 살짝 깨묾으로써 대답을 대신했다.
“흐응!”
극도로 민감해진 유두의 자극에 모리 요시나리는 몸을 부르르 떨며 그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움직임에 발맞춰.
일영은 길게 그어진 가슴골 사이로 얼굴을 파묻고는 스읍하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살 내음이 폐부를 향해 밀려 들어온다.
따스한 꽃잎과 같은……. 아니, 그것보다 달콤하고도 야릇한 살 냄새다. 땀 냄새가 조금 섞였음에도 악취가 아닌 매혹적인 향취에 불과한 것이다.
일영의 양 뺨이 살덩이에 묻힌다.
동시에, 그는 이대로 질식해도 행복한 죽음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잠시 하다가 이내 피식 웃고는 고개를 들었다.
“……흐응.”
그러자 곧 달뜬 숨을 내뱉는 모리 요시나리의 상기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토옥.
그녀의 유두와 그의 입가에서 살짝 딸려 온 침의 선이 턱에 묻었고, 그것을 본 모리 요시나리가 닦아주려는 듯 손을 들었지만.
찌걱!
“하앙!”
그 순간 일영의 허리가 다시금 한번 크게 솟구쳤고, 단번에 자궁을 찌르듯이 뻗어진 그 궤적에 모리 요시나리는 거대한 가슴을 흔들며 무너져 내렸다.
“흐아으……. 우에……♡”
언제 일영을 귀엽게 보았냐는 듯, 그의 정수리 부근에 코를 묻고 이를 악물며 신음을 삼키는 그녀의 모습. 그는 그것이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도 되는 것처럼 뇌리 한 편에 각인하곤 빠르게 그녀의 둔부와 교접하며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찌걱, 찌릅…….
살덩이와 촉촉한 타액들이 맞닿으며 울리는 소리는 음탕하며 동시에 색정적이다. 둘은 서로의 신음을 신음으로 묻어가며 시선을 공유했고, 곧 일영의 턱이 올라가는 동시에 모리 요시나리의 턱이 아래로 끌어 내려갔다.
츄읍.
그러자 일영은 기다렸다는 듯이 입술을 맞췄다. 마치 어미 새가 새끼에게 먹이를 주듯 부드럽게 이빨을 훑은 그의 혀는 곧 침과 쿠퍼액으로 점철된 그녀의 혀와 얽혀 들어가며 타액을 공유했다.
달콤하다.
때때로 메말랐고.
그 갈증을 다시금 서로의 숨결과 타액으로 흠씬 적셔갔다.
그렇게 이번엔 모리 요시나리가 다다미에 누웠고, 일영은 조금 전 자신처럼 누워있는 그녀의 위에서 허리를 흔들며 점점 더 속도를 올렸다.
“흐에아브……. 하으아……!”
이전보다 허리를 덜 흔들었던 건 단순히 숨고르기였다는 듯이 그는 다시금 절정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
문득 아래에서 들려오던 신음 소리가 점점 옅어졌다는 것에 일영이 의문을 가지고 시선을 내리자, 곧 멍한……. 그보단 조금 쓰라린 눈으로 자신을 응시하는 모리 요시나리의 회색 눈동자가 보였다.
갑자기 왜 이럴까.
그가 조금 당황하며 그녀에게 묻기 위해 부르튼 입술을 달싹거리려던 찰나.
“…….”
모리 요시나리는 일영과 맞잡아 살짝 붉게 물든 손을 들어 그의 아랫배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그러자 곧 우둘투둘한 흉터가 그녀의 고운 손가락을 스쳤다.
처음은 배에서 시작한 그 여정은 가슴과 옆구리, 나아가 팔과 쇄골에 닿았다.
“……흉터, 많아졌네.”
여전히 열락에 차 있는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씁쓸함과 미안함, 그리고 안타까움이었다.
“조금은 쉬어도 좋았을 텐데.”
그럴 수 없음을 알지만 그럼에도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필요한 일을 했다고 한들 이 모든 상처들이 필요했던 건 아니었으니까.
일영은 그제야 달빛을 직선으로 내리비추는 방향에 자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쓴웃음을 지었다.
한창이었던 흥이 깨져서가 아니었다.
새삼 그녀의 말에 시선을 내리자, 척 보기에도 흉한 상처들이 많았다는 점을 깨닫고 묘한 기분이 들었을 뿐이다.
“요시나리.”
일영은 그녀의 이름을 부드럽게 읊조리곤 다정하게 침과 땀으로 점철된 얼굴을 쓰다듬어 정리해주었다. 그러고 여전히 흉터를 보며 가슴 아파하는 그녀의 이마에 살짝 키스해주며 부드럽게 속삭였다.
“쉴게. 급한 일들은 처리했으니까.”
당장은 그녀의 말대로 할 수 있겠지.
……다가올 전운이 얼마나 이 행복을 기다려 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일영은 구태여 그런 말을 덧붙이진 않았다.
“……응. 꼭 그래야 해.”
“누구 말인데. 들어야지.”
모리 요시나리라고 그것을 모르진 않을 테니까. 사랑하는 사람이 걱정을 해주는 데 그거에 초를 칠 정도로 일영은 둔하지 않았다.
찌르르르.
때마침, 조금은 정적으로 변한 분위기 속에서 풀벌레가 나지막이 읊조렸다. 그렇게 서서히 열이 다시 오름을 느낀 둘이 시선일 맞춘 그때.
톡.
일영은 복근이 탄탄하게 그어진 그녀의 새하얀 배의 배꼽 아래를 가볍게 두드리곤 속삭였다.
“첫 아이를 가지고 싶어.”
“……에?”
갑작스러운 그의 고백에 모리 요시나리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떠졌고, 곧 그녀는 몇 번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그것은 거부나 경멸의 뜻이 아닌 기쁨의 화답이었다.
일영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허락해줄래?”
구태여 덧붙이진 않았지만, 그게 일영 나름의 고백임을 모를 그녀가 아니었다.
첫 아이를 가지고 싶어.
그건 주군에게 의해 두 번째로 밀린 그녀에게 가장 진실 된 고백이자 위로였으니까 말이다.
“……으응.”
때문에, 모리 요시나리는 어느새 살짝 눈물이 맺힌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거리며 격양된 목소리로 답했다.
“응……!”
덕분일까.
일영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린다.
동시에 그는 반쯤 빠져나와 있던 자지를 다시금 부드럽게 밀어 넣으며 말했으니.
“적어도 3명은 낳아야 해. 알겠지?”
그녀는 알까.
훗날 자신의 아들들이 어떻게 자랄지 말이다. 일영은 내심 기대된다는 듯 웃고는 그녀의 새하얀 가슴에 다시금 얼굴을 파묻었고…….
“흐아아아으앙!”
“하으윽!”
그날 밤.
둘은 각각 8번의 사정과 10번이 넘는 절정을 오가며 결국 아침이 되자 쓰러지고 말았다.
“……더어느은, 모, 모태……. 바보오……. 일여엉은 바보…….”
물론, 완전히 넋이 나간 모리 요시나리와 달리 일영은 지쳤다 뿐이었지만 말이다.
그는 드넓은 품 안에서 헐떡거리는 그녀의 엉망진창이 된 얼굴을 애정이 담긴 손으로 쓸어내리고는 말했다.
“이건 영락없이 임신이겠네.”
한 번도 밖에서 뺀 적이 없으니, 아마 확정이지 않을까 싶다. 일영은 그렇게 말하며 중정으로 서서히 드리우는 햇빛을 느끼며 피식 웃었다.
“……행복하네.”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둘은 완전히 엉망이 된 방 안에서 서로의 온기와 걸쳐진 옷가지에 의지해 잠이 들었다.
한편 그 시각.
‘……시발, 못해 먹겠네.’
밖에서 경비를 서던 사무라이들의 생각들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존나 부럽다.
* * *